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70
응기(凝氣), 축기(筑基), 결단(結丹), 원영(元嬰), 화신(化神), 영변(嬰變), 문정(問鼎) 일곱 가지 경지 수준 중 원영은 분수령과 같은 존재로 원영으로의 진입은 신선계의 문턱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며, 강자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였다.
끊임없이 수련을 해야 하는 이유는 복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대 신의 땅에서 보았던 탁삼에 대한 위기감도 중요한 이유였다.
한제는 그자라면 분명 고대 신의 땅을 나오고도 남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가 가장 먼저 찾을 사람은 분명 자신일 터였다.
고대 신의 기억의 유산을 차지한 뒤, 한제는 자신이 거의 매일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런 변화는 주로 마음가짐에서 발생했다. 그는 자신이 천천히 고대 신의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수련을 하기 전까지 한제의 가장 큰 꿈은 입신양명하여 부모님을 편히 모시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수련자가 되면서 그의 앞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당시 그는 자신이 살던 마을 밖 성도(城都)가 가장 넓은 곳인 줄 알았고 황제가 있는 곳에는 생이 다할 때까지 절대로 가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선계에 처음에 들어왔을 때 그의 꿈은 입신양명에서 신선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조나라는 그저 하나의 작은 땅에 불과하며, 세상에는 조나라 같은 나라가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많은 경험들을 쌓아가면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강해질 방법만을 강구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이 점점 많아졌고 세상을 보는 시야 역시 넓어졌다.
그는 이제 주작성에서 조나라는 3성 수련국에 불과하며 4성, 5성, 그리고 가장 높은 6성 수련국인 주작국 역시 이 주작성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억의 유산을 얻은 뒤, 그는 다시 한 차례 충격을 받았다. 한없이 넓고 아득한 하늘에 주작성과 같은 별은 매우 많았고 거대한 고대 신은 하나의 별을 단번에 파괴해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에 한제는 깊이 도취됐다.
바로 그때, 한제의 마음은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그의 꿈은 다시 한 번 높아져 끊임없는 수련을 이어갔다. 더욱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되어야만 이 신선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말하자면 지금 한제의 마음은 마침내 복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지금 그가 수련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복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 ★ ★
열흘 뒤, 석주 공간에서 빠져나온 한제는 곧장 밀실의 단정에 들어 있던 본체와 합체했다. 그와 동시에 광장 위에 놓인 탈천칠정의 영력 한 줄기, 한 줄기가 천천히 한제의 체내로 이끌려 왔다.
본체와 분신이 마지막 융합을 진행하는 지금,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됐다. 조금만 틀어져도 지금껏 들인 모든 공이 다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한제는 평온한 마음으로 분신과 본체를 합체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한제의 체내에서는 경지를 제한하는 극의 경계뿐만 아니라 천벌 한 줄기도 남아 있었다. 이 작업의 성패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운명에 달려 있었다.
광장에 놓인 탈천칠정에 수천 년간 쌓여 있던 영력은 이렇게 끊임없이 한제에게 흘러들었고 한제는 고신결을 통해 그 영력을 미친 듯이 흡수했다. 마치 밑 빠진 독처럼 그 영력을 허겁지겁 빨아들였다.
분신과 본체가 융합되던 그 순간, 고신결도 변화를 맞이했다.
고신결의 첫 번째 층은 병탄(倂呑), 두 번째 층은 흡수(吸收)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병탄은 모든 영력을 체내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어느 속성이든 상관없이 외부의 영력은 고신결에 의해 한제에게 적합한 영력으로 전환됐다. 말하자면 피동적인 과정이었다.
흡수는 주동적인 과정으로 수준을 더 높은 경지로 올리는 작업이었다.
사실 고대 신 일족의 강함은 이 고신결에 기인했고 각각의 고대 신들은 탄생할 때부터 고신결을 알고 있었다.
고대 신은 고신결의 두 가지 층까지 수련해야만 강해질 수 있었다. 고대 신의 몸으로 두 번째 층의 공법을 발휘한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모든 영력을 자신의 체내로 흡수시키고 소화시킬 수 있었다.
다만 고신결은 어디까지나 고대 신 일족의 공법이었기에 힘의 유산까지 전승받지는 못한 한제로서는 흡수 단계를 익히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원영을 맺다 (2)
어느덧 모완과 손진위의 혼례식 날이 됐다.
이 날, 온 운천종 내외는 들뜬 분위기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이따금 사방에서 운천종으로 모여드는 검광만이 하늘을 수놓았다.
초나라 국경 내의 각종 문파에서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 대부분은 장문인이거나 수제자였다. 다른 문파가 아닌 운천종이었기에 이토록 높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온 것이리라.
찾아온 손님들이 너무 많은 까닭에 운천종은 대문을 활짝 열고 온 운천산맥을 보호용 진으로 덮어두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종 소속 제자들을 파견해 요충지 순찰과 손님맞이를 맡겼다.
운천종에서 세 명밖에 없는 5품 연단사 중 하나인 모완의 지위는 상당했다. 또한 손진위의 명성 역시 작지 않았다. 그의 부친은 원영기 중기에 다다른 외종의 장로였다. 또한 앞으로 시조가 될 사람 중 하나로 꾸준히 거론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손진위 자신도 외종에서 상당한 명망을 떨치고 있었다. 원영기에 달하기만 하면 운천종 내의 높은 자리에 임명될 예정이었고 암암리에 이미 외종의 차기 종주(宗主)로 거론되기도 했다. 만약 그의 부친이 시조가 된다면 그는 자연스레 미래의 외종 종주가 될 터였다.
그런 바탕이 없었다면 그가 모완과 혼례를 올릴 가능성은 없었다. 이번 혼례는 내종에 모완을 단단히 묶어둠과 동시에 손진위의 지위를 높이는 용도였다. 앞으로 그가 외종을 이어받는 데 훌륭한 받침대 역할을 할 터였다. 말하자면 운천종의 내종과 외종이 더욱 공고한 관계를 다지기 위한 전략적인 협약이었다.
운천종은 내종과 외종으로 나뉘었고 내종은 단약 제조를 외종은 수련을 담당했다. 운천종이 지금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서로의 협동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굳건한 몸에 수려한 용모의 손진위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지금 내종과 외종의 종주, 그리고 몇몇 장로를 따라 대전 밖에서 손님들을 맞는 중이었다.
그는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기는 했지만 눈가는 시종일관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실 혼례가 다가올수록 마치 엄청난 재난을 앞둔 것처럼 불안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말 우스운 상황이었다. 다른 날이면 모를까, 오늘은 운천종에 아주 큰 행사가 있는 날이었으며 모든 원영기 후기 시조들이 폐관 수련마저 중지하고 밖으로 나오는 날이었다.
그들이 눈을 뻔히 뜨고 있는 한 누구라도 행패를 피운다면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상대가 화신기 수준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손진위는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가 운천종에 와서 행패를 부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게다가 운천종의 배후에는 거마족이 버티고 있으니 화신기 수련자라도 쉬이 덤벼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손진위는 자신이 이렇게 불안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에 그는 속으로 픽 웃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완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했던 그자의 냉랭한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 회색 옷의 노인 한 명이 곁눈으로 손진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 노인은 걸음을 약간 늦춰 손진위 곁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진위야, 너무 많은 생각 마라. 그자가 오늘 이곳에 나타난다면 후회하게 해주겠다. 그자의 수준이 하늘을 뚫을 듯 높더라도 소용없을 것이다. 나와 종주가 협의한 사항이니 걱정 말거라.”
노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단호했다. 그는 손진위의 아버지이며 외종 장로 중 한 사람이었다.
진위는 얼른 공손하게 그러겠다고 답했다.
한제에 관한 일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아버지까지 속일 수는 없었기에 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고한 바 있었다.
종주까지 이 일에 관여한다는 말을 듣자 손진위는 훨씬 마음이 놓였다.
고개를 들자 가장 앞에서 내종 장문인과 나란히 앉아 있는 백발 노인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그는 운천종 외종의 종주인 류비(柳斐)로 그 수준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정도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벌써 원영기 후기에 이른 상태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일종의 비밀스러운 공법을 수련한 그는 자신의 수준을 감출 수 있었기 때문에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 달하지 않은 이상 그의 수준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노인의 곁에 있는 사람은 내종 장문인인 송청으로 그 뒤에는 여러 사람이 따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의 수준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다른 문파였다면 높고 귀한 수석 연단사 자리에 앉을 만한 자들이었다.
“호연종의 사마 장문인과 장로 서리, 도착이요!”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기복을 이루며 운천산맥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그와 동시에 두 개의 무지개가 앞뒤로 허공을 가르며 대전 밖에 도착했다. 무지개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 중 보라색 옷을 입은 자는 상당히 노련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호연종의 장문인인 사마운남이었다.
그는 하하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송형, 류형. 축하하네!”
그의 곁에는 푸른색 옷을 입은 서리가 서 있었다. 그의 수준으로는 장문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었으므로 웃음을 머금은 채 포권만 취할 뿐이었다.
외종 종주 류비는 웃으며 앞으로 나와 포권을 했다.
“사마 도우, 10년 만이군. 이 혼례식이 아니었다면 다시 보기 어려웠겠어.”
내종 장문인인 송청은 아래턱에 길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쪽에 서서 웃었다.
“사마운남, 일전에 내게 1천 년 된 주과(朱果)를 준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가져왔나?”
사마운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자마자 힘들게 하는구먼. 기억력도 좋네. 물론 주과는 가져왔어. 허나 내 제자의 제자가 막 결단기에 이르려고 해서 말인데 단약 180개는 받아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주과는 줄 수 없겠네!”
세 사람은 하하 웃으며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류비가 손을 흔들자 손진위가 얼른 다가와 그들을 대전으로 안내했다.
사마운남은 손진위를 자세히 몇 번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과연 훌륭한 인재로군. 경지도 이미 원영을 맺을 문턱에 이르러 있고. 1백 년 안에 운천종에 또 한 명의 원영기 고수가 나겠어!”
손진위는 온화하게 웃으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선배님께서 이리 칭찬해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사마운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리와 함께 대전으로 들어섰다.
대전에는 몇 개의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맛있는 술과 선과(仙果)가 올라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적지 않은 하객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사마운남이 들어가자 열기는 한 층 더 높아졌다.
잠시 그들을 대동한 채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던 손진위는 몸을 돌려 대전을 빠져나왔다.
그가 떠나자 사마운남과 서리는 책상 한쪽에 서서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마운남이 생각을 통해 상대에게 중얼거렸다.
‘네가 말한 그 사람이 운천종에 숨어 있단 말이지?’
변함없는 얼굴의 서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말했다.
‘장문인,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 사람은 하늘을 덮을 듯한 살기(煞氣)를 띠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 운천산맥에서 사라졌는데 3개월 전 운천종에 나타났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에 대한 보고를 들으니 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사마운남은 한참 고민하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정말 수마해에서 나온 자라면 운천종은 수마해 수련자들의 눈총을 받게 되겠군. 우리 호연종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식이야!’
“나월파(羅月派)의 천일 진인(眞人)과 장로 사천뢰, 도착이요!”
아까의 그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사마운남은 고개를 들어 대전 밖을 내다보았다.
이때 각 문파에서 속속들이 도착한 사람들 중 손진위가 직접 맞이해야 할 큰 종파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문파 사람들은 운천종 제자들의 안내하에 하나둘 대전으로 모여들었다.
곧 대전 안의 자리는 거의 다 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몇몇 사람은 구석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거나 눈을 감고 좌선(坐禪)했다.
대전 사방은 운천종 외종 제자들로 빽빽이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축기 후기 수준인 그들은 단 한 명도 한눈팔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다.
곧 류비와 송청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수십 명의 장로들이 그들을 뒤따랐다.
손진위는 그 장로들 뒤를 바짝 따라 들어왔다. 이 대열 속에는 모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보라색 면사로 얼굴을 가린 채였고 눈빛은 담담했다.
그들이 대전에 들어서자 각 문파의 하객들은 잡담을 그만두고 집중했다.
대전의 상석에서 류비는 송청을 한 번 바라본 뒤 웃음을 머금은 채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고개를 끄덕인 송청은 대전을 한 번 훑어보더니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 도우 여러분, 오늘은 우리 운천종에 아주 기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