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00
“이 교룡 조각은 얼마입니까?”
한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금 열 냥입니다.”
대우는 그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끝이다.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사람이 가게를 방문했지만 한제가 가격을 말하면 모두 고개를 저으며 나가버렸다.
한데 서 씨 청년이 품에서 금 열 냥을 꺼내 놓고 외투를 벗어 교룡 조각을 감싸 재빨리 가게를 떠나리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대우는 멍하니 탁자에 놓인 금 열 냥을 보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나무 조각 하나를 금 열 냥에 팔다니… 우리 아버지가 만든 도구를 한 달 내내 팔아도 금 한 냥이 안 되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대우는 결심했다.
‘60년이 별거냐? 이 기술을 배우기만 한다면 평생 입고 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
하지만 그는 입고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려면 60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한편, 서 씨 청년은 외투로 조각을 감싼 채 가게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돌아가서는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올렸다. 심지어 부모님이 준비해둔 저녁 식사도 한 술 뜨지 않고 다급하게 동쪽의 남왕궁(南王宮)을 향해 내달렸다.
한제는 탁자에 놓인 금을 들어 작은 상자에 대충 집어넣더니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게 안에 있는 조각들 중 부모님의 조각을 제외하고는 크게 신경 쓰는 조각은 없었다. 이것들은 그저 마음을 평안하게 해 천도를 깨닫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는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나 마수를 조각할 수 있을 때쯤 자신 역시 그 경지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옆에 있던 대우는 뭔가 깨달은 듯한 눈빛으로 가게를 떠났다. 걸으면서 중얼중얼거렸지만 뭐라고 하는 소리인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제는 과일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조각을 시작했다. 조각칼이 움직이자 톱밥과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렸고 나무는 조금씩 모양을 갖추며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다만 이 기운은 나무 조각 안에 제한되어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칼이 움직일 때마다 그 기운이 점점 짙어지면서 서서히 한 마리 교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바로 그때, 한제의 손에 들린 조각칼이 멈칫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반쯤 완성된 채 버려진 조각들이 가득한, 커다란 상자에 조각하던 교룡을 던져넣었다.
이 상자의 미완성 조각에는 사람도 있고 마수도 있었다. 맹타자 고왕, 육욕마군, 상급 영수, 심지어 황수까지⋯⋯. 제각각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 화신기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지난 1년간 이미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화신기 수준의 사람이나 마수를 조각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상자에 든 것들이 그 결과물이었다.
한제는 두 눈을 살짝 감았다. 순간 그의 체외에 손바닥만 한 두께의 붉은 안개가 한 층 나타났다. 이 붉은 안개의 살기(煞氣)는 지난 1년간 빠르게 응축되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그 진행 속도에 한제는 상당히 만족했다. 그동안 강제적으로 압축한 적도 없었다.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한제는 앞으로 1년 정도만 더 있으면 이 살기(煞氣)를 극한까지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물론 이는 천도를 깨닫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으나, 한제는 만약 이 붉은 안개가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면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일정 경지에 이른 후에나 얻을 수 있는 기운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때, 가게 밖에서 대우 아버지의 호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제야, 네 형수가 오늘 실력 발휘를 좀 했으니 와서 식사하고 가. 그 김에 한잔해야지.”
한제가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에는 깊은 빛이 어려 있었다. 그 빛은 천천히 흩어지는가 싶더니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한제는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빈 술주전자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상자에서 금을 꺼내 대우네 가게로 향했다.
한편, 서 씨 청년은 마차에 올라 쿵쾅대는 마음을 쉽사리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외투로 둘둘 감싼 조각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는 그의 눈에 희색이 어려 있었다.
부모님을 뵈러 왔다가 그렇게 훌륭한 조각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가 모시는 왕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바로 그런 조각이었다. 돌로 만든 조각이든, 나무로 만든 조각이든,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든 조각이든 조각 형태를 갖추고만 있다면 왕은 모두 좋아했다. 또한 세자는 대단한 효자이니 만약 자신이 이 조각을 바친다면 눈에 들 수 있을 터였다. 그런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열 대 정도로 구성된 마차 대열은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그는 속도를 더 내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최대한 빨리 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한참 뒤, 마차가 멈추자 서 씨 청년은 곧장 문을 열고 뛰어내려 궁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서 씨 청년은 궁 안의 동쪽 뜰에 자리한 화려한 대전 앞에 멈춰서서는 소리 높여 외쳤다.
“세자 마마, 서도이옵니다.”
잠시 후, 대전 안에서 느릿하고 게으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뵙겠다고 하지 않았나? 어찌 이리 빨리 돌아온 것인가? 일이 있거든 내일 다시 고하라.”
은연중에 대전에서 흘러나오는 여인의 교태 섞인 목소리에 서도는 잠시 망설였다. 원래대로라면 세자를 방해해서는 안 되었지만 지금 자신이 품고 있는 물건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그는 결국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세자 마마, 집으로 돌아갔다가 나무 조각을 하나 발견했나이다. 만약 왕께서 보신다면 반드시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대전 안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참 뒤, 약간 불만 어린 세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약 만족스럽지 못한 물건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 것이라면 이번 달에 받을 상은 없을 줄 알라.”
서도는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대전 안에는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하얀 면사로 뒤덮인 커다란 침상이 하나 놓여 있었고 약간 창백한 청년이 보라색 옷을 걸치고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음침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도는 품고 있던 외투를 바닥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그 안의 것이 드러나도록 펼쳤다. 교룡의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세자의 눈빛은 나무 조각에 닿은 순간 날카로워졌다.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 다가오더니 서도가 주의를 줄 틈도 없이 교룡 조각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세자는 깜짝 놀라며 손을 떨었다. 순간 나무 조각은 그의 손에서 사라졌다.
세자는 강렬한 눈빛을 빛내며 크게 웃었다.
“잘했다, 서도. 아주 큰일을 했구나!”
그는 껄껄 웃으며 허리춤의 평범해 보이는 주머니를 두드렸다. 순간 보라색 기운 한 줄기가 그 주머니에서 확산되어 그의 온몸을 감싼 뒤 빠르게 흩어졌다. 비록 응기 8단계에 불과하나, 세자는 일반인이 아니라 수련자였다.
순간, 대전 안에 미풍이 불어와 침상을 뒤덮은 하얀 면사가 흩날렸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흐르는가 싶더니 면사 사이로 침상에 누워 있는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을 움직인 서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세자는 그 짧은 순간 서도의 눈빛을 알아차리고는 껄껄 웃었다.
“매희, 이리 오라. 오늘 너는 서도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니.”
아양을 떠는 듯한 목소리가 침상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매혹적이고 가녀린 여인이 침상 밖으로 나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서도를 이끌고 옆에 난 문을 통해 나갔다.
세자는 눈을 빛내며 빠르게 대전을 떠났다.
그가 곧장 향한 곳은 궁궐 정중앙의 대전이었다. 아직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대전에서 흘러나오는 곡조와 아버지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대전 밖에 줄을 이루어 서 있던 호위병들이 재빨리 무릎을 꿇었고 세자는 그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 곧장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대전 안에는 두 개의 긴 책상이 놓여 있었고 도포를 입은 두 수련자가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입은 도포는 각각 검은색과 푸른색으로 차이가 있었으나, 분명 같은 도포였다.
그중 검은색 도포를 입은 수련자는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곡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반면 푸른색 도포의 수련자는 빙그레 웃으며 중앙의 무희들을 바라보았다.
가장 상석에는 준수한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위엄이 깃들어 있어 권력자의 자태가 풍겼다.
도적
세자가 대전에 들어서자 중년 남자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여인들과 즐기지 않고 어찌 아비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느냐?”
세자는 먼저 공손하게 두 수련자에게 예를 갖춘 뒤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바마마, 이것을 좀 보십시오!”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순간 교룡의 조각이 나타났다.
순간 무희들을 바라보고 있던 푸른 옷 수련자의 시선이 나무 조각에 닿았다. 중년 남자 역시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휘둘러 무희들을 좌우로 물렸다.
푸른 옷의 수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무 조각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서는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건⋯⋯?”
추측은 할 수 있으나 감히 확신할 수는 없는 듯했다.
“나무 조각이지!”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던 검은 옷의 수련자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교룡 조각을 살피던 푸른 옷의 수련자는 흠칫 놀라더니 쓰게 웃었다.
“사형, 저도 나무 조각인 줄은 압니다. 한데 이게 뭘 조각한 걸까요?”
검은 옷의 수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느릿하게 답했다.
“본 적 없다.”
푸른 옷의 수련자는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사형의 기이한 행실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는 나무 조각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 조각에 특별한 데라도 있소?”
푸른 옷의 수련자가 나무 조각을 쥐자 순간 강력한 기운이 훅 끼쳐왔다. 축기 중기의 수준인 그는 체내의 축기가 붕괴되는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 손을 떼었다.
검은 옷의 수련자는 소매를 휙 휘둘러 곧장 나무 조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의 부축을 받은 푸른 옷의 수련자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체내의 금단도 불안정해졌다. 한참 후에야 그는 겨우 금단의 파동을 안정시켰다.
한제가 제작한 이 나무 조각은 수준이 높을수록 더욱 강한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그가 받는 영향은 결코 크지 않았다.
“이 물건은 일반적인 나무 조각이 아니오. 조각된 마수는 우리 문파의 서적에 기록된 교룡과 거의 똑같소!”
검은 옷의 수련자가 느릿하게 말했다.
“사형, 방금은 본 적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한데 이제 와서 교룡이라니요?”
푸른 옷의 수련자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검은 옷의 수련자는 상대를 힐긋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눈빛이었다.
“사제, 난 이제야 자네가 왜 여태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알 것 같군.”
푸른 옷의 수련자가 표정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나무로 조각된 마수를 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것은 아니야.”
검은 옷의 수련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푸른 옷의 수련자는 끙하고 앓더니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사형에게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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