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17
그 무렵, 반인반사 마수는 마침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홍접은 가볍게 몸을 날려 그 마수의 머리 위에 올라타더니 가볍게 아래를 가리켰다.
그러자 마수는 입을 크게 벌려 짙은 푸른색 기운을 토해냈다. 이 기운은 미친 듯이 확산되어 사방을 가득 채웠다. 심지어 화신기 수련자도 이 짙은 푸른색의 기운 속에서 발버둥 치며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갔다.
한제는 머리가 저릿했다. 그와 여인 사이의 거리는 상당했지만 푸른색의 기운이 뻗는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한제는 곧장 저물대에서 밀짚모자를 꺼내 쓴 후, 곧장 내달렸다.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앞을 스쳐지나갔다.
한제가 향하는 곳은 무태가 있는 곳이었다.
이 짙은 푸른색의 기운에 의해 4파 연맹국은 점점 얼음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4파 연맹국 수련자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고향을 힐긋 바라본 뒤 사방으로 흩어졌다. 검광들이 교차했다.
하지만 설역국 수련자들은 그들이 도망가게 두지 않았다.
한제는 병색이 완연한 그 중년 남자를 본 순간 4파 연맹국의 패배를 확신했다. 뿌리를 뽑아 화근을 철저히 없애버리려는 설역국 수련자들의 손아귀에서 4파 연맹국 수련자들이 도망칠 길은 없었다.
한제는 이 상황에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한 줄기의 잔영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더는 이곳에 남아 언제 닥쳐올지 모를 푸른 기운에 떨고 싶지 않았다. 그 푸른 기운에 닿기만 해도 곧장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리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홍접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는 신식으로 1천 리 밖에 있는 한 설산 봉우리 위에 검은 동굴이 하나 있음을 확인했다. 무태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한제는 순간이동으로 그 설산의 봉우리에 이른 후 곧장 동굴로 들어갔다. 무태는 아직 죽지는 않았으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한제는 그의 저물대를 뜯어가다시피 챙긴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설산 봉우리를 떠남과 동시에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설산 봉우리를 덮쳤고 그곳은 순식간에 얼음 봉우리로 변해버렸다.
한제는 이동하는 와중에 강력한 신식으로 무태의 저물대에 깃든 신식을 지워버린 후 안에 든 것을 살폈다. 한제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우정(雨鼎)은 역시 무태의 저물대 안에 들어 있었다.
한데 그 순간, 한제의 안색이 굳어갔다. 80층이 넘는 얼음 탑이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얀 옷의 노파 하나가 그 탑에서 나와 냉담한 눈으로 한제에게 오른손을 뻗었다.
한제는 곧장 몸을 뒤로 물리며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등 씨 가문을 멸할 때 아홉 핵심 구성원 중 마혼이 된 몇몇이 그의 미간에서 튀어나왔다. 그 마혼들은 나오자마자 곧장 노파에게로 달려들었다.
노파는 콧방귀를 뀌며 오른손을 살짝 튕겼고 그러자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마혼들은 곧장 얼음에 갇혀버렸다.
한제는 이를 악문 채 속으로 소리쳤다.
‘폭발, 폭발, 폭발!’
순간 얼음에 갇혀 있던 그 마혼들이 차례로 자폭하며 검은색 안개로 변해버렸다.
한제의 몸은 그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가 수천 리 밖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질주하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다시 미간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허이국을 제외한 나머지 마혼들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한제는 그들 역시 자폭시켜 자신의 자취를 감추게 했다.
한제는 단 몇 초 만에 수많은 마혼을 소진했다. 그의 뒤로 나타난 검은 안개는 더욱 짙어졌지만 등을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망칠 수 있을까 보냐!”
노파의 음침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80층이 넘는 얼음탑이 검은 안개를 꿰뚫으며 튀어나왔고 그 얼음탑 위에 선 노파는 흰옷을 바람에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한제는 돌아보지도 않고 내달렸다. 그의 오른손이 저물대를 두드리자 원영기의 시체 인형 하나가 한 줄기의 검은 연기가 되어 그의 뒤에 달라붙었다. 한제는 곧장 몸을 돌리며 두 손으로 결인을 한 뒤 두 눈에 붉은 빛을 번득였다. 이 붉은 빛이 시체 인형의 체내로 들어감과 동시에 한제가 낮게 외쳤다.
“가라!”
순간, 그 시체 인형은 마치 발광하듯 노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노파가 오른손으로 대지를 가리킨 순간, 지면에 쌓인 눈과 얼음이 예리한 칼날로 변해 불쑥불쑥 튀어나와 손쉽게 시체 인형을 붙들어 맸다.
한제의 두 눈에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폭발!’
시체 인형의 두 눈에 붉은빛이 번득였다. 그 예리한 칼날로 포위된 순간, 시체 인형의 온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 버렸다. 원영기 수준의 시체 인형이 자폭하자 그 위력은 상당했다. 게다가 그 위력은 확산되지 않고 노파가 있는 곳으로 집중됐다.
그와 동시에 자폭의 파동에서 한 줄기 붉은 빛이 빠르게 번득이며 노파를 향해 돌진했다. 한제의 극의 경계였다. 극의 경계는 화신기 수련자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신식의 바다를 한 번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노파는 붉은 빛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 원영기 시체 인형의 자폭에 미간만 살짝 구겼다. 그녀가 얼음 탑을 한 번 두드리자 순간 탑의 모든 창문 안에서 하얀 빛이 번득였다. 이 빛들은 순식간에 노파의 몸 앞에 응집되면서 1백 척이 넘는 크기의 얼음 방패를 형성했다.
하지만 노파는 그 붉은 빛이 얼음 방패를 곧장 통과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깜짝 놀란 노파가 손으로 막았지만 그 붉은 빛은 단번에 그녀의 신식의 바다를 침투해 들어갔다. 순간, 노파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순간적으로 두 눈이 멍하게 변했다.
금세 원상태를 회복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묻어났다. 게다가 그 찰나의 순간, 그녀의 몸을 막아주던 얼음 방패가 일부 깨지면서 흩어져 사라졌고 방패가 막아내지 못한 나머지 충격은 모두 노파의 몸에 그대로 쏟아졌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노파는 가벼운 신음을 흘리며 입고 있던 흰색 옷을 부풀렸다. 뒤이어 파박 하는 소리와 함께 시체 인형의 자폭으로 발생한 파동은 그 옷에 그려진 진에 의해 말끔히 흩어져 버렸다.
붉은 안개가 흩어져 사라진 뒤, 노파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녀는 찬 숨을 들이마시며 곧장 자리를 떠서 얼음 탑 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제는 시체 인형을 소환한 순간 이미 끝을 보기로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그는 지금 자신의 생사가 위기에 놓여 있음을 알고 있었다. 상대는 화신기 초기도 아닌 화신기 중기 수준의 절정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인물을 상대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양측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상대보다 더 빠르게 달아날 수 없는 법이었다.
이 전투를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더 많은 설역국 수련자들이 몰려들 테고 그러면 자신은 정말 끝이다.
속전속결! 상대가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있을 때 빠르게 상황을 끝내야 했다.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천천히, 한 줄기의 실이 튀어나왔다. 천벌의 가닥이었다.
사실 석주 공간으로 숨어 들어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노파의 눈앞에서 석주를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석주는 그의 가장 큰 비밀이었으며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노파가 극의 경계를 통한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순간, 천벌이 활성화되었다. 이 천벌의 가닥은 최후의 필살기로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도움을 준 존재였다. 그리고 오늘, 살아남기 위해 이것을 사용해야만 했다.
천벌의 가닥이 구름을 뚫고 올라간 순간, 하늘 위에는 층층의 붉은 구름이 나타났다. 이 구름은 기이하게도 눈 깜짝할 순간에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더니 빽빽하게 하늘을 채웠다. 짙은 푸른색 기운은 이 붉은 구름이 나타난 순간 감히 가로막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듯 알아서 길을 비켜주었다.
이는 시체 인형의 자폭에 따른 파동을 제거한 노파가 처음으로 본 광경이었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 붉은 구름을 본 순간 강렬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 무렵, 4파 연맹국 중심부에 있던 홍접은 수만 리 밖의 붉은 구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뒤쪽에 서 있던 주작국의 중년 남자 역시 병약한 기색이 사라진 채 기이한 눈으로 붉은 구름을 주시했다.
그는 몸을 훌쩍 날렸다. 홍접을 보호하는 직책도 버려둔 채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붉은 구름 쪽을 향해 질주했다.
한제는 창백해진 얼굴로 오른손을 살짝 떨었다. 눈앞의 노파는 얼음 탑 안으로 들어간 채 멀리 도망친 상태였다. 그는 눈빛을 번득이며 온 힘을 다해 천벌의 가닥을 조종했다. 그는 오른손을 매섭게 내리쳐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얼음 탑을 가리켰다.
순간, 붉은 구름 속에서 한 줄기의 붉은 번개가 내리쳤다. 이 번개는 비할 데 없이 빠르게 얼음 탑에 내리 꽂혔고 그와 동시에 붉은 구름 속에서 수많은 번개가 나타나 한데 모여들며 팔뚝만 한 자홍색의 번개를 형성했다. 이어서 그 번개는 우르릉 쾅쾅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얼음 탑 안에 숨어든 노파는 사방이 파멸적인 힘으로 구속되어 있음을 알아차렸고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이제 그녀도 저것이 천벌임을 알아챘다. 허나 겨우 원영기 후기에 불과한 수련자가 이런 천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자홍색의 천벌이 내리꽂히는 순간, 얼음 탑은 그 안에 숨어 있던 노파와 함께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한 번 천벌을 보게 된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막 1천 척 정도 달아난 그때, 한제는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신식을 느끼게 되었다. 그 거대한 신식이 그의 몸을 스치고 간 그때, 머리에 쓰고 있던 밀짚모자는 짙은 금색 빛을 번득였고 신식은 잠시 움찔하는 듯 하더니 곧장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갑자기 그 밀짚모자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열기가 체내로 흘러 들어간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창룡을 파괴한 중년 문인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모습이 떠올랐다.
깜짝 놀란 한제는 밀짚모자의 기능에 탄복할 틈도 없이 오른손으로 얼른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 석주 공간으로 들어갔다.
자홍색의 천벌은 노파의 얼음 탑을 파괴한 뒤 흩어져 사라졌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붉은 구름도 천천히 사라져갔다. 그때, 주작국에서 온 중년 문인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는 광기로 가득한 눈으로 사라져버린 천벌을 바라본 뒤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몸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기운이 발산되었다. 순간,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던 붉은 구름은 곧장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다시 응집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인도해줄 천벌의 가닥이 없어 그 붉은 구름은 더 이상 응결할 수 없었다.
허공의 중년 남자는 잔뜩 안달이 나 있었다. 그는 그 천벌이 자신의 삶에서 다시 얻기 어려운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붉은 구름은 더 이상 응결시킬 수 없었다. 눈앞에서 천천히 흩어져가는 붉은 구름을 보는 그의 심경은 참담했다.
조급한 마음에 중년 문인은 이를 악물고 검지 끝을 깨문 뒤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피로 그린 부호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의 부호는 완성될 때마다 허공으로 날아가 붉은 구름에 찍혔다. 점점 더 많은 붉은 부호가 붉은 구름에 찍혔고 그러자 구름이 흩어지는 속도도 조금 느려졌다.
허나 곧 중년 문인의 얼굴이 순간 구겨졌다. 붉은 구름은 언제라도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려는 듯 잔뜩 흐려져 있었던 것이다. 신통술로 그 붉은 구름을 잠시 고정시킨 상태였지만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붉은 구름이 사라진 곳을 채우듯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짙은 푸른색의 기운이 닿자 붉은 구름은 움찔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흩어져 눈 깜짝할 사이에 단 한 조각만 남게 되었다. 중년 문인은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며 이를 악물고 몸을 앞으로 날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붉은 구름 속으로 돌진했다.
그의 몸이 붉은 구름에 닿은 순간, 가늘고 얇은 자홍색의 번개들이 곧장 그의 체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붉은 구름은 결국 흩어져 버렸다.
중년 남자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잔뜩 그늘이 져 있었다. 그는 이전에 신식으로 사방을 둘러봤지만 얼음 탑 외에 어떤 수련자의 존재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한 덩어리의 금색 빛이 그의 신식 아래 탐지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탐지된 순간 그는 신식으로부터 통증을 느끼는 바람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신식을 펼쳤을 때, 그 빛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주먹을 쥐고 소리 높여 외쳤다.
“천벌을 일으킨 도우여, 난 주작국의 오우지다. 도우가 다시 한 번 천벌을 일으켜준다면 깊이 감사를 표하겠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사방에서는 어떤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중년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향해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먼 곳에서 비참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거대한 팔뚝과 푸른색 피가 그의 힘에 의해 뜯겨져 나온 상태였다. 중년 문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그 팔뚝을 꽉 쥐어 가루로 부숴버렸다.
석주의 변화
중년 문인에 의해 한쪽 팔을 뜯긴 것은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마수였다. 그 머리 위에 서 있던 하얀 옷차림의 여인 홍접의 눈빛은 덤덤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진한 분노가 어려 있었다.
“만약 그 짐승이 내 일을 망치지 않았다면 오늘 이 오우지는 엄청난 득을 봤을 것이다. 한쪽 팔만 뜯어낸 것을 감사하게 여겨라. 홍접,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중년 남자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느릿하게 말했다.
홍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 있는 일곱 명의 장로들 역시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중년 남자는 몸을 훌쩍 날렸고 어느새 다시 병약해진 모습으로 홍접의 곁에 서 있었다.
4파 연맹국의 수련자들은 그 뒤로 이어진 1년 동안의 토벌에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소수의 몇몇만 이름을 숨긴 채 새로운 설역국 안에서 살아갔다. 설역국의 수많은 일반인들은 이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홍접은 이 새로운 설역국에서 1년을 산 뒤 중년 남자를 따라 주작국으로 향했다.
허나 설역국 수련자들의 대대적인 탐색에도 우정(雨鼎)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우정이 분명 숨어 있는 4파 연맹국 출신 수련자의 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과 바람이 계속해서 내려 새로운 설역국은 줄곧 추위로 뒤덮였다. 얼음 탑이 대지에 우뚝우뚝 솟아올랐다.
3년 뒤, 이 대지는 완벽한 설역국이 되어 버렸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5년이 지나갔다. 설역국의 북쪽으로 3만 리 이상 떨어진 곳의 얼음으로 덮인 땅 위, 일곱 가지 빛이 번쩍거리며 하나의 인영이 천천히 응결되었다. 바로 한제였다.
흙의 령을 흡수한 뒤 석주에는 기이한 변화가 있었다. 원래는 어떤 영기도 없었던 그 공간에 영기가 생겨났고 이 영기는 바깥 세상에 존재하는 영기보다 훨씬 순수했다. 한제는 선계(仙界)의 영기를 마주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비교를 해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선계의 영기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장 큰 변화는 석주 공간 안에 있는 띠 형태의 발광체였다. 그 발광체들은 전부 한데로 모여 그 석주 공간 상공에서 다섯 개의 거대한 빛 덩어리를 이루었다. 이 빛 덩어리 중 세 개는 밝은 금색이었고 하나는 분명 빛으로 번득이기는 하나 다른 것들보다 확연히 어두웠다. 마지막 빛 덩어리는 완전히 어두워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제는 석주 공간 안에 숨어 있던 지난 몇 해 동안 줄곧 그 다섯 개의 빛 덩어리를 관찰했다. 그를 통해 그는 그 다섯 개의 빛 덩어리가 석주가 흡수한 오행의 속성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됐다. 밝은 금빛으로 번득이는 세 개의 빛 덩어리는 각각 가득 채워진 물, 불, 흙의 속성, 반쯤 밝혀진 빛 덩어리는 나무 속성, 그리고 완전히 어두운 빛 덩어리는 금속 속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