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33
하늘은 어두웠고 이따금씩 예리한 칼날과 같은 공간의 균열들이 나타났다.
한제는 허공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선계의 조각은 이전의 두 곳과는 분명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은 마치 언제든 붕괴해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특히 이따금씩 나타나는 공간의 균열은 사람을 삼키려는 마혼의 입처럼 두렵고 끔찍했다.
한제는 미간을 구겼다. 대나검종에서 왜 이렇게 험악한 곳에 전송진을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마 이런 환경일수록 품고 있는 선계의 영기가 더 많은 것일까?
그런 의문을 안고 한제는 전송진을 벗어나 신식을 펼친 뒤 최대한 공간의 균열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한데 지면까지 1천 척도 남지 않은 그때, 갑자기 한 갈래 공간의 균열이 한제 곁에서 조용히 벌어졌다.
한제는 심장이 덜컥했다. 신식으로도 미처 감지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는 재빨리 수십 척을 도망쳤다.
공간의 균열은 나타났을 때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거의 한 순간이었다.
한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살폈다. 왼쪽 일부가 무언가에 의해 삼켜진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한제는 신중하게 사방을 살폈다. 그가 보기에 이곳의 위험함은 고대 신의 땅에 비견할 만했다. 이 공간의 균열이 나타날 때까지 감지할 수조차 없다는 점이 특히 문제였다.
한제는 조심스럽게 조금씩 하강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끝에 그는 거의 2각에 달하는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지면으로부터 1백 척 정도 상공까지 내려왔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고도였다. 공간의 균열이 비교적 적을 뿐만 아니라 지면에 흐르는 용암의 영향도 덜 미쳤다. 한제는 거기서 더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는 대나검종에서 왜 이곳에 전송진을 만든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때때로 우르릉 소리가 지면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화염이 끓어오를 때는 기포가 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천천히 하늘을 날며 살핀 끝에 한제는 이 선계의 조각에 대해 차차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여태 보았던 세 개의 조각 중 가장 작은 이 조각의 동남쪽에는 입구가 움푹한 동굴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특이한 것은 없었다.
한참 뒤, 한제는 그 커다란 동굴 위에 이르러 아래를 바라보았다. 동굴 안은 시커먼 어둠뿐이었다.
한제는 며칠을 들여 이 선계의 조각을 조심스럽게 탐색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동굴 위로 돌아왔다.
한데 한제가 그 동굴로 진입하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하늘이 확 밝아지더니 전송진 하나가 상공에 나타났다.
한제는 내심 기뻤다. 동굴에 들어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던 차에 나타난 저 사람이 앞길을 뚫어준다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확실히 줄어들 터였다. 한제의 모습이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상공의 전송진에서는 각자 보검 한 자루씩을 등에 맨 두 사람이 전송진에서 빠져나왔다. 둘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여섯째 사제, 여기는 처음이지? 공간의 균열들을 조심하라고. 아주 위험하니까 말이야. 항시 미심결(彌尋訣)을 운용하는 것 잊지 말고!”
그의 곁에 있던 사람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그러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 커다란 동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두 사람 곁에는 몇 차례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지만 두 사람은 마치 미리 이를 감지하기라도 한 듯 그 공간의 균열이 나타나기 바로 직전에 안전한 곳으로 훌쩍 피하곤 했다. 덕분에 그들은 한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동굴 상공에 이를 수 있었다.
화신기 초기 수준인 두 수련자는 한제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셋째 사형, 여기가 당시의 선수부(仙獸府)입니까?”
여섯째 사제라 불린 이는 커다란 동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이곳은 당시 선계에 존재하던 선수부 16개 중 하나가 있는 곳이지. 시조께서 선계에 여러 차례 방문하시면서 우연히 찾은 곳이지만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분명 적지 않을 거야. 저번에 왔을 때는 선수(仙獸)의 령(靈)을 찾으러 온 무리를 셋이나 만났거든.”
셋째 사형이라 불린 자가 말했다. 잠시 후 그는 마치 뭔가 생각난 듯 신신당부했다.
“이곳에 들어간 다음에는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없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해.”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아래로 내려와 동굴에 진입했다.
한제는 조용히 나타나 기척 없이 그들을 뒤쫓았다. 신식을 펼친 그는 신중하게 사방을 둘러보며 두 사람을 주시했다.
“셋째 사형, 선수의 령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남아 있는지 어떻게 알죠? 게다가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저희 두 사람의 힘으로는 얻어내기 힘들지 않을까요?”
“선수의 령이 만약 정말로 남아 있다면 그 오랜 시간 선계의 기운이 희박한 이곳에서 한참 약해졌을 거야. 일단 하나라도 찾아 생포해간다면 우리는 엄청난 공을 세우게 되는 셈이지. 당시 시조께서 천순성(天盾星)을 통일해 우리 대나검종의 이름을 세운 것도 이곳에서 선기수(仙麒獸)의 령을 한 마리 찾아낸 덕분이지 않겠나?”
두 사람의 말을 듣던 한제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선수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추측할 수는 있었다.
이곳은 선계의 선수들이 서식하던 곳이었다. 당시의 재난은 선계의 선수들까지 멸종시켰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선수들은 이곳에서 묵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바로 대나검종에서 이 선계의 조각에 전송진을 만들어놓은 이유였다.
한제는 그들의 뒤를 따라 한층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 커다란 동굴은 그다지 깊은 편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이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바닥에 이르자 곧장 앞쪽으로 향했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던 한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곳의 바닥은 거대한 별천지였다. 사방에는 마치 벌집처럼 수많은 입구가 촘촘했다.
한제는 앞의 두 사람을 따라 그중 하나의 입구로 들어섰다.
한데 앞서 가던 두 사람이 전방 1천 척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들 앞에는 큰 날개를 가진 새 모양의 수백 척 크기의 돌 조각상이 하나 있었다.
“당시 시조께서 선기수를 발견하신 곳이야. 사제, 날 엄호하도록 해. 난 선계의 기운을 채취해야 하니까.”
여섯째 사제는 그의 말을 듣고 얼른 등에 매었던 보검을 꺼냈다. 보검은 곧장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르더니 신중하게 사방을 살폈다.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동정이라도 보인다면 제일 먼저 달려들 모양이었다.
셋째 사형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사제를 일별한 뒤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무슨 신통술을 썼는지 그의 두 팔에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튀어나왔다. 사내가 낮게 기합을 넣자 두 손이 돌 조각상을 꾹 눌렀고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돌 조각이 옆으로 스르륵 이동했다.
사내는 창백한 얼굴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바꾸어 강한 바람을 그 조각상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돌 조각은 다시 한참을 이동했고 그 아래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그곳으로부터 선계의 영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원신(元神)
사내는 얼른 저물대에서 푸른색의 작은 조롱박 하나를 꺼내 선계의 영기를 담았다.
“사제, 이번 수확은 나쁘지 않은데? 이 선계의 기운은 두 개의 결정을 맺기에 충분할 정도야. 우리 둘이 하나씩 차지할 수 있겠어. 문파의 요구는 달성한 셈이군.”
사내는 하하 웃더니 두 손으로 돌 조각을 꾹 눌렀다. 그러자 돌 조각은 다시 천천히 이동하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섯째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조롱박을 보고 말했다.
“세령호(洗靈葫)로군요.”
셋째 사형은 단약을 꺼내어 한 알 복용하고는 손에 든 조롱박을 한 번 흔들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시조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지. 우리 대나검종 전체를 통틀어 세령호는 딱 세 개 뿐이야. 이 보물을 가지고 있는 한 전력을 다해 응집하지 않아도 선계의 영기는 빠르게 이 안으로 모여들지.”
신식으로 그 장면을 살피고 있던 한제는 그 조롱박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굉장한 법보였다. 만약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시간과 힘을 아끼면서도 더 많은 선계의 영기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한제는 입가에 냉소를 띄웠다. 어차피 대나검종과 척을 진 상태였으니 법보를 빼앗는 데 거리낄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은 모두 화신기 초기 수준이었고 여섯 째 사제는 이제 막 화신기에 이른 자에 불과했다. 다만 두 사람의 손에는 강력한 법보가 있으니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였다.
잠시 고민한 끝에 한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기회를 살피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조롱박을 챙긴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옆쪽의 다른 동굴로 날아갔다.
동굴은 굉장히 구불구불하고 복잡해 만약 두 사람에게 신식을 고정해두지 않았다면 벌써 길을 잃고도 남았을 것 같았다.
한참 이동하던 중 갑자기 셋째 사형이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먼 곳을 응시했다. 그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그의 눈길이 닿은 것은 한 구의 해골이었다. 동굴 벽에 비스듬히 기댄 해골은 한손으로 빛 덩어리를 쥐고 있었는데 그 빛 덩어리에서는 융합의 빛이 어룽어룽 빛나고 있었다.
신식을 펼친 한제가 미간을 구겼다. 정말 이상한 해골이었다. 회백색의 머리칼도 이상했다. 이런 곳에 해골이 있는 것이야 그리 이상할 것이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면 해골은 색도 변하고 침식도 되는 것이 정상인데 이 해골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다.
또한 해골의 손에 쥐고 있는 빛 덩어리에서는 선계의 영기가 흘러넘치는 듯해 결코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한제는 왠지 모를 위기감에 경계심을 높인 채 상황을 관망했다.
“사제, 가서 저 해골의 손에 들린 빛 덩어리가 뭔지 봐봐.”
여섯째 사제는 사형의 말에 잠시 망설인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한데 그가 해골의 몇 발짝 앞에 이르러 더 자세히 살피려고 몸을 내민 순간, 한제의 경계심과 위기감은 한층 높아졌다.
바로 그 순간, 셋째 사형이 불쑥 소리쳤다.
“물러나!”
그는 외침과 동시에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등에 매여 있던 보검이 날아오르며 한 줄기 검광을 쏘아 보냈다. 그 검광은 질주하듯 내달려 여섯째 사제 앞의 허공을 때렸다.
해골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나 해골의 손에 들려 있던 빛 덩어리가 날아오르더니 그 안에서 튀어나온 한 줄기의 얇은 선이 전광석화처럼 여섯째 사제의 미간을 향했다. 그러나 그때 검광의 공격이 이어졌고 그 얇은 선은 비명을 내지르며 방향을 틀어 옆쪽의 동굴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섯째 사제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셋째 사형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제, 쫒아가자!”
셋째 사형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 얇은 선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여섯째 사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사형의 뒤를 따랐다.
“사형, 그건 뭡니까?”
“오늘 우리 운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만약 내가 제대로 본 것이 맞다면 그것은 선수(仙獸)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야. 저게 있는 곳에는 선수의 령도 존재하는 법이지. 좀전의 해골은 저것을 기습하려다가 온몸의 살을 뜯어 먹힌 모양이군.”
셋째 사형은 얇은 선을 쫓으면서 설명했다.
“선수의 식량일 뿐인데 저토록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니… 만약 방금 그것이 제 미간을 뚫고 들어왔다면 저 역시 그런 해골이 되었겠네요.”
여섯째 사제는 고개를 숙이고 느릿하게 말했다.
“사제, 많이 놀랐겠군. 내가 좀만 일찍 눈치챘다면 사제에게 알아보라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겁먹을 것 없어. 저것은 어떤 신통술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통력을 가진 법술을 두려워하지. 그러니 저것이 체내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검기 한 번으로도 둘로 쪼개버릴 수도 있어.”
셋째 사형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둘은 선수의 식량을 뒤쫓았고 한제는 두 사람을 뒤쫓았다. 그는 속으로 냉소했다. 전방에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정은 상당히 두터워보였으나, 한제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셋째 사형의 속내가 얼마나 검은지 알 수 있었다.
방금의 변고가 발생하기 전, 분명 셋째 사형은 상황의 수상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사제를 시켜 살피게 만든 것은 그 때문이었다. 사제를 미끼로 선수의 식량을 꾀어내기 위한 수작이었다.
추격하는 와중에 점점 아래쪽으로 향했고 이미 동굴의 깊숙한 곳에 이른 상태였다.
셋째 사형은 약간 불안함을 느꼈다. 이전에 한 번 이곳에 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깊은 곳까지 와본 적은 없었기에 계속해서 추격을 해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제의 신식은 그 선수의 식량이 속도를 한층 늦추더니 끄트머리에 있는 주먹만 한 구멍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한제의 신식 역시 그것을 면밀하게 뒤쫓아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안으로 신식을 들여보낸 순간, 한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 작은 구멍의 안쪽에 자리한 사방의 벽에는 수많은 얇은 선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얇은 선들의 한쪽 끝은 벽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다른 한쪽 끝은 느릿하게 부유하듯 움직였다.
그 작은 동굴의 중앙에는 한 덩어리의 하얀색 옥이 있었다. 짙은 선계의 영기가 그 옥으로부터 발산되었다.
그리고 그 옥의 곁에는 한 구의 해골이 있었고 그 시커먼 해골에서 줄기줄기 시커먼 빛이 피어올랐다.
그 해골을 덮은 옷의 가슴팍에는 금색의 얇은 철판이 있어 위엄이 있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 해골의 손에는 한 자루 비검도 들려 있었는데 그 모양이 이전에 환상에서 보았던 그 선검(仙劍)과 상당히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