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34
하지만 한제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검은색의 얇은 선 하나가 해골을 뚫고 들락날락하는 모습이었다. 그 검은 선이 구멍을 낼 때마다 해골은 마치 부활하는 것처럼 미약하게 꿈틀거렸다.
한제는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 움푹 팬 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금번을 꺼내 흔들자 그의 몸은 사방의 벽과 다를 바 없이 보였다.
두 수련자 중 셋째 사형도 신식을 펼치고 있던 터라 곧장 그 작은 동굴 안의 이상을 알아차리곤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져갔다. 그 작은 동굴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선계의 식량이 존재했다.
곧 이어 여섯째 사제의 얼굴도 굳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줄기줄기 얇은 선이 갑자기 그 작은 동굴에서 빠져나와 은색 광선이 되더니 질주하듯 내달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 앞에 이르렀다.
셋째 사형은 질겁한 얼굴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쳤다.
“쌍검임세(雙劍臨世)!”
보검이 높이 솟아올라 아래쪽으로 휙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여섯째 사제 역시 이를 악물고 보검을 솟아오르게 해 교차시켰다.
순간, 두 개의 검기는 마치 커다란 용처럼 교차해 포효하며 내리쳤다. 그 기운에 닿은 얇은 선들은 전부 사라졌다. 그 검기가 작은 동굴에 내리쳐진 순간, 30척 길이의 틈이 벌어졌다. 그러자 선수부(仙獸府)의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그 틈에서 더욱 많은 얇은 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선들 사이에서 유일한 검은 선은 더욱 두드러졌다.
“가라!”
셋째 사형은 한 마디 고함을 치더니 곧장 뒤로 물러났다. 여섯째 사제가 그 뒤를 쫓았다.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머리가 저릿해지는 느낌이었다.
허나 두 사람의 속도는 선들을 능가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얇은 선들은 하늘을 뒤덮을 듯 그들을 추격해왔다. 막 그 선들에 뒤덮이려던 순간, 셋째 사형의 표정이 변하더니 곁에 있는 여섯째 사제의 등을 눌렀다.
“셋째 사형, 뭐하시는 겁니까?”
여섯째 사제는 번쩍 고개를 들더니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셋째 사형의 팔을 붙잡았다.
그 순간, 그의 전신에 흐르는 기운이 급변하더니 경지가 빠르게 증폭해 눈 깜짝할 사이 화신기 중기에 이르렀다. 그 변화에 셋째 사형의 얼굴에 충격이 떠올랐다. 그는 상대에게 저물대와 보검을 빼앗긴 채 뒤쪽으로 내던져졌다.
“너⋯⋯.”
셋째 사형은 크게 놀란 얼굴로 말도 맺지 못하고 수많은 선들에 뒤덮이고 말았다. 선들은 그의 전신을 뒤덮고 그 안으로 뚫고 들어갔으며, 눈 깜짝할 순간에 한 화신기 초기 수준 수련자의 육신은 뼈만 남게 되었다.
그의 원신(元神)이 체내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 순간, 여섯째 사제가 눈을 번득이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하여 몇 줄기 법술로 그 원신을 가로막았다.
원신은 흠칫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그때, 뒤에서 나타난 한 줄기의 검은 선이 번개가 되어 그 원신을 뚫고 들어갔다. 순간 원신은 그대로 검은 선에 흡수되어버렸다.
“미안합니다, 사형!”
여섯째 사제는 신식으로 그 장면을 확인한 뒤 더욱 빨리 움직였다. 사형을 미끼로 쓴 덕분에 그는 목숨을 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자가 바로 곁을 지나치는 순간에도 한제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여섯째 사제가 한제의 곁을 스쳐지나간 후 머지않아 수많은 얇은 선들이 놓칠 수 없다는 듯 그를 뒤쫓았다.
한데 그 검은색 선은 한제가 숨어 있는 곳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한제는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도 검은 선은 이내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선들이 모두 지나간 뒤로도 한제는 잠시 더 기다렸다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검기에 의해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한제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동굴 안에 나타난 순간 그 동굴 안쪽의 벽에 다시 얇은 선들이 나타나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가볍게 손에 든 금번을 한 번 흔들었다. 그의 몸은 곧장 검은 안개에 휩싸여 선들의 접근을 막았다.
한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골의 손에 들린 비검을 쥐었다.
하지만 그 비검에서는 거대한 위압감이 번득였고 한제의 손은 마치 가시에 찔린 것처럼 순간 작은 핏방울들이 송글송글 맺혔다. 한제는 놀라 얼른 손을 거두었다.
이때 동굴 밖으로 나갔던 얇은 선들은 이미 방향을 돌려 돌아오고 있었다. 가장 앞서 있는 것은 그 기이한 검은색 선이었다. 한제는 신식으로 그 사실을 확인한 뒤 비검을 포기하고 그 곁의 옥을 쥐었다. 옥은 곧장 그의 손에 들렸다.
옥을 챙긴 그는 최대한의 속도로 동굴을 빠져나가 내달렸다.
그가 떠난 순간, 그 얇은 선들은 동굴 안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분노에 찬 포효가 들려오고 검은 선이 맹렬하게 밖으로 빠져나와서는 한쪽 끝을 빠르게 흔들더니 조금 뒤, 한제가 도망친 방향으로 향했다.
재탐사
한제는 낼 수 있는 한 최대의 속도로 하나하나의 동굴을 지나면서 자신의 신식을 심은 유혼들을 내보냈다.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제는 곧 유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신식을 통해 검은색 선이 바람처럼 움직이며 동굴의 벽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굉장한 속도로 한제의 유혼들을 하나하나 제거했다.
선수부의 동굴은 굉장히 많았지만 그 대부분은 재난에 의해 깊이 매장되었고 방금 두 개의 검이 내보낸 검기의 공격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동굴들도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달려드는 검은색 얇은 선의 기세에 동굴들이 붕괴됐다.
한제는 순간이동을 몇 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매번 사방에서 기이한 힘이 엄습해 와 불가능했다.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더는 시도하지 않고 대신 속도를 더 높여 위로 솟아올랐다.
머지않아 그는 유혼의 수가 더 이상 줄지 않는 것을 느꼈다. 검은 선이 한제의 위치를 잃은 모양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사방에서 우르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제는 얼른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순간 그의 앞에 있던 커다란 동굴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은 한제는 이 선수부(仙獸府)에서 반 이상이 이미 깊은 땅 아래로 매장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곧장 떠나지 않고 신식으로 사방을 훑었다. 한데 그러던 중 놀랍게도 멀지 않은 곳에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여섯째 사제를 발견했다. 게다가 그는 한제가 있는 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한제는 약간의 경계심이 생겨났다. 저자는 절묘한 순간에 이를 때까지 본래의 경지를 숨긴, 위험하고 악독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발견하고는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저자가 안 좋은 마음을 품고 있다면 한제는 그를 죽이고 보물들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상대는 화신기 중기 경지의 수련자이긴 했지만 자신이 가진 법보라면 8할 이상의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한제가 금번을 휘두르자 순간 그를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잠시 후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손목에 감긴 구수권을 매만지며 여섯째 사제가 오기를 기다렸다.
머지않아 누군가가 돌벽을 뚫고 나왔다. 그는 곧장 경계하는 태세를 갖추더니 한제를 바라보았다.
한제를 자세히 살피던 그는 하하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도우, 이 붕괴하는 선수부 안에 이제는 도우와 나 둘만 남은 것 같군.”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상대에게 아직도 숨겨진 경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붕괴하는 선수부에서 살길을 찾아 나가지 않고 이리로 온 이유는 뭔가?”
한제가 심드렁하게 묻자 사내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도우는 줄곧 나를 따라왔으니 그 선계의 식량을 봤을 테지.”
한제는 빙긋 웃으며 짓궂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여섯째 사제는 기이한 빛을 번득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피할 생각 말게. 난 손뢰라고 하네. 사실 난 대나검종의 사람이 아니라 그 종파에 잠입한 사람일 뿐이네.”
한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뢰는 별 뜻 없이 한 걸음 다가왔다. 허나 한 걸음을 더 옮기려던 순간, 그는 한제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 그 자리에 멈추었다.
“한 걸음만 더 다가온다면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
한제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손뢰는 잠시 망설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도우, 내게 숨기는 것은 없네. 선계의 식량이 있던 동굴 안에는 세 개의 중요한 물건이 있었네. 그중 하나는 선옥(仙玉)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검(仙劍)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금색 쇳조각이었어. 도우는 그중 몇 개나 손에 넣었나?”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검은 선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바람에 아무 것도 얻지 못했네.”
손뢰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의 사내는 화신기 초기임에도 어쩐지 신식이 너무나 기이했다. 만약 자신이 신식을 간파하는 공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았다면 저자가 뒤따라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터였다.
심지어 그런 공법을 익혔는데도 상대의 곁을 스쳐지나간 순간에야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에 그는 모종의 비법으로 상대의 신식 파동을 기억한 후에야 가까스로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상대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준을 숨기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상대가 전혀 겁먹지 않는 것을 보며 그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연히 상대를 건드려 화를 불러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또한 사방의 돌벽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위험한 기운도 두려웠다. 이 기운은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선 순간 급격하게 강력해졌다.
손뢰는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한 뒤 말했다.
“도우, 그 선옥은 무수한 시간 동안 응집된 선계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네. 허나 그보다 더 중한 것은 바로 그 선검이지. 내가 그 검을 슬쩍 살펴보니 어떤 속성을 가진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네. 또한 그 금색 쇳조각은 내 생각에는 모종의 방어도구 같더군.”
한제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한제에 대한 손뢰의 평가는 더욱 높아졌다. 자신이 말한 것들을 한제도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기 때문이다.
“도우, 혼자서 그 수많은 선계의 식량을 피해 세 개의 중요한 법보를 손에 넣기란 굉장히 힘들겠지만 만약 우리 둘이 손을 잡는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지지 않겠나!”
한제는 씨익 웃으면 물었다.
“내가 왜 그쪽을 도와야 하지?”
손뢰는 흠칫 놀랐으나 본디 영리한 그는 얼른 대답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선검 뿐이네. 나머지 두 개는 모두 자네에게 넘기지. 어떤가?”
한제가 대답 없이 고개를 저었다.
손뢰는 약간 구겨진 얼굴로 원망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도우가 선검을 가져가고 대신 나머지 두 개는 내게 주게. 도우 정도의 식견을 가진 자라면 그 선검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겠지. 선옥이나 쇳조각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검이야. 허나 선옥과 쇳조각을 합한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
한제는 잠시 고민했다. 그 선검에는 강한 위력의 금제가 걸려 있어서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 이상 그것을 들고 나올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손뢰는 그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듯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한제가 빙그fp 웃으며 말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선검이 아니네.”
손뢰는 한시름 놓은 듯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함께 다시 동굴로 돌아가보는 것이 어떻겠나?”
한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나머지 두 개의 보물에 대해서도 흥미가 없네.”
“이보게!”
손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상대가 수준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면 일찍이 상대를 죽였을 것이다. 화신기 초기 수준의 수련자를 상대로 이곳에서 시간을 끌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손뢰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화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상대가 저럴수록 숨겨진 수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에게 이렇게 뻣뻣하게 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