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35
한제는 조금의 변화도 없는 얼굴로 손뢰를 바라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도우, 선검을 얻는 데 내 도움을 받는 대가로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두 개의 법보를 주려 하다니,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세 살짜리 아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걸세.”
손뢰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피식 웃으며 물었다.
“도우,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뭔가?”
쓸 데 없는 말을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상대가 계속해서 뻣뻣하게 구는 이상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수많은 공간의 균열들을 마치 예견한 듯 잘 비켜가던데⋯⋯.”
한제는 침착하고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손뢰는 하하 웃으며 저물대를 두드리더니 옥패 하나를 한제에게 던졌다.
“미심결(彌尋訣), 대나검종의 신통술이지. 가져가게.”
한제는 받아 든 옥패를 한 번 살핀 뒤 품에 집어넣고 말했다.
“호쾌하군.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 셋째 사형의 저물대에 있는 그 푸른 호리병도 내게 넘긴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자네를 돕도록 하겠네!”
“안 돼!”
손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 세령호(洗靈葫)는 내가 대나검종에 들어가 반드시 손에 넣으려고 했던 물건이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한제가 미간을 구겼다.
손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도우, 내가 선검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면 세령호 대신 세령(洗靈)의 나무를 주겠네. 세령호에 비하면 좀 떨어지지만 선계의 기운을 흡수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네!”
말을 마친 그는 못내 아쉽다는 듯 저물대에서 한 조각의 흰색 나무를 꺼내 한제에게 보여준 뒤 다시 챙겨 넣었다.
한제는 잠시 고민했다. 세령호 하나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법보를 넘기려고 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도 좋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위험한 이 선계에서 법보를 많이 소진한 후에 홍접이나 다른 높은 수준의 수련자를 맞닥뜨리게 된다면 더욱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 나무 조각을 넘기면 자네를 돕지. 허나 선검을 손에 넣을지 여부는 자네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네. 만약 그 안에 들어갔는데 선검을 얻지 못했다고 해도 그 세령의 나무는 내게 넘겨야 하네.”
손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대신 세령의 나무는 동굴 입구에 이른 뒤에 넘겨주겠네. 그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한제는 씨익 웃으며 소매를 휘둘렀다.
“앞장서게!”
손뢰는 몸을 날려 이미 무너져 내린 동굴 입구를 넘어갔다.
그와 한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아직 상대를 완전히 믿지 못했기에 서로를 경계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거리였다.
손뢰는 속으로 차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네가 경지를 숨기고 있다고 해도 선검을 얻은 즉시 네놈을 죽여 버리고 말 것이다.
이는 그가 경지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제를 두려워하면서도 도움을 요청한 이유였다.
둘 모두 과감한 사람이었다. 의견의 일치를 본 후로 망설임이라고는 없었다.
둘은 동굴을 하나하나 지나 선검이 있는 동굴에서 3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렀다. 멀찍이 시커먼 동굴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부근에는 해골이 한 구 있었다. 손뢰가 죽인 셋째 사형의 해골이었다.
“선수는 식량을 삼킬수록 더욱 강해졌지. 허나 우리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 이 선수부(仙獸府)에 그렇게 많은 식량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네. 이 모든 것은 그 검은색 식량 때문일 거야! 도우는 그 검은색 식량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고 있나?”
손뢰는 멀리 있는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한제는 덤덤하게 답했다.
“그 검은색 해골과 관련이 있겠지.”
그는 처음으로 신식을 펼쳤을 때 그 검은색의 얇은 선이 검은 해골 안팎을 오갔고 그때마다 해골이 부활할 것처럼 꿈틀거리던 것을 기억해냈다.
“도우의 식견은 과연 범상치 않군. 그 검은색 식량은 분명 아주 오래 전 선계에 재난이 일어났을 때 그 해골의 육신을 뜯어먹고 그 원신도 삼켜버린 모양이네. 그리고 해골 안에 숨어서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법력까지 가지게 된 거지. 이곳에 선계의 식량이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일 거야. 그 녀석이 퍼뜨린 자손이 아닌가 싶네.”
손뢰는 저물대에서 몇 개의 옥패를 꺼낸 뒤 그것을 사방의 지면에 살짝 내려놓으며 말했다.
한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우, 내가 법술로 그 선계의 식량들을 꾀어내면 함께 그것들을 최대한 소멸시키세. 그러다가 검은색 선이 나타나면 곧장 도망쳐 아까 만났던 그곳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하지.”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목에서 하늘로 솟아오른 구수권은 푸른색 두꺼비가 되어 지면에 착지했다.
“뇌와(雷蛙)!”
손뢰는 다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한제가 수준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희귀한 상급 영수를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작하지!”
한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각자가 품고 있는 생각
손뢰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낮게 기합을 넣었다. 순간, 그의 등에 매여 있던 보검이 솟아올라 한 줄기 검광이 되더니 긴 무지개처럼 우르릉 소리를 내며 동굴 안으로 질주했다.
순간, 그 안에서 음울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보검이 방향을 돌려 돌아왔고 그 뒤로 얇은 선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듯 튀어나왔다.
그 선의 덩어리는 동굴 밖으로 나온 뒤 무수히 많은 선들과 빽빽하게 한데 얽혀 달려들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저릿해지는 광경이었다.
손뢰가 크게 소리치자 그가 미리 지면에 배치해둔 옥패들이 즉각 펑펑 터지며 일곱 빛깔의 연기를 피워 올렸다. 지면에서부터 피어오른 연기는 선계의 식량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순간 하나하나의 얇은 선들은 뒤틀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끊임없이 경련했다.
하지만 이 얇은 선들의 수는 너무나 많아 순식간에 일곱 빛깔 연기를 씻은 듯 흩어버렸다. 손뢰는 몸을 뒤로 물리며 비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굵직한 검기들이 질주하듯 내달려 그 얇은 선들에게 쏟아졌다. 한 줄기의 검기가 쏟아질 때마다 수많은 얇은 선들이 소멸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통로는 시종일관 그 얇은 선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것들은 아무 것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쪽으로 나서며 앞을 가로막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삼켜버렸다.
손뢰가 끊임없이 후퇴하자 한제는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뇌와가 배를 부풀렸다.
그 안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어서 번개공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번개공은 번쩍거리며 앞으로 질주했고 얇은 선들은 낫에 썰려나가는 것처럼 분분히 구부러져 소멸했다.
손뢰는 입을 떡 벌렸다. 그 번개공의 위력이 그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한 탓이었다. 한제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짙어졌다.
그 번개공은 우르릉 쾅쾅 소리를 내며 수백 척을 밀고 나갔고 잠시 주변이 말끔해졌다. 허나 곧 얇은 선들이 끝도 없이 튀어나와 다시 달려들었다.
한제는 몸을 뒤로 물리며 오른손으로 뇌와를 가리켰다. 뇌와는 포효하며 배를 다시 부풀렸다가 또 하나의 번개공을 토해냈다. 번개공은 곧장 얇은 선들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자 얇은 선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번개공이 내뿜는 빛에 닿지 않으려는 듯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날카로운 포효가 터져 나오더니 뒤이어 그 가는 선들 사이에서 검은 선이 나타났다.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선은 번개공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연이어 두 개의 번개공을 토해낸 뇌와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한제는 그 검은 선이 나타난 순간 뇌와를 다시 구수권으로 되돌려 손목에 감은 후 지체 없이 몸을 돌려 달아났다. 이번에도 그 과정에서 유혼들을 불러냈다.
손뢰는 한제가 선들의 추격을 받는 동안 동굴에 들어가 선검을 찾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으나, 위험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결국 그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한제와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달아났다.
한편 그 검은 선은 번개공을 뚫고 들어가더니 꿈틀거렸다. 번개공은 곧장 줄어들다가 결국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며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자 그 검은 선은 날카롭게 포효했다. 녀석의 몸은 이제 약간 보랏빛을 띤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심지어 은근한 전류까지 흐르는 듯했다.
검은 선은 몸을 웅크렸다가 앞으로 쏘아지듯 튕겨나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신식을 고정시킬 수도 없었다.
녀석이 선택한 상대는 한제가 아니라 손뢰였다.
한제는 도망가던 도중에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금번을 흔들어 방비를 해둔 후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는 단약을 삼켰다. 구수권에서 피어오른 흡인력이 그의 영력을 쭉쭉 빨아들였다.
잠시 후 기운을 차린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나 그의 표정은 약간 구겨져 있었다.
“이번에는 한나절이나 영력을 흡수했군. 뇌와가 소진한 기력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야. 구수권이 좋긴 한데 단점도 너무 크단 말이지.”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훌쩍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가 움직이자 살아남은 유혼들이 돌벽을 통과하여 한제의 미간으로 돌아왔다. 한제는 유혼의 수가 줄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보아하니 그 검은 선은 손뢰를 쫓아간 모양이었다.
머지않아 손뢰와 약속한 곳에 이른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신식을 펼쳤다. 한차례 탐색을 진행한 그는 마침내 1만 척 이상 떨어진 어느 동굴에서 손뢰를 발견했다.
손뢰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온몸 곳곳이 깨져 안에 입고 있었던 은색 갑주도 드러나 있었다. 두 번의 추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갑주 덕분인 듯했다.
그의 오른손은 피로 잔뜩 물들어 있었고 손가락 하나는 사라져 있었다. 그 역시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한제의 신식을 감지한 손뢰는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한제는 토둔술을 펼쳐 동굴 벽을 통과하며 질주하듯 내달렸다.
손뢰는 얼른 단약을 잔뜩 꺼내 삼키더니 전력을 다해 좌선했다.
화신기 수련자들에게 1만 척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동굴에는 각양각색의 장애물이 존재해, 한제는 1각이 흐른 후에야 손뢰가 있는 동굴에 이르렀다.
손뢰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그늘진 눈빛으로 한제를 주시했다.
“마저 호흡을 마무리하게. 내가 엄호하겠네.”
한제는 덤덤하게 말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단약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까지 거의 바닥에 이를 정도로 나약했던 손뢰는 어느덧 가진 힘의 8할 정도를 회복한 상태였다. 이에 한제는 방금까지 품고 있었던 나쁜 생각을 잠시 접어두는 수밖에 없었다.
손뢰는 한제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 다소 멍한 얼굴이었다. 물론 진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손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탁하네.”
한제는 그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손뢰는 줄곧 경계심을 놓지 않은 채 체내의 단약을 소화해나갔다. 그리고 한 시진이 채 되기도 전, 그의 수준은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표정도 한결 밝아졌고 한제를 쳐다보는 눈빛은 다소 온화하기까지 했다.
“도우, 나도 이제 회복되었으니 다시 가보는 것이 어떻겠나?”
손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옆의 동굴을 통해 빠르게 날아갔다. 손뢰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둘은 말없이 이동해 곧 다시 그 동굴 앞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그 동굴 안에서는 대량의 얇은 선들이 튀어나왔다.
손뢰는 말했다.
“도우는 잠시 물러나 있게. 이번에는 내 손가락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하니까!”
말을 마친 그는 저물대에서 검은색 부채 하나를 꺼내들었다.
어떤 작용을 하는 부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채가 나타나자 사방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심지어 돌벽에는 한 층의 검은 얼음이 맺히기까지 했다.
그 검은 얼음은 끊임없이 확산되어 한제의 곁에까지 이르렀다. 한제는 금번을 휘둘렀다. 검은 안개가 피어올라 한제를 감쌌고 그러자 한기는 한제의 곁을 한 바퀴 맴돌더니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한제는 조용히 저물대에서 세월의 나무 조각상을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