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40
쾅, 쾅, 쾅!
천둥 같은 기세, 번개 같은 속도 하늘을 깨뜨릴 듯한 소리까지…
진 안에 나타난 사람, 한제는 발을 쾅 굴렀다. 그러자 대지가 갈라졌고 진이 붕괴되었다. 그 사이 한제는 푸른 안개로 변해 뒤로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오른손의 구수권을 앞쪽으로 던졌다. 귀가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타난 뇌와가 토해낸 거대한 번개공은 곧장 홍접이 내뿜은 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한제는 손을 흔들어 금번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수많은 금제가 튀어나왔다. 그 소리가 수십 리 밖까지 퍼져나갈 정도였다.
금번에 몸을 숨긴 한제는 차가운 눈빛을 홍접에게 고정시킨 채 외쳤다.
“가라!”
그러자 금제들은 각각 한 마리의 흉악한 용이 되어 홍접에게 달려들었다.
홍접은 서늘한 얼굴로 발을 굴러 뒤쪽으로 날아감과 동시에 오른손을 흔들어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괴물 형상의 얼음 조각을 꺼내 들었다. 그 조각의 감긴 눈에서 서늘한 기운을 품은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
하얀 빛과 번개공이 충돌하며 강렬한 기세를 일으켰다. 동시에 지면에서 사람 허리 높이의 폭풍이 일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때 얼음 조각의 두 눈에서 발산된 푸른빛이 엄습했다. 번개공은 그 어스름한 빛에 휘청하더니 연이어 쩌적 소리를 냈다. 그 겉면에 얼음 층이 나타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에는 얼음으로 완전히 봉인된 번개공이 나타났다. 겉면은 푸르스름했고 보라색이 어린 검은 공의 안쪽에서 이따금씩 번개가 번쩍거리며 맴도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푸른빛은 멈추지 않고 다시 퍼져나갔다. 뇌와는 비명을 내지르며 배를 부풀려 번개공을 다시 뱉어내려 했지만 그 몸이 푸른빛에 닿은 순간 얼음에 봉인되어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번개공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금제로 이루어진 용들도 그 푸른빛에 움직임이 멎어버렸다.
전쟁
홍접은 강력한 위력의 법보들을 십분 활용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전해졌다.
한제는 공격이 가로막힌 순간 몸을 뒤로 물리더니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그림자들이 그의 미간에서 쏟아져 나와서는 유혼의 모습을 갖춘 뒤 곁을 맴돌았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허공에 떠올랐다. 지금 그는 마치 세상에 강림한 마신(魔神)처럼 눈에서 기이한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삼켜!”
그 한 마디에 수많은 유혼들은 악귀처럼 포효하며 홍접에게 달려들었다. 그 푸른빛의 여파가 유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유혼의 본체는 법술에 일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멈추게!”
치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홍접은 냉소하더니 몸을 다시 뒤로 물렸다.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유혼들은 강렬한 파동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혼들은 그녀를 끝까지 뒤쫓았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으로 홍접을 노려보며 금번을 다시 휘둘렀다. 순간 수십 갈래의 금제가 튀어나와 한데 교차하더니 거대한 검은색 창을 이루었다. 그 창은 한제의 손가락질을 따라 홍접을 겨냥하더니 빠르게 날아들었다.
다시 뒤로 물러난 홍접이 오른손으로 얼음 조각을 문지르자 순간 그 얼음 조각이 사람만 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홍접 앞에 섰다. 이어 얼음 조각은 살아난 것처럼 눈을 번쩍 떴다.
순간 그 조각에서 10만 척 길이의 푸른빛이 쏘아졌다. 몇몇 유혼이 비명을 지르며 소멸되었다. 그러자 두려움이라고는 없을것 같던 그들도 빙빙 맴돌기만 할뿐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금제로 만들어진 검은색 창은 그 푸른빛에도 굴하지 않았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창을 바짝 뒤쫓으며 소리쳤다.
“홍접! 네 부모님이 곁을 지키는 사람 없이 임종을 맞게 했으니 그것이 바로 불효(不孝)요…”
한제가 직접 앞으로 나서자 유혼들도 그 뒤를 따랐다. 마치 검은 공작의 꽁지깃처럼 길게 이어진 그것들은 한제의 기세를 더욱 북돋았다.
“네 사리사욕을 위해 4파 연맹국의 모두를 학살했으니 그것이 바로 불인(不仁)이며…”
검은 창은 파죽지세로 푸른빛을 파괴해갔다. 그 맹렬한 기세에 주위에는 심지어 미세한 공간의 균열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그 공간의 균열들이 확산되면서 지면도 갈라져 조각나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죽이려 했으니 그것이 바로 불의(不義)다!”
얼어붙었던 지면의 금제들이 얼음을 깨고 나와 빠르게 창에 섞여 들었고 동시에 금번이 줄기줄기 내뿜은 금제 또한 창에 섞여 들면서 창의 기세는 더욱 강렬해졌다.
“또한, 네 스승이 아직 살아 있는데 주작국에 몸을 팔았으니 그것이 바로 불충(不忠)이다!”
이 공격은 금번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모든 금제를 응집시켜 발휘하는 힘이었다. 한제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안 수많은 유혼들은 하늘을 뒤덮을 듯 그의 뒤를 따랐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지면은 세세한 공간의 균열에 의해 찢겨 조각나 있었다. 그의 공격은 지리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너진 하늘과 찢긴 땅은 한제의 공격 중 일부가 되었다. 화신기 중기의 수련자라 해도 이 공격에는 피를 토하며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효(孝)도 인(仁)도 의(義)도 충(忠)도 실천하지 않는 네가 무슨 도를 닦는다고 하느냐! 네 도심(道心)은 안정적이지 못하니, 앞으로 네가 어떻게 경지를 높여 나갈지 궁금하구나!”
치호는 몇 발짝 물러났다. 그의 눈에는 두려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는 천우라는 자에게 이 정도의 강력한 힘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람과 법보의 합일!”
화들짝 놀란 치호의 눈이 맹렬히 번득이며 전의(戰意)를 드러냈다. 하지만 곧 그는 그 전의를 억눌렀다.
“저자는 분명 증 씨 가문의 그 천부적인 인물일 것이다. 만약 내가 우리 거마족의 중요한 보물을 쓰지 않는다면 저 공격의 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허나 홍접은 화신기 후기인데⋯⋯. 천우라는 자는 과연 대단한 인물이구나. 일단 홍접의 도심을 흐트러뜨리고 있어. 훌륭하다!”
아직 어린 홍접은 한제처럼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세상만사를 경험한 자와 비교하면 그 심성이 약했다. 한제의 말은 하나하나 그녀의 마음에 꽂혔고 홍접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녀는 다시 뒤쪽으로 물러났다.
한제는 끊임없이 전진했고 홍접은 끊임없이 후퇴했다. 홍접의 전투 경험이 자신보다 한참 부족함을 잘 아는 한제의 추격에 아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홍접은 짙은 살기를 느꼈다. 설역국이 자랑하는 하늘의 딸인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없었다. 얼음 조각을 사용하기만 하면 화신기 후기 수련자들도 겁에 질리곤 했다. 게다가 주작국에서도 그녀에게 상당히 관심을 쏟고 있었으니 고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제의 공격은 큰 충격이었다. 위력이 그렇게 큰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기이한 법보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기운에는 번개 재난의 위력도 어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신기 후기 수련자였다. 양손으로 빠르게 결인을 한 그녀는 얼른 미간을 두드리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그 핏속에서 한 줄기 붉은 빛이 튀어나오더니 한 떨기의 요염한 장미로 변했다.
그 꽃이 나타난 순간, 홍접의 앞에 자리했던 조각은 곧장 녹아내려서는 남색 액체로 변하더니 장미 아래쪽을 맴돌았다. 마치 양분을 주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꽃은 더욱 뚜렸하고 생생해졌다.
한제 앞에 자리하던 긴 창은 쾅 하고 그 장미를 내리쳤다. 순간, 그 장미에서 꽃잎 하나가 떨어져 내렸고 그와 동시에 한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의 긴 창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홍접의 얼굴에 기이한 붉은 빛이 돌았다가 순간 사라졌다.
한제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내린 때와 지형적 우세를 차지한 공격에도 홍접을 죽일 수 없다니, 화신기 후기의 위력은 정말이지 강대했다.
그가 몸을 뒤쪽으로 물린 순간, 절정의 경지가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너는 나의 영혼으로 연결된 법보를 사용하게 만든 첫 번째 사람이다. 편하게 눈을 감게 해주마!”
홍접은 뒤로 물러나는 한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더니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동시에 그녀는 섬섬옥수를 뻗어 붉은 장미에서 꽃잎 하나를 떼었다.
“멈추게, 홍접 도우! 두 도우는 모두 내 초대를 받고 온 이들이네. 만약 이대로 싸움을 이어나간다면 나 역시 무례하게 굴 수밖에 없네!”
치호가 소리치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치호 도우, 이 일은 내가 시작한 일이 아니네!”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절정의 경지에 전력을 다해 대항하고 있던 한제가 냉랭하게 말했다.
홍접은 서늘한 눈빛으로 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비켜!”
치호는 순간 안색이 변해 홍접을 바라보더니 껄껄 웃었다.
“내가 꼭 끼어들겠다면?”
홍접은 아무 말도 않고 손에 들고 있던 꽃잎을 앞으로 내던졌다. 꽃잎은 천천히 한제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지면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하늘에서도 여러 개의 균열이 나타났다. 홍접이 던진 꽃잎의 위력이 이 선계 조각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에 달한 모양이었다.
“홍접!”
치호가 소리쳤다.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다시 금번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금번이 한제의 손에서 빠져나가 위로 솟아올랐다.
“천벌!”
한제가 소리쳤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천벌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천벌을 내린다면 이 조각은 붕괴할 것이고 그럼 무사히 빠져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번은 높이 솟아올라 고리 모양의 검은색 안개로 변하더니 하늘에서 떨어지며 반경 10리를 뒤덮었다.
검은색 안개로 뒤덮인 곳에서는 우르릉 쾅쾅 소리가 들려왔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두 손으로 그린 결인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그의 손에서 한 줄기 금제가 형성되었다. 이 금제를 하늘로 던지기만 하면 금번에 걸린 금제는 99개 조가 완성되어 천벌을 일으킬 것이다.
홍접은 안색이 변한 채 한제의 손에 들린 금제와 허공에 뜬 시커먼 안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강렬한 위기감이 엄습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위기감이었다. 그녀는 만약 상대가 술법을 완성시킨다면 엄청난 재난이 벌어질 것임을 짐작했다.
치호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공중에 뜬 채 검은 안개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 천우라는 자는 방금까지 전력을 다 해 싸운 것이 아니었구나. 저 검은 안개야말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내 초대를 받고 왔으니 먼저 공격한 홍접 도우가 멈추지 않는다면 난 천우 도우 편에 설 수밖에 없네. 또한 이곳에서 돌아가게 되면 시오 시조께 있었던 사실 그대로 고할 걸세!”
치호가 소리쳤다.
말을 마친 치호의 뒤쪽에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1백 척이 훌쩍 넘는 그 그림자는 원고 시대의 거인처럼 두 눈으로 음산한 빛을 번득이며 홍접을 노려보았다.
홍접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천우라는 자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치호 뒤에 나타난 그림자는 이미 실체로 굳어지고 있었고 자신이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선계의 조각은 붕괴할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한제에게 날아가던 꽃잎이 공중에서 우뚝 멈추었다.
“좋아. 치호, 오늘은 당신을 봐서 여기에서 멈추도록 하지. 하지만 백옥으로 만들어진 관은 반드시 내게 넘겨야 해!”
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 한제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홍접, 선심 쓰듯 말하는군. 허나 이대로 계속한다면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네 쪽이었을 것이다.”
한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금제가 높게 솟아올랐다.
“내가 손가락 한 번만 튕겨도 이 선계의 조각은 붕괴할 것이다.”
홍접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천우 도우, 자네도 나를 봐서 그만하게. 내 약속하지. 우리는 큰 수확을 얻을 것이고 모든 수확은 셋이 공평하게 나눌 걸세. 어떤가?”
치호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좋아, 치호 도우의 말대로 하지!”
한제는 빙긋 웃었다. 사실 그도 하나뿐인 천벌을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것을 사용하고 나면 이 선계 조각의 구조가 무너져 자신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홍접을 죽이는 것은 주작성으로 돌아간 이후가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접 도우도 법보를 거두게!”
치호의 말에 홍접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꽃잎이 되돌아와 그녀의 미간으로 사라졌다.
“천우, 네 목숨을 거두는 것은 주작성으로 돌아간 이후로 미루겠다.”
홍접은 한 자씩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한제는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