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44
노인은 망설임 없이 중년 남자의 뒤를 따라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종주(宗主)께서 주신 임무를 마치고 그 망할 주작성을 떠날 수 있겠군. 종주도 이상하지, 우리 시음종에는 각종 육신이 있는데 왜 꼭 선인의 시체여야 하는 건지. 그나저나 어느 별의 손님이 풍기는 냄새기에 이리도 독특한 건가?”
노인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중얼거렸다.
★ ★ ★
한제 일행은 빠른 속도로 동굴에 진입한 뒤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모종의 저항력이 아래에서 솟아올랐고 내려갈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해졌다.
“바로 여기야. 내려가면 옥패에 그려진 그 땅에 진입할 수 있네. 금제의 봉인이 있긴 하지만 우리 셋이라면 하루 안에 풀어낼 수 있겠지!”
치호의 목소리는 기쁨에 젖어 있었다.
세 사람이 아래로 향할수록 느껴지는 저항력은 강해졌다. 저항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자 세 사람의 속도는 자연스레 더 느려졌다.
한제는 속으로 벌써 10만 척은 더 아래로 내려왔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신식을 펼쳐보아도 신기한 힘에 가로막혀 1만 척 정도밖에는 살필 수 없었다.
한제는 홍접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 여인의 몸에서는 푸른빛이 발산되고 있었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한편 치호의 미간에 있는 도끼 모양의 흔적은 격렬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의 체외에 가해지는 저항력은 조금씩 감소되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얼마나 지났을지 감도 잡히지 않을 무렵, 앞서 가던 치호가 희색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착했다!”
한제는 저항력에 대항하며 저물대에서 금번을 꺼내든 채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동굴 바닥을 뚫고 나갔다.
그 순간, 눈이 시릴 정도로 엄청난 빛이 번득였다. 한제는 금번을 휘둘러 온몸을 감쌌다. 덕분에 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나 주위를 둘러보던 한제의 표정이 차게 굳었다.
사방이 1천 척이나 될까 말까 한 좁은 공간의 중앙에는 분명 연못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연못 위에 백옥으로 만들어진 관은 없었다. 옥패에 그려졌던, 관에 꽂힌 세 자루의 선검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약초도 옥패에 그려진 것의 반 정도에 불과했다.
관을 제외하면 옥패에 그려진 것과 일치했다.
치호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갖은 고생을 해, 심지어 나침반까지 망가져가며 겨우 도착한 곳이다.
그러나 이 장소가 이렇게 변한 원인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홍접은 차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분노가 어려 있었다.
“치호, 여기가 네가 말한 곳인가? 내가 꽃술까지 들여가며 도착한 곳이 겨우 여기야?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한제는 기이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쓰게 웃었다. 그는 홍접처럼 분노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는 잃은 것도 없을뿐더러 금자석 한 덩이를 얻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그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그는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가 사방을 자세히 살폈다.
홍접 역시 분노의 빛이 담긴 두 눈으로 빠르게 사방을 훑었다. 뭐라도 찾으려는 듯했다.
치호는 그저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말도 안 돼. 설마 시오 시조께서 이곳을 발견한 뒤 누군가가 이곳에 와 법보를 가져갔단 말인가? 그래, 분명 그랬을 거야!”
그는 씁쓸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방을 뒤지고 있는 한제와 홍접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도우들, 이 일은 정말 미안하게 됐네. 아, 난 정말이지 이럴 줄은⋯⋯.”
홍접은 거의 발광하듯 고개를 돌려 치호를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말했다.
“경솔했다는 말 한 마디로 내가 잃은 꽃술을 보상할 수 있을 것 같나? 치호, 일찍이 이럴 줄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 길에 의도적으로 나를 끌어들인 다른 목적이 있을 터. 그 목적에 대해 오늘 설명하지 못한다면 나의 무정함을 원망한들 소용없을 것이다!”
한제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사방을 자세히 관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결국 그의 눈빛은 그 연못에 닿았다. 연못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너무나 어두워 그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달라붙다
치호는 홍접의 말에 화가 났으나 가까스로 분노를 참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홍접, 이 일에 대해서는 주작성으로 돌아가 설명하겠네. 하지만 다른 목적은 결단코 없었네. 이 치호는 거마족의 소족장이야. 홍접 자네만큼 귀한 존재는 아닐지도 모르나 얕은 수작이나 부릴 사람은 아니란 말일세!”
홍접이 냉소하며 막 대꾸하려던 찰나, 한제가 불쑥 말했다.
“치호, 이전에 이곳에 세 번째 층이 있다고 했나?”
치호는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한제의 물음에 답했다.
“그렇다네. 시오 시조께서는 이곳에 세 번째 층이 있을 거라 예상하셨지.”
“시오 시조? 이 두 번째 층에 법보가 있다고 말한 것 역시 그 아니었던가!”
홍접이 냉랭하고 날카롭게 말했다.
치호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홍접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한제 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빛이 연못에 닿았다.
“만약 정말 세 번째 층이 있다면 이곳이 입구인 것 같군!”
한제가 느릿하게 말했다.
홍접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연못가로 다가와서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바로 그때, 갑자기 위쪽 통로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그는 모습을 드러낸 뒤 곧장 앞으로 나아가서는 연못 위에 섰다. 엄청난 힘이 그 몸으로부터 발산되었다. 치호는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홍접 역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잔뜩 놀란 눈빛이었다.
줄곧 경계하고 있던 한제는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상대가 나타난 순간 뒤로 물러나 상대가 일으킨 힘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예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진 채 수십 척을 밀려났다.
“음?”
중년 남자는 한제를 힐긋 바라보더니 손에 든 조롱박을 들어 술을 들이켰다.
“오행종(五行宗) 주일!”
치호가 소리쳤다.
중년 남자는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거마족 녀석이군. 나를 아느냐?”
홍접은 주일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깜짝 놀란 듯했다. 허나 그녀의 눈빛은 곧 혐오감으로 바뀌었다.
치호는 얼른 공손하게 말했다.
“거마족의 치호, 선배님을 뵙습니다. 선배님의 높으신 이름이야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는 거마족의 소족장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 주작성의 영변기 수련자에 대해서는 초상까지 참고해가며 본 적이 있었다. 상대의 손에 들린 붉은색 조롱박을 본 순간 치호는 곧장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일은 기이한 취향에 대해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그 소문은 결국 진실로 드러났는데 덕분에 치호는 상대를 더욱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주일은 빙긋 웃으며 홍접을 한 번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민하더군. 여기까지 오는 내내 들킬까 걱정했다.”
한제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저 약간의 기운만 느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치호와 홍접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곳에 있던 옥으로 만든 관은 내가 가져갔다. 너희는 돌아가거라.”
주일의 말에 치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얼른 그러겠다고 답했고 홍접은 연못만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일은 은근히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에는 분명 세 번째 층이 존재했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들어가 봐라. 입구는 바로 저 연못이다.”
한데 바로 그때, 갑자기 위쪽의 구멍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더니 순간, 누군가가 떨어져 내렸다.
“하하, 난리 났군.”
허공에 뜬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주일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노인을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의도로 여기까지 쫓아온 것인가?”
노인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의도는 없네. 그저 세 번째 층에 약간의 흥미가 있을 뿐. 어떻게, 나도 들여보내줄 텐가?”
주일은 차게 웃더니 갑자기 발을 굴렀다.
펑!
연못의 물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연못 바닥에 동굴 하나가 드러났다. 주일은 몸을 훌쩍 날려 번개처럼 그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홍접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손실이 너무나 컸다. 아무 것도 손에 넣지 못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에 그녀는 가녀린 몸을 날려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한 번 부딪혀볼 생각이었다.
치호는 한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천우 도우, 들어가 볼 텐가? 아니면 떠날 텐가?”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되려 질문했다.
“치호, 저 주일이라는 자는 어떤 사람인가?”
치호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신식을 통해 말했다.
“그자는 우리 주작성에 몇 없는 영변기 수련자네. 경지는 너무나 깊어 짐작할 수 없을 정도지. 게다가 저자는 시체 애호라는 특이한 취향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