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51
그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 생각을 접었다. 세 번째 영혼은 그의 본래 영혼인 만큼 결코 잃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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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한제 앞에 놓인 성라반이 밝은 빛을 번득였다. 그 위에 모든 오래된 부호에 자리한 빛 역시 한차례 밝아졌다가 결국 천천히 사라졌다.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치호가 다가오며 물었다.
“천우, 수리를 마쳤나?”
안타깝게도 재료에 한계가 있어 완벽한 수리는 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성라반은 쇄성철(碎星鐵)이 부족해 공격력을 가질 수 없으니 이전에도 완벽한 성라반은 아니었다. 또한 잘려나간 부분도 재료가 부족해 완벽하게 복구할 수 없었지만 당장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허무의 공간을 빠져나가는 데에는 문제없네.”
치호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지난 며칠 동안 사방에서 몰려든 기이한 생물들을 여러 차례 보았다. 어떤 것들은 그를 보고도 못 본 척했지만 어떤 것들은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비록 실제로 큰 위험은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한제가 성라반을 두드리자 그것은 곧장 몇 배로 불어났다. 이전의 성라반보다 두 배는 커진 것 같았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성라반의 중앙에 앉았다.
치호는 흥미롭다는 듯 성라반을 잠시 살핀 뒤 동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 나침반에는 자신의 신식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한제는 나침반에 오르자마자 물 만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이 나침반이 그의 신체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신식을 움직이자 성라반은 곧장 움직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네는 과연 대단하군. 속도가 이전보다 몇 배는 빨라진 것 같은데?”
치호가 신식을 통해 말했다.
“이제 방향을 가리킬 필요도 없게 됐으니 안심하고 앉아 쉬게. 나 혼자서도 조종할 수 있으니까.”
성라반은 허무의 공간 속에서 마치 한 줄기의 어스름한 빛처럼 번득이며 빠른 속도로 기이한 생물들 사이를 지나 이동했다. 그러다가 위험한 생물들을 마주칠 듯하면 한제는 곧장 방향을 바꾸어 날아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성라반을 다루는 데도 점점 익숙해져갔다. 이 나침반을 움직이는 것은 이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성라반의 속도는 한제가 날아서 이동하는 것보다 빨랐고 끊임없이 순간 이동을 해야만 비슷한 정도의 속도가 나올 듯했다.
‘과연 대단한 보물이구나. 영변기 수련자도 따라잡기 힘들겠어.’
한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이번에 선계에 온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수확은 이미 그의 예상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성라반, 선옥(仙玉), 사신차(射神車) 거기에 선옥으로 이루어진 보탑까지 더하면 수확의 가치는 더욱 어마어마했다. 또한 비록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멋대로 뛰쳐나가긴 했지만 영변기 수준의 노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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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의 어느 조각. 파괴된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 당시의 선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몇 안 되는 조각 중 하나였다.
지면에서는 푸른 풀이 흔들렸고 멀리서는 흰 구름과 산맥이 얽혀 절경을 이루었다.
하얀색 옷을 입은 절세의 미녀가 소리 없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녀는 전신에서 맹렬한 검기(劍氣)를 풍기는 금색 용에 올라 있었다. 이 금룡(金龍)의 미간에는 보라색 안개가 한 덩이 있었다.
“만약 선계가 여태 존재했다면 세선지(洗仙池)에 가서 몸을 담갔을 텐데… 그럼 네 원신은 회복됐을 것이다. 허나 지금 세선지는 사라지고 없으니 우(雨)의 선검이 있어야 그나마 원만하게 회복할 수 있을 테지.”
“정아, 그럴 필요 없다. 그동안 축적한 선기를 이렇게 다 써버릴 것이냐?”
금룡의 미간에 있는 보라색 안개 속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내가 봉인한 선존(仙尊)이다. 난 널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니 너는 죽을 수 없다. 그리고 날 정아라 부르지 마라!”
하얀 옷의 여인은 덤덤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
보라색 안개 속에서 주일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그래, 넌 정아가 아니다. 난 모든 것을 기억한다. 넌 정아가 아니지. 그렇다면 날 두고 떠나라. 난 이미 죽은 사람이니⋯⋯.”
하얀 옷의 여인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허나, 정아라는 그 이름, 꽤⋯⋯ 마음에 든다.”
주일은 흠칫 놀랐다가 기쁨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정아⋯⋯.”
“응⋯⋯.”
하얀 옷의 여인은 잠시 침묵하다 대답한 뒤 옥처럼 희고 고운 손을 들어 아래의 선계의 조각을 살짝 누르면서 청아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었다.
순간, 우르릉 소리와 함께 대지에 무수히 많은 균열이 나타나더니 줄기줄기 금색 빛이 지면에서 번쩍였다. 뒤이어 그 빛들은 모두 한데 모였고 그 아래 대지는 곧장 붕괴해버렸다. 그리고 땅속 깊은 곳에서 검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지를 꿰뚫는 듯한 소리였다.
하얀 옷의 여인이 올라탄 금룡은 그 소리에 이끌리듯 고개를 들어 포효했다.
“나와라, 우(雨)의 이검(二劍)!”
펑!
산산조각이 난 대지 속에서 금룡 한 마리가 미친 듯이 튀어나왔다. 녀석의 용틀임에 대지 곳곳이 무너져 내려 허무로 돌아갔다. 이 금룡은 하얀 옷의 여인이 올라타 있는 금룡과 교차했다. 두 마리 금룡은 마치 오랜 세월 보지 못했던 상대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듯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포효했다.
이때, 한참 멀리 떨어진 허무의 공간 속, 기린의 머리 위에 올라탄 대나검종의 노인이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두 눈에서 전광(電光)이 번득였다.
그가 눈을 번쩍 뜨던 순간, 앞쪽의 허무의 공간 속에 있던 반투명한 상태의 거대한 생물이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황급히 도망쳤다.
“또 한 자루의 우검(雨劍)! 우의 선검은 총 다섯 자루로 당시 한 자루가 파괴되어 네 자루가 남았지. 그중 두 개로 당시 파괴된 수많은 검혼(劍魂)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이 선계 안에 수많은 검들이 나오게 될 텐데!”
입술을 비틀어 미소를 짓던 노인이 기린을 두드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만약 당시의 선인이 아직 존재한다면 나의 경지로는 우검을 얻을 수 없지. 하지만 지금은⋯⋯.”
그는 눈을 번득였다. 그를 태운 기린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얼굴이 희색을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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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선계의 재난에서 우의 검혼이 파괴한 검혼은 셀 수도 없이 많지. 그것들은 수많은 선검 안에 녹아들어 잔혼이 됐다. 주일, 오늘은 내가 널 검혼으로 봉인해 새롭게 응집시킴으로써 검혼을 세상에 낼 것이다!”
두 마리 금룡은 서로를 얽으며 포효했고 찬란한 빛 속에서 여인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이 떨어진 순간, 온 선계에 존재하는 모든 조각들과 그 조각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진동했다. 하지만 대지는 붕괴하지 않았고 하늘에는 균열이 일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선검이 대지 깊은 곳에서 날아오를 뿐이었다. 그 비검들은 허공에서 잠시 멈추더니 웅웅 우는 소리를 내며 하나하나 선검을 스쳐지나가며 한데 모여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이 우는 소리가 선계의 모든 조각으로부터 흘러나와 하늘을 뒤집고 땅을 흔들었다. 바로 이 순간, 온 선계에는 오로지 검의 소리만이 존재했다.
그 순간, 선계에서 선기(仙氣)를 찾던 수련자들의 비검은 그들의 경지와 상관없이 모두 깨져버렸다.
대나검종의 제자 하나는 사람을 죽이고 보물을 빼앗기 위해 보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린 상대의 표정을 보고 비릿한 냉소를 흘렸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검의 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귀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검이 우는 소리뿐이었다.
그의 보검은 막 아래쪽으로 휘둘러지던 순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났다.
다른 조각에서는 비검을 타고 날아다니던 수련자 몇몇이 천지를 채운 검이 우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의 비검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 막 소용돌이에서 떨어져 어느 조각에 이른 한 중년 여인은 그 조각에 착지한 순간, 검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무슨 흉악한 생물이 내는 소리인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저물대에서 일곱 빛깔의 비검을 꺼내들었다. 그 비검은 그녀가 소속된 문파의 중요한 보물이었으나, 저물대에서 나온 순간 깨져버렸다.
우의 선검이 주일이라는 새로운 영혼을 가지면서 하나하나의 조각에서 나타난 선검과 대지 깊은 곳에서 숨어 있다 빠져나온 선검은 모두 한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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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년 문인이 허무 속의 어둠을 느긋하게 걷고 있다. 마수들은 멀리서 그를 보자마자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때, 그는 검이 우는 소리를 듣고는 안색이 변했다.
“일으켰군!”
그와 동시에 줄기줄기 검광(劍光)이 멀리서부터 번득이며 다가왔다. 중년 문인은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검광이 사라진 뒤 눈을 번득이며 그 검광을 뒤쫓았다.
“검광을 따라가기만 하면 우의 선검을 찾을 수 있겠군!”
그런 생각을 가진 이는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선계의 조각에 있던 모든 수련자가 곁에 나타난 검의 무리를 뒤쫓고 있었다. 그들은 대체 어떤 보물이 이 수많은 검들을 움직이는지 보고 싶었다.
성라반에 앉아 있던 한제 또한 검이 우는 소리에 순간 우뚝 멈췄다. 치호 역시 안색이 변했다.
“천우, 무슨 큰일이 난 모양인데!”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한 무리의 검광이 나타났다. 수를 셀 수도 없었다. 그저 검이 우는 소리만 빽빽하고 강렬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저⋯⋯ 저건 전부 다⋯⋯ 선검이야!”
치호가 놀라 외쳤다.
그 선검들의 속도는 매우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성라반을 조종해 한쪽으로 비켰다. 선검들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무슨 일이 났나보군!”
한제가 내심 깜짝 놀라며 말했다.
“천우, 저것 보게. 또 다른 선검이야!”
치호가 놀란 얼굴로 가리킨 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검광이 번득이며 이전의 선검들이 향한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