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53
하얀 옷의 여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아니, 부족해. 조금만 더 기다려. 네 번째 우검도 만들어낼 테니…”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끊임없이 몰려든 선검은 네 번째 금룡의 형상을 이루었다. 아직 실체로 굳어진 상태는 아니었지만 한 자루 한 자루의 선검이 섞여듦에 따라 그것이 응결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바로 그때, 갑자기 허무의 공간 속에서 하늘을 뒤흔들 듯한 포효가 들려왔다. 세 마리의 금룡은 모두 그쪽을 노려보았다.
거대한 하나의 불덩어리가 그곳으로부터 튀어나왔다. 불덩어리가 가까워지기도 전에 열기가 느껴졌고 그 근처에 있던 수련자들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곧 그 불덩어리가 허무의 공간에서 튀어나오더니 허공에서 펑 하고 폭발하며 수많은 불꽃이 되어 사방으로 몰아쳤다. 그 폭발의 중심에는 전신에 푸른 화염이 이글거리는 기린이 우뚝 서 있었다. 기린은 콧구멍으로 두 갈래의 김을 내뿜었고 번득이는 두 눈으로는 세 마리의 금룡을 주시했다.
“저건⋯⋯ 기린 선수(仙獸)다! 대나검종을 지키는 선수야!”
“검존(劍尊) 능천후의 것인데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대체 어떤 법보가 능천후 그 노인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거지?”
견문이 넓은 몇몇이 깜짝 놀라 외쳤다. 실력이 부족한 수련자들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뒤로 물러나는 중이었다.
검존(劍尊) 능천후
한제는 그 기린 선수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의 눈은 그 기린의 거대한 머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푸른 옷의 노인을 향했다.
노인의 흰 수염과 눈썹은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깡마른 노인이었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특히 그의 뒤에서 번득이는 허상의 검 네 자루 덕에 위엄이 더해졌다. 그 검의 환상이 한 번 번득일 때마다 한제의 가슴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펑, 펑!
두 번의 소리가 울렸을 때, 한제는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토해냈다. 놀란 그는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그때, 치호 역시 피를 한 움큼 토해내더니 두려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주위의 수련자 대부분이 피를 토했다. 그들의 눈에는 충격의 빛이 어려 있었다.
“흥, 대나검종의 검존 늙은이를 우리가 어떻게 당해내겠어? 저자는 이미 통천(通天)에 이르렀고 저자의 영혼으로 연결된 네 자루 검의 허상은 수천, 수만 개로 변할 수 있다지? 경지가 낮은 자는 저것을 보는 것만으로 내상을 입기 마련이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지!”
식견이 넓은 누군가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내심 냉소했다.
한제는 숨을 고르며 저물대에서 금번을 꺼내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은 곧장 검은 안개에 뒤덮였다. 그는 그 안에서 단약 몇 개를 먹은 뒤 빠르게 흡수했다.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기린은 콧김을 내뿜더니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이때, 그 기린의 머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푸른 옷의 노인이 두 눈을 번쩍 뜨고는 그 흰 옷의 여인을 주시했다. 얼굴에 진중한 빛이 떠올랐다.
“귀하는 선인(仙人)인가?”
노인은 그늘진 눈빛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사방의 수련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곧 모두 입을 다문 채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노인을 훑어본 뒤 덤덤하게 말했다.
“물러나라!”
노인은 미소를 지었으나 분명 그 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는 천운성의 최강자 둘 중 하나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감히 그에게 명령을 하는 자는 없었다.
“요행히 살아남은 선인이로군. 어디 나도 선인 한번 죽여보자!”
노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린이 낮게 포효했다.
하얀 옷의 여인은 냉담한 표정이었으나 어딘가 쓸쓸하고 슬퍼보였다. 그녀는 노인이 아니라 기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몹쓸 자식, 네 선조라고 해도 감히 본좌의 앞에서 그러지는 못한다. 설마 선계가 파멸했다고 가지고 있는 기억마저 무시할 참이냐!”
순간, 기린의 눈에 아득한 빛이 어렸다.
푸른 옷의 노인이 검은 빛이 맴도는 손으로 기린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기린의 눈에 깃들었던 아득함은 사라지고 그 대신 포악함이 차올랐다. 기린은 다시 포효했다.
하얀 옷의 여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수와 계승도 받지 못한 저급한 짐승이었구나!”
말을 마친 그녀가 옥처럼 고운 손을 들어 기린을 가리켰다.
기린은 곧장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기린의 눈에 깃들었던 포악함이 사라지고 그 대신 두려움이 드러났다. 녀석이 몸을 한 번 뒤틀자 머리 위에 있던 노인은 곧장 저 멀리로 날아갔다. 기린은 애달픈 울음소리를 한 번 질러내더니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켰다.
푸른 옷의 노인은 그늘진 얼굴로 공중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억났느냐? 됐다. 선계도 없는데 네게 벌을 줄 필요는 없지.”
여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푸른 옷의 노인을 가리켰다.
그 손짓 한 번에 순간 천지가 뒤흔들렸다. 푸른 옷의 노인은 창백해진 얼굴로 얼른 뒤로 물러나며 두 손을 연이어 두드렸다. 그의 뒤에 있던 검의 허상 네 개가 튀어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펑, 펑!
두 번의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후 네 개의 검 중 두 개가 곧장 무너져 내렸다. 푸른 옷의 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한 채 몸을 돌려 달아났다. 매우 빠른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자리에서 사라진 그는 멀리 떨어진 허무의 공간에서 다시 나타났다.
하얀 옷의 여인 곁에 자리한 네 번째 금룡의 허상은 더욱 빠르게 응결되어 이제 거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있었다.
“보통의 선인이 아니로군! 본좌라는 말로 스스로를 일컫는 것은 선군(仙君)이 아니라면 불가능해.”
푸른 옷의 노인은 매우 놀란 상태였다. 손짓 한 번에 자신의 영혼으로 연결된 검의 허상 두 개를 파괴하는 것은 천운자라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됐다. 선검을 얻지 못한 것은 안타까우나… 아니, 잠깐.”
노인은 우뚝 멈추었다.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그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있는 조각 쪽을 바라보았다.
“저 여인이 선군(仙君)이라면 좀 전의 내 행동은 당시의 선계 법률에 따르면 원신을 멸할 대죄에 해당할 텐데… 그런데 나를 죽이지 않다니, 저 여인은 나를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겁을 먹고 달아나기를 바란 것이구나!”
푸른 옷의 노인은 몸을 돌려 다시 조각 쪽으로 향했다. 그의 뒤에 남아 있던 두 자루 선검이 번득이더니 그의 앞으로 나와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개로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1백 자루가 넘는 허상으로 변했다.
노인은 질주해 다시 여인과 금룡이 있는 조각으로 돌아왔다.
그곳의 수련자들은 여인의 손가락질 한 번에 그 당당한 검존조차 달아나는 것을 보고 잔뜩 겁에 질렸다. 그리고 오늘 자신들이 선검을 획득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나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한데 바로 그때, 푸른 옷의 노인이 돌아왔다.
여인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물처럼 잔잔한 눈빛으로 곁에 있는 금룡의 미간을 슬쩍 바라보더니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휙 소리를내며 푸른 옷의 노인 쪽으로 내달렸다.
“선군, 선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구나!”
푸른 옷의 노인은 큰소리를 쳤다. 그의 앞에 있던 검광들이 앞으로 돌진했다.
하얀 옷의 여인은 오른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펑펑 하는 소리가 기복을 이루며 울려 퍼지더니 하늘을 열고 땅을 가를 듯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1백 개가 넘는 노인의 검들은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는 쇳덩이에 부딪힌 듯 분분히 쪼개졌다. 푸른 옷의 노인은 더욱 구겨진 얼굴로 얼른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끊임없이 결인을 그려냈다.
한 줄기, 또 한 줄기의 빛의 장막이 그의 몸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방어막은 나타나자마자 깨져버렸다.
노인은 끊임없이 후퇴를 하며 이마에서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두 손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펑, 펑, 펑, 펑!
방어막을 만들어낸 횟수가 3백 번이 넘어갔을 때, 그 빛의 장막은 휘청거렸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인의 눈빛은 흥분에 가득 찼다. 저 여인이 몸을 휘청거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덤덤하고 평온했던 얼굴에도 한 줄기 죽음의 기운이 스쳐갔다.
“선인도 별것 아니구나!”
그는 하하 웃으며 두 손을 몸 앞에서 합쳤다가 펼쳤다. 그러자 한 줄기 벼락이 그의 두 손 사이에서 나타났다. 번쩍이던 번개는 곧장 검 모양이 되어 우르릉 소리와 함께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여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질주하듯 달려오는 번개의 검을 마주한 채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가 앞쪽으로 내리쳤다. 그 한 번의 손짓에 그녀의 몸에서는 대량의 죽음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정아, 날 내보내다오. 2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쌓아온 선기(仙氣)를 이렇게 다 써버린다면 넌 다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녀의 몸을 맴돌던 금룡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번째 선검이 응결되기 전까지 네가 나와서는 안 돼!”
하얀 옷의 여인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번개로 이루어진 검광(劍光)은 곧장 무너져 내렸고 푸른 옷의 노인은 다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 그는 2백 개가 넘는 빛의 장막을 만들어내 공격을 쏘아 보냈다. 그의 두 눈에 어린 흥분된 빛이 한 층 더 짙어졌다.
이때, 허공으로부터 마지막으로 도착한 검의 무리가 아직 완전히 응결되지 않은 금룡에 녹아들면서 네 번째 금룡으로부터 검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그 용은 곧 완벽히 응결됐다.
하얀 옷의 여인은 침착한 눈으로 두 손을 움직였다. 순간 네 마리 금룡이 모두 그녀의 앞에서 맴돌았고 그녀가 희고 고운 손을 살짝 움직이자 금룡 한 마리의 체외에서 번득이던 금색 빛이 무너져 내리면서 그 안에서 선검(仙劍) 한 자루가 드러났다.
그 손짓 한 번의 힘은 여인의 얼굴에 드리운 죽음의 기운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선기(仙氣)는 이미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만약 주일을 검혼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반 정도의 선력(仙力)을 남겨두지 않았다면 푸른 옷의 노인은 그녀의 손가락질 한 번에 벌써 죽었을 것이다.
“나와라, 우(雨)의 이검(二劍) 검혼(劍魂)!”
그 오래된 선검은 곧장 금빛을 번득이더니 주먹만 한 금빛 덩어리가 그 선검 안에서부터 떠올랐다. 하얀 옷의 여인에게 드리운 죽음의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흰 손으로 금빛을 누르더니 그것을 잡고 뒤쪽으로 내던졌다. 빛은 그녀의 곁에 있던 미간에 보랏빛 안개가 드리운 금룡에게로 향했다.
금빛 덩어리를 잃은 질박한 선검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 떨어져 내리는 검에 모든 수련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푸른 옷의 노인은 다시 몸을 날렸다. 이번에 그의 두 손이 그린 결인은 그의 뒤쪽에 검의 허상 열 개를 만들어냈다. 손짓 한 번에 그 검광은 곧장 몸의 앞쪽으로 날아들었고 노인은 큰 고함을 지르며 앞쪽으로 질주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인영이 수련자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치호와 맞붙었던 그 중년 남자였다.
세 개의 붉은 수정이 중년 남자의 앞에 응집됐고 그의 손짓에 전력을 다해 푸른 옷의 노인 쪽으로 달려들었다.
푸른 옷의 노인은 곁눈질로 이를 보더니 그쪽으로 손을 휘둘렀다.
“살기(煞氣)의 홍수정, 폭발!”
중년 남자가 곧장 소리쳤다.
펑, 펑, 펑!
세 번의 폭발음과 함께 홍수정은 곧장 폭발해버렸다. 그 폭발 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소용돌이 안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손바닥 하나가 뻗어 나와 푸른 옷의 노인에게로 향했다.
“천운자 네가 만약 나를 방해한다면 천운성으로 돌아갔을 때 두 문파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푸른 옷의 노인은 그 손바닥을 보고는 안색이 변해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몸은 번쩍 하고 손바닥을 피하더니 여인을 향해 질주했다.
그 손바닥은 놓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짝 뒤쫓았고 그와 동시에 노쇠한 목소리 하나가 그 소용돌이 안에서 흘러나왔다.
“능천후, 선검은 연이 있는 자가 얻어내는 것이다. 네가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연이 닿아야 한다.”
“천운자!”
한제의 몸이 진동했다. 그는 기이한 눈빛으로 거대한 손바닥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