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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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의 전투가 있었던 날로부터 6개월이 흘러 봄이 다가와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행화촌 주 씨 집안에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주은혜였다.
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보통 갓난아이의 울음과 다른 데가 있음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 아이의 몸은 굉장히 약했다. 다행히 주 씨 집안은 행화촌 안에서 상당한 명망을 가지고 있었고 제법 윤택했다.
행화촌으로부터 1백 리 정도 떨어진 어느 작은 산에 동굴 하나가 있었다. 철암은 이 동굴에 머문 지 벌써 6개월 째였다.
6개월 전, 그와 여비는 한제로부터 소리 전달 옥패를 하나 받았다. 그 옥패에 담긴 목소리는 둘 중 한 명은 이 동굴로 가서 그가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모완을 지키라고 분부했다. 상의 끝에 철암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고 이후 그의 신식은 줄곧 행화촌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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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줄곧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대낮, 눈부신 햇살이 한제의 몸에 내리쬐었다. 따뜻했다.
깊은 밤, 달빛이 고요히 한제의 몸에 쏟아졌다. 서늘했다.
비가 오는 날, 하늘에서 한제의 몸으로 빗물이 쏟아져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옷은 흠뻑 젖어버렸다.
눈이 오는 날, 하늘을 가득 뒤덮은 눈발이 흩날렸다. 눈이 닿은 곳마다 온통 흰색으로 뒤덮였으며, 보탑 옆에는 눈사람 하나가 만들어졌다.
낮에도 밤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한제의 몸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노승처럼 그의 몸에는 어떤 생기도 변화도 없었다.
본체는 땅 속 수천 리 깊이에 있었다. 그의 몸은 지난 반년 동안 세 차례나 가라앉았고 그때마다 수천 리 이상 파고들었다.
고대 신은 결투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본체는 지난 결투를 통해 한 단계 돌파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세 번째 탈변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다시 반년이 지나갔다.
행화촌의 주은혜는 이미 첫 돌이 지났다. 다른 아이들은 이맘때쯤 말을 할 수는 없어도 옹알이는 하는데 주은혜는 입을 다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에 촌락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 여자아이가 벙어리인 모양이라고 수군거렸다.
주작국의 사자
어느 날, 초나라 경계의 전송진 밖에서 한 무리의 수련자가 걸어 나왔다. 개중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얼굴에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이었다. 여인은 약간 지친 기색이었으나, 아름다운 눈은 여전히 눈처럼 빛나며 보는 사람을 매료시켰다.
그녀의 뒤로는 한 노인이 따르고 있었다. 푸른 저고리를 입은 노인의 두 눈은 혼탁하여 꼭 병세가 깊은 환자 같았다. 이들은 당시 마역성에서 6품 단약 제조 방법으로 한제를 유인했던 사람들이었다.
둘의 곁에는 백발노인이 하나 서 있었는데 그는 연기각의 집권자인 화신기 수련자 호 씨였다. 그리고 그 뒤로 세 사람이 따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구사평이었고 나머지 둘은 각각 허루오와 당시 한제에게 보라색 옥패를 주었던 아름다운 소녀였다.
총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전송진 밖으로 나왔을 때, 호 씨 노인은 북쪽을 훑어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초나라는 선유지(仙遺地)에 진입하기 가장 좋은 길은 아니지만 주나라보다는 훨씬 낫지.”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선배님 말씀이 과연 옳습니다. 초나라를 통해 선유지에 들어가는 길은 좀 멀지만 초소 따위로 가로막힌 곳이 없으니 주나라보다는 훨씬 낫지요.”
호 씨 노인은 몸을 훌쩍 날려 앞으로 날아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구사평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시 한제가 떠난 뒤,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호 씨 노인을 따라 가기로 결심했다. 화신기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 그의 경지는 분명 당시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화신기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이번에 선유지에서 ‘그 물건’을 얻는다면 그는 자신이 화신기에 이르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0년간 그녀는 화신기 수련자를 여러 번 찾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러다 결국 연기각의 호 씨 노인을 떠올린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당시 한제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노인은 그 이야기에 움직였다.
여섯 사람은 북쪽으로 줄곧 날아갔다. 그 동안 몇 개의 문파를 거쳤지만 그들을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초나라에 온 것은 1백 년 만인데 그간 많이 변했군!”
호 씨 노인은 약간 놀란 듯 말했다.
그의 뒤에서 허루오가 공손하게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초나라에서는 운천종의 기세가 강해졌습니다. 이미 몇 개의 문파를 연속적으로 삼켜 초나라의 명실상부한 최고 문파가 됐지요.”
호 씨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운천종은 그럴 실력이 충분히 되지. 보아하니 그 종파 안에는 원영기 수련자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 선유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운천종에 사람을 보내 단약을 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허루오는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가 보기에 운천종은 평안을 위해 곧장 단약을 헌납할 것 같았다.
여섯 사람이 이동하던 중, 저 멀리서 한 줄기 빛기둥이 갑자기 하늘을 뚫고 나타났다. 그 빛기둥은 갓난아이 팔뚝만 한 두께로 보였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했다.
그 빛기둥을 바라보던 호 씨 노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을 호위하던 노인은 혼탁한 눈을 번득이더니 이내 놀란 듯이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그 빛기둥이 있는 곳은 통천탑이 있는 초나라의 중심부였다.
“상급 수련국의 사자가 왔다는 뜻 아닌가? 4성 수련국의 사자라면 절대 이런 기세를 펼치지는 못했을 텐데!”
호 씨 노인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빛기둥 사방에 여러 마리의 금룡이 나타나 포효했다. 뒤이어 순백의 옷을 입은 한 청년이 그 빛기둥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나타난 순간, 주변의 금룡들은 전보다 크게 포효했다.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여섯 사람도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뒤이어 금룡들이 흰옷의 청년에게 몰려들더니, 각각 자수로 변해 청년의 옷자락에 새겨졌다.
“주작국의 사자다!”
호 씨 노인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초나라에 엄청난 일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겨우 3성 수련국에 불과한 이곳에 주작국의 사자가 강림할 리 없었다.
하얀 면사의 여인 역시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은 겁에 질린 듯 흔들렸고 옷자락을 꽉 쥔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뒤에 있던 노인은 앞으로 한 발짝 나서 여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머지 세 사람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구사평은 멍하니 빛기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작국 사람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주작국이라니⋯⋯.”
“주작국의 사자가 왜 초나라에 찾아왔을까요?”
아름다운 소녀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호 씨 노인에게 물었다.
“공손 도우, 자네는 어찌 보는가?”
호 씨 노인은 얼굴에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의 종에게 물었다.
“도우, 나는 방금 막 화신기에 들어선 사람이야. 주작국 일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네. 허나 내가 알기로 주작국 사자가 초나라에 강림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큰일이 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
노인이 느릿하게 말했다.
‘헛소리!’
호 씨 노인은 속으로 외쳤다. 그의 눈빛은 빛기둥을 향해 있었다.
빛기둥이 천천히 흩어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타난 흰 옷의 청년은 마치 유성처럼 여섯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질주하듯 달려왔다.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눈에 어린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이를 본 호 씨 노인은 비록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내심 의혹이 피어올랐다.
청년은 긴 잔영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접근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사람 앞에 도달했다.
호 씨 노인과 푸른 옷의 노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온몸이 떨리는 느낌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너희 둘은 화신기 수준이로구나.”
몸을 감싼 빛에서 빠져나온 옥처럼 희고 잘생긴 하얀 옷의 청년은 가만히 서 있는데도 여유롭고 비범해보였다. 그의 옷깃에 새겨진 네 마리 금룡 자수로부터 은연중에 영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호 씨 노인을 따라온 연기각 소녀는 얼굴이 발그레 붉어졌다. 하얀 옷의 청년은 그녀가 여태 봐온 사람들 중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
“어디로 가느냐?”
청년의 목소리는 덤덤했으나 분명 높은 사람의 말투였다.
호 씨 노인은 이 청년이 화신기 초기 절정의 수준임을 알아채고는 내심 냉소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은 채 말했다.
“선유지(仙遺地)로 간다.”
청년의 눈이 하얀 면사를 얼굴에 두른 여인에게 닿았다. 그가 불쑥 말했다.
“면사를 걷어라.”
푸른 옷의 노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여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사자님, 저희 아가씨는 가훈에 따라 쉬이 얼굴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잠시 침묵하던 하얀 옷의 청년은 소매를 휘두른 뒤 먼 곳으로 질주했다.
잠시 후, 호 씨 노인이 청년이 향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는 그 주작국의 사자가 대체 왜 초나라에 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구사평과 허루오, 연기각 소녀가 얼른 그를 뒤쫓았다.
하얀 면사를 두른 여인은 곁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다가 그들 뒤를 따랐다. 푸른 옷의 노인도 가볍게 한숨을 내뱉고는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 뒤따랐다.
청년이 향한 방향은 마침 선유지가 있는 쪽이었다.
‘설마 그곳에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것인가?’
호 씨 노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저 멀리 하얀 옷의 청년이 어느 산골짜기 밖에서 돌연 거대한 힘에 부딪친 듯 뒤로 수백 척이나 밀려난 것이다. 청년 또한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곧 도착해 호 씨 노인이 있는 절벽 위에 착지하더니 하얀 옷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심각한 표정으로 저물대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자세히 살폈다. 옥패에 기록된 위치는 바로 이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