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70
“자심 도우, 그리 섭섭하게 생각지 말게. 내 목적은 윤회과(輪回果)일세.”
그는 말을 마친 뒤 한제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본래 이번 여정의 성공은 3할 정도로 봤네. 허나 만약 도우가 참여해준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두 배는 높아지겠지.”
“윤회과라!”
한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마음은 약간 흔들렸다. 윤회수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약간의 추측만 할 수 있었지만 윤회과라는 말까지 듣자 그 추측에 훨씬 더 무게가 실렸다.
“그 윤회과라는 것, 혹시 주먹만 한 크기에 두 시진마다 색이 변하는 그것인가?”
호 씨 노인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견문은 정말이지 범상치 않군! 바로 맞혔네. 윤회과는 우리 같은 화신기 수련자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지. 화신기 후기 절정에 이른 자가 먹을 경우 영변기에 이를 확률이 3할 이상 높아진다고 하네. 일찍이 몇몇 고서에서 본 내용일세.”
한제는 고민에 빠졌다. 고대 신 서사의 기억에는 어린 고대 신의 영양을 보충해줄 열매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대 신의 체질적 특성상 아무리 좋은 선과(仙果)나 영물(靈物)도 영력을 조금 높여주는 데 그쳤으나, 몇몇 영과(靈果)는 즙을 내어 온몸에 바를 경우 기반을 닦아주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를 고대 신들 사이에서는 세신(洗身)이라 불렀다. 세신을 받아야만 본체(本尊)가 진정한 고대 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어린 고대 신은 성년 고대 신이 찾은 영과로 세신을 받은 뒤 별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세신을 받은 고대 신은 그 경맥을 피와 살 속으로 숨기면서 세상의 영력을 흡수하는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성년이 되면 경맥은 다시 나타나지만 이때는 이미 영력 흡수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 굳이 다시 세신할 필요는 없었다.
고대 신들은 사방의 모든 영력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원고 시기에 모든 생물은 그 신들을 죽이려 했다. 다만 고대 신이 너무나 강해 대부분은 실패하고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
“선유지⋯⋯.”
한제의 혼잣말에 호 씨 노인이 설명을 더했다.
“선유지는 주작국에서도 두려워할 만큼 분명 위험한 곳이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엄청난 법력을 가진 야인들이 달려들지는 않을 걸세.”
한제는 선유지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지도 옥패에 따르면 매우 넓고 그 지하는 훨씬 더 넓다고 했다. 다만 선유지 아래에 몇 개의 층이 있는지는 주작국 외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야인들은 아주 오래 전 주작성에 살던 토착민이네. 주작국이 6성 수련국으로 승급되면서 수련 연맹에게서 이 별을 하사받았을 때, 그들과 야인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졌지. 생기 충만했던 이 별은 그 전쟁으로 지금과 같은 반 폐허 상태가 되었고 야인의 9할은 죽었네. 잔당들은 선유지 지하에 숨어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주작국에서는 1백 년마다 수련자들을 보내 그들을 소탕하려 하고 있지만 결국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했어.”
한제는 차의 향을 음미하며 노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윤회수는 야인들의 괴상한 작물로 지하에서 자라나네. 총 아홉 그루가 있는데 그러니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셈이지. 윤회수만 찾으면 나는 세 시진 안에 윤회과를 맺게 할 수 있네!”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불쑥 자심에게 물었다.
“부친은 왜 그 선유지에 간 거지?”
자심이 슬픈 목소리로 답했다.
“제게 윤회의 나무를 가져다주기 위해서였지요.”
한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후 이번에는 백발노인에게 말했다.
“당장 결정할 수는 없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나 역시 한참 고민한 끝에 겨우 결정을 내렸다네. 이렇게 하세. 우리는 그곳 입구에서 기다리겠네. 한 달이 되어도 자네가 오지 않는다면 거절하는 것으로 알고 우리끼리 들어가겠네.”
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 씨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는 방해하지 않겠네.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
말을 마친 그는 포권을 하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이어 구사평을 비롯한 네 사람도 각자 인사를 한 후 노인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심은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을 꼭 다시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한제를 지긋이 바라본 후 자리를 떠났다.
여섯 사람이 떠난 뒤 한제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생각에 잠겼다.
‘윤회과를 얻을 수 있다면 본체는 적잖이 강해질 텐데⋯⋯.’
한참 고민하던 한제는 저물대에서 세 개의 나무 조각상을 꺼냈다. 본래 아홉 개였던 세월의 나무 조각상 중 이제 세 개만 남았다.
‘이것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세월의 경지는 이전에 비해 한참 떨어져. 1백 년 묵은 목재만 있어도 바로 보충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구나.’
이어 한제는 신식으로 저물대를 살피더니 팔 한쪽을 꺼내들었다. 보존이 완벽하게 된 팔은 한 층의 얇은 얼음으로 덮여 짙은 한기를 풍기고 있었다.
“주작국에서 직접 나서지 않고 도전장만 보내오다니, 이상한 일이군.”
한제는 한참 고민을 해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홍접과의 일전은 피할 수 없다. 그녀가 영변기에 이르지 않은 이상 자신에게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느꼈다.
“이 뜯어낸 팔은 지금 쓸모가 있고 말이지.”
한제는 냉소하며 손을 휘둘렀다. 순간 돌 의자 하나가 날아와 그의 앞에 떨어지더니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꿈틀거리다가 돌 쟁반으로 변했다. 한제는 홍접의 팔을 그 안에 넣고 두 손으로 결인을 했다. 한 줄기 검은 빛이 그의 손에서 나타나더니 잘린 팔에 녹아들었다.
주작국(朱雀國)
잠시 후, 한제는 저물대에서 두 개의 백옥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수백 년 전 우연히 얻은 마수의 독이 들어 있었다.
그가 오른손을 튕기자 병들이 깨지더니 그 안에 들어 있던 피처럼 붉은 액체가 홍접의 잘린 팔에 섞여들었다.
잠시 후,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한 줄기 어스름한 빛을 쏘아 보냈다. 이 빛은 나타나자마자 해골 머리로 변해 잘린 팔로 녹아들어갔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연속으로 99개의 해골 머리를 홍접의 팔에 녹여냈다.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 눈처럼 하얗던 홍접의 팔은 검은색과 붉은색이 교차하는 끔찍한 색으로 변해 있었고 심지어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풍겼다.
모든 작업을 마친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홍접의 잘린 팔이 담긴 돌 쟁반은 요동치며 움츠러들더니 밀봉되기 시작했다.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주작국 내의 어느 연못. 맑은 물과 푸르른 산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때때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연못 안에서는 수염이 긴 잉어 몇 마리가 느릿하게 유영했다. 잉어의 두 눈에는 영력이 어린 빛이 감돌았다.
그 연못 위의 연잎에서 홍접은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좌선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오른쪽 소매는 텅 비어 있었다.
그녀에게서 30척 정도 떨어진 곳의 연잎 위에는 당당하고 비범한 외모의 한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홍접을 향한 그의 눈에는 애정이 넘쳤다.
“사매, 동해의 령(靈)을 가져왔으니 잘린 팔을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있을 텐데 어찌 쓰지 않는 거지?”
남자의 물음에 홍접은 두 눈을 번쩍 뜨고 덤덤하게 말했다.
“천우를 죽이기 전까지 내 자존심은 회복되지 않아요. 그리고 이 빈 소매를 볼 때마다 천우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깊어지지요.”
“천우!”
중년 남자의 눈에 살기가 스쳐갔다.
“천우는 제 도심을 해하려 했지만 그자에 대한 원한으로 오히려 제 도심이 더 충만해졌음을 그놈은 전혀 모르겠지요. 그자와의 대결을 명한 이번 주작산의 지령은 제 뜻에 완벽하게 부합해요!”
그런 그녀를 보며 중년 남자의 눈에 어린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주작산의 명령이 없었다면 난 일찍이 그자를 붙잡아 사매 앞에 끌고왔을 거야.”
그 순간, 홍접의 얼굴이 변했다. 그녀의 미간에 갑자기 검은 선이 나타나더니 그 선에서 곧장 붉은 빛이 퍼져 나왔다.
홍접은 왼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녀의 낯빛은 붉었다가 푸르게 변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했다. 한참 뒤에야 미간의 검은 선이 사라졌고 홍접의 두 눈에는 깊은 한이 어렸다.
“천우 그자가 제 잘린 팔을 제련하고 있군요. 저를 해하려는 게지요.”
홍접은 왼손으로 결인을 하여 연속으로 몇 개의 결인을 쏘아냈다. 그 결인들은 모두 그녀의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한참 뒤, 그늘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한참이나 발버둥을 친 후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매, 내가 가서 그자를 죽이고 오겠어. 주작산에서 반대하더라도 이미 그자를 죽인 후일 테니, 기껏해야 1백 년간 갇히는 정도의 처벌로 끝이겠지.”
중년 남자는 살기를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요! 그자는 제 손으로 죽여야 해요. 주작산에서 두 차례나 지령을 내렸을 정도니 사형이 고집을 부린다면 그 정도 처벌로 끝나지 않을 걸요?”
홍접의 말에 중년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옥패를 꺼내 미간에 대고 뭔가를 탁본한 뒤 그것을 내던졌다.
“사매 말대로 내가 나서지는 않겠어. 허나 몇몇 저급한 수련국에서 손을 쓰게 하는 것 정도는 주작산에서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
홍접은 말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미간에 숨겨진 검은 선을 봉인했다.
★ ★ ★
주작국 동쪽에는 주작의 형상을 한 산이 하나 있다. 주작국의 성지(聖地)인 주작산으로 주작국과 관련한 일체의 결정은 모두 이곳에서 내려진다.
하얀 옷의 청년 하나가 주작산 아래에 이르렀다. 그는 난처한 얼굴로 한참 동안 산 아래를 배회하더니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올랐다. 이내 산 중턱의 한 궁전 밖에서 걸음을 멈춘 청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말했다.
“백의집사(白衣執事) 손옥산, 장로님을 뵈옵니다.”
곧 궁전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가?”
“초나라의 천우를 찾아 도전장을 전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허나 천우는 도전장을 받지 않고 10년 후로 연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손옥산은 감히 거짓말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하나하나 상세히 고했다.
“흥! 은혜도 모르고 까부는군. 사람을 보내 그자를 생포해올 테니 너는 이만 물러가라.”
궁전 안의 음산한 목소리에 손옥산은 진땀을 흘리며 얼른 물러났다.
“자오, 네가 천우를 데려와라!”
예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자 온몸이 짙은 안개로 뒤덮여 용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살려서 데려올까요, 죽여서 데려올까요?”
인영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마음대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