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76
펑!
긴 창이 붕괴하면서 문양의 사슬에도 균열이 생기더니 하나하나의 문양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야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한 조각의 붉은 짐승 가죽을 꺼냈다. 그 가죽은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철 그릇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사방의 문양들이 그릇 안으로 응집되었다.
한제는 다시 한 번 오른손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또 하나의 검은 창이 나타났다. 한제는 앞으로 한 발 내딛으며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야인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는 몸을 돌려 철 그릇 위에 서더니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철 그릇은 작은 언덕만 해졌다. 그 위에서 야인이 크게 고함을 지르자 철 그릇은 높이 솟아올라 한제의 창을 피했다.
잠시 후, 하늘에서 휙 소리가 들려오며 철 그릇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한제의 발아래가 갈라지며 균열이 일었다. 동시에 한제의 몸은 무형의 힘에 속박되었다. 그 순간, 회오리바람을 공격하고 있던 또 다른 야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손등에 그려진 주문이 곧장 팔을 따라 뻗어나가더니 각 문양들이 하나로 뭉쳐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시종일관 냉정했다. 그는 양팔을 뻗으며 작게 외쳤다.
“나와라!”
순간, 검은 막 속에서 여러 줄기의 금제가 긴 창이 되어 튀어나갔다. 창들은 한제의 손짓 한 번에 가까이 있던 야인이 내뿜은 문양을 공격했다.
동시에 한제는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내 양손으로 쥔 채 하늘을 향해 맹렬하게 휘둘렀다.
쾅 소리와 함께 검광이 튀어나가 철 그릇에 부딪쳤다. 철 그릇은 진동했고 줄기줄기 균열이 일었다. 그 위에 서 있던 야인은 한 움큼 피를 토해내더니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미간에 이파리 다섯 개가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이어 그의 두 발을 타고 철 그릇으로도 퍼져나가 갈라진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철 그릇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선검은 검은 빛이 되어 마치 두부를 자르듯 철 그릇을 단번에 가르더니 야인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몸까지 둘로 갈라버렸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한제의 몸을 구속하던 힘이 사라졌고 그가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리자 검은색의 작은 도장이 튀어나와 부풀어 올랐다. 그 커다란 도장은 무수히 많은 금제의 창과 함께 전투 중인 야인에게로 향했다.
야인은 질겁하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에 짐승 가죽 한 조각이 나타났고 그것을 내던지자 거대한 문양의 주먹이 나타나 검은 도장을 공격했다.
한제는 앞으로 몸을 날리며 저물대에서 방울 하나를 꺼내 던졌다. 그 방울은 야인을 뒤덮을 듯 달려들었다. 검은 도장과 싸우면서도 무수히 많은 금제의 창들을 조심스럽게 피한 야인이 광기어린 눈을 번득이면서 또다시 짐승 가죽을 꺼내려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방울에 갇힌 후였다.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방울이 그의 손으로 돌아갔다. 한제는 곧장 결인을 해 그 위에 쏘았다. 그러자 방울에서 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어렴풋한 포효가 들려왔다.
방울을 든 한제는 선검과 검은 도장을 회수한 뒤 몸을 돌려 보호막 안으로 돌아갔다.
보호막 주위는 안정을 되찾았다. 남은 것은 시체와 혈흔뿐이었다.
호 씨 노인은 돌아오는 한제가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두려움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더 걸리지?”
한제는 윤회수 곁으로 돌아오며 물었다. 그 나무에 맺힌 세 개의 노란 빛은 이미 주먹만 해져 있었다.
“거의 다 됐어. 반 시진 안에는 완성될 걸세!”
호 씨 노인이 확신 어린 말투로 말했다.
“시간 없어! 방금 온 건 오엽 술주사에 불과해. 육엽 야인이 온다면 한 명 이상은 막을 방법이 없어. 게다가 이곳에는 영변기 수준에 해당하는 칠엽 술주사도 있다고!”
호 씨 노인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어두운 안색으로 진 밖을 내다보았다. 한제도 그의 시선을 따라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스무 개가 넘는 검은 빛이 질주하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여섯 개의 검은 빛은 거대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특히 선두의 두 개는 마혼의 화염 같은 검은 빛을 번득였고 때때로 여섯 개의 이파리를 가진 식물이 얼굴을 뒤덮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이른 검은 빛들은 곧장 야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선두에 있는 두 육엽 술주사는 바로 호 씨 도수(饕獸)를 탐냈던 자들이었다.
노파의 몸에 찍힌 문양은 이전보다 좀 더 늘어 있었고 검붉은 색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방금 막 그려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비쩍 마른 손을 앞쪽으로 뻗어 움켜쥐었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이 곧장 무너져 내렸고 열여섯 마리의 악귀는 흩어져 사라져버렸으며, 열여섯 개의 깃발은 분분히 찢겨나갔다.
★ ★ ★
회오리바람이 사라진 뒤, 모든 사람의 눈앞에 검은 막 하나가 나타났다.
그 안으로 진입하려던 노파는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자신의 몸을 기괴한 각도로 틀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낫 한 자루가 그녀의 몸 앞에서 번쩍 하더니 검은 막 속으로 사라졌다.
노파의 비쩍 마른 몸에 한 줄기 상처가 생겼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문양을 문질렀다. 그러자 그 문양이 튀어나와 사방에서 번쩍거렸다. 노파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순간 그 문양들은 번쩍이면서 하나하나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검은 막으로 돌진했다.
검은 막 속에서 창의 형태를 한 대량의 금제들이 그 불덩어리들에 부딪치면서 하늘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다섯 자루의 낫이 튀어나와 노파를 노렸다. 그때, 한 줄기 보라색 빛이 노파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 안에서 건장한 중년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가 손을 뻗어 낫자루를 움켜쥔 뒤 흔들자 그 낫은 팍 하고 깨져버렸다. 남자는 연달아 낫들을 깨버렸다. 남은 세 자루의 낫은 곧장 검은 막 안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몸 대부분이 문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또한 다른 야인들과 달리 그의 문양은 몸 밖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몸 깊숙이 새겨진 모습이었다.
사신차(射神車)의 위엄
남자가 나타나자 노파는 가볍게 코웃음만 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검은 안개를 힐긋 보더니 주먹을 날렸다. 그의 문양들이 기이하게 요동쳤고 검은 막은 곧장 휘청거렸다. 심지어 막 안에 숨어 있던 세 자루 낫도 곧장 무너져 내렸다.
호 씨 노인은 어두운 얼굴로 이를 악문 채 윤회수와 두 연기각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결국 그는 허루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오른손으로 결인을 해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한 줄기 영력의 빛이 허루오의 체내로 들어갔다.
허루오는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입으로 한 움큼 선혈을 토해내더니 푹 고꾸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가 쓰러진 순간, 대량의 유백색 액체가 그의 정수리로부터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와 윤회수로 흘러들었다. 호 씨 노인은 잔인하게도 제자의 수명을 다 바쳐 윤회과를 빠르게 맺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파 내의 일이니 한제는 간섭할 마음이 없었다.
허루오가 쓰러지자 윤회수 위에 맺혀 있던 세 개의 노란색 점은 빠르게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점점 응결되었다.
호 씨 노인은 아직 부족하다 여겼는지 한숨을 내쉬더니 오른손을 다시 운맹 쪽으로 뻗었다. 소녀 역시 곧장 선혈을 토해내며 비통한 눈으로 호 씨 노인을 바라보다가 두 눈을 감았다. 이어 대량의 유백색 액체가 그녀의 정수리를 통해 윤회수 안으로 흘러들었다.
순간, 세 개의 윤회과가 완전히 응결되었다.
한제와 호 씨 노인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나서 윤회수에 맺힌 윤회과를 움켜쥐었다.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나무 앞에 이르렀고 한제는 손을 뻗어 윤회과 하나를 손에 넣었다.
호 씨 노인은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두 손을 동시에 뻗어 윤회과 두 개를 딴 뒤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한제를 향한 그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윤회수를 퍽 하고 쳤다. 그러자 윤회수는 뿌리 부분부터 끊어져 한제의 어깨 위로 쓰러졌다. 한제가 오른손을 흔들자 검은 막이 사라지면서 금번이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한제는 곧장 한쪽으로 달아났다. 호 씨 노인 역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구사평은 이를 악물고 한제가 내달리는 쪽으로 쫓아갔다.
검은 막이 사라지자마자 세 개의 인영이 순식간에 그 안에서 빠져나왔고 밖에 있던 야인들은 곧장 그들을 막아섰다.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두 눈을 한제에게 고정한 채 앞을 막아섰고 노파는 호 씨 노인을 노려보며 몸을 날렸다.
또 다른 육엽(六葉) 술주사는 구사평을 뒤쫓았다. 구사평은 흉악한 짐승이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몸은 기이한 힘에 의해 뒤덮이면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에 그는 눈만 뜬 채 육엽 술주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씨익 웃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그의 시야가 새카매졌고 일체의 지각이 사라져버렸다. 그의 이마에는 끊임없이 자라나는 기이한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한제는 자신을 막아선 건장한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내 휘둘렀다. 중년 남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쾅!
남자의 손 가죽이 갈라지면서 회색 뼈가 드러났다. 그 뼈에서도 문양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수백 척 정도 밀려난 후에야 겨우 멈추었고 분노와 전의가 가득한 눈으로 기합을 넣으며 다시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남자의 손과 선검이 충돌하는 순간 그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뒤로 날리더니 검은 빛 한 줄기가 되어 빠르게 도망쳤다.
그는 상대가 술주사가 아니라 여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전주사(戰咒士)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일반적인 술주사라면 단순한 주먹 하나로 선검의 위력을 막아낼 리 없었다.
한데 그 순간, 한제는 이마에 낙인이 찍힌 구사평을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손을 뻗어 구사평의 저물대를 잡아챈 뒤 망설임 없이 빠르게 날아갔다. 야인 전주사는 포효하며 한제를 뒤쫓았다.
다른 술주사 중 몇몇이 한제의 앞을 가로막았다. 한제는 싸늘하게 외쳤다.
“꺼져!”
한제가 손에 든 선검을 휘두르자 그를 가로막던 두 술주사의 허리가 댕강 잘려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광경에 다른 사람들은 움찔했고 한제는 그 틈에 멀리 달아났다.
전주사는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한제를 바짝 뒤쫓았다.
두 사람의 속도는 굉장히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끄트머리로 사라졌다.
방금 구사평의 몸에 촉매를 심은 육엽 술주사는 한제와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노파와 싸우고 있는 호 씨 노인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의 두 눈은 호 씨 노인의 허리춤에 매여 있는 저물대에 닿아 있었다. 그 저물대는 눈부신 노란색 빛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윤회수는 기이하게도 저물대에 넣을 수가 없었기에 한제는 그것을 어깨에 얹어놓고 움직여야만 했다. 윤회과는 저물대에 넣은 상태였지만 그 눈부신 노란색 빛만은 가릴 도리가 없었다.
전주사는 맹렬하게 추격해왔다. 그는 한제의 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외부자여, 도망치지 말고 맞서 싸워라!”
그 말에 한제는 우뚝 멈춰 서더니 왼손으로 든 선검을 휘둘렀다.
“좋다. 원한다면 싸워주지.”
전주사는 껄껄 웃으며 두 손을 가슴 앞에 교차해 방어해냈다. 펑 소리와 함께 그는 수십 척 뒤로 물러났는데 그 자리에 이른 그의 두 팔은 살덩이가 뭉그러져 있었는데도 뼈에는 조금의 손상도 없었다.
그의 두 눈에 어린 전의는 한 층 더 짙어진 상태였다. 그가 소리쳤다.
“육엽 전주사, 치목!”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말했다.
“화신기 수련자 이한제!”
치목은 앞으로 다가오며 두 손으로 주먹을 쥐더니 한손으로 허공을 때렸다. 순간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한제는 선검을 휘둘렀다. 그의 앞 30척 정도 되는 지점에 선검으로부터 힘이 미쳤다. 한제의 두 손이 저릿해졌다.
‘본체였다면 저자와 맞붙을 수 있었을 텐데!’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구수권을 휘둘렀다.
펑 소리와 함께 사신차가 나타났다. 그 위에서 혼수가 두 눈을 떠 치목을 보더니 하늘을 뒤흔들 듯 거대하게 포효했다.
치목은 놀란 듯 멍하니 혼수와 사신차를 바라보았다.
“저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도망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사신차, 과연 네 이름에 걸맞는 위력을 가졌는지 보여다오.”
혼수는 맹렬히 고개를 돌려 한제를 바라보더니 다시 포효했다. 사신차 위의 살벌한 가시들은 검은 빛을 번득였고 그 빛들은 천천히 혼수에게 응집되었다.
엄청난 위기감이 치목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는 사신차가 완전히 활성화되기 전에 얼른 달려들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한제는 냉소하며 선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순간 그의 앞쪽으로 30척 되는 지점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치목이 오른손을 튕겼다. 그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한제는 다시 선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연속적으로 선검을 휘둘러댔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열 갈래의 검광이 쏟아져 나왔다.
펑, 펑, 펑!
치목의 몸이 연이어 뒤로 물러났다. 온몸에 생긴 상처 아래로 백골이 드러났고 심지어 가슴팍의 뼈에는 균열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문양이 몇 번 번쩍이자 그 균열은 없었던 것처럼 회복되었다.
한제의 손에 들린 선검 안에서 허이국 마수의 애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와 유혼들로는 이 선검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없었다.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그 안에 든 허이국 마수와 유혼들은 연기처럼 흩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제는 멈추지 않았다. 이때, 사신차 위에 있는 혼수는 마지막 가시의 검은 빛을 흡수했고 그 순간 끝없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녀석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은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하늘을 부수고 땅을 뒤엎을 듯한 힘이 전차 안에서 흘러나와 혼수에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