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01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금제에 닿은 비검이 순간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수련을 시작했을 당시 넌 태어나지도 않았다.”
침상 위의 한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식하듯 말했다.
중년 남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내더니 두 말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금제는 번득이며 그를 감싸더니 이내 그를 포박하여 뒤쪽으로 끌어왔다.
중년 남자는 입을 벌려 뭔가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한제가 오른손을 내리치자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신음을 흘리던 남자는 부러진 이가 섞인 선혈을 토해냈다.
“난 연혼종의⋯⋯.”
그는 고통과 두려움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제의 손이 다시 내리쳤다. 이번에는 남자의 왼쪽 뺨이 부어올랐다. 그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지금껏 살면서 이런 치욕은 처음이었다.
“너와 함께 죽겠다. 폭발!”
남자가 낮게 외치며 체내의 금단을 빠르게 회전시키자 금단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는 새빨개진 두 눈으로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아까운 금단만 축냈구나!”
한제는 또다시 금번을 휘둘렀다. 순간 검은 빛을 번득이는 세 개의 금제가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체내를 뚫고 들어가더니 폭발하려던 금단을 감싸버렸다. 그리고 놀란 중년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금단을 뽑아냈다.
한제는 금단을 쥐고 살펴보다가 한 입에 삼켜버렸다.
남자는 대량의 선혈을 토해냈다. 상대가 절대 축기기 수준일 리 없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 너는 대체 누구⋯⋯?”
금단이 빠져나가면서 체내의 영력은 이미 전부 흩어져버린 상태였다. 사내는 이를 악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알 거 없다.”
한제는 사내의 미간을 꾹 눌렀다. 눈이 휘둥그레진 사내는 천천히 기력을 잃다가 옆으로 픽 쓰러졌다.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사내는 죽음을 자초했다.
한제가 살짝 두드리자 사내의 몸은 재가 되어 파스스 흩어져 사라졌다.
이어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렸고 머지않아 743번 동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손을 휘둘러 금제 하나를 쏘아냈고 이 금제는 천학석에 찍혔다. 잠시 후 한제의 몸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천학석을 뚫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제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을 때 그는 이미 743번 동굴 안에 있었다. 이런 방식의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은 다 금제 덕분이었다.
“누구냐!”
누군가의 고함이 동굴 안에서 흘러나왔다. 돌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백정 같은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제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그 표정은 분노로 바뀌었지만 그 순간 찬물을 들이부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토록 조용히 나타났다면 순간이동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서⋯⋯ 선배님⋯⋯.”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말은 미처 끝을 맺지 못했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한제가 툭 건드리자 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를 옆으로 밀어낸 한제는 잠시 후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러자 한 자루 비검이 나타나더니 한제의 손짓에 따라 그 벽을 내리쳤다.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하나가 벽에 나타났다. 한제는 비검을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길을 내는 비검을 따라 들어가 보니 약 3천 척에 이르는 통로가 나타났다. 이어 그 통로의 끄트머리에는 번쩍이는 빛의 땅이 있었다.
“영맥 광산이다.”
한제의 눈이 기쁨으로 빛났다.
그가 살짝 건드리자 비검은 웅웅 우는 소리를 내더니 빠르게 743번 동굴로 돌아갔다. 이어 쉭 소리를 내며 그 백정 같은 남자의 주위를 찔렀다. 그러자 비검이 파편으로 무너져 내려 사방으로 퍼지더니 금제가 되어 사내를 덮었다.
한제는 통로 끄트머리에서 오른손으로 옆의 벽을 꾹 눌렀다. 순간, 그 돌벽은 기이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뒤쪽의 통로가 삽시간에 사라져버렸다. 이제 743번 동굴을 아무리 살펴도 한제가 뚫은 통로의 흔적은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제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해 만든 금제 하나를 영석 광상(鑛床)에 쏘아 보냈다. 이를 통해 한제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영석 광상 깊은 곳, 이 산의 바닥에 이르러 있었다.
사방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영석으로 빽빽했고 그로부터 흘러넘칠 듯한 영력이 솟아올랐다. 이 영력에는 불순물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간단한 정화과정을 거친 뒤에야 흡수할 수 있지만 이는 수준이 낮은 수련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한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제는 마치 산 전체에 몸이 짓눌리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위에서만 내리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압박해와 근육이 찢어질 듯했고 쩌적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한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강력한 영력이야말로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영력의 압박을 받으며 한제는 자신의 체내에서 붕괴했던 원신이 천천히 회복되려는 징조를 보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덤벼라!”
한제는 저물대에서 세 개의 최고급 영석을 꺼내 배치했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낮게 기합을 넣었다. 순간 최고급 영석들이 터져나갔다. 순간 한제가 느끼는 영력은 몇 배로 위력이 증폭했다.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가 흘렀지만 한제의 두 눈에는 광기어린 기쁨이 깃들어 있었다.
“아직 부족해!”
한제는 이를 악물며 두 개의 최고급 영석을 더 꺼냈다. 그 영석들 역시 순식간에 터져버렸고 그 순간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듯 온 산의 영맥이 들끓었다.
한제의 몸을 짓누르는 영력의 위력이 순간 또다시 미친 듯이 증폭됐다.
거대한 영력의 압박감에 한제의 원신 조각은 천천히 모여 깨진 거울처럼 한 조각 한 조각 회복되어갔다.
그때, 무궁무진한 영력이 미친 듯이 체내로 흘러들어가면서 차(茶)의 경지와 봉인의 결합이 만들어낸 저지를 단숨에 뚫어버렸다. 순간 한제의 경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축기기 후기 절정, 돌파!
결단기, 돌파!
결단기 초기, 돌파!
중기, 돌파!
후기, 돌파!
원영기 초기, 돌파!
이 산의 영맥은 뿌리부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어두워졌고 번쩍이는 영맥 광상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버렸다.
10초, 단 1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사이에 산에서 자라난 모든 나무는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졌고 온 산의 영맥은 사라져 버렸다.
동굴 안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던 외부 제자들은 동시에 영력이 갑자기 씻은 듯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들이 의아해하는 사이, 거대한 흡인력이 지하로부터 발휘되어 그들 체내의 영력까지 미친 듯이 뽑아가 버렸다.
깜짝 놀란 외부 제자들은 각종 법보를 사용해 다급하게 동굴 안에서 빠져나왔다. 더 이상 그 안에 머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편, 한제는 영맥의 모든 영력이 사라지자 순간이동을 해 어느새 산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의 수많은 외부 제자들은 모두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웅성거렸다. 화제는 당연히 방금 벌어진 기이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한제가 백정 같은 사내를 속박하고 있던 금제를 풀자 사내는 얼른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는 한제를 보자마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한제는 단지 말없이 그를 잠시 응시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저 사내는 앞으로 결코 한제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한제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그를 보고 있던 일전의 그 아름다운 여인이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제는 냉랭한 눈으로 훑어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원영기 중기 절정! 이 한 번으로 이렇게까지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보다도 원신이 기초적인 회복을 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경지의 힘은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그보다는 죽을 뻔했던 상태에서 겨우 살아난 상황이 그에게는 더욱 소중했다.
산에서 나타난 급격한 변화에 연혼종에서 세 노인이 쏜살같이 날아왔고 그중 한 백발노인이 위엄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들 조용!”
순간 사방이 고요해졌다.
“유복림, 어디 있느냐?”
노인이 외쳤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노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곁에 있는 두 사람과 함께 산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한제의 법보를 탐하다 죽은 그 중년 남자가 유복림인 모양이다.
그 노인들은 연혼종의 정식 제자이자 연혼종의 외부 집사였다.
방금 윽박지른 백발노인은 원영기 초기, 나머지 둘은 결단기 후기 수준임을 알아본 한제의 눈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살짝 번득였다.
산으로 들어간 세 사람 중 백발노인 혼자만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너희 외부 제자들 중 누구도 허락 없이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말을 마친 노인이 저물대를 두드리자 옥패 하나가 나타났다. 옥패는 유성과 같은 빛이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연혼종 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외부 제자들 대부분은 놀란 듯했으나, 아랑곳 앉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제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는 어느 커다란 나무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했다.
조사
노인은 옥패를 연혼종에 보낸 뒤 형형한 눈빛으로 외부 제자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두 명의 동문과 함께 이곳에 이른 순간,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산의 영맥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영석 광상 깊은 곳은 건드리자마자 재가 되어 부서져 버렸다. 분명 누군가가 순간적으로 엄청난 영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너무도 기이한 상황이었다.
외부 제자들을 하나씩 훑고 지나가던 그의 시선이 한제를 스쳐 지나갔다. 허나 그가 보기에 한제의 수준은 축기 후기에 불과하여 달리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원신을 어느 정도 회복한 한제의 수준은 화신기 수련자가 아닌 이상 간파할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혼종에서 열 개가 넘는 인영이 빠르게 다가와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의 곁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원영기 수련자가 다섯이나 있었고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자는 결단기 중기 수준이었다.
심지어 원영기 후기 수준의 중년 문인도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의 전신에서는 음산하고 서늘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마치 수많은 원혼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한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은 곧장 서늘해졌다. 그는 빛이 번득이는 냉랭한 눈으로 산을 살피다가 조용히 물었다.
“사제, 대체 무슨 일로 옥패를 보냈는지 고하게.”
아까부터 이곳에 와있던 백발노인이 얼른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셋째 사형, 이 산의 영기가 한순간에 사라져 영맥은 폐광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분명 이곳에 있는 외부 제자들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년 문인은 눈을 번득이며 호통쳤다.
“사방을 봉쇄하고 거동이 수상한 자는 곧장 죽여라!”
그리고 그는 노인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제, 나와 함께 올라가 종주님을 뵙도록 하지.”
말을 마친 그가 연혼종 쪽으로 훌쩍 내달리자 노인이 얼른 뒤따랐다.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연혼종의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곁에서 감시하고 있는 수련자들을 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흡혈 마수를 소환해 곧장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좋은 수련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