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06
“혼금으로 봉쇄해 놓았을 정도라면 분명 엄청난 보물이 있을 터!”
한제는 정신을 집중한 뒤 결인한 두 손을 흔들었다. 순간 잔영이 줄기줄기 쏟아져 나와 그의 곁을 맴돌았다.
“파괴!”
한제가 낮게 외치며 두 손을 앞으로 뻗자 그의 곁을 맴돌던 금제들이 질주하듯 검은 안개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금제들은 하나로 이어지면서 마치 긴 용처럼 검은 안개를 향해 돌진했다.
검은 안개 속에서 번득이던 두 갈래의 어스름한 빛이 분노한 듯 번득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격렬하게 요동치던 검은 안개 속에서 방금 전보다 훨씬 큰 영혼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포효가 원신에 전해졌을 때, 한제는 원신의 분열된 틈 속에서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한제는 어두워진 얼굴로 얼른 물러났다.
바로 그때, 검은 안개가 더욱 격렬하게 요동치다가 맹렬하게 수축하며 중앙으로 응집했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안에서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마수가 나타났고 마수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수가 나타난 순간 한제는 좀 전까지 검은 안개로 뒤덮였던 땅에 꽂혀 있는 금색의 깃발을 발견했다. 검은 안개는 그 작은 깃발에서 발산된 것이었다.
마수는 사지를 땅에 디딘 뒤 거대한 머리를 한제에게 향한 채 입을 쩍 벌렸다. 두 눈에서 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제가 쏘아 보낸 금제는 모두 마수의 몸에 찍힌 채 불규칙적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그 마수는 머리를 흔든 뒤 콧구멍으로 두 갈래의 검은 기운을 분출했다. 녀석은 한제를 노려보더니 마치 송아지처럼 펄쩍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기린인가?”
한제는 곧장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수는 한제가 사라지고 남은 허공을 들이받았다가 맹렬히 고개를 들더니 또다시 포효했다. 그 소리가 사방으로 뻗은 영맥을 따라 울려 퍼졌다가 1천 척 밖에 있는 부드러운 힘에 튕겨 나왔다. 마수는 다시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검은 안개는 금색의 작은 깃발 안으로 사라졌다.
한제는 수천 척 밖의 영맥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의 영맥 광상에서 반짝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제는 미간을 구긴 채 몸을 돌려 검은 안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선계의 능천후가 부렸던 기린과 비슷하지만 기린은 아니야. 저 금색 깃발은 분명 연혼종의 보물이자 혼번이겠군. 저 마수는 그 보물을 수호하는 녀석으로 아마도 혼번 안의 여러 혼백 중 하나일 거고. 보아하니 연혼종의 혼번 제작 방법은 상고 시대의 혼금과 큰 관련이 있는 것 같군.”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중얼거렸다.
“저 마수의 힘은 상당해. 화신기 초기 정도에 해당하는 것 같군. 지금으로서는 저 녀석을 처리하기 힘들겠지.”
한제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하기 시작했다.
류미를 본 후로 다시 주작국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류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허나 그는 아무리 고민해도 류미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지, 또 그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섣불리 달려들지도 못했다.
“기이한 일이군. 주작국의 태도도 이상하고⋯⋯. 정 안 되겠으면 주작성을 떠나 조금 일찍 천운자를 만나러 가야겠어.”
한제가 중얼거렸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수개월이 지났다.
한제가 머문 동굴 밖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황량했다. 무척 구석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동굴 밖에는 잡초 대신 누군가가 심은 꽃과 풀로 향기가 가득했다. 땅에 박혀 있던 돌도 고르게 정리됐고 대신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푸른 돌이 깔려 있었으며, 심지어 정자와 누각까지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다. 그 중앙에는 누군가가 파놓은 연못이 있었고 그 안에 금빛 물고기 몇 마리가 노닐었다. 그 물고기들의 유영에 연못 수면에는 이따금씩 물결이 일었다.
훌륭한 광경이었다.
당시 한제를 따르려던 두 여인, 허은과 유미는 정자 안에 앉아 앞에 놓인 과일들을 깎으면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허은 사저, 청목 사형이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와서 이 광경을 보면 우리를 나무라지 않을까요?”
유미는 몸집이 왜소했고 허은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작았다. 그렇지만 그 자태와 아름다움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지 않을 거야. 정결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독단적인 결정이간 했어도 덕분에 주변은 한층 아름다워졌잖아. 겉으로는 화를 내더라도 속으로는 마음에 들어 할 테니 걱정 마.”
허은이 살짝 웃으며 과일 하나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청목 사형의 명성을 여기저기 알린 덕분에 우리의 삶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네요. 이대로만 지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몇 달 동안 제가 모은 혼백이 지난 1년 동안 모은 것보다 훨씬 많거든요.”
유미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지만 않으면 너와 나의 자질로 반드시 백혼번(百魂幡)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혼번으로 결단기 후기에 이를 수 있게 되겠지.”
허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사저, 전 걱정돼요. 방문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요. 만약 청목 사형이 저희가 소문낸 것을 아시면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아요.”
유미가 조용히 말했다.
“아마 그러지 않을…”
그때, 갑자기 긴 무지개 하나가 산봉우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더니 그 무지개에서 회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용모는 준수했고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려 신선의 풍모를 풍겼다.
“청목 사제, 나는 곽동건일세. 나와서 이야기나 좀 나누세!”
“돌아가세요. 청목 사형은 지금 폐관수련 중이십니다.”
허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곽동건은 인상을 팍 구기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청목의 시첩이냐?”
유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허은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청목 사형의 시첩입니다.”
곽동건은 냉랭한 눈으로 유미를 힐긋 살피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누굴 속이려 드는 것이냐. 너희 둘은 물러나 있거라.”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한 줄기 빛이 나타나더니 청룡으로 변해갔다.
청룡이 나타나자 사방에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이 휘휘 소리를 내며 불어 닥치는 사이 청룡은 돌진하여 동굴을 꿰뚫었다. 한데 바로 그때, 금제가 발동되면서 청룡의 진입을 막는 동시에 거대한 손 하나가 허공에서 나타나 청룡을 틀어쥐고 흔들었다. 청룡은 비참한 비명을 질러대다가 빛으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곽동건은 흠칫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은 동굴 깊은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한제가 천천히 동굴 밖으로 걸어 나왔다. 햇빛이 내리쬐는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검은 기운들은 그의 뒤에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두개골 형상을 이루었다.
“천혼번(千魂幡)의 환술!”
곽동건은 안색이 변하더니 몇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곽동건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자의 수준은 원영기 초기였다.
“혼번을 내놓는다면 보내주마.”
한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곽동건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두 말 않고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그의 손에 두 줄의 금색 선이 그려진 혼번이 나타났다. 곽동건이 그것을 휘두르자 혼백들이 쏟아져 나와 그의 주위에 검은 기운을 형성했다. 그 기운들은 흉측한 혼백의 얼굴들이 되어 한제를 향해 포효했다.
곽동건은 주문을 중얼중얼 외면서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혼번으로 한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천혼번이라면 나도 가지고 있다. 네가 이긴다면 당연히 내어주마!”
순간, 그의 몸을 감싸고 돌던 혼백들이 휙 하고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혼백의 일부는 축기 수준이었고 결단기 수준까지 성장한 혼백들도 있었으며, 두 개의 뿔이 달린 거대한 혼백도 하나 있었다. 그 혼백은 원영기 수준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허나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소용돌이!”
순간 그의 앞쪽에 거대한 검은색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그 소용돌이를 본 곽동건은 사색이 됐다.
“청목 사형께서 이번에 폐관수련을 하신 것은 그 연혼술을 수련하기 위해서였군요! 3개월 만에 혼백의 소용돌이까지 다룰 수 있게 되셨다니, 이 곽동건은 감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원영기 기운을 뿜어내는 그 혼백을 제외한 모든 혼백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홀로 남은 뿔 달린 혼백은 겁에 질린 듯 비명을 내지르며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멀리 달아났다.
“허?”
한제가 오른손으로 허공을 꽉 쥐자 그 혼백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끌려왔다.
“어디에서 이 혼백을 얻었지?”
한제의 질문에 곽동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혼백의 소용돌이를 다루는 것을 본 순간 그는 일체의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
“청목 사형, 연혼봉 제자들 중 혼백의 소용돌이를 파악한 세 번째 제자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 원영기 수준의 혼백은 9백 개의 혼백을 담은 백혼번으로 추백봉의 소금세에게서 바꿔온 것입니다.”
류미와의 두 번째 교전
한제는 지난 3개월 동안 영맥의 압력을 통해 다시 한 번 수준을 성장시켜 원영기를 돌파했다. 이제 원신만 회복시키면 다시 화신기에 이를 수 있었다. 얼굴의 찻잎 모양 흉터도 이제 세 개만 남았고 손태의 봉인도 거의 붕괴 직전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연혼봉을 뒤덮은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감지한 것이었다. 그 안에서 이따금 혼백들이 발산됐는데 그때마다 혼백들은 연혼봉에서 1백 갈래가 넘는 영력을 앞을 다투어 강탈했다. 그 혼백들은 한곳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연혼봉 어느 곳에서든 나타났다.
그 현상을 관찰한 한제는 또다시 전율했다. 그는 곧장 연혼 옥패를 자세히 살폈고 점차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연혼 삼법은 각각 연혼, 추백, 그리고 쇄신으로 나뉘었다. 그중 연혼은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죽은 혼백들을 제련해내 혼번에 봉인하는 방법이었다. 일종의 특수한 방법으로 그 혼백을 흩어지지 않게 함으로써 점차 성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반면 추백은 죽은 영혼을 제련해낼 수 없었고 살아 있는 사람의 체내로부터 살아 있는 영혼을 뽑아내 혼번에 봉인하고 그것을 조종하는 방법이었다.
마지막 쇄신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연혼봉에서는 혼번을 그 안에 봉인된 혼백의 수에 따라 십, 백, 천, 만 등으로 분류했고 혼백의 수가 많을수록 낼 수 있는 위력도 강해졌다.
십혼번과 백혼번은 흔하디 흔했으나, 천혼번에는 일종의 신통력이 있었다.
천혼번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중심이 되는 주요 혼백이 있어야 하는데 주요 혼백의 힘이 그 혼번에 봉인된 다른 혼백들의 힘을 합친 것보다 커야 했다. 이것이 바로 천혼번이 많지 않은 이유였다. 999개의 혼백을 봉인했더라도 주요 혼백이 없어 천혼번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혼번을 연구하던 한제는 영맥 깊은 곳의 그 기린 같은 마수를 떠올렸다. 그 마수는 분명 그 금색 혼번의 주요 혼백일 터였다.
3개월 동안의 수련을 통해 한제는 대량의 혼백을 수집했는데 그 혼백들은 어째서인지 영맥에 응집되어 있었다. 한제가 본 것만 해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는데 이전의 그 혼백들은 나타나자마자 영맥에 흡수되어 버린 듯했다.
그런 혼백들을 수집하면서 한제는 영맥에 응집된 그 혼백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혼백들은 영맥의 깊은 곳에 있는 그 혼번에 흡수됐다.
지난 3개월 동안 한제는 거의 9할 이상의 혼백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개중에는 강한 녀석도 약한 녀석도 있었다. 그리고 그간 모았던 혼백들 중에는 원영기 초기 수준에 해당하는 혼백도 있었기 때문에 한제는 그것을 주요 혼백으로 삼았다.
원영기 수준의 혼백은 많지 않았다. 1년을 통틀어 두세 개 정도만 나타날 뿐이었다. 원영기 수준의 혼백이 나타나면 연혼봉 제자들 사이에 강탈전이 발생하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