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08
노인은 이를 악물고 외치며 손에 든 방울을 흔들었다. 순간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파문이 나타났다. 파문들은 하나하나 뿔 달린 반인반수(半人半獸)가 포효하며 금색 혼번의 마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린처럼 생긴 두 마리의 마수는 포위된 채 연이어 포효했다.
노인은 희색을 띈 얼굴로 전력을 다해 손에 쥔 법보를 조종했다.
한데 그 순간, 검은 기운이 금색 혼번으로부터 솟아오르더니 세 번째 마수가 나타났다.
노인은 짜증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며 고함을 질렀다. 세 번째 마수까지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분명 진전이 있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도 틀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는 저 금색 혼번 안에 몇 개의 주요 혼백이 있을까 분석해보기도 했다. 맨 처음에는 한 마리였지만 거의 승기를 가져올 시점이면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이번에는 굳은 결심을 하고 큰 대가를 치러가며 법보까지 빌려왔지만 안타깝게도 세 번째 마수가 나타나고 말았다. 어쩌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그 이상의 주요 혼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혼번이 아주 오랫 동안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노인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쉰 뒤 포기하려 했다.
순간, 노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거대한 신식이 사방에서 달려들었고 노인은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화신기 수련자에게서나 느껴볼 법한 느낌이었으나, 실제 화신기 수련자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선배님께서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오셨나 보군요.”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제자 오도계, 어르신을 뵈옵니다.”
그 신식이 확산되자 세 번째 마수가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여러줄기의 검은 기운이 몸을 감싸자 녀석은 발버둥 치며 포효했다.
“흥!”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오는가 싶더니 뒤이어 하나의 거대한 손이 허공에서 나타나 그 금색 혼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 금색 혼번은 바람도 없는데 펄럭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세 마리의 마수가 연이어 튀어나오더니 그 손을 향해 포효하며 돌진했다.
허나 그 마수들의 흉악한 눈빛 속에는 두려움도 깃들어 있었다.
그 거대한 손바닥이 후려치자 한 마리의 마수가 비명을 지르며 수많은 혼백으로 흩어지더니 앞을 다투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 사이 나머지 두 마수가 곧장 달려들어 그 손바닥과 한데 엉켰다.
신식을 통해 다시 냉랭한 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무수히 많은 검은 기운이 사방에서 달려들더니 한곳에서 응집되어 검은 색의 거대한 창을 이루었다. 그 창은 검은 빛을 번득거리며 기린 마수를 향해 날아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제의 수준으로는 그 마수들에 대적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시 그의 수준은 원영기 중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수준은 이미 원영기를 돌파해, 지금의 그는 경지를 깨닫지 못한 화신기 수련자라고 볼 수 있었다. 진정한 화신기 수련자였던 이전만은 못하지만 눈앞의 마수들을 대적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금색 혼번 안에서 갑자기 기린 마수가 내질렀던 것보다 더 큰 포효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순간 한 줄기 금색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 금색 기운이 나타나자마자 모든 기린 마수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펑펑 소리와 함께 수많은 혼백으로 붕괴되어서는 그 금색 기운에 녹아들었다.
기린 마수가 붕괴하자 오도계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혼번과 법보가 모두 그 기린 마수와 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마수들이 붕괴하면서 일으킨 엄청난 힘에 영향을 받은 그는 상당한 중상을 입고 말았다.
그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바로 이때, 그림자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그림자의 손짓 한 번에 오도계는 곧장 정신을 잃었다.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오도계의 혼번과 보라색 나무 손잡이가 달린 방울이 그의 손에 떨어졌다. 한제는 끊임없이 응집되고 있는 금색 기운을 주시했다.
“저것이 저 혼번의 주요 혼백이었군. 이전까지의 마수들은 보조 혼백일 뿐이었어.”
금색 기운은 모든 혼백을 흡수한 뒤 온 연혼봉이 뒤흔들릴 만큼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순간, 온몸에서 금빛을 번쩍거리는 거대한 기린 마수가 한제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기린 마수는 보통의 혼백과 달리 투명한 느낌조차 없었다.
그 기린 혼수는 당시 선계에서 능천후가 다루었던 기린 마수와 색깔만 다를 뿐 모습은 거의 똑같았다. 다만 그 기운은 검존 능천후가 다루었던 기린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기린 잔혼(殘魂)!”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검은 기운이 사방에서 날아들어 그의 손 안에서 검고 긴 창을 만들어냈다.
황금 기린은 크게 울부짖었고 순간 거대한 금색 빛 덩어리가 갑자기 녀석의 전방에서 나타나 번쩍이면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손에 든 긴 창을 한 번 휘두른 뒤 몸을 훌쩍 날리면서 그 빛 덩어리를 창으로 찔렀다.
펑!
거대한 소리와 함께 사방의 영맥에 균열이 일었다. 한제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났고 빛 덩어리는 반짝이는 빛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재미있군. 능천후의 그 기린은 전승받은 것이 없어 술법을 부리지는 못했는데 이 잔혼은 그것보다 훨씬 약하긴 해도 술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분명 기억의 유산을 전승받은 모양이야.”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그 안에서 두 개의 방울이 나왔다. 방울은 한제의 손짓 아래 번득이면서 기린을 뒤덮으려 달려들었다.
풀쩍 뛰어오른 기린은 앞발을 높이 들고 맹렬히 돌진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의 영맥이 붕괴했다. 거대한 힘이 몰아치면서 두 개의 방울이 바르르 떨렸고 기세도 점차 누그러졌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리면서 손에 쥔 긴 창을 앞으로 찔렀다. 콰르릉 소리와 함께 긴 창은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기린의 몸을 관통했다.
마수는 포효했다. 검은 빛에 관통된 부분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은 하나하나의 혼백으로 변했다.
한제는 다시 저물대에서 혼번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그 혼백들은 곧장 한제의 혼번으로 날아들었다.
기린은 크게 고함을 질렀고 순간 한제의 혼번으로 날아들던 혼백들은 기린의 체내로 다시 돌아갔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혼백의 소용돌이가 나타나 그 기린과 혼백을 강탈하려는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두 개의 방울이 급격하게 커져 달려들었다. 그러자 기린이 포효하며 두 콧구멍으로 두 갈래의 검은 안개를 분출했다. 그 검은 안개는 두 마리의 조금 작은 기린 마수가 되어 방울을 막으려 했다.
그때 한제가 오른손으로 결인을 해 수많은 금제를 사방으로 쏘아 보냈다. 금제들이 두 마리 작은 기린 마수를 차례로 제압하고 나자 두 개의 방울이 그것들을 흡수했다.
이를 본 기린 마수의 몸에서 혼백들이 발산됐으나 한제는 코웃음을 쳤다
“미련한 짐승아, 만약 네게 네 선조와 같은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한 줄기 잔혼으로 응집되어 만들어진 허상인 네가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말을 마친 한제는 두 손을 빠르게 움직여 잔영의 금제들을 빠르게 쏘아 보냈다. 그 금제들은 기린 마수의 사방에 떨어져 거미줄처럼 녀석을 덮쳤다.
기린 마수가 포효하며 발버둥 치자 금제가 쩌적 소리를 내며 붕괴했지만 한제의 두 손에서 쏘아보낸 금제들이 끊임없이 달려들어 그 위로 내려앉았다.
한제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금제들이 짧은 순간 쏟아졌다. 기린 마수의 포효는 갈수록 격렬해졌지만 물에 가라앉듯 움직임은 서서히 둔해지기 시작했다.
기린 혼번
한제는 오른손으로 저물대에서 작은 깃발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깃발은 금번이었다.
그가 금번을 휘두르자 수많은 금제가 쏟아져 검은색의 긴 창들을 이루었고 그 검은 창들은 한제가 기합을 넣으며 손짓하자 금색 기린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한제의 오른손은 빠르게 여러 결인을 그려 혼백의 소용돌이들을 만들어냈다.
무수히 많은 검은색의 긴 창이 날아들자 기린의 두 눈에 분노가 어렸다. 녀석이 몸을 크게 흔들자 열 개가 넘는 금색 빛 덩어리가 나타났다.
펑, 펑!
금제로 이루어진 긴 창과 금색의 빛 덩어리들이 부딪쳐 몇 번의 거대한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몇 개의 창이 기린의 몸을 뚫고 들어가서 대량의 혼백을 흩어버렸다. 그러자 그 혼백들은 한제가 곳곳에 만들어놓은 혼백의 소용돌이들에 흡수됐다.
기린이 거대한 비명을 내지르며 격렬하게 발버둥 치자 그 몸에 찍힌 금제들이 갈라지고 파괴됐다.
한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잔혼으로 만들어진 허상이 이토록 강력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 잔혼은 거의 화신기 후기 절정에 이른 수련자에 맞먹을 정도로 강했다. 조금만 더 강해진다면 영변기 수준에도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목에 걸린 구수권이 날아가 한쪽에 떨어지더니 펑 하고 사신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차 위의 혼수(魂獸)는 홍접과의 결전 이후 허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은 기린 잔혼을 보자 정신을 차린 듯 두 눈에 탐욕이 번득였다. 반면 기린 잔혼은 혼수를 보자마자 천적을 만난 듯 낮게 포효하더니 금제에 발버둥 치던 것을 멈추고 전의를 불태웠다.
한제는 오른손으로 또 한 갈래의 빛을 쏘아보냈다. 그 빛이 전차에 찍히자 전차 위의 혼수가 처음으로 분노가 아닌 환호성을 내뱉으며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전차가 채 활성화되기도 전에 수많은 사슬에 매인 채 미친 듯이 기린 잔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린 잔혼은 포효하며 사방에 다시 한 번 수많은 금색 빛 덩어리를 만들어 혼수의 돌격에 대비했다.
혼수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빛 덩어리들이 부서져 버렸다. 혼수는 몸으로 기린 잔혼의 몸을 들이받았다.
순간, 두 마수의 고통에 찬 비명이 흘렀다. 맹렬하게 달려든 혼수는 전차에 매인 사슬 때문에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곧바로 몸을 틀어 커다란 입으로 사슬을 물어뜯었지만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분노한 혼수는 곧장 한제를 향해 포효했다.
기린 잔혼은 혼수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의 몸에 찍힌 금제는 좀 전의 충돌로 무너져 내릴 기색을 보였으며, 멀리까지 날아간 마수의 몸에서 또 한 차례 대량의 혼백이 흩어져 버렸다. 그 혼백들 역시 나타나자마자 한제가 만든 소용돌이에 흡수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은 말끔해졌다.
금색 기린의 몸은 이전처럼 또렷하지 못하고 점점 흐려졌다. 녀석은 혼수를 보며 으르렁거렸지만 감히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혼수와의 충돌로 기린 마수가 밀려나자 금색 혼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려 그것을 손에 쥐려 했다.
금색 기린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자 한제가 냉소하며 오른손으로 전차를 가리켰고 순간 전차에 매여 있던 혼수의 사슬이 사라져버렸다.
사슬의 구속이 사라지자 혼수는 흥분한 듯 포효하며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기린 잔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린 잔혼은 포효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제를 내버려두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순간, 두 마리 마수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대량의 혼백들이 기린 마수의 몸에서 흘러나와 소용돌이에 흡수됐다.
한제는 금색 혼번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냉랭한 기운이 그의 몸을 뚫고 들어와 몇 바퀴 돈 후에야 안정을 찾았다. 한제는 희색 어린 눈으로 금색 혼번에 선혈을 한 움큼 뿌렸다. 선혈은 빠르게 혼번에 흡수됐다.
“일어나라!”
한제가 소리치며 금색 혼번을 지면에 꽂았다.
순간 팔뚝만 한 굵기의 검은 기운이 그 혼번이 꽂힌 곳에서부터 곧장 연혼봉 위로 솟아올랐다. 멀리서 보면 연혼봉 꼭대기에서 검은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라 검은 빛을 사방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혼봉의 모든 제자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산꼭대기의 검은 기운을 바라보았다. 이전에도 산봉우리에서 흘러나오는 포효를 간간이 들었지만 그동안은 포효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도 강해 감히 살펴볼 생각조차 못했다.
연혼종의 세 봉우리에 있는 아홉 개의 거대한 금빛 고리가 돌연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그중 여덟 번째 고리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이 어두운 그는 그 검은 빛을 바라보다가 몸을 날렸다.
한데 그가 움직이다가 제자리에 멈추더니 공손한 기색으로 아홉 개의 금빛 고리 뒤에 있는 두 개의 옅은 핏빛 고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말씀 받들겠습니다, 시조님.”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금빛 고리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 무렵, 한제는 금색 혼번을 움켜쥔 채 부르르 떨더니 중얼거렸다.
“기린 혼백, 돌아와!”
순간 혼수에게 쫓겨 여러 번 위험한 순간을 넘긴 금색 기린 마수가 포효하더니 금빛 줄기가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혼번 속으로 들어왔다.
손에 쥔 혼번이 진동하는 것을 느낀 한제는 희색을 드러내며 그 혼번을 잘 챙겨 넣었다.
혼수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한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자신의 먹잇감까지 회수해버리자 더욱 화가 난 혼수는 맹렬하게 몸을 틀어 삼켜버리려는 듯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제는 혼수를 조종할 수는 없어도 봉인은 할 수 있었기에 침착하게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전차에서 사슬들이 번득이며 날아와 혼수를 결박했다. 혼수는 계속해서 분노에 찬 포효를 질러댔지만 결국 전차 안으로 사라졌다.
전차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구수권으로 변했다. 한제는 그것을 손목에 차지 않고 철저히 봉인한 뒤 저물대 안에 집어넣었다.
일을 마친 그는 몸을 훌쩍 날려 영맥 깊은 곳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연혼봉 위에서 나타났다.
이 무렵, 산봉우리 꼭대기의 검은 기운은 상당히 짙어진 상태였다.
한제는 다소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그 기척을 못 느꼈을 리가 없는데 어째서 화신기 이상 수련자들이 나서지 않는 거지? 설마⋯⋯.”
한제는 아홉 개의 금빛 고리와 그 뒤에 있는 핏빛 고리까지 살폈다. 지금 그는 이전 수준을 완벽하게 회복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두려울 것도 없었다. 영변기 수련자가 나온다 해도 공간의 균열 안에서 성라반을 타고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허나 한제는 곧 핏빛 고리에서 호의가 깃든 시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