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11
“세 가지 선물,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바를 말씀하십시오. 최선을 다해 해내겠습니다.”
한제가 이리 말한 것은 둔천의 선물에 실제로 매우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둔천은 빙긋 웃었다. 껄끄러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한제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이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천우, 나는 일 하나를 도모하고 있네. 사실 자네가 우리 연혼종에 오지 않았다면 내 직접 자네를 찾아 나설 생각이었지.”
한제는 둔천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연혼종의 어느 화신기 수련자를 죽였다는 소문, 저도 들었습니다. 그에 관해 묻고 싶으신 겁니까?”
둔천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것은 내가 아무런 연유도 없이 자네를 찾아 나선다면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으니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그렇게 신중을 기해가며 자신을 찾으려 한 이유가 짐작이 될 것도 같았다.
둔천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우, 자네는 주작국이 주작성을 이렇게 오랜 세월 점유해오는 동안 어째서 5성 수련국이 10개 밖에 안 되는지 알고 있나?”
그는 한제가 답할 틈도 없이 고개를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주작국이 처음 주작성에 왔을 때, 그 나라에는 총 여섯 개의 종파가 있었다네. 그리고 그 여섯 개 종파 안에서 제자들이 분산되어 주작성 곳곳에 수련국을 세웠지. 동시에 그 종파들에서는 그 핵심 제자들에게 주는 상으로 그들의 나라를 5성 수련국에 봉해줬어. 그 나라들이 최초의 5성 수련국들로 단 여섯 개 뿐이었지. 우리 연혼종도 그중 하나였네.”
한제는 덤덤하게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둔천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상황이 변해가면서 시간이 흘렀어.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5성 수련국 중 어딘가가 6성 수련국이 되려고만 하면 누군가가 방해를 했다네. 주작국에서는 이 주작성에서 두 번째 6성 수련국이 나타나게 두지를 않는 거야. 우리에게는 그동안 6성 수련국이 될 뻔한 적이 세 번이나 있었네. 하지만 그때마다 수포로 돌아갔어. 그리고 지금은 나라마저 잃고 하나의 종파로서만 존재하고 있지.”
아직 자신에게 바라는 바가 나오지 않았기에 한제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6성 수련국이 되는 것은 우리 연혼종 1대 시조의 꿈이었네. 연혼종에 몸담았던 모든 사람의 꿈이기도 했지. 오래 전, 주작성에는 그 어떤 수련자도 없었네. 주작국은 사성성(四聖星)의 5성 수련국이었고 여섯 개 종파가 합심해 갖은 노력 끝에 주작국을 6성 수련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 이에 사성성의 속박에서 벗어난 주작국에 수련 연맹이 주작성을 하사한 거야.”
이어진 둔천의 설명은 한제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처음에 연혼종에는 문정기 수련자가 셋이었고 나머지 다섯 종파에도 문정기 수련자가 몇 명씩 있었다. 당시의 주작국은 무척 강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주작성은 결코 좋은 땅이 아니었다. 또한 기이한 문장의 힘을 쓰는 토착민들도 있어, 한차례 전쟁이 벌어졌다. 연혼종의 십억존혼번이 만들어진 것은 이때였다.
비록 주작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주작성은 더욱 황폐해졌고 살아남은 문정기 수련자가 몇 없을 정도로 주작국은 약해졌다. 여섯 개 종파에서 여섯 개의 5성 수련국을 이룬 뒤 주작국에서 첫 번째 주작을 임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주작은 주작산을 만들어 주작성의 통제점으로 삼았다.
그 후 모든 5성 수련국들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주작의 임무는 5성 수련국이 6성 수련국으로 승급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주작국은 아직도 토착민과의 전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주작국을 통틀어 문정기 수련자가 넷뿐이니 얼마나 약해진 것이겠나? 그들은 5성 수련국이 치고 올라와 자신들이 더 이상 주작성을 통제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지.”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가 제게 시키실 일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저는 일개 화신기 수련자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둔천은 굳은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관련이 있지!”
“예?”
한제는 고개를 들어 둔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는 운작(雲雀)이 택한 네 명의 주작 승계 후보 중 한 사람이라네.”
“운작이요?”
한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6성 수련국
둔천이 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에 나무 조각상이 하나 나타났다. 준수한 용모에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사람은!”
한제는 흠칫 놀라며 얼굴을 구겼다. 그 사람은 그에게 밀짚모자를 주었던 그 노인이었다. 노인의 수준은 통천기에 이르러 있었으니, 당시 한제가 가졌던 의문이 이제야 풀린 셈이었다.
“이 자가 바로 운작이라네. 주작의 사제이기도 하지.”
둔천은 나무 조각을 바라보며 탄식하듯 말했다.
“이 나무 조각상, 자네가 만든 것이지? 운작을 똑 닮았어.”
“선배님께서 제게 세 가지의 선물을 주신 것 역시 그 사람 때문입니까?”
한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일부는 그렇지.”
둔천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득였다.
“운작은 내게 원하지 않는다면 류미만 쫓아내고 나머지 두 개의 선물은 주지 않아도 좋다고 했네.”
둔천은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 깃든 기이한 빛은 갈수록 짙어졌다.
“천우든 이한제든 상관없네. 우리 연혼종은 주작성에 온 이래 여태까지 36명의 영변기 수련자를 배출해냈어. 그리고 그들의 혼백은 모두 이 혼번에 봉인되었지. 나의 사형이 36번째였고 내가 37번째일세.”
한제는 고개를 들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개의 핏빛 고리를 바라보았다.
“나의 사형은 2년 전 수명이 다했다네. 이는 주작도 모르는 사실이야.”
한제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하나 부탁하겠네. 연혼종에 들어와 나의 후계자가 되어주게. 그리고 경지의 힘을 걸고 맹세하게. 우리 연혼종을 6성 수련국으로 승급시키겠다고…”
둔천의 기이한 눈빛을 보며 한제가 물었다.
“왜 저입니까?”
“운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의 사형 때문일세. 천우, 내 사형의 경지는 어떤 공격력도 갖지 못했지만 이 주작성에서 유일한 존재였네. 다른 수련성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지였지.”
둔천의 눈에 존경심이 어렸다.
“바로 예지의 경지였다네. 사형의 수명은 본디 1백 년 정도 더 남았었는데 2년 전 남은 수명을 모두 쏟아부어 경지의 힘을 발동했다네. 우리 연혼종의 살길을 찾으려고 말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실패했지.”
한제는 긴장한 마음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만약 그의 사형이 연혼종의 미래는 이한제에게 달렸다는 둥의 말을 한 것이라면 한제는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생각이었다.
둔천은 한 줄기 광기가 섞인 형형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실패 후 사형이 죽음을 앞둔 그 순간이 바로 자네가 연혼종 밖에 이른 그때였다네!”
한제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저 우연일지도 모르지. 나의 헛된 희망이자 고집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의 수명 역시 빠르게 끝을 향해 가고 있으니 더는 기다릴 수가 없기에 도박을 걸어봤네. 사형의 경지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네를 불러들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데에 걸어본 거야.”
둔천의 눈이 씁쓸하게 변했다. 사실 스스로도 일찍이 이 모든 것이 자신과 남을 속이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재 연혼종에는 후계가자 없네. 나야 혼번을 가지고 있으니 주작이 들이닥친다 해도 두렵지 않으나, 내가 죽으면 우리 연혼종은 끝이야. 혼번은 주작이 가져갈 테고 혼번 없는 연혼종은 미래가 없으니까.”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혼번을 제게 주시는 겁니까?”
둔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수명이 다하는 날, 자네가 이 혼번을 가지게 될 걸세.”
한제가 고개를 저으며 쓰게 웃었다.
“하지만 6성 수련국이라니, 제 수준으로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한제의 엄살에 둔천은 피식 웃었다.
“내게 남은 수명은 채 10년도 되지 않네. 그 후에는 모든 것을 자네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 성공하든 그러지 못하든 이 둔천의 말을 기억하게. 우리 연혼종은 자네에게 아무런 악의도 가지지 않았고 아무런 위험도 끼치지 않으려 했으며, 혼번으로 그 은혜를 갚으려 했다는 것 말일세. 그거면 됐네.”
한제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둔천의 두 눈이 밝아졌다. 한제를 바라보던 그는 하하 웃으며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금색 옥패 하나가 튀어나와 한제의 손에 떨어졌다.
“우리 연혼종에 번잡한 규칙은 없네. 이 옥패에는 십억혼번을 조종할 수 있는, 우리 연혼종의 핵심인 쇄신법이 기록되어 있지. 오늘부터 자네는 우리 연혼종의 유일한 핵심 제자야!”
한제는 옥패를 신식으로 살짝 훑어본 뒤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나는 폐관수련에 들어가야겠군. 10년 뒤 혼번에 내 혼백을 봉인시킬 준비를 해야 하니까. 혹여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내가 곧바로 가 구해야 하니 자네는 연혼종으로부터 1만 리 밖으로는 나가지 말게.”
둔천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한제는 빙그레 웃었다.
“제 몸 하나 구할 힘이 없었다면 여태 살아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선배님은 안심하시고 폐관수련을 하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습니다. 선배님이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오시기 전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둔천은 말없이 한제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더는 말 않겠네. 가봐!”
말을 마친 그는 긴 잔영을 남기며 핏빛 고리 속으로 들어갔다.
한제는 공손하게 포권을 취한 뒤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연혼종 밖으로 나섰다.
깊은 밤, 한제는 마치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하늘을 질주했다. 그의 두 눈은 밝은 별처럼 빛났다.
그는 둔천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 일은 바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둔천이 정말로 혼번을 자신에게 넘긴다면 그때 확신을 가져도 늦지 않았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2년 전, 경지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던 그가 이제 수준을 회복했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복수였다.
“이원봉! 주작국의 도움으로 겨우 영변기에 이른 자이니 영변기 수련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더 강력해졌을 본체와 합체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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