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20
그 번개는 거마족 선조가 쥐고 있으나 그의 모습은 번개의 위엄에 가려져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뒤이어 한제를 향해 떨어진 번개 너머로 붉은 도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제는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키며 외쳤다.
“삼켜라, 혼번!”
수많은 혼백들이 쉭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붉은 번개가 들이닥친 순간, 열두 주요 혼백이 튀어나갔다. 영변기 수준의 힘을 가진 그들은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신통술을 쏘아 보냈다.
한 줄기 금색 실이 그 열두 혼백의 체내에서 나타나 한데 이어지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그물을 이루어서 그 붉은 번개를 가둬버렸다.
또한 그 그물이 나타난 순간 주변에 있던 수많은 혼백들은 그에 연결이라도 된 듯 사방팔방에서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돌진했다.
열두 주요 혼백이 이루고 있는 원 주위에 무궁무진한 혼백들이 몰려들었고 그 혼백들은 모두 그 원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쾅, 쾅, 쾅!
혼백들의 돌진에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그곳의 상황은 너무나 혼란스러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거마족 선조의 비참한 신음이 흘렀다.
그때, 한 줄기 붉은 빛이 그 안에서 튀어나와 작은 틈을 냈고 뼈와 가죽만 남아 생기가 없어 보이는 거마족 선조가 거대한 도끼를 쥔 채 그 틈으로 튀어나왔다.
빠져나오자마자 그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그는 악에 받쳐 한제를 노려본 후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혼백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었고 열두 개의 주요 혼백들도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선조의 소멸
거마족 선조는 비참하게 웃었다. 이 십억존혼번은 문정기 수련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법보였다. 그의 손에는 조상들의 도끼가 들려 있었지만 그의 수준으로는 그 도끼의 위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다.
그는 뭔가 결심한 듯 소리치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그 거대한 도끼는 모든 혼백들을 가로막으며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선검으로 가로막았다.
펑!
한제는 피를 토하며 다시 수십 척 뒤로 밀려났다. 허나 도끼는 선검에 튕겨나가 1천 척 밖의 대지에 떨어졌다.
거마족 선조는 더욱 광기와 한이 서린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들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지금까지 거마족의 천부적인 신통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육체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에 그 힘을 발휘했다가는 원신에 막대한 피해가 미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원신이 아예 붕괴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한제는 냉랭한 눈빛으로 거마족 선조를 힐긋 본 뒤 다시 혼번을 두드렸다. 순간 대량의 혼백들이 다시 한 번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한제는 석주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거마족 선조를 반드시 죽일 생각이었다.
거마족 선조 위의 하늘에서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그와 손태가 겨뤘을 때 봤던 것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수많은 혼백들이 자신을 둘러싼 채 쉭쉭거리는 모습을 보며 거마족 선조는 광기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회전!”
그 거대한 소용돌이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간 불가사의한 흡입력이 느껴졌다. 그 흡입력에 거마족 선조 가까이 있던 혼백의 일부는 비명을 지르며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한제는 거대한 흡입력이 전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이 그 소용돌이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한제, 나의 원신이 붕괴되더라도 너만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던져 버리고 말겠다.”
거마족 선조가 외치는 사이 그의 주위를 맴돌던 수많은 혼백들, 특히 열두 개의 주요 혼백들은 그의 몸을 꿰뚫고 들어가 미친 듯이 그의 원신을 뜯어먹었다. 그의 육신에 피와 살은 이미 없었고 원신 역시 거의 온전치 못했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와중 고개를 돌려 거마족 선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덤덤한 표정과 목소리로 한 마디 던졌다.
“흡수!”
그 말에 혼백들의 흡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거마족 선조는 비명을 몇 번 질렀고 결국 그의 원신은 완전히 붕괴되어 연기처럼 흩어졌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천부적인 신통력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었고 한제의 몸은 그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그 안으로 들어간 순간, 한제는 손을 휘둘렀다 그 손짓에 한 번에 모든 혼백이 한데 모여들어 거대한 혼백의 사슬을 엮어 한제를 꽁꽁 감싼 채 소용돌이의 흡입력에 저항했다.
그 사슬에 매달려 버티는 사이,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여 일찍이 산골짜기에 구축해둔 진을 활성화시켰다. 그러는 와중에도 거마족 선조의 저물대를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 무렵, 소용돌이의 흡입력은 맹렬하게 증가되어 있어 한제는 모든 혼백들을 소환시켰다. 한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직감했다.
순간 그는 1천 척 밖에 떨어져 있는 거대한 도끼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자 그 거대한 도끼는 곧장 한제의 힘에 저항했다.
한제는 다시 오른손을 뻗어 낮게 기합을 넣으며 온몸의 영력을 발휘했다.
“이리 와!”
도끼는 또 한 번 저항했으나 한제의 엄청난 힘에 끌려갔다.
한제의 손아귀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듯 도끼의 저항은 점점 더 커졌다.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왼손을 두드리자 순간 보랏빛과 금빛이 혼재된 주요 혼백 몇 개가 나타나 그 도끼를 감싸더니 빠르게 돌아왔다.
이때 한제의 몸은 이미 소용돌이에 반쯤 빠진 상태였다. 그의 몸이 완전히 그 안에 잠긴 순간, 한제는 손에 들어온 거대한 도끼를 저물대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소용돌이에 흡수된 한제의 몸은 주작성에서 사라졌고 이어 소용돌이도 소멸되었다.
지면에 남은 것이라고는 거마족 선조가 남긴 불완전한 시체뿐이었다. 그에게는 거마족 사람들의 봉인을 풀 기회가 없었다. 그저 눈만 멍하니 뜬 채 거마족의 땅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주작성 밖의 우주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제의 얼굴은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창백했다.
“강력한 신통력이었다. 만약 거마족 선조가 영변기 중기나 후기에 이르렀다면 둔천 시조가 준 진으로도 저항할 수 없었을 거야.”
한제는 조용히 저물대를 두드려 성라반을 꺼낸 뒤 그 위에 올라타 주작성 방향으로 질주했다.
“이원봉과 거마족 선조는 이미 죽었다. 주작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은 모완에게 닥칠 두 번째 천도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성라반의 속도를 드높였다.
★ ★ ★
보름 뒤, 저 멀리 주작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니 주작성은 너무도 작게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그보다 더 작은 별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당시 한제가 선계에서 돌아올 때 잘못 도착했던 바로 그 별이었다.
한제는 성라반의 방향을 바꾸어 그 작은 별로 향했다.
성라반은 마치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그 별을 향해 날았다. 한 층의 폭풍을 관통한 한제는 길게 이어진 아래쪽의 산맥을 볼 수 있었다.
별에 들어오고 난 뒤 성라반은 효력을 잃었고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뛰어내린 후 성라반을 챙겨 넣었다.
잠시 후 그는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로부터 1만 리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이곳의 영력은 주작성만큼 농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많은 불순물이 섞여 있어 수련자가 호흡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나 한제는 이곳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다음 날 그는 어느 거대한 산맥 꼭대기에 이르렀다. 한제는 신식을 펼쳐 사방을 살핀 끝에 산꼭대기 위에서 전송진을 하나 찾아냈다.
“아직도 있군!”
한제는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그 진을 살폈다.
당시 한제가 선계를 떠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가 나타났던 곳이 바로 이 전송진이었다. 마찬가지로 이곳을 떠날 때에도 한제는 이 진을 이용했다.
“이원봉과 거마족 선조를 죽였으니 분명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터. 곧바로 돌아가기보다는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수련한 후에 천천히 돌아가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한 번 흔들어 분신과 본체를 분리했다. 본체는 냉랭한 눈으로 발을 굴러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별은 너무나 작았다. 주작성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한 크기였기에 3성급 고대신인 본체로서는 그 정도 압박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이에 그는 별 중앙의 용암이 흐르는 땅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하기 시작했다.
한제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붉은 빛 한 줄기와 함께 거대한 도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도끼가 번득이는 붉은 빛은 상상을 초월하는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제는 그 도끼를 한참이나 살피더니 이내 신식을 펼쳐 자신의 낙인을 남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신식이 닿은 순간, 도끼에서 거대한 힘이 발산되어 한제의 신식을 거세게 튕겨냈다.
“재미있군!”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두 손으로 결인을 했다. 그러자 그의 정수리에서 원신이 튀어나왔다. 거대한 도끼를 노려보던 그의 원신은 입을 크게 벌려 그 도끼를 꿀꺽 삼켰다. 도끼는 경미하게 진동하더니 결국 한 줄기 붉은 빛이 되어 삼켜졌다.
이제 원신의 체내에는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하나는 십억존혼번이었고 다른 하나는 붉은 빛이 된 도끼였다.
그의 원신은 다시 체내로 돌아왔다.
“이 도끼에도 분명 부혼(斧魂)이 있겠지. 그것을 제압할 것이다. 원신으로 단련하는 동안 그 부혼이 얼마나 버틸지 봐야겠군.”
한제는 냉소하며 품에서 거마족 선조의 저물대를 꺼냈다.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문질러 자신의 신식을 남기고 잠시 훑어보던 한제의 눈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그 안에는 좋은 물건들이 많았다. 선옥만 해도 수십 개가 넘었고 최고급 영석도 많이 들어 있었다.
법보도 있었지만 그 위력은 그저 그랬다. 거마족에게 진정한 법보는 그들의 육신이었으니 법보들은 사실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중 한제의 시선을 끄는 두 가지 물건이 있었다.
하나는 붉은색 옥병이었다. 그 안에는 붉은 액체가 반쯤 차 있었는데 그 냄새를 맡아본 바로 그것은 피였다. 한제는 그 피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옥병을 들고 한참 동안 고민하던 한제는 돌연 눈을 번득였다. 당시 조나라에서 등 씨 가문을 몰살하던 때, 등일에게서도 같은 물건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이 안에 고대신의 혈액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등일은 이 피로 고대신 일족의 신통술을 발휘할 수 있었어!”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본체는 비록 고신결을 익혀 고대신이 되었지만 오직 스스로의 수련에 따른 성장이었지. 당시 고대신 서사의 기억을 전승받았을 뿐 힘의 유산은 전승받지 못했기에 어떤 신통력들은 발휘할 수가 없었다. 이것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번 전투를 벌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군.”
한제는 그 병을 조심스레 자신의 저물대에 넣었다.
거마족 선조의 저물대 안에서 한제가 주목한 또 하나의 물건은 법륜(法輪)이었다. 그 법륜은 1촌이 조금 넘는 크기에 겉모습은 평범했고 광택이나 영력도 없었다. 심지어 곳곳에는 녹이 슨 흔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