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28
이런 방법은 상대적으로 간단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이 방법을 택했다. 다만 이렇게 하면 나중에 다시 호흡을 통해 영력을 쌓아야 했다.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영변기 초기일 때에는 수준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영변기에 이른 수련자는 1백년은 폐관수련을 하면서 몸을 조정해야 했다.
두 번째로는 영력을 제련하여 그 질을 선력과 동등한 상태로 변환시키는 방법이었다.
끊임없는 제련을 필요로 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방법이지만 일단 성공하면 영변기 초기에 이르자마자 엄청난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으며, 따로 폐관수련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 두 번째 방법을 택한다면 1백 년의 시간을 아끼는 셈이므로 수련의 속도 역시 굉장히 빨라진다.
한제가 선택한 것은 두 번째 방법이었다. 그에게는 폐관수련을 할 1백 년의 시간이 없었고 그냥 버리기에는 그의 영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체내의 영력은 선력에 제압당하면서 천천히 단전으로 응집되었고 단전 밖의 경맥은 천천히 선력으로 채워졌다. 이는 신체를 개조하는 과정이었다. 선력은 마치 맷돌처럼 한제의 몸을 채우고 있었던 영력을 천천히 갈고 제련해 선력과 융화시켰다.
이 과정은 매우 느리게 진행돼 눈 깜짝할 사이 3개월이 흘렀다.
영변
한제는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방의 선옥 중 3분의 2는 이미 회색으로 변한 상태였으며 몇몇 개는 심지어 균열이 나 있기까지 했다.
“모자라!”
한제는 맹렬히 두 눈을 떴다. 그 눈에서는 마치 선기가 이글거리는 듯했다. 지금 그에게서는 선인과 같은 초탈한 느낌이 풍겼다.
그는 많은 선옥을 동원하여 호흡을 했는데도 영변기에 이르기는 아직 한참 모자랐다. 또한 그의 신체 개조는 아직 1백 분의 1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으며, 제압된 영력 역시 완전히 융합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영변기 수련자가 그토록 적을 만도 하구나. 한 문파가 모아놓은 선옥 정도는 동원해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겠어.”
한제가 중얼거렸다.
거마족 선조는 온 거마족 사람들의 힘에 치호가 선계에서 가져온 선옥의 힘까지 더한 끝에야 겨우 영변기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거마족이 당시 주작성에 도착한 이래 줄곧 모아놓은 선옥을 모두 동원한 결과였다.
사실 거마족 선조는 본래 몇 년 전부터 영변기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선옥이 너무 적어 그때까지 시일이 미뤄졌던 것뿐이었다.
선옥은 화신기에서 영변기에 이를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련자들이 영변기에 이른 뒤 선옥의 용도는 더욱 다양해졌다. 전투를 벌일 때에도 치료를 할 때에도 심지어 법보를 제련할 때에도 선옥이 필요했다.
소문에 의하면 문정기에 이를 때에는 영변기에 이를 때 필요한 선옥의 1만 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니 문정기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선옥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온 수련계에서 선옥이 나는 곳은 선계뿐이었다. 특히 선계가 붕괴하면서 선맥(仙脈)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선옥의 희소성은 갈수록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금 수련계에서는 점점 상위 수련자가 줄어들었고 수련하기도 점점 힘들어졌다.
한 달 뒤, 동굴에 꺼내놓은 모든 선옥에는 균열이 일어났고 이제는 더 이상 조금의 선력도 느낄 수 없었다. 이에 한제는 어쩔 수 없이 호흡을 중지했다.
“선옥 보탑이 대량의 선력을 함유하고 있긴 하지만 난 주일 선배에게 그 선녀의 시체를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만큼 그것을 건드릴 수는 없어.”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을 내다보았다.
그가 펼친 신식은 월성의 반을 뒤덮었다. 1백 분의 1에 해당하는 선력만을 응집했을 뿐인데도 그의 신식은 전보다 훨씬 강대해진 상태였다.
“연혼종에도 분명 적지 않은 선옥이 있을 거야. 게다가 다른 종파에도 모아둔 선옥이 있겠지. 그것들을 훔치는 게 낫겠어. 어찌됐든 반드시 영변기에 올라야만 해.”
눈을 번득이며 몸을 날린 한제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은혜는 소백의 등에 탄 채 힘없이 어느 평원 위를 지나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땅뿐이었다.
“나 혼자만 여기 두고 혼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정말 짜증나.”
은혜는 손에 들고 있던 열매를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은혜야⋯⋯.”
익숙한 목소리에 은혜는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돌렸다. 뒤쪽 멀지 않은 곳에 한제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아저씨!”
기쁘고도 놀란 은혜는 얼른 소백의 등에서 뛰어내린 뒤 달려가 한제의 품에 안겼다.
“아저씨, 나 혼자만 두고 어디 갔었어?”
은혜가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은혜는 더 이상 그 옛날의 어린 소녀가 아니라 20살 꽃다운 아가씨였으나, 한제의 눈에는 언제나 아이 같았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은혜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더니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할 일이 좀 있었는데 이제 다 했어. 은혜야, 부모님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데려다줄게.”
은혜는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을 훔쳐낸 뒤 기쁘게 말했다.
“떠나는 거야? 좋아!”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보탑을 꺼냈다. 은혜는 보탑을 보자마자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저씨, 나 어렸을 때 저 안에서 굶어죽을 뻔했던 게 기억나는데…”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월성의 과일이 가득 나타나 보탑 안으로 들어갔다.
은혜와 소백을 보탑으로 들여보낸 한제는 보탑을 거둔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빛이 반짝거리며 모여들더니 흡혈 마수가 나타났다.
마수는 쉭 소리를 내며 한제 곁에 착륙했다. 녀석의 눈에도 기쁜 빛이 어렸다. 거대한 주둥이를 비벼대는 것을 보면 한제가 꽤나 그리웠던 모양이다.
“집으로 가자!”
한제는 흡혈 마수를 두드린 후 뛰어올라 녀석의 등에 탔다.
흡혈 마수는 포효하며 몸을 훌쩍 날려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우주에 이른 한제는 성라반을 꺼낸 뒤 흡혈 마수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주작성을 향해 질주했다.
월성과 주작성은 그렇게 먼 별이 아니었다. 성라반의 속도로 이동한 지 보름이 되었을 때쯤 주작성 앞에 이르렀다.
“엇!”
성라반에 앉아 있던 한제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는 주작성에서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거대한 검은 안개로 구성된 식물에서 기인했다.
“선유족!”
한제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성라반에 탄 채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주작성으로 들어갔다.
주작성의 폭풍을 뚫고 들어가자 성라반의 속도는 곧장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제의 눈은 열 명이 넘는 수련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중 한 명은 그가 아는 이였다.
“이산⋯⋯.”
한제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는 몸을 훌쩍 날려 마치 번개처럼 질주했다.
이산은 이미 완연한 노인이었지만 한제는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수련자 중 이미 절반은 죽은 상태였다. 이산은 이런 전투를 지난 몇 년간 거의 매일 봐왔다. 사방의 다른 수련국들은 이미 함락되거나 멸망했고 선유족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3성 수련국은 선유족의 주요 전장이 아니라 수준이 낮은 부족원들의 전투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연습장에 불과했다.
주작국도 3성 수련국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몇몇 화신기 초기 수련자들을 보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전투가 길어짐에 따라 주작국은 모든 3성 수련국의 사자들을 소환한 뒤 3성 수련국들을 포기했다. 주작국의 입장에서 원영기 수련자들은 이 전쟁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였다.
이산은 비참함에 웃었다. 곁에서 또 한 명의 동문이 죽어갔다. 상대는 선유족 네 명에 불과했으며, 그들은 모두 결단기 후기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직접 수련자들을 죽이지 않고 조롱하며 곤경으로 몰아넣기만 했다.
바로 그때, 멀리서 한 줄기 유성이 떨어졌다. 그 유성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유성은 사라지고 그 안에서 긴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단숨에 다가와 코앞에 이르렀다.
네 명의 선유족 사람들은 잔뜩 경계한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오직 칠엽(七葉) 이상의 술주사나 가질 수 있는 힘이 하얀 옷의 청년에게서 느껴졌다.
“영변기…”
선유족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두말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나머지 셋 역시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저물대에서 흡혈 마수를 내보냈다. 흡혈 마수는 한제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포효하며 번개처럼 네 사람을 추격했다. 비참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면서 네 사람은 곧장 목숨을 잃고 흡혈 마수의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장면에 이산을 비롯한 수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제는 몸을 돌려 이산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이산, 날 알아보겠어?”
“선배님⋯⋯ 다, 당신은⋯⋯?”
이산은 흠칫 놀라며 상대가 당시 대산에서 만났던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못 본 새 벌써 결단기 후기에 이르렀구나. 축하한다. 좋아, 내 너를 도와 네가 원영을 맺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말을 마친 한제는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이산의 미간을 가리켰다.
순간 이산의 머릿속 봉인이 열리면서 전생의 기억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는 몸을 바르르 떨더니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한제는 냉담한 눈으로 이산의 동문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모두 결단기 초기의 수준이었으며 한 사람만 결단기 중기였다. 그자의 체내에는 당시 한제가 심어두었던 영력의 씨앗이 남겨져 있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려 하느냐?”
한제가 물었다.
그중 영력의 씨앗이 심어진 노인이 한제의 눈에 덜덜 떨며 얼른 대답했다.
“본디 열 명이 넘었던 저희들은 목숨을 걸고 이웃 나라를 도와주러 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웃나라는 선유족에 대적하지 못하고 이미 함락되었지요. 저희는 그들을 죽인 뒤 조나라로 얼른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한제가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리자 옥패 하나가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는 그 옥패에 자신의 경지를 약간 실은 뒤 노인에게 건네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것을 가져가면 너희는 무사히 조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라.”
노인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감읍하여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그의 입장에서 그 옥패는 그의 목숨과 다르지 않았다.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러 이산을 챙긴 뒤 번쩍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