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30
남자는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겠는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모르지. 하지만 증조부님도 2백 년 가까이 사셨잖아? 그 선조님은 훨씬 뛰어난 선인이라고 하니 지금도 건재하실 수도 있지.”
여인은 눈을 번득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 선조분께서 우리를 도울 수 있으시다면 우리 위는 안전할 거예요.”
남자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소문일 뿐이라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가 없어. 사실 그분이 정말 존재하는지도 알 수가 없지. 하지만⋯⋯.”
★ ★ ★
사흘 후, 마차는 한 장원(莊園)에 이르렀다. 2백 년 전에는 한 촌락이었던 곳을 후에 이 씨 가문이 매입해 지금의 장원이 된 것이다.
마차를 멈춘 뒤 그 머리가 벗어진 사내는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공손하게 말했다.
“나리, 도착했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남자는 추억에 잠긴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일 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게 벌써 30년 전 일이군. 그런데도 이곳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여인도 뒤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아이, 위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장원을 둘러보았다.
“이리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장원에 잡역부는 없었고 몇몇 노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밖으로 나와 맞이한 이 노인들은 모두 대대로 이 씨 가문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머리가 하얗게 세었지만 두 눈만은 형형했다. 그 눈빛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머리가 벗어진 사내 역시 그 노인들을 보고 내심 깜짝 놀랐다. 그가 보기에 이곳에 있는 누구든 자신을 단박에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그중 한 노인에게 고정되었다. 특히 상대의 손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는 그 노인의 신분이 20년 전 무림인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무렵,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장원 깊은 곳까지 곧장 향한 이 씨 남자는 지극히 평범한 건물 앞에 섰다.
“아버지, 이곳이 조상님의 고택인가요?”
위가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막 대답을 하려 입을 연 그때, 갑자기 먼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몸에 문양이 가득한 두 명의 남자가 갑자기 장원 상공에 나타났다. 그중 한 명은 음침한 눈빛으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빠르게도 도망쳤군!”
사내는 안색이 크게 변해 얼른 아내와 아이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두 선인님, 여러분과 그 선인들 사이의 일에 저희 일반인이 끼어들 이유는 없습니다. 부디 살려주십시오.”
사방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번득이는 눈으로 상공의 두 사람을 주시했다.
눈빛이 음침한 남자는 냉랭한 눈으로 사내를 훑어보더니 두 말 않고 오른손으로 허공을 쥐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영기의 뿌리를 가진 아이를 찾는 것이었다.
그때, 사방의 노인들이 돌연 큰 기합을 지르며 일제히 사내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막을 수가 없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피를 토하며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사내는 사색이 되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두 눈은 새빨개졌다. 사내가 위패들 중 하나를 손으로 누르자 그 위에 틈 하나가 나타났다. 사내는 작은 칼을 꺼내 손가락 끝을 베어 그 틈에 피로 부호를 하나 그려 넣었다.
그 부호는 모든 이 씨 가문 후계자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가주(家主)가 되는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때, 저택 밖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벽들이 가루와 재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눈빛이 음침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여인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아이를 등 뒤로 숨겼다.
이때, 망또를 입은 남자가 부호를 그린 그곳에서 기이한 빛이 번득이며 터져 나왔다. 순간, 옥 한 조각이 그 틈으로부터 떠올랐고 기이한 힘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음침한 눈빛의 남자는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에 당혹감이 어렸다. 바깥에 있던 그의 동료 역시 그 기이한 힘을 느끼고 막 들어와 살피려 했다.
그때, 그 옥이 번쩍하고 빛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음침한 눈빛의 남자는 비참한 절규를 터뜨렸다. 그의 전신에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튀어나왔다.
재빨리 뒤로 물러난 그의 눈에 충격과 두려움이 어렸다. 그 옥패에서 뻗어 나오는 파멸적인 기운은 사엽(四葉) 술주사가 온다 해도 대적해낼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그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저택 밖으로 물러났고 머지않아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고꾸라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허공에 떠 있던 그의 동료는 흠칫 놀란 표정으로 두 말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는 그 저택 안에서 자신이 대항할 수 없는 수준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동료와 마찬가지로 옥패가 다시 한 번 번쩍인 순간, 피를 토해내며 목숨을 잃고 땅으로 뚝 떨어졌다.
이 기이한 광경에 저택 안에 있던 세 사람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
“소… 소문이 진실이었어.”
사내가 중얼거렸다.
한제가 당시 남겨 놓았던 옥패 안에는 극의 경계 한 줄기가 깃들어 있어, 원영기 수련자도 단숨에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 ★ ★
조나라 대산 아래, 자리한 천도종 바깥에는 조나라 수련자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분개한 표정으로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허공에 있는 한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그의 몸 반 이상은 기이한 문양으로 뒤덮여 있었고 강대한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이 수련국은 참으로 재미있는 곳이구나. 모두 여기에 모여 있다니. 이곳에 죽을 길을 살길로 돌려놓을 법보라도 있는 것이냐?”
거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검은 옷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천도종 산봉우리에서 날아올랐다. 그는 한이 어린 눈으로 그 선유족 사람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덤벼라!”
선유족 사람은 하하 웃으며 눈을 번득였다. 이내 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솟아올랐고 그의 몸에 새겨진 문양은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치다가 결국 몸을 떠나 하나하나 용이 되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재미있군. 난 너희 같은 저급한 수련자들을 처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던 길인데… 허나 꼭 죽고 싶다면 그냥 갈 수는 없지. 대체 어떤 법보가 너희들의 겁을 상실하게 했는지 봐야겠구나.”
그의 눈에 경멸의 빛이 담겼다. 육엽(六葉) 술주사인 그는 이 주작성에서 화신기 후기 수련자를 마주치지 않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겨우 3성 수련국에 지나지 않으니 화신기 후기 수준의 수련자를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었다.
한 걸음 내딛은 그는 천도종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의 주위를 돌던 용들이 포효하며 천도종 쪽으로 질주했다.
문양으로 만들어진 용들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 천도종으로 접근했다. 그곳에 모여 있던 조나라 수련자들은 결연한 모습이었다.
시조
2백 년 전, 조나라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한 조나라 사람이 천도종에서 화신기에 이르렀는데 그는 나무 조각 하나를 남기면서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직계 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물건이 놓인 곳은 그의 신식으로 보호되고 있었고 연고자가 없는 이상 활성화될 수 없으나, 조나라에 멸망의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은 강대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양으로 이루어진 용들이 하늘을 가르며 달려든 순간, 온 대산이 맹렬하게 진동하더니 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조각 하나가 산꼭대기로부터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달려들던 용들은 움찔하여 멈춰 섰다. 선유족 남자 역시 흥미로운 듯 웃었다.
“화신기 수련자가 경지의 힘을 남긴 법보로군. 허나 그자는 고작 화신기 초기에 불과하니, 직접 온다 해도 이 몸을 막아서지는 못한다.”
그 노인은 다시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조나라 수련자들을 비웃었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 몇 마리 용들이 포효하며 그 나무 조각을 향해 질주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곳에 모인 조나라 수련자들은 눈도 떼지 않고 그 나무 조각을 바라보았다. 나무 조각은 그들에게 희망이었다.
그 나무 조각이 경미하게 진동하면서 눈부신 빛을 번득이더니 빛의 고리가 피어올라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 빛의 고리는 달려들던 용들과 충돌했다.
쾅, 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들은 마치 거센 바람에 휩쓸린 듯 몸에 새겨진 문양들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러더니 결국 대부분의 문양이 어두워졌고 용들 중 반 이상이 사라져버렸다. 남은 용들 역시 몸집이 한참 줄어든 상태였다.
조나라 수련자들은 그 광경에 흥분했다.
“허, 정말 재미있군. 망가뜨려야 할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선유족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그 나무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한손으로 몸을 쓸었다. 그러자 허공에 문양이 하나둘 나타나 노인 주위를 맴돌았다.
노인은 다시 앞으로 훌쩍 몸을 날렸다. 나무 조각이 다시 번쩍였고 그 파문은 선유족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던 문양과 부딪혔다. 하지만 곧장 진동하다가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흩어져 버렸다.
그 선유족 노인은 한 걸음 만에 대산 꼭대기의 나무 조각으로 다가가더니 손에 쥐려 했다. 그러자 나무 조각에서 번득이던 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져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 선유족 노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나무 조각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네 주인이 직접 온다 해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노인은 손을 홱 잡아채 그 나무 조각을 손에 쥐고 살피며 웃었다.
“분명한 보물이로구나. 이 나무 조각을 남겼다는 그 녀석을 한번 만나보고 싶군.”
천도종은 침묵에 잠겼다. 모든 수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희망의 상징이 이렇게 적의 손에서 소멸되어 버리는구나.’
‘조나라의 패망도 더 이상 바꿀 수 없게 되었구나.’
“이 법보를 봐서라도 너희를 괴롭히지는 않겠다. 앞으로 너희는 우리 선유족의 포로다. 주작국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 선유족 노인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