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39
네 번째 혼백이 번득이는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빛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 빛 덩어리 속에 얇은 실과 같은 바늘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엄지손가락 정도의 길이였지만 예리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심지어 주작검의 기운보다 더 멀리까지 미쳤다.
삼금의 영혼은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들 중 가장 견고하여 모든 물질을 뚫고 심지어 원신을 해칠 수도 있었다.
둔천은 눈빛만큼이나 탁한 목소리로 외쳤다.
“죽여라!”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바늘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주작은 안색이 변해 몸을 곧장 뒤로 물림과 동시에 오른손을 휘둘렀다. 주작검이 번개처럼 다가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순간 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신에 바늘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주작은 크게 기합을 넣으며 오른손 검지로 앞을 가리켰다. 그의 온몸에서 선력이 끓어오르더니 응집되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주작은 세 걸음 뒤로 물러났고 보라색과 금색의 빛은 다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주작은 그것이 아직 자신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작은 서늘한 얼굴로 말했다.
“과연 대단하구나! 만약 둔천 네가 문정기 초기 수준에 이르렀다면 이 네 번째 주요 혼백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더욱 강력했겠지. 허나 지금 정도로 나를 죽이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일종의 미끼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아니라 대량의 혼백을 삼켜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네 번째 주요 혼백이었기 때문이다.
둔천은 주작의 계략을 짐작하지 못했다. 여러 주작들이 몇 대에 걸쳐 네 번째 주요 혼백을 상대할 방법을 연구해왔음을 알 리가 없는 둔천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둔천은 오른손으로 허공을 몇 번 두드렸다. 순간 사방의 혼백들이 들끓어 올랐다가 하나하나 부서졌다.
이는 무척 기이한 광경이었다. 하나의 혼백이 부서질 때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빛이 번쩍이며 스쳐갔다.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길게 남은 잔영이 한 가닥의 선처럼 이어졌다.
그때, 앞으로 나서려던 주작은 흠칫 멈추더니 오른손을 휘두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그의 손바닥을 바늘이 뚫고 지나갔고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도 혼백들은 연이어 무너져 내렸고 주요 혼백들도 흡수되었다. 보라색과 금색이 어린 빛의 속도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상태였다.
둔천은 마음이 아팠다. 한순간에 10억 개의 혼백 중의 3분의 1이 줄었고 주요 혼백 역시 열 개로 줄어들었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외쳤다.
“멈춰!”
보라색과 금색 빛이 우뚝 멈추더니 웅웅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잠시 후 몸을 번쩍 하고 날려 주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주작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그의 목표는 네 번째 주요 혼백이 모든 혼백을 흡수한 후, 자신이 준비한 방법으로 그것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미끼를 더 던졌다가는 자신의 목적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주작은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며 두 손으로 허공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펑펑 소리가 연이어 울려 펴졌고 그가 물러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다. 그리고 몸 곳곳에는 바늘이 뚫고 간 상처가 생겨나 피가 흘렀다. 동시에 하나의 바늘구멍이 날 때마다 주작의 얼굴은 더 구겨졌고 기력도 약해졌다.
하지만 이 네 번째 주요 혼백에도 기이한 혈흔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작은 이를 악물고 저물대를 두드렸다. 그의 손에 손바닥만 한 붉은 주전자가 나타났다. 주작은 그 위에 결인을 하나 쏘아 보내며 외쳤다.
“제련!”
갑자기 한 줄기의 흰색 화염이 주전자 안에서 튀어나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1천 척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 화염은 주작의 깃털로 만들어낸 화염보다도 뜨거웠다.
“삼금의 영혼이 예리한지 나의 선보(仙寶)인 이 불주전자의 화염이 더 강한지 보자! 저 혼백을 제련해주마!”
불바다 속에서 보라색과 금색이 뒤섞인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백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녹아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게 묻어 있던 주작의 피가 타오르는 화염 아래 제련되어 기척 없이 네 번째 주요 혼백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때 네 번째 주요 혼백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불바다에 한 줄기 틈이 났다.
“혼, 둔!”
둔천의 외침에 보라색과 금색이 어린 빛 속의 바늘은 번쩍 하고 사라져 주작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주작의 눈에 희색이 어렸다.
“둔천, 그 존혼번을 내놓지 않겠다면 나도 강요하지는 않겠다. 허나 이 네 번째 주요 혼백은 가져가야겠다.”
주작은 저물대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 진흙 한 덩이를 꺼내더니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뿌렸다. 그러자 한 줄기의 검은 연기가 진흙덩이에서 피어올랐다. 그 연기는 주작의 손을 맴돌았고 주작은 오른손을 움직여 검은 연기로 기이한 부호 하나를 그려냈다.
“주작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남은 수명 중 9할을 내어 수성(修星)의 심장을 가동하라. 수련연맹이 하사한 정지의 경지를 요한다.”
그가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키자 검은 연기로 그려진 부호가 번쩍 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허공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순간, 반경 1천 척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기를 가진 것들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어서 부호가 사라진 곳에서 네 번째 주요 혼백이 나타났다. 주작은 손을 뻗어 네 번째 주요 혼백을 손에 쥐었고 그제야 시간은 다시 흘렀다.
주작은 흉악한 얼굴로 다가서며 둔천마저 잡아들이려 손을 뻗었다.
둔천은 탄식하며 두 눈을 감았다.
한데 그때, 어디선가 음산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썩 꺼져라!”
그 순간, 원신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대번에 주작의 안색이 변했다.
★ ★ ★
주작대륙 동부, 끝없이 이어진 검은 안개 속. 선유족인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이 검은 안개의 중심에는 수많은 선유족인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이한 주문을 외고 있었다.
주문은 그들의 문양을 발동시켰고 그 문양들은 몸에서 떠올라 서로 응집하더니 사방을 빠르게 회전하면서 위쪽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의 문양은 두 시진마다 힘을 다 소진했고 그때마다 다음 부족원들이 나서서 주문을 외며 같은 작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이 수개월 째 이어지던 어느 날, 회색 옷을 입은 선유족의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온몸 어디에도 문양은 거의 없었고 왼쪽 뺨에 찍힌 보라색 나뭇잎 낙인에서만 이따금 빛이 번득였다.
검은 안개 중앙의 부족원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그의 뒤로는 세 명의 팔엽 술주사 노인이 따르고 있었다.
“오조(五祖)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령수(祖靈樹)는 사조(四祖)님께서 이미 활성화시키셨습니다.”
한 노인의 공손한 목소리에 중년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말했다.
“조령수는 허조(虛祖)가 생명을 포기하고 육신을 파괴함으로써 오검(五劍)의 봉인을 풀어내야만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니만큼 이번에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 돼.”
“네 그루의 조령수가 주작대륙을 포위하고 있으니 이번에 주작국은 반드시 파멸될 겁니다.”
노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으나, 이내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오조님, 이조(二祖)님은⋯⋯?”
중년 남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라. 주작국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그는 변해버렸어. 흥! 그가 중간에서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몇 년 전에 이미 주작국을 소멸시켰을 것이다. 주작국의 수성(修星)의 결정? 난 그것이 그가 말했던 것만큼 강력할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위압감에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사도환
“시음종 사람이 왔군.”
중년 남자가 몸을 틀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길이가 수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관이 쏜살같이 질주해왔다. 그 관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은 모두 백발이 성성했고 한 명은 영변기 초기, 다른 둘은 화신기 후기 수준이었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안개가 있는 곳에 접근해왔다. 검은 안개에서 몇 개의 문양이 번득거리며 저항력이 생겨나자 영변기 수준의 노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저는 시음종 주작성 지부의 장로입니다. 제 뒤에 있는 두 사람은 시체를 지키는 집사지요. 진을 열어주십시오.”
검은 안개 속의 문양이 다시 번득이더니 통로가 생겨났고 시음종의 거대한 관은 그 통로를 따라 날아들었다.
검은 안개의 중앙에 도달하자 시음종 장로는 관에서 뛰어내렸다. 그의 앞에는 그 중년 남자와 세 명의 팔엽 술주사가 있었다.
“사마 장로 오래 기다렸습니다.”
중년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에 시음종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겨 조금 늦었습니다. 제가 온 것은 이 시체를 드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알릴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중년 남자는 침착한 눈빛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주작이 십억존혼번을 빼앗기 위해 연혼종에 갔습니다.”
중년 남자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미소까지 지으며 물었다.
“결과는 어찌되었습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허나 주작은 절대 가망 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습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8할 이상이어야 움직이는 자죠. 그러니 선유족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걱정하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모를 시음종 장로의 말에도 중년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허나 막 입을 열어 뭔가 말을 하려고 순간, 갑자기 그의 표정이 변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주작대륙 북부, 비로국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 ★ ★
주작은 선대 주작을 마주했을 때와 같은 위압감에 원신의 고통도 잊었다.
“누… 누구십니까?”
오만하던 주작이 기세가 꺾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일곱 빛깔 광채가 번쩍이더니 한제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에게서는 매우 기이한 기운이 풍겼다. 온몸은 짙은 남색 원으로 뒤덮여 있었고 세상을 얼려버릴 듯한 극한의 서늘함이 풍겨 나왔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한제의 몸에서는 반짝거리는 빛이 흘렀다. 특히 흑백 구분이 명확했던 그의 두 눈에는 이제 사악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건풍의 눈에 맺힌 사악한 기운은 지금의 한제와 비교한다면 밝은 달빛 앞의 반딧불에 불과했다. 한제의 눈에 어린 사악한 기운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방만함이었으며, 하늘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광기였다.
그는 심드렁한 눈으로 주작을 훑어보았다. 그 눈은 번갯불보다도 몇 배는 밝았다.
주작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마음이 뒤흔들려 저절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너⋯⋯ 너는 이한제? 아냐, 너는… 이한제가 아니다. 대체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