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42
사도환은 한제가 건넨 선옥을 받아들고 숨을 쭉 들이마셨다. 순간 선옥은 재가 되어 흩어졌고 사도환의 두 눈에는 선력의 빛이 어렸다.
“당시 1대 주작은 그 방법에 심각한 결함이 하나 있다고 했지. 허나 지금 내게 그 결함은 별문제가 되지 않아. 여기서 기다려라. 다녀올 테니…”
말을 마친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조령수(祖靈樹)
한편 부활한 사도환이 주작과 대치했을 때 주작성의 문정기 수련자들은 그 오만하고 강대한 기세를 느꼈다.
주작국 동부, 한 백발노인이 어두운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천옥종의 유일한 문정기 수련자인 초운비였다.
“강력한 기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동부를 바라보더니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날아갔다. 그의 뒤로 수십 명의 수련자가 뒤따랐다. 이들은 대부분 화신기였고 영변기 수련자는 세 명뿐이었다. 또한 그 뒤를 따르는 백여 명의 수련자는 모두 원영기 수준이었다.
때를 같이 해 주작대륙 남부 상공에도 수백 명의 수련자 대군이 빠른 속도로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두의 중년 남자는 초운비와 같은 문정기 초기 수련자였다. 사도환이 나타난 방향을 바라보던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지 않군. 이 혼란한 시기에⋯⋯.”
★ ★ ★
주작산으로 돌아온 주작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곧장 이동했다. 목적지는 주작대륙 서쪽이었다.
그 무렵, 주작대륙 동부는 새카만 안개로 빽빽하게 덮여 있었다.
선유족 오조(五祖)의 얼굴은 무척 어두웠다.
그의 앞에는 시음종의 사마 장로가 있었다. 그의 수준으로는 사도환의 기세가 변한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오조의 얼굴이 밝지 않은 것을 보자 내심 불안했다.
그가 막 떠보듯 상황을 물으려는 순간, 오조가 소매를 휘두르며 냉랭하게 말했다.
“사마 장로 시작하시죠.”
사마는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여기 원하시던 시체입니다. 선유족의 조령수가 더욱 무성해지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그는 뒤에 선 두 집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두 집사는 관에서 훌쩍 뛰어내려 바닥에 꿇어앉더니 두 손으로 기이한 결인들을 그려 수많은 빛을 관으로 쏘아보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온몸에서 기이하고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외쳤다.
“열려라!”
거대한 나무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1백 척이 넘는 관 뚜껑이 천천히 열렸고 그 틈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오조는 덤덤한 눈으로 그 관을 바라보았다. 반면 그의 뒤에 선 세 명의 팔엽(八葉) 술주사는 잔뜩 긴장한 채 경계했다.
“일어나!”
두 집사가 다시 한 번 동시에 외쳤다. 그러자 관 뚜껑이 완전히 분리되어 쾅 하고 땅에 떨어졌다. 관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말한 시체입니까?”
오조의 냉랭한 물음에 사마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저야 뭐 위에서 지시한 대로 한 것뿐입니다. 사실 우리 시음종 주작성 지부에는 영변기 수준의 거마족 시체가 많지 않습니다. 이 시체도 다른 수련성에서 가져온 것이지요. 나머지 네 구도 예정대로 정해진 곳에 전송되었을 겁니다.”
오조는 아무 말이 없었으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두 집사의 손은 갈수록 빨라졌고 그러다 결국 그들은 동시에 피를 토해냈다. 그 피는 공중에서 피안개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형상이 되었고 이들은 몸을 휙 날려 허공의 관을 관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요란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오더니 거대한 시체 하나가 관에서 떠올랐다. 1백 척이 넘는 시체는 온몸이 썩어 하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거대한 구더기들이 시체의 안팎을 오가는 모습은 역겨웠다.
하지만 시체의 머리만큼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특히 미간의 보라색 도끼 모양 흔적이 두드러졌다.
그때, 갑자기 검은 안개 안쪽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유족 오조, 나는 천옥종의 초운비다. 오늘 너를 상대해주러 왔다.”
그 순간, 하늘을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콰르릉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사방의 검은 안개를 삽시간에 흩어 버렸다.
1만 척 밖, 천옥종의 문정기 노인이 눈빛을 번득이며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뒤에 선 수련자들의 눈에는 냉랭한 살기가 어려 있었다.
오조는 무덤덤하게 손을 휘두르며 외쳤다.
“죽여!”
그 한 마디에 모든 선유족인들이 곧장 튀어나갔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초운비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순식간에 관 옆에 이르렀다.
“시음종, 너희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오조는 눈을 번득이며 허공을 움켜쥐어 거대한 시신을 쥐더니 부족원들이 있는 중앙으로 던졌다. 시체가 땅에 떨어지는 기세에 부연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윤회수를 가동하라!”
오조가 빠르게 외친 뒤 몸을 훌쩍 날려 초운비를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손을 휘둘러 대량의 검은 안개로 자신과 초운비만을 감쌌다.
검은 안개 속에서 법보의 빛이 번득였고 선력이 맴돌았다. 그 근처에 있던 수련자와 선유족인들은 그 기세에 흩어졌다.
오조가 자리를 뜨자 선유족의 팔엽 술주사 한 명이 얼른 앞으로 나와 거대한 시체 위에 올라서더니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을 쓸었다. 그러자 주먹만 한 금빛 덩어리가 그의 손에 나타났다. 이때 한 영변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가 눈을 번득이며 그 팔엽 술주사에게 달려들었다.
“멈춰!”
수련자의 손에 반짝이는 빛이 스치는가 싶더니 한 자루 비검이 되었다.
팔엽 술주사는 그 중년 남자를 바라보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금빛 덩어리를 시체의 가슴에 쑤셔 넣었다. 동시에 수련자가 쏘아 보낸 검광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팔엽 술주사는 피를 흘리면서도 끝내 거마족 시체의 가슴에 금빛 덩어리를 쑤셔 넣은 후에야 창백한 얼굴로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쓱 문질러 손에 묻은 피를 핥은 뒤 자신을 공격한 수련자에게 달려들었다.
거마족의 시체로 들어간 그 금색 빛은 갈수록 밝아지더니 마치 태양처럼 그 빛을 널리 퍼뜨렸다.
초운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저 거마족 시체를 없애버려!”
그 말이 떨어지자 사방의 수련자들이 그 거마족 시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선유족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미친 듯이 저항했다. 심지어 자폭도 불사했다.
금색 빛은 갈수록 밝아졌고 동시에 거마족의 거대한 시체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시체는 마치 대지 같았고 금빛은 그 대지에서 피어난 식물처럼 시체를 쭉쭉 흡수하며 자라났다.
그 과정은 금세 끝나버렸고 거마족 시체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초운비는 몸을 날려 검은 안개를 뚫고 나가 곧장 그 금빛으로 달려들었다. 오조는 초운비를 저지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비릿하게 웃었다.
초운비가 달려든 순간, 금색 빛에 돌연 균열이 생기더니 높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윤회수가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를 자랑하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나무로부터 엄청난 파동이 확산되어 온 주작성 동부를 뒤덮었다.
초운비는 안색이 크게 변해 얼른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 엄청난 파동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그때, 오조가 초운비에게 달려들었다. 초운비는 얼른 몸을 돌려 달아났다.
“퇴각하라!”
교전을 벌이고 있던 수련자들은 초운비의 말에 이를 악물고 퇴각했다.
선유족인들이 그들을 뒤쫓으려 하자 오조가 침착한 목소리로 외쳤다.
“쫓지 말고 윤회수를 지켜라!”
시종일관 지켜보기만 하던 시음종 장로 사마가 윤회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약속을 지키셔야죠. 오조님, 물건은 어디 있습니까?”
오조는 잠시 사마를 노려보다가 자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미간에 주먹 크기의 문양 하나가 나타났다. 상당히 복잡한 그 문양에는 하늘과 땅을 뒤엎을 듯한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 문양은 조부(祖符)의 일종이지요. 제가 구엽(九葉)에 이르고 나면 완벽해질 겁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그 문양은 곧장 사마에게 날아갔다.
사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저물대에서 옥으로 된 상자를 꺼냈다. 이 옥 상자에서는 선력이 발산되고 있었고 강력한 금제도 걸려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그 문양을 상자에 담아 저물대에 챙겨 넣고는 웃으며 말했다.
“오조님은 과연 호쾌하십니다.”
“어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겠소?”
오조의 덤덤한 목소리에 사마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종주님을 대신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시음종 안에 당시 선유족의 구엽 술주사 몇몇을 죽인 거마족 선조의 육신이 있습니다. 그 육신은 이미 문정기 중기 수준에 이르러 있지요. 혹시 필요하다면 연락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상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시체를 지키던 두 집사 역시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안개 안쪽으로 사라졌다.
★ ★ ★
이와 같은 일은 북쪽, 남쪽, 서쪽에서도 벌어졌다.
주작이 향한 서쪽은 윤회수를 훼손하는 데 성공했으나, 동쪽과 남쪽은 그러지 못했다. 다만 북쪽에서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졌다.
사도환은 귀신처럼 기척 없이 주작대륙 북부의 검은 안개에 잠입했다. 심지어 그곳의 선유족인들을 관리하던 사조(四祖) 역시 사도환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윤회조령수(輪回祖靈樹)가 자라나던 순간, 사도환은 인간의 허상을 갖추어 그 안에 기생해 윤회수가 생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양분을 흡수했다. 이에 선유족 안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조령수의 종자 하나가 붕괴하여 흩어지고 말았다.
그 기이한 상황에 북부에 있던 선유족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잔뜩 분노한 사조는 모든 문양의 힘을 사용한 끝에 가까스로 사도환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