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43
사도환은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서 그의 오만한 목소리가 사조와 선유족을 비웃었다.
“맛도 더럽게 없군. 이렇게 맛없을 줄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것을…”
사조는 시뻘건 눈으로 피를 토할 듯 포효하며 사도환을 뒤쫓았다.
사도환이 삼킨 것은 단순히 윤회수 한 그루가 아니라 하나의 조령(祖靈)이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선유족이 배양해낸 조령은 다섯 개뿐이었다. 조령은 십엽(十葉) 술주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였다.
그런데 자신의 눈앞에서 조령을 흡수해버렸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사조가 광분한 목소리로 포효했으나 사도환은 껄껄대며 슬슬 약을 올렸다.
“더럽게 맛도 없는 나무 한 그루 가지고 너무 쩨쩨하게 굴지 마라. 뭐, 1대 주작은 이런 방식을 뻔뻔하다고 했지만 나는 좋아하는 편이지. 육신을 얻은 뒤에는 이 방법을 한제에게도 알려줄 생각이니, 그때는 저 나무들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죽여 버리겠어!”
사조는 폐부를 찢어놓을 듯 포효하며 사도환을 추격했다.
저 멀리서 그 포효를 들은 한제는 사도환을 기다리지 않고 흡혈 마수를 거둔 뒤 몸을 훌쩍 날렸다. 사도환은 신식으로 단번에 한제를 찾아낸 뒤 나이법(挪移法)을 이용해 한제 곁에 이르더니 혀를 끌끌 찼다.
“느리구나! 내가 데리고 가주마. 뒤에서 미친개가 쫓아오고 있단 말이다. 내가 육신만 찾으면 방금 흡수한 이 조령의 힘을 소화하여 반드시 저 미친개를 삶아버릴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제를 쥐고 질주했다.
사도환은 순식간에 주작대륙을 빠져나가 소북염극(小北炎極)의 땅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선유족 사조는 미친 듯이 추격을 해왔다.
사도환은 비록 도망을 치고 있었으나 두려운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벌어지면 잠시 속도를 늦춰 사조를 기다려주는 듯했다.
“육신을 찾고 나면 저 미친개 같은 녀석까지 삼켜버릴 것이다. 그럼 수준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거야! 그런 뒤에는 문정기 수준에 해당하는 선유족 술주사를 하나 더 제거해버릴 테다. 그래야 1대 주작에게 면목이 설 테니까.”
다른 이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일을 사도환은 덤덤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소북염극(小北炎極)
소북염극(小北炎極)의 땅은 주작성 북쪽, 이전에 설역국이 있던 자리였다.
이곳의 얼음은 주작성에 수련자가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 번도 녹은 적이 없었고 하루 종일 찬바람이 불어 얼음과 서리만 가득했다. 멀리서 보면 짙은 남색의 서늘한 안개가 천천히 피어올랐고 그 안개가 닿는 곳마다 모든 생명은 생기를 잃었다.
이 서늘한 안개는 구여(九黎)의 기운이었다. 극도로 뜨거운 곳 또는 극도로 차가운 곳에서만 나타나는 현묘하고 신비로운 힘이었다. 구여의 안개는 생명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훼손할 수 없는 대상이라면 안개 내부로 흡수하여 천천히 녹여버렸다.
이 땅은 매우 넓어 당시 설역국도 전체의 3분의 1정도를 탐색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설역국은 이 소북염극의 땅 외곽 지역으로 깊은 안쪽 지역에 대해서는 그들도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주작성의 몇몇 상위 수련자들은 이 땅 정중앙에 붉은색의 얼음 원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곳의 얼음은 놀랍게도 뜨거웠다. 이 끓는 듯한 화염은 얼음 형태로 나타나는 일종의 기이한 변화이자 인간으로 하여금 부복하게 만드는 조물주의 신묘한 힘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작성 수련자들은 이곳을 소북염극의 땅이라 불렀다.
이곳에는 구여의 안개와 같은 천연적인 금제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에는 극염혈(極炎血)이라는 금제도 있다. 이 빛은 오로지 피를 가진 생물에게만 작용하여 그 피를 끓게 만들었다. 일단 그렇게 피가 끓기 시작하면 누구든 열을 세기 전에 숨이 끊어졌다. 이 외에 선력을 흡수하는 기이한 얼음층도 있어 이곳에서는 선력도 매우 약해졌다.
이 소북염극의 땅 깊은 곳에 동자가 하나 있었다. 온몸이 붉은 화염 얼음으로 뒤덮인 동자 주위에는 구여의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동자는 수려했으나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동자는 때때로 입을 벌려 한 줄기 검은 기운을 토해냈는데 그 검은 기운은 화염 얼음 안으로 녹아들었다가 발산되면서 구여의 안개를 약간이나마 몰아냈다.
그러나 그 구여의 안개는 살짝 물러났다가도 금세 다시 달려들어 동자의 몸을 감싼 화염 얼음을 천천히 녹였다.
이 동자는 시음종 주작성 지부의 대장로 손태가 거마족 선조와의 싸움에서 소환한 마동(魔童)이었다. 당시 거마족 선조의 육신은 마동의 공격에 흩어졌고 원신만 간신히 빠져나와 도망친 끝에 이 소북염극의 땅에서 가까스로 마동을 따돌렸다. 만약 손태가 주작성 밖으로 쫓겨나지 않았다면 이 마동이 이곳에 갇혀 있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마동의 내력은 시음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시음종은 거의 모든 수련성에 존재할 만큼 거대한 종파로 여러 수련성에 뿌리를 내리고 육신을 거래하면서 각종 기이한 물건들을 수집했다.
시음종 본부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를 아는 자는 극소수였다.
시음종의 구조는 탑과 같았고 구성도 복잡했다. 또한 시음종은 수련연맹의 허가를 받은 몇 안 되는 종파 중 하나로 진위 여부는 불분명했으나 그 배후에는 당시 선계가 파괴된 사건과 관련 있는 자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찌됐든 시음종의 강대함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시음종은 자신들이 있는 수련성마다 본부에서 두 명을 붙여두었다. 한 사람은 종주, 다른 한 사람은 대장로였다. 종주는 종파와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관리했고 대장로는 주로 감찰 역할을 맡았다.
시음종에는 교본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3천 종류의 육신이 기록되어 있다. 그 육신들을 발견하는 자는 그 시체를 바치고 대신 귀중한 보물을 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 마동은 손태가 어느 황량한 수련성에서 얻은 존재였다.
마동의 육신은 시음종의 교본에 기록된 종류 중 171번째 유형에 해당했다.
손태는 이 마동을 얻은 뒤 기뻐하며 1천 년 넘게 제련한 끝에 성공적으로 정복했다. 마동은 신통력을 가지게 된 데다가 육신의 수준만 해도 영변기 중기 수준에 상당했다. 다만 마동의 몸을 빼앗기 전에 특수한 진 안에서 배양을 해야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때문에 손태는 선계에는 마동을 데려가지 않고 주작성에 두었었다.
선계에서 돌아온 뒤 주작성을 떠나 근처의 수련성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시음종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이 마동을 상납하고 8품 이상의 분신환(分神丸)을 얻어 주일이 건 봉인을 풀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한제의 소환을 받았고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소북염극의 땅 밖에 세 갈래의 빛줄기가 나타났다. 두 개는 앞서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 두 빛줄기를 쫓는 형국이었다. 앞선 두 사람 중 한 명은 하얀 옷을 입은 채 긴 머리를 휘날리는 청년이었다. 그 곁의 중년 남자는 거칠고 호방한 기세와 함께 오만한 느낌이었다. 사실 그의 몸은 실체가 아니라 허상이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둘을 뒤쫓는 백발노인은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너무 느리구나? 벌써 몇 번이나 기다려줬는데도 이래서야 원… 더 빨리 쫓아오지 않는다면 더는 기다려주지 않겠다.”
앞서 가던 중년 남자 사도환은 멀리서 쫓아오는 사조(四祖)를 비웃었다.
사조는 또다시 이를 갈며 돌진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이고 추격을 그만두고 싶기도 했으나 그럴 때마다 저 중년 사내는 멈춰 서서 그를 비웃고 조롱했다. 뭔가 수상했으나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다. 일단 저자를 붙잡아 조령(祖靈)을 토해내게 해야 했다. 그가 추격을 계속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어느새 소북염극의 땅에 진입했다. 한제는 그 깊은 곳에서 붉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마동을 볼 수 있었다.
사도환은 또다시 우뚝 멈추더니 다가오고 있는 사조를 바라보았다.
“이 소북염극의 땅은 나의 육신이 파괴되기 전 오랫동안 수련했던 곳이다. 이곳의 금제는 훤히 꿰고 있지.”
사도환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결인을 그렸고 주문을 외더니 허공을 가리켰다. 순간 지면이 휘청거리더니 소북염극의 땅을 뒤덮은 얼음층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 빛은 빠른 속도로 응집되었고 계속해서 번득였다.
사도환은 한제를 데리고 훌쩍 움직여 1천 척 밖으로 이동했다.
순간, 그들을 뒤쫓던 사조는 세상을 뒤덮은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이 밝은 빛에는 기이한 위엄이 어려 있어, 몸에 닿은 순간 피부에서 붉은 빛이 솟아올랐다.
“극염혈의 빛!”
사조가 냉소했다. 선유족은 주작성의 원주민이었던 만큼 소북염극의 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한눈에 이 빛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다.
그는 두 손으로 몸을 한 번 쓸었다. 그러자 거대한 문양이 나타났다. 그 문양은 번득이는 빛을 발하며 극염혈의 빛을 흩어버렸다.
사도환은 어이없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몸을 훌쩍 날려 사조에게 달려들었다. 사조는 사도환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손으로 앞의 문양을 때렸다. 문양은 수많은 얇은 실이 되어 사도환을 감쌀 듯 달려들었다.
사도환은 피식 웃더니 그 얇은 실들을 그대로 관통해 사조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사조는 몸을 바르르 떨며 낮게 그르렁대듯 말했다.
“꺼져!”
그가 오른손으로 이마를 매섭게 때리자 미간에서 아홉 개의 이파리가 달린 식물이 나타났다. 그 식물이 나타난 순간 사도환은 사조의 몸을 뚫고 나갔다. 그리고 온몸의 기운을 맹렬히 방출하며 소리쳤다.
“구여의 안개!”
순간 마동을 뒤덮고 있던 검은색 안개가 곧장 날아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 그와 사조를 감쌌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도환과 사조는 구여의 안개 깊숙이 빠져들었고 두 개의 거대한 화염 얼음이 각각 두 사람을 가두었다. 이제 그 구여의 안개 속에는 총 세 개의 화염 얼음이 있었다.
사도환은 몸을 훌쩍 날려 그 화염 얼음 속에서 빠져나가더니 마동을 감싼 화염 얼음을 꿰뚫고 그 체내로 들어갔다.
“한제야, 이 구여의 안개는 천연적인 금제라 내 육신을 융합할 때 쓸 보호막에 적합하다. 좀 있으면 수준을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널 찾아갈 테니 너는 그동안 주작을 피해 숨어 있거라. 내가 찾아가기 전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사도환의 목소리가 구여의 안개 속에서 흘러나왔다.
한제는 잠시 안개 속의 동자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제가 보호해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괜찮다. 이 구여의 안개야말로 가장 좋은 보호막이야.”
흥분한 목소리였다.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겨우 다시 몸을 얻게 됐으니 엄청난 자제력을 가진 그로서도 흥분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내 육신을 파괴한 놈들아, 기다려라. 곧 네놈들을 하나하나 제거해주마!”
한제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수성(修星)의 결정이 무엇인지 답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수성의 결정은 내가 주작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강력한 법보였다. 허나 내가 주작이 된 후 그 물건이 굉장히 악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한제는 묵묵히 사도환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수성(修星)의 결정은⋯⋯ 순전히 쓰레기다. 그것은 수련연맹이 신통술로 제사를 지내 만들어내는 것으로 6성에 이른 수련국만이 하사받을 수 있지. 그것은 그것이 속한 수련성 안에 깊이 숨겨져 있고 비법을 통해 가동되면 기이한 힘으로 온 수련성을 뒤덮는다. 그것이 활성화되는 날부터 해당 수련성에서 탄생한 생명은 마수든 일반인이든 할 것 없이 혼백에서 명혼(命魂)을 잃게 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직 사도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 명혼은 수성의 결정에 흡수된다. 그것이 바로 수련연맹이 6성 이상의 수련국에게 주는 권리야. 6성 수련국이 제왕과 같은 위치에서 군림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수성의 결정 때문이지! 그것을 가진 덕분에 역대 주작들은 마음대로 주작성에서 태어난 모든 수련자들 중 누구든 마음대로 죽일 수 있었다. 물론 문정기 수준의 수련자라면 수성의 결정으로부터 결핍된 명혼을 뽑아낼 수 있지만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죽는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한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내 추측대로라면 다른 수련성에서 그 수성의 결정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닐 것이다. 또한 수많은 수련자가 다양한 대항 방법을 알아냈을 게야.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많은 6성 수련국이 원주민에게 전복될 리 없지 않겠느냐? 아무튼 요약하자면 수성의 결정은 6성 수련국을 조종하는 궁극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사도환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당시 주작이 된 나는 수성의 결정을 봉인했다. 그 결정은 계속해서 명혼을 흡수하고 있지만 봉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주작이라 해도 조종할 수는 없어. 그러니 주작성이 지금 이토록 혼란스러운 게지. 그러지 않았다면 분명 철통처럼 안정적이고 굳건했을 것이다. 후대 주작들은 분명 내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겠지. 하하! 허나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니까, 주작이 만약 그 수성의 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저를 죽일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러려면 ‘수성(修星)의 심장’이라는 물건을 사용해야 하고 자신의 수명을 대가로 바쳐야 한다. 네 명혼도 수성의 결정 안에 있을 게다. 그러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면 그 수성의 결정에서 네 명혼을 가져와야겠지.”
한제는 어떻게든 그리하겠다고 결심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수성의 결정이 극의 경계를 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거짓입니까?”
“글쎄, 당시 내게는 극의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한 적이 없다. 자 나머지는 이 육신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 말해주마. 한제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있지 않느냐!”
사도환은 말을 마친 뒤 곧장 마동의 육신을 차지하는 데 집중했다.
수성(修星)의 결정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