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49
3개월의 시간은 이들에게 모처럼 얻은 회복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잔뜩 경계하며 매일 수많은 수련자가 외부를 순찰했다.
여기로부터 1만 리 떨어진 곳에는 짙은 검은 안개가 떠 있었다. 그곳은 선유족의 서부 진격군이 자리한 곳이었다.
수련자들의 방어선 중앙에는 비교적 화려한 가옥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건풍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고 그 뒤에 홍접이 서 있었다.
건풍은 번개 같은 눈빛으로 1만 리 밖의 검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무척 어두웠다.
“그 늙은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런 위기의 순간이라면 주작성을 버리고 멀리 도망쳤다가 힘을 길러 돌아오는 것이 낫지 않나? 이렇게 버텨봐야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만 약해지는 것을…”
뭔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더니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천우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감히 나를 다치게 했으니 이번에는 마주치기만 하면 곧장 녀석의 경지를 삼켜버려야지. 십억존혼번이 강하기는 해도 나한테는 늙은이가 준 법보가 있다고. 그 늙은이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걸 보면 대단한 법보임에 틀림없어. 그게 있으니 천우가 십억존혼번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이길 가능성은 충분해!”
건풍은 말을 멈추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그 법보는 사용하지는 말아야지. 그 늙은이는 언제나 꿍꿍이가 있는 작자니까. 한데 그 늙은이는 내가 자기 태도를 보고 수상히 여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 법보 없이 천우의 경지를 삼키려면 사매의 도움이 필요하겠군.
그자와 사매의 경지까지 삼키면 주작성을 떠나 이곳저곳 돌아다니겠다. 지금까지는 주작이 되고자 했지만 주작성이 이토록 혼란스러워진 지금 그런 칭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 떠나기 전에 자심 그년은 반드시 죽이고야 만다.”
조일두
한 달 뒤, 조나라 시음종이 있는 황량한 평원에 한제가 나타났다.
선유지를 떠난 그는 쉬지 않고 역외 전장으로 갔지만 안타깝게도 유혼들로는 존혼번을 복구할 수 없었다. 유혼과 혼백은 선천적으로 상극 관계인 물과 불처럼 섞여들지 않았다. 혼번 안에 들어간 유혼들은 발광하며 혼백들을 삼켜 스스로를 불리거나 혼백들에 포위되어 소멸되었다.
탄혼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한제는 존혼번을 복구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역외 전장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그의 목표는 당시 조나라 시음종 지하 깊은 곳에서 보았던 그 거대한 시체였다.
그것은 거마족을 데리고 주작성으로 와 이곳에 머물게 했던 거마족 선조의 시체였다.
그는 저물대에서 거대한 도끼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당시 그가 죽였던 거마족 선조의 무기였다.
그는 본체가 고대 신의 신통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거마족 선조의 피를 얻은 뒤 곧장 떠날 생각이었다.
주작성의 혼란한 상황에 참여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의 목표는 수성의 결정에서 자신의 명혼을 뽑아낸 뒤 주작성을 떠나는 것뿐이었다. 천운성에서 스승을 모신 뒤 또 다른 하늘 아래에서 문정기에 이르도록 수련할 계획이었다.
주작성에는 추후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때에는 지금처럼 쫓기지 않고 제왕처럼 강림해 그때 주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의 영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수련연맹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도 반드시 살펴볼 것이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 전에 주작에 대적할 실력은 아직 없으니 그의 두 제자인 류미와 건풍에게는 한 수 가르쳐줘야지!”
조나라 서쪽 끝에는 거대한 평원이 있다. 이곳은 서늘하고 음산한 기운으로 뒤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원영기 고수도 쉽게 접촉하려 하지 않는 구지(九地)의 기운도 흘렀기 때문에 수련자도 잘 찾지 않았다. 원영기에 이르지 못한 자는 이 기운에 닿으면 부상을 입게 된다.
또한 이곳은 시음종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한제는 귀신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이 평원을 스쳐갔다. 그는 강대한 보호진이 사방을 뒤덮고 있음을 단박에 파악했다.
하지만 한제에게 그 진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평원 위 모처에 우뚝 선 뒤 발을 살짝 굴러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보호진의 눈이 있는 지하에서 나타났다.
눈 닿는 곳곳마다 빽빽한 동굴이 통로와 이어져 있어 미궁과도 같았다.
시음종 안의 각 동굴에는 제자들이 앉아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축기기였다. 결단기 수준은 많지 않았고 원영기 수준 제자는 더욱 적었다.
한제는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 시음종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시음종 정중앙의 그 동굴을 몇 번이나 살펴보았다.
그 거대한 동굴 안에서는 이청평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검은 안개 한 덩이가 떠 있었다. 이 검은 안개에서는 수없이 많은 촉수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이청평은 시음종 조나라 분파의 현대 종주로 그의 수준은 이미 원영기 후기에 이르러 있었다.
겉으로는 약 40살 정도 되어 보였고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상당히 준수했다.
그는 조나라 시음종을 관장해온 2백 년 이상을 줄곧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임했고 심지어 외부와의 왕래도 매우 적었다. 외부 사람들이 조나라 시음종을 더욱 비밀스럽게 여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체의 시간을 아껴 폐관수련을 하는 데 쏟았다. 시체 인형이 자신의 육신을 점거하기 전 수준을 화신기까지 올리기 위해서였다. 화신기에 이르면 주작성의 시음종 본부에서는 그에게 좋은 육신을 하나 하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는 특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본부로 뽑혀갈 가능성도 있었다.
좌선 중인 이청평은 한제의 신식이 자신을 훑은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나, 그의 뒤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안개는 돌연 흠칫 경련을 일으켰다. 뒤이어 두 개의 어스름한 빛이 그 허상의 머리 부분에서 나타났다.
“선배님⋯⋯.”
그 허상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녀석이구나. 화신기 중기 수준의 원신을 가진 주제에 내 존재를 알아차리다니!”
한제의 목소리가 그 허상의 귀에 맴돌았다. 그러자 그 허상은 더욱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방금 한제의 신식이 자신을 훑은 순간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파고드는 느낌과 함께 원신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이런 현상은 종파 내의 장로급 인물을 마주했을 때에나 나타날 법한 것이었다.
“선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선배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공법 때문입니다.”
그 허상은 얼른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상대가 영변기 수준에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음? 너는 어느 문파의 녀석이지?”
“선배님, 저는 주작성 사람이 아니라 천운성 미륵종(彌勒宗)의 제자입니다. 육신을 잃고 엄청난 대가를 들여 시음종으로부터 육신 하나를 구매했지요.”
허상은 감히 어느 것 하나 숨길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얼른 대답했다.
“천운성 사람이 어찌 주작성에 왔느냐?”
신식을 통한 한제의 질문에서 허상은 한 줄기 냉기를 감지하고는 또 한 번 몸을 떨며 황급히 대답했다.
“진정하십시오, 선배님. 만약 천운성에서 몸조리를 할 경우 그 대가가 너무나 컸던 것뿐입니다. 제게는 선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이 주작성에 와서 몸조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육신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길어지기는 하지만 제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지요.”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저는 조일두라고 합니다.”
허상은 마치 당시의 허이국처럼 조심스레 대답했다.
한제가 선력으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을 만들어내 상대에게 뻗었다.
기겁한 조일두는 좌선을 하고 있는 이청평의 뒤에서 흩어져 빠르게 달아나려 했다. 그의 입에서는 날카로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선배님,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와 기이하게 연관되어 있던 이청평은 조일두가 기겁한 순간 좌선에서 깨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예리한 눈빛을 번득이며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
동굴 안의 허공에서 파문이 번쩍 하더니 한제가 그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말없이 그저 냉랭하게 한 번 훑었을 뿐인데 이청평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상대의 눈빛은 예리한 검이 되어 자신을 꿰뚫는 것만 같았다. 원영까지 굳어버렸다.
“닥치고 가만 있거라.”
한제는 한마디 툭 뱉은 뒤 동굴 구석에 웅크린 조일두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청평은 감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일전에 본부에서 화신기 수준 선배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은 비할 것이 되지 못했다.
‘영변기! 영변기 수준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자가 대체 여기에는 왜⋯⋯?’
이청평은 심장이 두방망이질치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제가 손으로 허공을 쥐자 구석에 박혀 있던 조일두의 원신이 그의 손에 붙들렸다. 조일두는 더욱 두려움에 떨며 간절하게 외쳤다.
“선배님, 저는 지금 시음종의 손님입니다. 저를 가지고 법보를 제련하신다면 시음종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한제는 피식 웃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누가 너를 가지고 법보를 제련한다고 하더냐? 네겐 그 정도의 가치도 없다.”
그 말에 조일두는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영변기 수준일 것이 분명한 상대가 정말 화신기 수준의 원신을 원했다면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자신을 붙잡을 이유는 없을 터였다.
“선배님, 그⋯⋯ 그렇다면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조일두는 솟구치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 년 동안 나의 노예가 되어라. 백 년이 지나면 네게 영변기 수준의 육신을 주마. 어떠냐?”
한제의 말투는 덤덤했으나 조일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영변기는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었다. 만약 그에게 영변기 수준의 육신이 있다면 수준을 영변기까지 올리는 것도 훨씬 쉬워질 터였다. 혹여 영변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같은 신통술로도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영변기 수준의 육신은 선인의 육신에 상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음종에서 영변기 수준을 구하려면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로서는 1천 년 이상 더 자금을 모아도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미 거의 결심을 한 상태에서 물었다.
“선배님, 1백 년 안에 제가 죽지 않는다고 보장하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네가 죽을 일은 없다.”
한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선배님을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조일두는 공손하게 답했다. 그는 영변기 수준의 수련자가 자신을 속일 리 없다고 믿었다. 상대가 그렇게 커다란 유혹을 하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의도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귀는 본디 위험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법이었다. 영변기 수준의 육신을 얻으려면 그 정도 모험은 걸어야 했다.
“좋아, 걱정 마라. 위험한 일은 시키지는 않겠다. 나는 그저 너를 통해 천운성에 대해 알고 싶은 것뿐이다. 천운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한제는 입을 열기 전 오른손을 휘둘렀고 이에 이청평은 정신을 잃고 고꾸라졌다.
자신이 천운성으로 가려 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천운성이요? 주인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천운성에서 자랐습니다. 천운성은 굉장히 넓지만 저는 그곳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지요. 만약 천운성에 가시려 하신다면 제가 가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일두의 말에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 사이의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지.”
한제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그의 손에 혼번이 하나 나타났다. 이 혼번은 이원봉을 주요 혼백으로 봉인하여 만든 것이었다.
그것을 흔들자 조일두는 반응할 틈도 없이 혼번 안으로 흡수되었다.
잠시 후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동굴 안에서 사라졌다.
그는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길을 훤히 꿰고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시음종의 동굴을 따라 한제는 당시 그가 폐관수련을 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시음종 제자 중 누구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는 당시 그가 폐관수련을 하던 곳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지금 누군가가 좌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