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52
“천도윤회에서 벗어난 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부분 낮은 등급의 수련자야. 문정기에 이른 뒤에 천도윤회에서 벗어나기란 훨씬 힘든 일이지. 천도윤회는 수련자의 수준에 따라 작용하는 힘이 다르거든.”
윤회의 사자에 저항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정기 위의 단계에는 쇄열삼경(碎涅三境)이 있다.”
“쇄열삼경?”
사도환의 진지한 목소리에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되물었다.
“그래, 쇄열삼경. 엽무우가 수련연맹에서 하사품을 받고 돌아와 내게 말해준 것이지.”
엽무우를 떠올렸기 때문인지 사도환의 눈빛은 다소 슬퍼 보였다.
“쇄열삼경 중 1경은 규열(窺涅), 2경은 정열(淨涅), 3경은 쇄열(碎涅)이다. 이 삼경이 문정기 위에 존재하는 단계다.”
그 말에 한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쇄열삼경 다음은요? 쇄열삼경이 정점입니까?”
사도환은 고개를 저었다.
“쇄열삼경은 수련의 두 번째 걸음에 불과하다. 하지만 쇄열의 절정에 이른 자는 수련연맹 안에서도 강자로 여겨지지. 소문에 의하면 수련연맹의 늙은이들 중에도 쇄열경을 진정으로 돌파한 사람은 없다더구나.”
한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선배님은 지금 규열에 이르셨습니까?”
사도환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쉬운 줄 아느냐. 문정기와 규열 사이에는 두 개의 관문이 있는데 이를 음양이의(陰陽二意)라 한다. 음양이의는 경지의 변화를 야기하는데 단순히 허상과 실체의 구분이 아니라 더욱 높은 경지의 체험이지.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어 상세히 설명해주기 어렵겠구나. 아무튼 음양이의로 경지를 세정해야만 규열 초기에 이를 자격이 생긴다.
당시 석주에 들어가기 전 나의 경지는 음의(陰意)의 가장자리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석주에 갇혀 수만 년이 흐르는 동안 수련은 하지 못했지만 깨달음은 깊어져 음의의 절정에 이르렀지. 이제 양의(陽意)로 경지를 세정하면 규열기에 진입할 것이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주작은 어느 정도입니까?”
사도환의 눈이 경멸하는 듯 빛났다.
“그 녀석은 그냥 문정기 후기다. 평생을 쏟아부어도 음양을 깨달을 자격이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규열기에 이를 가능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 녀석은 그저 조금 특수한 문정기 수련자일 뿐이다. 음양이의를 깨달은 수련자에게는 상대도 안 되지. 하지만 일반적인 문정기 후기의 수련자는 녀석을 이기지는 못할 게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수련연맹에서 주작으로 봉해줬으니까요.”
그 말에 사도환은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보는 아버지처럼 흐뭇한 눈빛으로 한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자는 봉호를 받은 자야. 그런 수련자는 같은 문정기 수련자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지. 수련연맹에서 하사한 특수한 신통술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엽무우는 당시 수련연맹에서 돌아온 뒤 엄청난 신통술을 장악했다. 주작인(朱雀印)이라는 건데 이 결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지. 다만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었지.”
다소 놀라운 이야기였으나 한제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연맹이 부여한 신통술은 선보와 같아서 등급 별로 구분이 된다. 주작인은 낮은 등급의 신통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작이라는 봉호를 받은 수련자의 실력을 대폭 상승시켜 주었지. 허나 안타깝게도 주작인은 수성의 심장을 전승받아야만 발휘할 수 있어. 그러니 만약 네가 그 술법을 배운다 해도 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
사실 한제는 주작인에 별 관심도 없었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맞장구를 쳤다.
“역대 주작들이 수련한 주작결(朱雀訣)은 1대 주작 엽무우가 주작인을 통해 만들어낸 거다. 주작결은 수련 속도를 증진시키는 데도 좋지만 수성의 심장을 얻은 뒤에는 그것과 결합하여 진정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또다시 물었다.
“선보에도 등급이 있다고 하셨죠?”
“당연하지. 선보는 저급, 중급, 고급의 세 단계로 나뉘어 있다. 한데 소문에 따르면 선보 위에 또 다른 단계의 보물이 존재한다더구나. 그 보물은 쇄열기 수련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비할 데 없이 강렬하다지. 난 석주가 그런 보물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석주라는 말에 한제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문지르더니 잠시 후 저물대에서 선검을 꺼냈다.
“이 검이 어느 등급인지 봐주시겠습니까?”
선검을 본 사도환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선검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 만져보더니, 이내 두 눈을 감고 잠자코 선검을 느꼈다.
잠시 후, 사도환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선검에 선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의 강한 검광이 나타났는데 이는 한제가 선력을 불어 넣어 쏘아낸 검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좋은 검이군!”
사도환은 진심으로 감탄하더니 검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쾅, 쾅, 쾅!
하늘을 가를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균열이 마치 상처처럼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 틈을 통해 서늘한 바람이 맹렬하게 불어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지는 얼음 바다가 되어 버렸다.
“좋은 검이야!”
사도환은 다시 한 번 감탄사를 내뱉더니 물었다.
“이 검, 어디에서 얻었느냐?”
“선계에서요. 고인(故人)의 것입니다.”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으나 내심 기대감을 품은 눈으로 사도환을 마주봤다.
“이것은 중급 선보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안에 들어 있는 검혼이 이 선검과 완벽하게 융합되지 않아 위력에 한계가 있구나. 게다가 이 선검은 한 자루가 아닐 것이다. 뭔가 결핍이 느껴져. 이 검은 분명 네 자루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야. 그 네 자루를 하나로 합하면 보기 드문 고급 선보가 되겠지!”
한제의 눈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선보가 중급에 이르면 혼이 생기는데 이 혼은 우리 수련자들의 혼백과 다르다. 사용하려면 독특한 방식이 필요하지 만약 그런 사용방식이 없다면 완전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어찌됐든 좋은 검이다.”
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사도환은 그제야 한제의 실망스런 표정을 보았다.
“왜? 중급 선보는 눈에 안 차느냐? 이 녀석아, 나는 여태까지도 누가 중급 선보를 만들었다는 소문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저급 선보라면 몇몇 수련자들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중급 이상의 선보는 근본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현재 존재하는 모든 중급 이상의 선보는 선계에서 남긴 것들이지.
실제로 수련자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선보는 저급이다. 중급 선보는 결코 흔치 않아. 네가 주작성을 떠나게 되면 중급 선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게 될 거다. 한 차례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란 말이다.”
그제야 한제의 얼굴에 걸려 있던 실망스런 기색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선계에 갔던 당시 검존 능천후와 몇몇 노인이 선검을 빼앗기 위해 엄청난 기세로 서로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그들은 분명 문정기 이상의 수준이었을진대, 그런 그들이 목숨 걸고 달려든 것을 보면 사도환의 말은 믿을 만했다.
“나는 몇 개의 다른 수련성에도 가보았지만 여태 고급 선보는 본 적도 없다. 그러니 운 좋은 줄 알란 말이다, 이 녀석아!”
사도환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쳤다.
“한데 이 검의 영혼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사도환의 물음에 한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단서는 있습니다만 찾지는 못했습니다.”
“어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나 보자.”
사도환의 대꾸에 한제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대답을 듣지 못했으나 사도환은 빙긋 웃었다. 그러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이 검을 내게 주는 게 어떻겠느냐?”
갑작스런 물음에 한제는 당황한 한제는 잠시 머뭇거린 후에 되물었다.
“진심이십니까?”
그러자 사도환 역시 잠시 망설이다 한숨을 내쉬더니 한제에게 선검을 건넸다.
“됐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 물건을 빼앗을 수는 없지.”
한제는 웃으며 선검을 받아 저물대에 넣었다.
“이 검은 잠시 맡아둔 것일 뿐, 제 것이 아닙니다. 제 것이었다면 드렸을 겁니다. 정말입니다.”
그 말에 사도환은 코웃음을 쳤다.
“만약 내 저물대가 일찍이 없어지지만 않았다면 그것을 탐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 내게도 저급 선보가 두 개나 있었거든.”
“과연 전설의 주작답군요!”
감탄인지 놀리는 건지 모를 한제의 말에 사도환은 그를 힐끗 흘겨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주작의 선보는 모두 저급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1대 주작 엽무우가 모아놓은 것이다. 나로서는 그것들을 빼앗을 수 없었지.”
사도환이 안타까움에 혀를 끌끌 차고 있으려니 한제가 다시 물었다.
“혹시 이 물건은 무슨 등급인지 봐주시겠습니까?”
한제는 말을 꺼내놓고도 잠시 고민하다가 저물대에서 구수권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것을 흔들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신차가 떠올랐다.
사신차 위의 혼수(魂獸)는 흉악한 눈을 번득이며 격렬하게 포효했다.
사신차를 본 사도환은 흠칫 놀랐으나, 이내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선보(仙寶)로군. 저급 선보이기는 하지만 저급 중에서는 매우 뛰어난 물건이다. 중급 선보와 비슷한 가치가 있지. 어찌 네 손에 이리도 많은 보물이 있단 말이냐? 이 혼수(魂獸)의 능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중급 선보에 달했을지도 모르겠구나!”
흥미로운 듯한 사도환의 말에 한제는 눈을 번득였다. 그에게는 총 세 개의 사신차가 있고 이것은 그중 가장 작은 혼수가 깃든 것이었다. 다른 두 개의 사신차에 깃든 혼수는 이 녀석보다 몇 배는 강대했다.
“선수(仙獸)의 혼으로 선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몇몇 고서에서 본 적이 있다. 오직 선계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선계가 무너진 뒤 그런 법보도 거의 절멸됐지. 한데 이런 법보는 특수한 결인 없이 사용해서는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
사도환은 설명을 하면서도 내심 한제에게 감탄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지금 한제의 수준이었을 때 선보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신식으로 낙인을 남긴 뒤 사도환에게 건넸다.
“이걸 보십시오!”
옥패를 받아들고 신식으로 살피던 사도환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이 선보를 통제하는 결인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이 결인을 사용하면 이 사신차를 조종할 수 있죠. 이 사신차를 만든 사람이 직접 제작한 겁니다.”
사도환은 곧장 옥패를 거둔 뒤 장난스럽게 웃었다.
“설마 이 사신차를 내게 주려는 것이냐?”
한제가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린 후 가리키자 사신차는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구수권으로 변하더니 한제에게 날아들었다. 한제는 그것을 저물대에 챙겨 넣었다.
“드리지요.”
사도환은 복수를 하러 갈 계획이었으나 그에게는 아무런 법보가 없었다. 이에 걱정이 된 한제는 사신차를 사도환에게 넘기기로 했다. 사도환의 수준에 사신차까지 있다면 복수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구수권의 통제력을 잃은 혼수가 포효하더니 사신차를 감싼 채 달아났다. 이를 본 사도환은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치듯 깔깔대며 사신차를 추격했다.
“거기 서라! 나랑 놀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