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57
“선배님, 바로 이곳입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선유족의 팔엽 술주사 중 가장 먼저 들어갔던 자 외에는 저 제단에 올라서자마자 기이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묵운해는 모용운을 한 번 바라본 뒤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모용운이 다시 그의 손에 붙들렸다. 모용운의 정수리에 손을 댄 묵운해는 요사스러운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외쳤다.
“수혼술(搜魂術)!”
모용운은 비참한 비명을 흘리며 온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묵운해의 눈에 더욱 기이한 힘이 실렸고 모용운은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잠시 후 묵운해의 손에서 풀려난 모용운은 바닥에 철퍽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의 온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풍겨 나왔다.
“증 도우, 이 자의 말에는 거짓이 없네!”
묵운해는 몸을 훌쩍 날려 제단 위로 올라가더니 외쳤다.
“증 도우, 내가 가서 길을 낼 테니 나를 보호해주게!”
“그러지!”
묵운해의 얕은 수를 간파한 한제는 속으로 비웃으며 답했다.
묵운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단 위에 올라가 섰다. 하지만 그곳에 서자마자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눈에서도 기이한 빛이 번득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제단의 움푹 팬 꼭대기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는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과연 이곳이었군. 증 도우, 나 먼저 가겠네!”
말을 마친 그는 앞으로 한 발 내딛어 제단의 움푹한 곳으로 진입했다. 번쩍 하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여인은 모용운과 한제를 힐끔거리며 망설였다.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모용운을 노려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튀어나와 모용운의 미간으로 향했다. 한데 그 빛이 미간에 떨어지기 직전, 모용운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손을 들어 그 빛을 잡아챘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그 빛은 곧장 붕괴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검은 기운이 맴돌았고 준수했던 얼굴은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 알아챘지?”
그는 한제를 주시하며 외쳤다. 그 목소리에 기이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
“원한다면 대답해주지. 허나 그러려면 내 질문에도 답을 해줘야 할 거야.”
모용운은 눈을 번득이며 음산하게 말했다.
“재미있군. 먼저 답하게.”
“수련자 대부분은 항상 정결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저물대에 옷 몇 벌은 항상 구비해놓지. 자네처럼 피 튀긴 옷을 오랫동안 입지는 않아.”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모용운이 냉소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한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네 정체야.”
“나는 명혼의 화신이다. 이제 다른 이유도 말해보시지.”
모용운의 냉랭한 말에 한제는 피식 웃더니 뒷짐을 진 채 제자리를 맴돌며 걷기 시작했다.
“자네의 옷은 양식이 굉장히 오래됐더군. 방금 막 이곳에 들어온 수련자가 입을 만한 복장이 아니야. 대체 목적이 뭐지?”
“목적 따위는 없다. 그저 너희가 수성의 결정을 차지하는 것을 막고 싶을 뿐이야. 내가 수련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챈 근거가 고작 그 두 개뿐인가?”
한제는 미간을 찌푸리는 모용운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물론 그렇지는 않아. 마지막 이유는 자네의 옷에 그려진 그 도안이야.”
여기까지 말한 한제는 돌연 오른손을 휘둘러 체내의 선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선력을 품은 선결(仙訣)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선결은 순식간에 모용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제단
모용운은 차갑게 웃더니 그 선결이 코앞에 당도한 순간 펑 하고 흩어져 검은 연기가 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의 검은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한제는 그를 뒤쫓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다.
“끄악!”
잠시 후, 비명과 함께 검은 기운이 검은 안개로부터 되돌아 나오더니 인간의 형체를 갖추었다. 모용운은 괴로움과 분노가 담긴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보통의 영변기 수련자가 아니로구나!”
그때, 길이가 30척, 폭은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이 검은 안개 속에서 둥둥 떠올랐다. 깃발이 성난 파도처럼 펄럭였고 대량의 혼백들이 쏟아져 나와 사방을 뒤덮었다. 그중 열 개가 넘는 주요 혼백은 검은 안개 속에서 불규칙적으로 번득였는데 그들의 시선은 모두 모용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 주요 혼백 중에는 보라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기린도 있었다.
한제는 사도환과 함께 주작산으로 오는 동안 십억존혼번을 다시 제련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혼번을 융합시킨 덕분에 이원봉과 기린 마수의 잔혼까지, 주요 혼백은 총 28개에 달했다.
“그따위 깃발로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모용운은 냉소하며 몸을 훌쩍 날려 다시 수많은 검은 기운으로 흩어지더니 얇은 실처럼 변해 한제 얼굴의 칠공을 뚫고 들어오려 했다.
“흥! 어딜!”
한제는 차게 비웃으며 몸을 물리더니 손을 들어 올려 허공을 두드렸다.
“봉인!”
그 순간, 사방의 검은 안개에서 거대한 깃발이 나타났다. 깃발이 한 번 흔들리자 수많은 금제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거대한 감옥을 만들어 모용운이 쏘아보낸 실들을 가두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사람 키 높이로 다시 주먹 크기의 구체로 줄어들었다.
빽빽한 금제로 만들어진 공에 얇은 선들은 완벽하게 틀어 막혔고 머지않아 생명력을 잃고 스러졌다.
★ ★ ★
명혼으로 이루어진 영물(靈物)은 죽이기가 매우 까다롭다. 만약 죽인다 해도 진짜로 죽는 것은 주작성에 있는 그 명혼의 주인들일 뿐이었다.
마음먹고 선력까지 사용한다면 그 명혼들을 죽일 수는 있지만 그럼 더 많은 명혼이 다시 응결될 것이다. 그렇기에 한제는 무리해 죽이려 하지 않았다.
새로이 응집된 영물에 자신이 아는 사람의 명혼이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자신의 명혼이 섞여 있다면 감응을 통해 찾아낼 수 있을 테니 굳이 찾으러 갈 수고를 덜 수 있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주작묘에 들어온 수련자 중 무정한 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 역시 영물의 비밀을 알아내고는 닥치는 대로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다.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본인의 명혼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건풍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건풍은 어두운 표정으로 주작묘 내부의 어느 높은 산봉우리 중턱에 있는 거대한 동굴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주작묘에 들어온 사람으로 그 또한 명혼으로 이루어진 영물을 만나 제단까지 갔다. 허나 건풍은 제단에 오르지 않았고 천신만고 끝에 진정한 입구를 찾아 주작묘 내부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외부보다는 좁지만 내부 역시 매우 넓었다. 특히 명혼들로 이루어진 영물들은 외부보다 더 많을 뿐만 아니라 그중 몇몇은 매우 강해서 건풍 역시 대항하지 못하고 도망쳐야만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1대 주작의 묘를 찾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부로 들어온 선유족의 수가 늘어갔다.
건풍은 이곳에서 낯익은 영변기 수련자 한 명을 직접 본 바 있었다. 여러 선유족인들과 손잡고 강대한 영물 하나를 죽였을 때, 그 낯익은 수련자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죽어 버렸다. 그 전까지 아무런 징조도 없었기에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건풍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원신이 소멸된 상태였다.
주작묘 내부로 들어온 자는 모두 수준이 높은 수련자들답게 그 상황의 진정한 이유를 단박에 파악했고 영물을 공격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승리를 거두기는 힘들어졌다.
건풍이 동굴 밖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지도 보름이 다 되어갔다. 그는 초조했다. 수성의 결정이 완전히 붕괴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자신의 명혼을 찾아내지 못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작, 이 망할 늙은이. 죽으려거든 혼자 죽을 것이지 어찌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냐!”
건풍은 이를 악물며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눈을 번득이더니 앞에 있는 동굴을 바라보며 묵묵히 시간을 계산했다. 그리고 저물대에서 검은색 조롱박을 꺼내더니 오른손으로 결인을 한 뒤 조롱박을 두드리며 외쳤다.
“나와라!”
반짝이는 빛 한 줄기가 조롱박에서 튀어나오더니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건풍의 곁에 섰다. 붉은 옷을 입은 그 아름다운 여인은 홍접이었다. 허나 그녀의 두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조롱박은 건풍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로 그 안에는 물건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넣을 수도 있었다.
“시간이 됐다. 그 녀석은 회복을 마쳤을 터. 네가 데리고 나와라!”
건풍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했다.
홍접은 말없이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건풍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두 손으로 결인을 하여 체내의 선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두 손 사이에 응집시켰다. 그러자 그의 두 손 사이에 천천히 주먹 크기의 빛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건풍의 두 눈은 동굴 안쪽 깊은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잠시 후, 동굴 안쪽에서부터 포효와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면이 경미하게 흔들렸다. 이어서 붉은 빛이 번쩍하더니 홍접이 나타나 건풍의 곁에 섰다.
잠시 후, 거대한 무언가가 동굴에서 뛰쳐나왔다. 키가 1백 척이 넘는 거인이었다. 그의 온몸에서는 검은 빛이 번득였고 검은 기운이 끊임없이 그의 몸을 맴돌았다. 그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땅이 진동했다.
“크르르.”
거인이 분노한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동굴 밖으로 나온 순간, 건풍이 두 손 사이에 응집시켰던 빛 덩어리를 던졌다. 그 작은 공은 거인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거인은 몸을 한 번 바르르 떨더니 곧장 무너져 내려 무수히 많은 검은색 실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를 본 건풍이 낮게 외쳤다.
“폭발!”
그 한 마디에 빛 덩어리가 폭발하며 강렬한 선력을 퍼뜨렸다. 그 선력은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방을 휩쓸었다.
콰르릉!
온 산봉우리가 진동하면서 수많은 검은 실들이 전부 파괴되었다.
“벌써 69번째 녀석인데 아직 나의 명혼은 찾지 못하다니⋯⋯.”
건풍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도 이게 최선의 방법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작묘 내부는 너무 넓을 뿐만 아니라 위험해서 무턱대고 수성의 결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금의 이 무식하기까지 한 방법은 사실상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