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61
이 별들의 중심에 있는 그 거대한 주성은 바로 천운성이었다. 그 주위를 떠도는 다섯 개의 약간 작은 별들은 7성 수련성인 천운성에 예속된 존재였다. 또한 그보다 더 작은 별들은 놀라운 신통력을 가진 몇몇 노인들이 개척한 별로 주인의 요청이 없다면 외부인은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천운성에는 종파도 매우 많았는데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천운종(天運宗)이었다.
천운종은 세상 일체의 인연이 암암리에 이미 정해져 있어 억지로 구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고 여겼다.
이런 교리를 만든 자이자 천운성의 수련자 대부분이 경외하는 수련자인 천운자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자애롭고 선한 눈빛의 그는 백발이 성성했지만 늙고 노쇠해 보인다기보다는 탈속적인 느낌이 풍겼다.
특히 그 두 눈은 어지간한 장년 수련자들보다 훨씬 맑고 밝았다. 그에게서는 죽음의 기운이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흘러넘치는 듯한 생기가 가득했다.
그는 천운종의 운선각(運仙閣)에 앉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들른 반쯤 폐허가 된 수련성에서 어떤 녀석을 하나 만났지. 화신기 경계에 이르렀던 녀석인데 생사윤회의 경지를 깨달아 윤회의 본원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더군. 그럴 수 있는 자는 드물거늘. 난 녀석을 수련생으로 받아주기로 약속했지. 한데 그 녀석이 곧 올 것 같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려나. 화신기 후기에도 이르지 못했다면 실망인데⋯⋯.”
천운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두 눈을 감았다.
★ ★ ★
주작묘 내부, 한제는 속도를 약간 늦추고 신식도 더는 넓게 펼치지 않았다. 이곳에는 명혼 생물들이 너무 많았고 그중 몇몇은 십억존혼번이 없다면 상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제는 줄곧 신중했다. 이동하다가도 위험한 기운이 감지되면 곧장 방향을 틀어 우회했기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한제의 시야에 하늘 높이 솟은 두 개의 산봉우리가 들어왔다. 두 산봉우리 사이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이 하나 있었다. 또한 빽빽한 숲이 두 산봉우리 주위를 둘러싼 상태였다.
한제는 산봉우리 아래에 서서 잠시 고민했다.
주작묘 내부에 들어온 후 며칠 동안 관찰한 것을 토대로 보건대, 이 좁은 길은 중심점으로 향하는 길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껏 살핀 바로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명혼 생물이 많아졌고 그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존재도 그만큼 많았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두 산봉우리 사이의 구불구불한 길에 올랐다. 그리고 경계심을 잔뜩 곤두세운 채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위를 살폈다.
길 양쪽의 산봉우리 암벽 곳곳에는 습하고 음산한 곳이 있었다. 그 표면은 굉장히 매끄러웠고 몇몇 곳에서는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기도 했다.
수십 걸음 정도 들어간 그때, 한제의 안색이 변했다.
‘뭔가 이상하다.’
그는 신중한 눈으로 양쪽의 암벽을 다시 자세히 살폈다.
‘이곳이 습한 곳이라면 이끼가 자라있었을 터. 허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끼 따위는 없었어. 한데 물기가 맺혔다는 건 방금 뭐가 나타났다는 뜻!’
한제는 오른손 검지로 암벽을 살짝 건드려 빛을 쏘아냈다. 그 빛은 암벽 안으로 파고들어 1척 정도 깊이의 작은 동굴을 만들어냈다.
동굴 안으로 반 척 정도까지는 축축했고 그 뒤쪽으로는 건조했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나 순식간에 그 길에서 빠져나갔다. 그 순간, 양쪽 암벽의 축축한 곳에 어린 물기가 기이한 형태로 솟아올랐다. 반짝거리는 물방울들이 마치 수정처럼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빽빽하게 모여든 수십만 개의 물방울은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명혼이었다.
물방울들은 서로 한데 뭉치더니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고 기이하게 꿈틀대며 천천히 실체로 변해 한 여인의 모습으로 화했다.
평범한 외모의 여인은 기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냉랭한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넌 들어갈 수 없다.”
한제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가장 상대하기 싫은 명혼이 있다면 바로 이런 물의 명혼으로 이루어진 영물이었다. 대적하기에 가장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영물은 화신기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지만 처리하기에는 어려운 대상이었다.
물은 나뉠 수도 흩어질 수도 있어 완벽하게 가두기도 힘들었다. 며칠 전에도 물 속성의 영물을 맞닥뜨렸는데 결국 처리하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다.
뒤로 물러나면서 한제는 신식으로 전방의 산골짜기 깊은 곳을 훑었다. 불필요한 골칫거리를 줄이기 위해 여태까지는 신식을 넓게 펼치지 않았지만 어차피 물 속성의 명혼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신식으로 산골짜기 안쪽을 살핀 한제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그 깊은 곳에서 한제는 낯익은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강력한 물 속성의 명혼과 싸우고 있었는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데 그자과 싸우는 물 속성의 명혼을 본 순간, 한제는 그것과 마음이 이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깊지는 않았지만 또렷한 느낌이었다.
한제는 심장이 덜컥했다.
물 속성의 명혼으로 이루어진 여인은 한제가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곧장 물방울로 흩어졌다.
한제는 산골짜기 밖에 서서 잠시 고민했다.
“이상하군. 어째서 물 속성의 명혼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 내게 물 속성의 영기 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명혼도 물 속성일 리가 없는데… 이상한 일이군.”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생각을 접고 산골짜기를 떠나려 했다. 한데 그 순간,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자리에 멈춰 서더니 맹렬히 고개를 돌렸다.
“설마…”
그의 심장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는 명혼 하나가 허약한 목소리로 한제를 부르고 있었다.
“모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모완은 지금 석주 안에 있고 석주는 한제의 원신에 존재했다. 때문에 한제는 모완의 명혼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망설임 없이 몸을 훌쩍 날려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 좀 전의 그 여인이 다시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대량의 수증기가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을 가득 채웠다.
한제는 물 속성의 명혼으로 이루어진 여인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저물대를 두드렸고 손에 나타난 선검을 곧장 내던졌다. 동시에 왼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꺼져!”
차게 내뱉은 한제가 우뚝 멈추더니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원신이 정수리 위쪽으로 빠져나와 높이가 약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존재가 됐다. 그리고는 번개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이미 내던져진 선검을 뒤따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선검이 여인의 가슴을 관통했고 한제의 원신은 곧장 그 여인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큭!”
여인은 비명을 내질렀고 그녀를 이루고 있던 명혼들이 순식간에 붕괴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한제의 원신은 이미 그녀의 체내로 들어간 상태였다.
명혼 탈취
명혼들이 흩어지던 순간, 한제의 원신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로 계속해서 분화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한제의 원신들은 흩어지고 있는 모든 명혼을 뚫고 들어갔다.
“봉인!”
한제의 원신에서부터 흘러나온 한 마디에 수많은 금제가 줄기줄기 퍼져 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물방울을 하나하나 봉인했다. 그러더니 한제의 원신은 곧장 물방울들에서 빠져나와 빠른 속도로 육신으로 되돌아왔다.
원신이 돌아온 한제는 곧장 오른손을 휘둘러 선검을 회수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질주했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봉인됐던 물방울 안에서 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모든 물방울은 수증기가 됐고 그 수증기들은 한데 뭉쳐 다시 그 여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물 속성의 명혼들에게 봉인은 일시적인 속박에 불과했다. 완전히 틀어막아 죽일 방법은 없었다.
여인은 험악한 눈빛을 번득이며 다시 수증기로 변하더니 한제를 따라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향했다.
최대한의 속도로 이동한 한제는 곧 산골짜기 깊은 곳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반쯤 벌거벗은 꼽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노인은 표정이 어두웠고 그의 앞에는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는 무수히 많은 문양이 맴돌면서 거대한 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 안쪽에는 물 속성의 명혼으로 이루어진 물방울이 덩어리져 있었다. 그 덩어리는 끓어오르는 듯 꿈틀거리는 중이었다.
노인의 미간에서는 이파리가 여덟 개 달린 식물이 요사스럽게 뻗어 나와 있었고 강력한 문양의 힘이 그 위에서 흘러나왔다.
“난 너를 죽일 수는 없지만 네 명혼 하나하나를 제련할 수는 있다. 네가 다시 응결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동안은 나를 쫓아올 수 없겠지!”
노인이 괄괄하게 외쳤다.
이 선유족 노인은 선유지에서 공간의 균열 안쪽까지 한제를 쫓아왔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그는 조령 문양을 통해 부족원들에게 구조됐는데 한제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번 선유족과 주작성의 전쟁에서 가장 많은 수련자를 죽인 팔엽 술주사이기도 했다.
“아니, 너는!”
한제의 출현에 노인은 깜짝 놀랐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영물만 해도 쉽지 않았는데 화신기였단 당시와 달리 영변기 초기에 달한 한제까지 상대할 수는 없었다.
노인은 서늘한 눈빛으로 음산하게 웃더니 오른손을 들어 앞에 있던 문양을 움켜쥐었다. 순간 물 속성 명혼을 감싸고 있던 문양 중 하나가 한 줄기 검은빛이 되어 튀어나와 한제를 향해 날아갔다.
한제는 지체 없이 한 줄기 잔영을 남기며 날아가 노인에 의해 붙잡혀 있는 물 속성의 명혼 곁으로 다가가더니 선검을 내리쳤다.
쾅!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물 속성 명혼을 가두고 있던 문양의 원에 균열이 일었다.
“네놈이 감히 방해하겠다는 것이냐!”
꼽추 노인은 이를 갈며 한제에게 달려들어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손바닥에서는 문양 하나가 요사스러운 빛을 발했다.
한제는 두말 않고 싸늘한 눈으로 꼽추 노인을 노려보며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하늘의 색이 변하더니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꼽추 노인은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끼고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나를 막으려 한다면 죽음뿐이다.”
노인의 유구한 삶에서 들어온 것 중에도 가장 차가운 목소리가 한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길이만 30척이 넘는 거대한 깃발이 한제의 손에 쥐어졌다.
“그⋯⋯ 그것은…”
선유족 사이에서는 이미 공포의 존재가 되어버린 십억존혼번. 꼽추 노인은 처음 보는 것이었음에도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
한제는 말없이 혼번을 휘둘렀다.
“우우우~.”
수많은 혼백이 쏟아져 나오며 귀신의 울음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특히 금색과 보라색 빛을 번득이는 기린의 혼백이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는데 그 기세가 실로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