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72
“천우…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
건풍은 부득부득 이를 갈았지만 한제는 여전히 싸늘했다.
한제는 차게 대꾸하며 저물대에서 도끼를 꺼냈다.
“할 수 있다면 씹어 먹어 보아라.”
말을 마친 순간, 한제는 하늘 높이 솟아올라 그대로 도끼를 내던졌다.
건풍은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저물대에서 주작의 송곳을 꺼내 들어 휘둘렀다. 한 줄기 붉은 번개가 송곳으로부터 튀어나갔다.
꽈릉!
도끼의 섬광과 붉은 번개가 부딪히며 하늘을 산산조각 낼 듯한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강렬한 파동이 주위를 휩쓸었다. 주위에 있던 자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려 파동에서 벗어났다.
도끼가 흉맹한 기세로 주작의 송곳에서 발산된 빛을 흩어버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모습을 보며 건풍은 흉악한 눈빛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리고 도끼가 달려드는 순간, 그의 온몸에서 눈부신 붉은 빛이 발산되며 주작진이 활성화됐다.
콰르릉!
방금 전의 격돌 때보다 더욱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풍은 뒤쪽으로 몇 걸음이나 밀려나 피를 한 움큼 토해낸 후에야 멈추어 섰다. 그의 윗옷은 너덜너덜해져 재로 변해 흩어졌는데 그렇게 드러난 그의 가슴팍에는 기이한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
한제는 되돌아온 도끼를 손에 쥐고는 건풍을 노려보며 몇 번의 손짓을 했다. 그러자 여섯 개의 주요 혼백 중 넷은 류미에게, 나머지 둘은 좌우에서 건풍에게로 돌진했다.
류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녀는 존혼번의 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곧장 하얀 빛 한 줄기를 뱉어냈다. 그 빛은 허공에서 흔들리더니 하얀색 끈이 되었다. 그 끈에는 금색 실로 도안 하나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 끈은 휘날리며 곧장 류미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네 개의 주요 혼백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흰색 끈으로 감싸인 류미는 긴 잔영을 남기며 그 틈을 통해 먼 곳으로 달아났다.
“쫓아가!”
한제이 외침에 기린 마수의 잔혼을 포함한 네 개의 주요 혼백이 류미를 뒤쫓았다.
그때, 건풍은 두 주요 혼백의 공격에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그가 저물대에서 붉은 부채 하나를 꺼내더니 그 위에 피를 뿜어낸 후 맹렬히 흔들었다.
쏴아아!
청명한 소리와 달리 폭풍이 몰아치며 사방을 휩쓸었고 혼백들은 그 폭풍에 휘말려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를 본 한제는 곧장 저물대에서 네 개의 똑같은 검집을 꺼냈다.
“건풍, 오늘 넌 여기서 죽는다.”
조용히 읊조린 한제는 손가락으로 네 개의 검집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것들은 마치 유성처럼 휙 하고 날아들며 검광을 내뿜었는데 그 길이가 무려 30척에 이르렀고 하늘을 가를 듯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파괴!”
한제의 외침에 네 개의 검집은 더욱 빠르게 돌진했고 검광의 기운 또한 훨씬 강렬해졌다.
쐐애액!
부채를 흔들어 혼백들의 접근을 막던 건풍은 강렬한 기운을 느끼고는 안색이 변했다. 그는 재빨리 부채를 앞으로 내던진 뒤 빠르게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 했다.
허나 그의 부채는 검집 앞에 이르자마자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럼에도 검집들은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은 듯 건풍을 바짝 뒤쫓았다.
두 개의 주요 혼백 또한 부채와 폭풍이 사라지자 다시 빠른 속도로 그를 추격했다.
“헛!”
혼백들에 거의 따라잡힌 건풍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심지어 원신이 육신으로부터 빠져나갈 뻔했다. 다행히 그 순간 가슴팍의 도안이 번쩍이더니 주작진이 활성화됐고 그 덕에 두 주요 혼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천우! 더는 나를 쫓아오지 마라!”
건풍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외친 뒤 입에 한 갈래의 푸른 빛을 토해냈다. 그 빛은 번쩍하더니 한 그루의 푸른 나무로 변했는데 그 나무에서는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곧장 부풀어 올라 폭이 1백 척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가 됐다.
“조각!”
건풍이 창백해진 얼굴로 외쳤다. 그러자 나무가 바르르 떨리더니 톱밥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조각해낸 듯 한 사람의 조각상이 됐다. 그 조각상의 모습은 한제와 똑같았다.
이 무렵, 건풍은 곧 죽을 것처럼 창백한 얼굴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미 주작의 법술로 인해 수명을 빼앗기고 기력이 쇠한 그가 한제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가까스로 쥐어짜듯 짧게 외쳤다.
“소멸!”
그 순간, 한제는 움찔하더니 안색이 변했다. 한제는 무형의 힘이 그 푸른 나무에서 발산되어 푸른 칼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는 것을 보았다. 죽음의 기운이 순간 한제의 전신을 뒤덮었다.
건풍은 영변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이자 주작의 제자였다. 가지고 있는 법보 역시 적지 않았다. 이 푸른 나무 역시 상당히 기이한 물건이었다.
한제는 뒤로 물러나고 싶었으나 사방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인해 막힌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며 달려들었다. 저 멀리 건풍이 잔혹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떠냐? 이제 내게 대항한 것을 후회하느냐? 허나 이미 늦었다. 크하핫!”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으나 한제는 덤덤했다.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네 몫이다, 건풍.”
싸늘하게 내뱉은 한제는 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한 줄기 주요 혼백이 그의 앞에 나타나더니 폭발했다.
펑!
주요 혼백의 자폭이 일으킨 반향이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하게 확산됐다. 동시에 한제를 억누르 힘도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그 틈을 타 몸을 빠르게 날려 그 푸른 빛으로부터 피신했다.
“제길!”
건풍은 다시 이를 갈며 내빨리 몸을 돌려 달아났다.
허나 한제가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십억존혼번을 소환해내더니 휘둘렀고 그러자 또 한 차례 대량의 혼백들이 쏟아져 나왔다.
“봉인!”
한제가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혼백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반경 10리에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한제는 도끼를 휘둘러 푸른 나무를 내리쳤다. 나무는 둘로 쪼개졌고 그 순간 건풍은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쿨럭!”
손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있는 건풍의 귀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한제가 나타나 도끼를 휘둘렀고 동시에 네 개의 검집 안에서 나타난 검광이 달려들었다. 네 갈래의 미친 듯한 검기가 사방에서 파멸적인 기운을 안은 채 건풍을 향해 몰려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제는 십억존혼번을 휘둘렀다. 순간 강력한 힘이 혼백들로부터 흘러나와 더욱 강력하게 주위를 압박했고 그 힘에 순간이동조차 할 수 없었다.
건풍은 두려움이 깃든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천우, 너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거늘 어찌 나를 죽이려 드는 것이냐?”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건풍을 마주보며 툭 내뱉었다.
“홍접과의 약속이다.”
그 말에 건풍은 잠시 멍한 눈으로 한제를 쳐다보다가 이내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하! 홍접? 크크크. 친구도 아니고 서로 목숨을 노리는 적이었던 홍접과의 약속이라니. 허나 넌 그 약속 때문에 십억존혼번은 파괴되고 너 또한 죽게 될 것이다.”
한제는 말없이 건풍을 바라보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동서남북에서 네 개의 검광이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건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건풍은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주작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의 몸 주위에서 붉은 빛 고리가 나타나 번득였다.
그와 동시에 그는 저물대에서 무쇠로 만들어진 검을 하나 꺼냈다. 녹이 잔뜩 슬어 흔하디흔해 보이는 낡은 검이었다.
허나 그 검에서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검을 뒤덮은 피로 인해 생겨난 것인 듯했다.
“이것은 전대 주작이었던 우리 건 씨 집안 선조가 비밀리에 남긴 것으로 지금의 주작도 알지 못하는 것이지. 천우, 주작진을 망가뜨리지 못한다면 넌 나를 죽일 수는 없다. 허나 나는 이 검으로 너를 죽이고야 말 것이다.”
건풍은 말을 마친 뒤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 그 검에서는 마치 원고 시대의 신령이 깃들어 있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제는 그 검을 보는 순간, 정확히는 그 검에 묻은 녹슨 핏자국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핏자국에서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저 검은… 분명 고대 신의 피! 진정한 고대 신의 피다. 거마족의 피 안에 함유되어 있는 약간의 잡다한 기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어! 고대 신이 평범한 무기에 상처를 입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 검도 분명 예사 검은 아닐 터!’
한제의 눈빛은 이제 핏자국에서 검으로 옮겨갔다.
그때, 바다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허나 그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누구도 그 사람의 출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탁삼의 살기
푸른 가면을 쓴 그 사내는 기이한 눈으로 무쇠 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것은⋯⋯?”
이 무쇠 검은 선대 주작이 어디선가 얻은 것으로 건 씨 가문에서 비밀리에 전승해오던 보물이었다.
이 검은 나의 수준으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후손들이여, 멸족의 위기에 봉착한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 이 검을 꺼내들지 말라!
당시의 주작은 후손에게 이렇게 전했다.
건풍은 선유족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몰래 이 검을 꺼내왔다. 그리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주작에게서 받은 법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그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 검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십억존혼번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한 진정한 무기였다.
그 순간, 주작과 운작을 감싼 붉은 안개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허상 하나가 그 붉은 안개로부터 튀어나와 곧장 건풍과 한제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혼백으로 이루어진 포위망을 뚫고 들어왔다. 그 허상이 지나간 자리에 있던 혼백들은 찢어질 듯한 절규를 내지르며 흩어져 버렸다.
“헛!”
그 허상을 발견한 한제는 안색이 변해 뒤로 물러났다. 그때, 그 허상에게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안에서 또 하나의 붉은 허상이 응결되기 시작했다.
“컥!”
응결된 인영이 가볍게 손짓하자 한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마치 저 멀리까지 밀려났다. 족히 1만 척이나 밀려난 후에야 겨우 멈춘 그는 다시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 선혈에는 내장 조각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허상은 점차 붉은 머리의 남자가 되어갔다. 그의 전신은 반투명했고 체내에는 한 마리의 작은 원숭이가 들어 있었다.
“탁삼!”
붉은 머리의 남자를 본 한제가 외쳤다.
탁삼의 허상은 순식간에 건풍 곁에 이르더니 그대로 건풍을 잡아 뒤쪽으로 휙 던져버렸다. 건풍의 몸에 걸려 있던 주작진이 곧장 활성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