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73
쩌적!
놀랍게도 주작진은 탁삼의 손에 닿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크헉!”
건풍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또한 주작진이 파괴되는 순간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그의 몸에는 심각한 부상이 생겨났다.
어느새 탁삼의 허상은 그 무쇠 검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검을 자세히 살피던 그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이 위에 묻어 있는 혈흔은 분명 우리 일족의 9성급 구성원의 선혈이다! 여기에 수성의 결정까지 더하면 나는 당장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한제는 호흡을 가라앉힌 후 십억존혼번을 소환해 곧장 흔들었다. 그러자 10리 안에 있던 혼백들은 우르르 몰려왔다. 도끼와 칼집 또한 돌아왔다.
탁삼의 허상은 한제를 훑어보더니 음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정의 결정을 차지한 후 네놈과 결판을 내겠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으로 무쇠 검을 한 번 쓸었다. 그러자 그 검에 가득했던 녹슨 자국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더니 한데 뭉쳐 암적색 핏방울이 되었다.
탁삼의 허상은 만족한 표정으로 그 핏방울을 꿀꺽 삼켜버린 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주작과 운작의 결투가 한창인 붉은 안개 속이었다.
이내 붉은 안개 안에서는 주작의 비명과 운작의 포효가 들려왔고 뒤이어 법력의 파동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내상이 심각했던 건풍은 법력의 파동에 밀려난 힘을 이용해 달아나려 했다.
허나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십억존혼번을 휘둘러 혼백들에 휩싸인 채 건풍을 향해 질주했다.
‘건풍을 이용해 내 명혼을 되찾은 뒤 최대한 빨리 주작묘를 벗어나야겠다!’
수성의 결정에서 명혼을 되찾으려면 누군가의 목숨을 바쳐야 했던 것이다.
최대의 속도로 달려 나간 한제는 빽빽한 혼백들로 건풍을 감싸 그 안에 가두었다. 뒤이어 몸을 훌쩍 날린 그는 건풍의 앞에 나타나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건풍의 미간에 자국이 남았다.
건풍은 창백한 얼굴로 한제를 매섭게 노려봤다. 주작진은 파괴되었고 무쇠 검을 빼앗겼으며, 법보는 부서졌고 수명까지 강탈당했다. 더구나 심한 내상까지 입은 상태에서 한제에게 붙잡혔으니 죽음은 정해진 일이었다.
“혼자는 죽지 않겠다!”
광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자폭하려 하는 건풍을 본 한제가 다급히 외쳤다.
“명혼!”
한제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보라색 빛의 각인이 짙은 빛을 발하더니 미간을 통해 쑥 빠져나와 한제와 건풍 사이에 섰다.
“끄아아!”
막 자폭하려던 건풍이 순간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고 두 눈이 점차 탁해졌다. 보라색 각인이 요사스러운 빛을 발하는 사이 그 위에서 두 개의 명혼이 나타났다. 한제와 건풍의 것이었다.
건풍의 명혼은 점점 붕괴했고 한제의 명혼은 반짝이는 빛들이 되어 떠오르더니 은하수처럼 한제의 미간을 향해 흘러들었다.
한제는 체내에 뭔가가 늘어난 것을 느끼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가득 찬 듯 충만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반면 건풍의 이마에서는 네 갈래의 빛이 그의 이마로부터 뿜어져 나와 한 번 바르르 떨리더니 점차 허공 속으로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네 갈래의 빛은 건풍이 삼켰던 홍접의 오행의 령 중 남아있던 네 개의 령이었다.
한제는 재빨리 오른손을 휘둘러 네 갈래의 빛 중 하나를 붙잡았다. 나머지 빛들은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결국 건풍은 자폭을 하기도 전에 그렇게 죽어버렸고 시체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의 저물대만 휙 날아와 한제의 손에 들렸다.
건풍이 숨을 거둔 순간,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태와 자심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무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제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있었으나 끝내 말하지 못했다.
반면 자심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어렸던 한이 점점 흩어지고 이내 건풍이 떨어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아하하하!”
그 웃음에는 원한과 허탈함이 동시에 느껴져 매우 기묘했다.
“건풍!”
순간 웃음을 뚝 그친 자심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녀는 가부좌를 틀고 두 손으로 기이한 결인을 그려냈다. 그녀의 미간이 연거푸 번쩍이더니 꼭두각시 수련자들이 나타나 그녀를 보호했다.
“제물⋯⋯ 대체 누가 누구의 제물인가? 이한제, 결국 자네를 간파할 수는 없군. 자네가 건풍을 죽인 덕에 자심은 새롭게 깨어났지만 안타깝게도 난 운작이 내게 어떤 수단을 쓴 것인지 모르겠네. 내 머릿속에서 방금 깨어난 청룡의 유산을 살펴도 그 법술과 관련된 기억을 찾을 수 없어.”
무태는 좌선하고 있는 자심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자심의 얼굴에서는 일곱 빛깔 광채가 번득였고 그녀의 몸에는 건풍의 것과 유사한 짙은 기운이 느릿하게 응집되고 있었다.
한편, 명혼을 되찾은 한제는 곧장 이 금빛 대양을 빠져나가려 했다.
한데 그때, 붉은 안개 속에서 하늘을 뒤흔들 듯한 거대한 소리와 함께 운작이 튀어나왔다. 입가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두 눈은 탁했으며, 휘청거리는 모습이 금방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어서 주작도 튀어나왔다. 그의 얼굴은 짙은 죽음의 기운으로 덮여 있었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다.
뒤이어 붉은 안개에서는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
웃음소리가 끝날 무렵, 붉은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수성의 결정을 손에 쥔 탁삼의 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두 눈에서 붉은 빛이 번득였다.
“너희 두 녀석은 내가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라. 이 탁삼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테니!”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탁삼은 몸을 훌쩍 날려 한제에게로 날아들었다.
“이한제, 네 차례다!”
얼음장보다 차가운 탁삼의 목소리에 한제는 이를 악물고 존혼번에 감싸인 채 미친 듯이 질주했다.
허나 탁삼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도망치지 못한다, 이한제! 기억의 유산을 내놓아라!”
한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도끼를 꺼내든 뒤 든 선력을 다 쏟아부어 휘둘렀다. 그러자 짙은 선력을 품은 수백 척 길이의 섬광이 하늘을 가를 듯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허나 탁삼의 허상이 붉은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 검지로 앞쪽을 살짝 두드리자 도끼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은 그대로 무너져 사라졌다.
한제는 곧장 몸을 뒤로 물리면서 도끼를 거두고 십억존혼번을 휘둘렀다.
“융합!”
그 한 마디에 류미를 쫓으러 갔던 그 혼백들을 제외한 모든 혼백이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졌다.
어느새 한제 앞에 모여들어 융합을 끝낸 혼백은 온몸에서 보라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빛을 발하면서 문정기 초기 수준에 달하는 기운을 뿜어냈다. 그 혼백은 곧장 오른손을 휘둘렀고 그러자 점차 실체로 응결되어 갔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저 정도 혼백으로는 탁삼의 허상을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음? 과연 한 수가 있었구나. 고작 결단기 수준에 불과했던 때에 기억의 유산을 훔쳐간 놈답군. 허나 고대 신의 피를 섭취한 지금의 나에게는 시간벌이도 되지 못한다!”
탁삼의 붉은 머리가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오만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크하하하! 죽어라, 이한제!”
어느새 몸을 훌쩍 날린 탁삼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본 운작과 주작의 얼굴이 굳어갔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저 주먹질에 이 두 문정기 수준의 수련자가 중상을 입고 한참 멀리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혼백은 두 눈에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한 자루의 보라색 창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혼백은 그것을 내던지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 한제를 끼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한제의 목적이었다. 그가 문정기 수준의 혼백을 만들어낸 것은 전투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빠르게 달아나기 위해서였다.
쐐애액!
보라색 창은 허공을 가르며 탁삼의 주먹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르릉!
한 차례 충돌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창은 산산조각이 나 결국 사라져 버렸다.
반면 탁삼은 요지부동이었다.
차가운 눈으로 한제가 사라진 방향을 훑어보던 그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진 채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며 외쳤다.
“돌아와라!”
거대한 소용돌이 하나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흡인력이 발산되었다.
달아나던 한제는 그 흡인력에 이끌려 순식간에 탁삼으로부터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다시 말해줘야 하겠느냐? 넌 도망칠 수 없다.”
싸늘하게 내뱉은 탁삼은 한달음에 거리를 좁히더니 주먹을 휘둘렀다.
죽임이 코앞에 당도한 그 짧은 순간, 한제의 눈빛이 수차례 변했다. 두려움에 떨리는가 싶더니 고민에 빠진 듯했고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굳은 의지가 담겼다.
순간, 문정기 수준의 혼백이 몸을 돌려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기이한 결인 한 갈래가 허공에 나타나 놀랄 만한 기운을 발산했고 혼백은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그 결인 안으로 녹아들어갔다. 그러자 결인은 칠흑처럼 검어졌다.
“파괴!”
노련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그 문정기 수준의 혼백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파멸의 법결! 류미를 추격하는 네 개의 주요 혼백을 제외한 모든 혼백이 동시에 자폭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냈다.
쿠르르릉!
콰과광!
결인에서 발산되는 파멸의 기운에 처음으로 탁삼의 표정에 변화가 일더니 주먹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십억존혼번 안에 있던 무수히 많은 혼백이 동시에 자폭하면서 내는 힘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검은색 결인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탁삼으로부터 수십 척 떨어진 곳에서 파괴되었고 그에 따라 검은색 파문이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마치 영혼이라도 깃들어 있는 듯 이 파문은 오직 탁삼을 향해서만 쏘아졌다.
쿠르르릉!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주작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심지어 주작묘 안뿐만 아니라 온 주작성의 모든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을 통째로 갈아엎는 듯한 소리였다.
수련 연맹의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