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79
‘아저씨⋯⋯.’
은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제가 떠났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한제와 자기 사이의 거리가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느껴졌다.
★ ★ ★
주작성의 선유족 주거지 어느 산봉우리에 선 운작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1년 전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주작묘에서 입은 내상은 너무도 커서 지난 1년 내내 치료를 했음에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탓에 금방 피로해지곤 했다. 만약 수련자보다 수명이 조금 더 긴 선유족의 특성이 아니었다면 진즉 숨을 거뒀을 것이다.
“두려워할 만한 자로다.”
한참 뒤에야 운작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운작으로부터 수만 리 떨어진 곳에서는 온몸이 금색 문양으로 뒤덮인 청년 하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슬픔이 묻어 있는 얼굴이었다.
“이 형, 아직 나를 기억하는가?”
그는 선유족의 소족장이었다. 많은 곡절을 겪은 그에게는 주작묘 안에서 수성의 결정을 강탈할 시간이 없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이 형, 나도 주작성을 떠날 것이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지.”
이때, 주작성의 모든 수련자들은 하늘에서 전해져오는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제와 사도환은 강한 바람을 뚫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주작성의 시음종 지하에 갇혀 있는 거마족 선조의 구조 요청 역시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고대 신의 땅에 있는 탁삼의 광기 어린 웃음에도 끝이 없었다. 머지않아 그가 풀려나는 날이 다가올 터였다.
수마해 안에서는 만마백일주살령에 관한 소문이 여태까지도 퍼지는 중이었다.
이한제라는 수련자가 주작성에서 남겼던 갖가지 전설들과 함께…
★ ★ ★
드넓은 우주. 주작성 밖으로 한 줄기 빛이 마치 유성처럼 쏘아져 나왔다.
그 빛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거대한 성라반이었다. 한쪽 구석이 망가졌지만 속도는 상당했다. 그 위에는 한제와 사도환이 앉아 있었다.
“한제야, 당분간 같이 다니다가 교역성(交易星)에서 뭘 좀 산 뒤에 갈라지자.”
사도환의 목소리는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죠. 봉란성에서 친왕 노릇을 하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도환은 친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낄낄댔다.
“그래, 그게 내 목표지.”
한제도 빙긋 웃었다.
성라반은 사도환이 준 성도(星圖)를 따라 방향을 틀어 왼쪽으로 질주했다.
“그 교역성에는 몇 만 년 전에 가보셨다고 했으니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한제의 말에 사도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있을 것이다. 그곳은 자유로운 거래 장소야. 아주 오래 전부터 줄곧 존재해왔던 곳이니 특별한 변고가 발생하지 않은 한 사라졌을 리는 없어.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법보와 재료가 있지. 각 수련성에서 모여든 수련자들로 굉장히 번화한 곳이기도 해. 난 당시 엽무우와 함께 그곳에서 적지 않은 보물을 손에 넣었지.”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교역성에 가는 것은 사도환이 앞으로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한제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성라반을 고칠 재료가 있는지 보고 싶었다.
비록 몇몇 재료가 결핍된 가짜 성라반이지만 재료만 있다면 직접 고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완벽한 성라반을 만들어낸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심지어 공격력까지 갖추게 될 터였다.
며칠 동안 비행한 끝에 저 멀리서 약간 작은 별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별은 사도환이 말한 교역성이 아니라 주작성 밖의 월성(月星)이었다.
본체는 지난번 한제가 방문한 이래로 줄곧 그곳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성라반이 착지하자 월성 깊은 곳에 있던 본체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주먹을 내질렀다.
꽈릉!
주먹질 한 번에 여러 갈래의 균열이 용틀임하듯 뻗어나가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지면으로 솟아올랐다. 이어서 땅이 갈라지더니 월성의 어느 분지 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쩍 튀어나왔다.
붉은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얼굴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으며, 미간에서 세 개의 반점이 기이한 기운을 풍기면서 천천히 회전했다. 두 눈에서는 절대 녹지 않을 빙산처럼 서늘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거칠게 갈라진 고동색 피부 덕분에 그에게서는 야만적이 기운이 느껴졌다.
순간, 본체는 마치 원고 시대의 흉악한 마수처럼 하늘을 뒤덮을 듯 엄청난 기세를 내뿜었다.
“허!”
사도환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일찍이 한제가 본체에 대해 말한 적은 있지만 직접 마주하자 놀라울 뿐이었다.
“훌륭해!”
사도환이 두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본체는 사도환을 보고는 약간 온화해진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훌쩍 뛰어올라 곧장 성라반 위에 섰다.
사도환은 본체와 한제를 거듭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수준으로도 너희가 본래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구나. 안심이다. 합체한 뒤에는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가겠지?”
한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합체하면 영변기 중기 절정에 이를 정도는 될 겁니다.”
본체는 몸을 날려 한제의 체내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잠시 경련하더니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아주 좋은 느낌이군!”
본체와 합체한 뒤 성라반은 다시 교역성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한제와 사도환은 분주했다. 사도환은 여서 신통술을 한제에게 가르쳤고 가끔은 사도환이 수준을 억누른 채 둘이 겨뤄보기도 했다. 같은 수준에서 법보를 사용하지 않고 신통술만을 사용하여 겨루었기 때문에 한제의 취약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도환의 법술은 법보를 사용하지 않아도 강력했다. 본체와 합체한 덕에 완패는 면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한제는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대신 그는 사도환의 지도로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못했던 신통술들을 익히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이후로 사도환은 자신의 수준을 조금 높여 영변기 후기 정도로 겨루었다. 물론 한제는 여전히 사도환을 당해낼 수 없었다.
“너는 영변기 후기 수련자나 문정기 수준의 수련자와 겨뤄본 경험이 너무 적다. 이 기회를 통해 그런 수련자의 위압감을 느끼고 대처할 수 있도록 단련하거라.”
한제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 말에 따랐다. 사도환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해가며 천천히 민첩성을 높였고 이제 대응이 한층 빨라졌다.
이제 사도환은 자신의 수준을 문정기 초기 수준으로 조절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한제를 처리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기에 실제로 맞상대한다기보다는 한제가 빠르게 대피하고 도망치는 요령을 익히게 하는 데 주력했다.
지독히도 힘든 훈련이었다. 본체와의 합체로 육신을 3성급 고대 신 수준으로 올려놓지 않았더라면 한제는 벌써 여러 번의 중상을 입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도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욱 매섭게 한제를 단련시켰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한제가 얻은 것은 결코 적지 않았다.
어느 날, 전방에 남색 수련성이 나타났다. 부드러운 빛을 뿜어내는 고리형 빛의 장막이 그 수련성 외곽에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사도환은 강력한 신식으로 그 수련성을 슥 훑더니 오만하게 말했다.
“이 교역성은 당시 내가 떠났을 때와 변함이 없구나. 유일한 변화가 있다면 지금의 나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것뿐이지. 그러니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뭐든 다 빼앗을 수 있다! 하하하!”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쓰게 웃었다.
성라반은 긴 잔영을 그리며 그 수련성 안으로 들어섰다. 부드러운 빛을 뿜던 빛의 장막은 아무런 저지 없이 성라반이 진입하는 순간 길을 열어주었다. 성라반은 서서히 그 수련성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세 갈래의 빛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러자 사도환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흥! 뒈지고 싶은 게냐? 썩 꺼져라!”
그 목소리에 다가오던 사람들은 우뚝 멈추더니 그대로 방향을 틀어 좀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아나버렸다.
그 모습을 본 사도환은 껄껄대며 웃더니 몸을 훌쩍 날려 성라반에서 뛰어내렸다.
“한제야, 나는 털러 간다. 너도 마음 내키는 대로 휘젓고 다니거라. 사흘 뒤에 찾아가겠다!”
목소리가 귀에 닿기도 전에 사도환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성라반을 거둔 한제는 푸른 연기가 되어 앞쪽으로 질주했다.
아래로 내려가던 한제는 불어닥치는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이 수련성은 전체의 절반 정도가 바다였다.
짙은 남색 바다에서 파도가 솟구쳐 올랐다. 한제는 그 습한 기운을 느끼며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저 멀리 보이는 대륙을 향해 날아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내려섰다.
신식을 펼치자 반경 1만 리 범위의 모든 것을 또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전방에는 거대한 도시가 있었다.
곤목석(坤木石)
거대한 도시인 명매성(明玫城)은 수련자들의 도시였다. 이곳에는 갖가지 점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서쪽에는 거대한 노천 광장도 있었다. 그 광장에는 우주를 건너온 수련자들이 영석을 내고 자리를 빌려 물건을 사고 파는 좌판이 있었다.
명매성의 점포들에도 오가는 수련자가 많았지만 서쪽 광장의 자유시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