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8
그러자 곧 1백 명이 넘는 등가성의 제자들이 각자의 법보를 이용해 그를 뒤쫓았다. 한제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객잔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좀 전의 상황으로 보면 상대는 분명 객잔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한제 자신이 때맞춰 달아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목숨도 유지하기 어려운 마당에 장호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알아서 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었다.
등가성을 빠져나간 그는 남쪽으로 내달렸다. 뒤쪽에서는 수많은 등가성의 제자들이 쉬지 않고 그를 쫓았다. 한데 그때, 등가성 쪽에서 긴 무지개가 튀어나왔다.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그 무지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등가성 제자들의 대열을 뛰어넘어 한제의 뒤를 바싹 쫓았다.
엄청난 힘이 응집되어 있는 거대한 비검이 나타나 진한 살기를 풍기며 하늘을 베었다. 그러자 하늘의 색이 순간 변하더니 무수히 많은 보라색 번개 덩어리가 비검을 향해 내리쳤다.
한제가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그때, 사도환이 소리쳤다.
“빌어먹을 이건 원영기 급의 법보다! 한제야, 정신 똑바로 차려라! 내가 널 데리고 순간이동을 시켜주겠다.”
남색 결정이 한제의 가슴팍에서 튀어나오더니 점차 확산되어 그의 온몸을 감쌌다. 그 무렵, 쫓아오던 백의의 청년이 거대한 비검을 휘두르자 천둥소리와 함께 땅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고 보라색의 번개 덩어리가 번쩍거리며 반경 백 장 안에 파동을 일으켰다. 그 순간, 한제의 몸이 사라졌다가 그로부터 3백 장 떨어진 곳에 다시 나타났다. 그러고도 한제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사도환은 아까보다 약해진 목소리로 숨을 헐떡이며 욕을 해댔다.
“저 빌어먹을 녀석, 분명 축기 이상일 게야. 너도 축기에 이르면 내가 네 몸을 빌려 더 엄청난 법술을 부려줄 수도 있다. 허나 지금 네 실력으로는 본좌가 도와도 축기 중간 단계 정도의 공격밖에는 할 수가 없어.”
그때, 뒤에서 백의의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단기 이하의 수준으로 이 등력의 비검에서 벗어나다니, 놀랍구나! 네놈에게 순간이동 법보가 있을 줄이야. 그 보물은 내가 가져야겠다!”
한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달아났다. 영력의 소모가 너무 커서 조롱박에 든 물을 다시 들이켜야 했다. 영기가 깃든 물을 마시자 달아나는 속도는 이전보다 조금 더 빨라졌다.
청년, 등력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순간이동을 얼마나 하는지 보자.”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까딱이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대한 비검이 다시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비검이 하늘에서 내려치자 번개 덩어리들이 그 움직임에 따라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며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사도환은 욕설을 지껄이더니 다시 순간이동을 하여 1천 장 밖으로 달아났다. 그 모습에 등력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게 코웃음을 친 뒤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비검이 그를 태우고 엄청난 속도로 한제를 추격했다.
두 개의 무지개는 하늘을 가르며 쫓고 쫓겼다. 등가성의 제자들은 진작 추격을 포기한 상태였다.
사실 한제를 쫓을수록 등력도 놀라고 있었다. 축기에 이른 그가 쫓고 있음에도 저자는 닿으려고 할 때마다 순간이동으로 저만치 도망가곤 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등력의 눈에 어린 살기도 더욱 짙어졌다.
순간이동은 원영기에 이른 고수나 쓸 수 있는 법술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분명 축기에도 이르지 못한 자였는데도 순간이동을 하고 있었다.
등력은 상대에게 분명 그런 법술을 쓸 수 있게 하는 법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하여 저 자를 죽이고 그 법보를 빼앗겠다는 욕심이 점점 커졌다.
그는 지묵 노인의 대제자인 진충과 친한 사이였다. 며칠 전, 등력은 진충에게서 자신의 사제를 죽인 그 제자와 또 한 사람을 찾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백전이 죽은 그 순간, 지묵 노인은 그 사실을 감지했다. 장호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체내에는 백전이 넣은 독약 외에도 지묵 노인이 자신의 문하 제자들을 통제할 때 사용하는 비밀 수법이 숨겨져 있었다.
이 수법을 통해 그날 있었던 모든 일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게 된 지묵 노인은 잔뜩 분노했고 그가 등가성에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한 뒤 진충에게 명을 내렸다. 허나 등가성에서 먼 곳에 있던 진충은 등력에게 대신 부탁한 것이었다.
사실 등력은 저들을 생포할 생각이었지만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법보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탈기(奪基) (2)
등력은 더욱 속도로 올려 상대를 맹렬히 쫓았다.
한제는 영기가 깃든 물을 다시 들이켠 뒤 입을 벌려 초록색 빛을 토해냈다. 이 초록색 빛이 퍼져나간 순간, 사방에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어서 이 초록색 빛이 번쩍이며 뒤쪽으로 향했다.
허나 등력은 초록색 비검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차게 웃으며 오른손 검지를 까딱였다. 그러자 번개 덩어리 하나가 나타나 그 초록색 빛을 향해 돌진했다. 이 번개 덩어리가 초록색 빛과 닿은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었다.
등력은 멸시하는 듯한 눈으로 그 광경을 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로부터 3장쯤 떨어진 앞쪽에서 갑자기 초록색 빛이 번쩍이며 급속도로 돌진해왔다.
등력의 하얀 옷은 순간 불에 타버린 듯 재로 변했고 안에 입고 있던 황금빛의 갑옷이 드러났다. 초록색 빛의 공격은 갑옷에 가로막혔고 이내 초록색 빛은 기척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한제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삼키며 오른손을 휘저었다. 초록빛을 띤 작은 비검이 두 손가락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는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도주했다.
등력의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다. 좀 전에는 상당히 위험했다. 저 초록빛을 띤 비검은 절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만약 적중했더라면…?
등력은 갑옷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한제를 잡아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 ★ ★
사흘 뒤, 어느 황량한 땅 위. 한제는 먼지투성이가 된 얼굴로 조롱박에 든 물을 들이켰다.
“영기가 깃든 물도 머지않아 다 떨어질 텐데… 빨리 보충해야 해요.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 녀석아, 나도 죽을 노릇이다. 지난 사흘 동안 내 원영의 정화도 엄청나게 소모됐어!”
사도환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한제는 고개를 돌려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쫓아오고 있어.”
그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초록색의 작은 검이 나타났다.
작은 검에 흐르는 빛은 어두웠으며, 그 위에는 긁히고 베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난 사흘간 이 비검을 수도 없이 날렸지만 적이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매번 실패했다. 특히 상대의 갑옷은 엄청난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비검이 접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보던 한제의 시선이 돌연 서쪽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끝없이 이어진 숲이 있었으며, 숲 상공에는 보라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안개가 회오리치고 있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방향을 틀어 서쪽으로 향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에 이른 그는 고도를 낮춰 숲 안쪽으로 진입했다.
영기 액체도 거의 바닥났고 사도환의 기력도 다 소진된 상태였다. 한제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비행을 해봐야 상대에게 붙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숲에서 걷는 편이 훨씬 나았다.
비록 이 섬의 상공에 왜 저런 기이한 안개가 도사리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신식으로 살펴본 결과 그 안개의 범위는 반경 수십 장 정도에 불과했다.
한제가 숲으로 들어온 지 오래지 않아 무지개 하나가 하늘을 뚫고 날아와 숲 위를 한 바퀴 빙 돌다가 땅으로 내려왔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등력의 얼굴에도 피곤한 빛이 어려 있었다.
사흘간의 추격에 그 역시 영기 소모가 컸던 것이다. 만약 영력을 보충해주는 단약이 없었다면 벌써 추격을 포기하고 말았을 터였다.
하지만 한제의 법보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한제를 뒤쫓는 이유는 바로 그 보물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한편 그는 출발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추격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한제가 순간이동 능력을 발휘했을 때에도 놀라기는 했지만 상대의 수준이 축기에도 이르지 못했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영력의 소모가 극심할 것이라 예상해 머지않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한데 추격 이틀째가 됐을 때,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상대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상대는 조롱박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 든 것을 마실 때마다 속도가 빨라졌다.
등력은 숲 입구에 서서 눈빛을 번득였다.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다.
“이 황량한 숲은 일 년 내내 피어오르는 안개로 신비로운 곳이지. 증조부께서는 이곳에 섣불리 드나들지 말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약간 고민하던 그는 이를 악물고 숲으로 들어섰다.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솟은 오래된 나무들은 잎이 무성했다. 땅에는 마른 가지들과 낙엽이 가득 쌓여 있었고 독을 품은 지네나 뱀이 그 위를 유유히 기어 다녔다. 수천 년은 자라온 듯한 나무들이 가득했고 각종 기이한 풀들도 사방에 널려 있었다.
수많은 기이한 짐승들이 곳곳에서 서로를 잡아먹었고 썩은 낙엽과 여러 생물들의 시체가 악취를 풍겼다. 이 냄새는 아주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오면서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단박에 죽을 정도의 독성까지 풍기고 있었다.
한제는 신식을 펼치며 몸을 붕 날려 숲 안 곳곳을 쏘다녔다. 그때 사도환이 다급히 외쳤다.
“멈춰! 빨리 멈춰!”
한제가 움직임을 우뚝 멈췄다.
“정말 이상한 곳이구나. 남색 줄무늬 등나무도 있다니, 세상에! 저건 진짜 위험한 식물이거든. 일찍이 여러 2성 수련국들이 저것 때문에 멸망했지.”
사도환이 숨을 헐떡이며 설명했다.
“남색 줄무늬 등나무? 그게 뭔데요?”
한제가 되물었다.
“네 앞에 있는 그 등나무 말이다. 아직은 어린 가지인 것 같지만 그래도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다 자라면 결단기 이하의 수련생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존재가 되지.
특히 피를 좋아해서 수련생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성장하는데 듣기로는 마지막 단계로 진화하면 영변 단계의 고수도 처리하기 까다롭다더군. 게다가 법술의 영력이 일으키는 파동에도 매우 예민해서 법술로 공격하면 안 돼.”
사도환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제는 조심스레 사방을 둘러보았다. 곧 그의 눈에 겉보기에는 일반 등나무와 다를 것 없지만 보일 듯 말 듯 가는 남색 줄무늬가 있는 등나무가 들어왔다.
한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도환의 말대로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조금의 영력도 발휘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엄지와 검지로 등나무를 잡은 뒤 그것을 천천히 뒤쪽으로 끌어왔다. 고도로 집중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등나무 줄기를 약 30척 정도 되는 거리에 끌어다 놓고 천천히 손을 뗐다. 그 후 뒤로 좀 더 물러난 그는 손가락 끝을 베어 피 한 방울을 그 등나무에 뿌렸다.
피가 닿은 순간, 등나무는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곧 뿌리 부근에서 몇 갈래의 덩굴이 더 뻗어 나와 하나로 엮여서는 천천히 바닥을 훑었다.
한제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고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얼마 후 등력이 그곳에 도착했다. 그는 한제를 뒤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 줄곧 법술을 사용하여 이동하는 중이었기에 바닥에 떨어진 등나무 줄기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신식을 펼쳐보니 한제라는 자는 지친 것인지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갑게 웃은 등력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헌데 그때,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 ★ ★
이틀 뒤, 작은 개울가에 앉아 조롱박에 물을 담으면서 신중하게 사방을 살피던 한제가 살짝 표정을 구기며 욕을 내뱉었다.
“정말 끈질기군.”
한제는 재빨리 조롱박을 챙긴 후 강을 건너 숲 깊은 곳으로 달아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의 영기도 발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등력이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쫓았다. 그의 몰골은 아주 엉망이었다. 번쩍거리던 갑옷도 그 광택을 잃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오른쪽 팔 부분은 심지어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나, 두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일생 동안 이렇게 끔찍하고 험한 꼴을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 모든 것은 한제 때문이었다.
이틀 전, 그 기이한 등나무 덩굴에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던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등나무 덩굴이 왜 그런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갑옷은 그 등나무 덩굴에서 내뿜은 액체에 녹아내리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