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93
“나이(挪移)!”
그녀의 외침에 그 은색 빛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뿐만 아니라 사사저와 한제도 사라졌다.
천운종으로부터 수십만 리 떨어진 곳. 칼처럼 예리한 돌들이 하늘을 꿰뚫을 듯 꼿꼿하고 빼곡하게 자리한 돌숲이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살기가 가득 느껴졌으며, 그 돌조각 하나하나에서 풍기는 살기는 서로 교차하여 더욱 짙고 무겁게 느껴졌다.
이 돌숲 상공에 돌연 은색 섬광이 나타났다. 점점 퍼져간 은색 섬광은 10리 반경의 하늘을 은색으로 물들였다.
너무 황량한 곳이라 수련자 자체도 적었고 그나마 있는 몇몇 수련자도 그 은색 빛을 보고 자리를 피했다. 가까이 다가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은색 빛 깊은 곳에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여자는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하늘로 흩날리면서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의 외모는 평범했으나 체격이 늠름했고 두 눈에서는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그는 그자 서 있기만 했는데도 소나무처럼 꼿꼿하고 고독해보였다.
“사사저의 신통한 나이법에 감탄했습니다!”
한제는 침착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그녀가 신통술을 발휘했을 때, 한제 사방의 공간에는 납이 흘러든 듯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게 변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네 갈래의 살기가 그를 꽁꽁 둘러쌌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당장 달려들어 그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 네 갈래의 살기는 자한각 밖에 있던 자들 중 사사저를 제외한 나머지 넷이 내보낸 것으로 그들의 목적은 한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에게 겁을 주는 것뿐이었다.
여러 사람의 연합에 한제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고 이에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곳까지 끌려오게 된 것이다.
“이 신통력이 마음에 들었다면 알려줄 수도 있어.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이곳에서 3년 동안 얌전히 폐관수련을 했으면 좋겠군. 3년 후에는 내가 와서 풀어줄 테니 말이야.”
사사저는 한제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한제는 평온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기이한 돌들이 가득했다. 그중 몇몇 개의 돌은 누군가에 의해 신통력으로 갈래갈래의 깊은 고랑이 파인 채 허공에 떠 있었다. 진법이나 금제가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겨우 진 따위로 저를 묶어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한제가 가볍게 오른손을 휘두르자 순간 한 줄기 빛이 그의 손에서 튀어나가 빛의 검이 되더니 곧장 지면의 돌 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 빛의 검은 채 1천 척을 가기도 전에 어두워지더니 결국 빛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한제가 미간을 구겼다.
“사제, 이곳의 진은 대사형이 배치한 거야. 절대 뚫고 나갈 수 없지. 자네가 이곳에 얌전히 묶여 있을 리 없으니 막대한 힘을 들일 수밖에 없었네.”
사사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훌쩍 날려 곧장 은색 빛으로 뒤덮인 범위 안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대사형, 당시의 은혜는 이렇게 갚았습니다. 더 이상 남은 빚은 없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훌쩍 날려 먼 곳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천운종이 있는 곳이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점점 사라져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점차 싸늘하게 변하더니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문질러 선검을 꺼내 들었다.
쉭!
수십 척 길이에 이르는 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맹렬하게 날아갔다. 허나 강렬했던 검광은 이내 미약해지더니 결국 머지않아 사라져버렸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렸다. 허나 아래쪽으로 짓누르는 거대한 저항력이 느껴졌다. 그 저항력은 갈수록 커졌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더욱 빠르게 수천 척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금 그는 은색 빛의 장막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그가 상승할수록 은색 빛도 그를 따라 움직이면서 ‘ㅗ’자 형태가 되었다.
한제 얼굴 위로 정맥들이 울툭불툭 튀어나왔다. 그는 기합을 넣으며 다시 수십 척 위로 솟아올랐는데 이 무렵 저항력은 이미 영변기 후기 수련자가 전력을 다해 쏟아붓는 힘만큼이나 강해져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의 한제는 결국 유성처럼 튕겨나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바닥에 내리꽂히려던 그는 땅에서 수백 척 거리에 이르렀을 때 몸을 돌려 충격을 완화한 뒤 돌 위에 바로 섰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선검을 꺼내 들어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허이국이 한제가 가리킨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 뒤로는 굽은 칼이 바짝 따라붙었다. 두 법보는 하늘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끄악!”
이전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에 허이국은 비명은 내질렀다.
“주인님, 안 되겠습니다. 도저히 뚫고 갈 수가 없어요!”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선검을 회수했다. 굽은 칼은 그 주위를 배회하며 웅웅 소리를 냈다. 녀석도 불쾌해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이곳에 묶어두었다가 천운칠자가 결정된 후에 풀어줄 작정이겠지. 허나 원하는 대로 되도록 둘 것 같은가? 그렇다면 난 여기서 수련을 통해 최대한 빨리 영변기 중기에 이르러 이곳의 결계를 뚫고 나가겠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돌 위에 착지한 뒤 곧장 돌숲 깊은 곳으로 향했다.
생신 축하연
예리한 가시가 돋은 듯 솟아 있는 돌숲 깊은 곳에서 한제는 번개처럼 내달렸다. 여러 차례 탐색한 끝에 그는 이 돌숲의 경계를 찾아냈다. 허나 이 경계는 은색 빛의 장막으로 막혀 있어 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어느 석순 위에 가부좌를 튼 한제는 저물대에서 대량의 선옥을 꺼냈다. 그 선옥들은 하얀 빛이 되어 한제 주위를 맴돌았다.
한제는 형형한 눈빛으로 결인을 한 뒤 허공을 두드렸다. 순간 사방에서 맴돌던 선옥 중 하나가 그의 손가락 끝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선옥은 쩌적 하고 갈라지면서 회색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이내 완전히 어두워져 가루로 부서져 사라졌다.
한 조각의 선옥이 부서져 흩어지면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선옥 한 조각이 한제의 손가락 끝에 내려앉았다. 마치 등불을 향해 날아드는 벌레들처럼…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 네 조각⋯⋯ 대량의 선옥이 하나하나 한제에게 흡수되었다. 이 과정은 한없이 이어졌다. 한제의 오른손 검지를 동해 흡수된 선력은 체내의 선력에 융합되어 응결되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이곳에서 한제는 이미 시간도 잊은 채 호흡과 선력 흡수에만 집중했다.
한제의 뒤쪽에는 금색의 빛 고리가 천천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 빛 고리는 부드러운 빛을 발했으며, 그 안에서는 매우 짙은 선력이 흘렀다.
이 선력의 고리, 즉 선환(仙環)은 체내의 선력이 포화상태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선옥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한제는 저물대 안에서 또다시 대량의 선옥을 꺼냈다.
주위의 선옥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방법을 바꿔 한꺼번에 맹렬하게 선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를 맴돌던 선옥들은 안쪽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붕괴는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 와중에 엄청난 선력이 발산되어 한제에게로 응집되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전력을 다해 그것을 흡수했다.
★ ★ ★
석 달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고 천운성은 1만 년에 한 번씩 맞는 정천(鼎天)을 맞게 되었다. 바로 천운자의 생일이었다.
천운자는 1만 년에 한 번씩 생일을 쇠었지만 여태까지 그가 몇 번의 생일을 쇠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생일을 쇨 때마다 천운성에서는 큰 축하연을 벌였고 심지어 수련 연맹에서도 사자를 보내왔다. 이토록 성대한 축하연을 벌이고 많은 축하를 받을 수 있는 자는 7성 수련성에서도 극히 드물었다.
한 달 전부터 천운성 외부에 드리워진 보라색 안개 형태의 진 밖에서 천운종의 수많은 제자가 손님을 맞았다.
천운성을 맴도는 다섯 개의 작은 별에서도 수많은 수련자가 찾아왔다. 심지어 그 밖의 더욱 작은 수련성들에서 찾아오는 수련자도 있었다.
이 한 달 동안 천운종의 일곱 계열에서는 각기 외래 손님들을 머물게 할 거주지를 마련했다. 이에 모든 계열의 제자들은 매우 바빠졌다. 허나 손님 중 수준이 낮은 이는 없었기에 그들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제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날, 외래 수련성에서 온 손님들의 안내를 맡은 것은 자계의 대사형 조성살이었다. 금색 실로 수놓아진 보라색 옷을 입은 그는 허리에 옥으로 된 장식품을 달고 있었고 등에는 오래된 검을 메고 있어 무척 고아해보였다. 게다가 특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까지 더해져 그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보라색 안개 지대 밖에 선 그는 고개를 숙여 천운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중얼거렸다.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은 나도 처음 보는 행사야. 많은 벗을 사귀어야지. 특히 운라종의 소종주는 수준이 상당하니 나와 꽤 잘 맞을 거야. 허나 안타깝군. 우리 칠사제는 그 어떤 것도 누리지 못할 테니. 칠사제, 자네와 나 사이 원한은 없으나 어쩔 수 없던 일이었어. 나와 천운칠자의 봉호를 놓고 싸우게 둘 수는 없었으니 말이야.”
조성살은 빙긋 웃으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이 열리는 때는 우리 자계 일맥에서 천운칠자가 나오는 날이기도 하지! 둘째는 이미 포기했고 셋째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사사매는 다룰 방법이 있지. 다섯째는 스승님의 벌로 천옥(天獄)에서 1백 년 동안 폐관수련을 하는 중이고 여섯째는 생사조차 불분명하니 돌아오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천운칠자의 봉호는 이미 내 것이나 다름없어!”
조성살은 음험하게 키득거렸다.
그때, 사방의 보라색 안개가 들끓기 시작하자 조성살은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먼 곳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서 금색의 거대한 전차가 하나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높이가 1만 척에 달할 정도로 큰 전차에는 수많은 가시가 가득했다. 또한 그 전차는 네 마리의 거대한 마수가 이끌고 있어 그 위세가 상당했다.
콰르릉!
“쿠오오!”
전차가 가까이 오기도 전해 요란한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전차 아래에서 포효하는 네 마리의 마수는 모두 거대했고 놀랄 만한 힘이 느껴졌다. 단시간에 우주를 뛰어넘어 달려올 정도의 마수라면 별다른 신통력이 없다 하더라도 절대 얕잡아볼 수 없는 존재였다.
전차 위에는 열 사람이 올라 있었다. 모두 은색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의 눈빛은 음산하고 서늘했다.
또한 전차의 중앙에 놓인 거대한 의자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몸집이 무척 비대해 둥그런 공처럼 보일 정도였다. 또한 그의 피부는 수정처럼 반짝거려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 전차를 본 순간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조성살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앞으로 나아가 공손하게 말했다.
“천운종 자계 조성살, 금마자 선배님을 뵙습니다.”
금색 전차는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추었지만 강력한 위압감에 조성살은 온몸이 굳은 듯했다. 전차를 이끄는 네 마리 마수는 거대하고 흉측한 눈으로 조성살을 노려보면서 낮게 그르렁거리는가 하면 침을 질질 흘리기도 했다.
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냉랭한 눈으로 조성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성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금마자의 신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마자는 천운종 밖에 존재하는 작은 별의 지존이었다. 혼자서 별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거슬리거나 성미를 돋우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았다. 또한 그는 성격이 매우 특이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공격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그의 손에 죽어간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금마자의 수준은 이미 음양이의(陰陽二意)를 뛰어넘었다고도 했다.
“길 안내를 하지 않고 무얼 하는 게냐!”
금마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이에 조성살은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온화한 표정으로 공손하게 말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사방을 뒤덮고 있던 보라색 안개가 갈라지면서 긴 통로가 드러났다.
조성살의 안내에 따라 거대한 금색 전차는 천천히 천운성으로 진입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사방의 각 수련성에서 온 수준 높은 수련자가 모여들면서 천운종은 소란스러웠다. 연구하고 토론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서로 정도라는 것을 지켰기 때문에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천운종의 일곱 계파가 자리한 곳에는 아름다운 누각들이 가득했다. 모두 몇 달 만에 법력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손님들의 휴식처였다.
천운성의 중앙에 있는 산은 천운종 본부가 있는 곳으로 그 주변에서 일곱 빛깔을 번득이고 있는 일곱 개의 별에 각각 일곱 계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