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03
한제는 돌진해오는 진도를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그것은 새끼손가락이었다.
사도환이 가르쳐준 세 가지 필살기 중 마지막 술법이었다. 당시 사도환은 한참 고민한 끝에서야 한제에게 이 술법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했다. 그는 영변기 후기에 이르기 전까지 이 술법은 가능한 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전에 사용했다가는 스스로가 입을 피해가 크기 쉽기 때문이었다.
“영변기 중기 정도에 이르면 억지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게야. 허나 그 정도로는 이 술법의 전력을 다 발휘해서는 안 돼. 심지어 영변기 후기에 이르더라도 이 세 번째 필살기를 사용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술법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문정기 수준은 되어야 해.”
사도환의 충고를 무시하기는 싫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여긴 한제는 새끼손가락으로 진도를 가리켰다. 한제의 체내에서는 어떤 선력의 파동도 없었다. 심지어 생명의 기운조차도 천천히 흩어져, 이 짧은 순간, 그에게는 생기도 남지 않았다.
이 광경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수련자들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천운자까지도 굳은 눈빛으로 한제와 진도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한편 능천후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나쁘지 않군!”
수련자들 중 얼굴이 붉은 노인, 적열은 취기 어린 딸꾹질을 하더니 한제를 힐긋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술법, 이곳에 오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어느 미친놈이 부리던 술법과 똑같은 것 같은데?”
그 무렵, 진도는 한제로부터 50척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르러 있었다. 엄청난 위기감이 순간적으로 훅 끼쳐왔다.
이때 한제 전신에서는 생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오직 두 눈만이 기이할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 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죽음과도 같은 적막함과 냉담함뿐이었다.
‘저건 대체 어떤 눈빛이지? 무정의 도를 수련한 이라 해도 저런 눈빛을 가질 수는 없을 터…’
그 눈빛을 본 진도는 몸서리를 쳤다.
그때, 한제가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황천지(黃泉指)!”
나머지 두 개의 술법과 달리 이 술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단 황천승규결을 익혀 생명을 황천에 진입시켜야 했다. 그런 뒤 삶과 죽음 사이의 전환을 겪어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사도환은 삶과 죽음 사이인 황천의 경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온전치 못한 하급 선술에 결합하여 이 필살기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 술법의 위력에 대해 사도환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정말 하급 선술을 능가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정기에 이른 뒤에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제의 손가락질 한 번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줄기줄기 벼락이 하늘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온 하늘에는 누군가가 펼쳐놓은 듯한 거대한 한 폭의 산수화가 나타났다. 이어 그 그림에서부터 무형의 기운이 미친 듯이 확산되더니 놀라운 속도로 융합되어 회색 기운을 이루었다. 이 회색 기운이 형성한 것은 또 다른 황천지였다.
이 순간, 모든 수련자들의 눈빛이 일제히 한제에게로 쏠렸다.
“새… 생사윤회의 경지!”
수련자 중 누군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두 개의 황천지는 진도를 가리켰다.
진도는 더욱 전의로 불타는 눈빛으로 씩 웃더니 두 손을 들어올리며 몸을 날렸다. 두 손바닥에서는 각각 초승달 모양의 금색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황천지가 그의 몸에 내리꽂힌 순간, 진도는 두 손으로 한제의 새끼손가락과 윤회의 경지로 형성된 손가락을 동시에 공격했다.
꽈릉!
하늘을 뒤흔들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진도로부터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에 휩쓸린 윤회의 경지는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졌다.
한제는 뒤로 수백 척 정도 물러났다가 또 다시 1천 척 정도 밀려났다.
“우웩!”
체내의 선력이 어지럽게 뒤엉킨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낸 후 고개를 들어 진도를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권하겠습니다.”
진도는 뻗었던 두 팔을 거둔 뒤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 어려 있던 전의는 도리어 더욱 짙어져 있었다.
“사제가 문정기에 이르고 나면 다시 붙어보도록 하지.”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체내에서 폭발시켰던 선력을 가라앉혔다.
한제의 술법은 진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 우연히 문정기 중기에 이르지 못했다면 방금 그 공격에 엄청난 부상을 입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천운자는 더욱 흡족한 눈으로 한제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너희는 같은 자계의 제자다. 서로 묵은 감정은 남겨두지 말도록 해라. 오늘 쟁탈전에서 승리한 진도를 자계 일맥의 천운칠자로 봉하겠다.”
말을 마친 천운자는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한 조각의 수정이 튀어나왔다. 보라색 빛을 번득이는 수정은 둥실 떠올랐다가 천운자의 손바닥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천운자가 그것을 휘두르자 수정은 곧장 한 줄기 보라색 빛이 되어 진도 쪽으로 날아가더니 곧장 그의 미간에 스며들었다.
“너는 일전에도 천운칠자의 봉호를 얻은 적이 있으니 알아서 깨닫도록 해라!”
천운자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도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천운자를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천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주위의 수련자들을 돌아보더니 포권을 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의 생일 축하연은 오늘로써 막을 내리네. 별일이 없다면 며칠 더 쉬었다가 가도록 하게!”
이에 수련자들은 입에 발린 말을 내뱉었지만 대부분은 곧장 돌아갔다.
한동안 천운종에서는 수많은 붉은 빛들이 쏘아져 나가 먼 곳으로 향했다.
능천후 역시 거칠게 웃더니 몸을 훌쩍 날려 1백 척 정도 나아간 뒤 한 줄기 검광이 되어 하늘 끄트머리로 향했다. 멀리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운자 약속한대로 3개월 뒤 동해 요령(妖靈)의 문 앞으로 내 제자들을 보내게!”
천운자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제야, 너는 나와 같이 조령(祖靈)을 참배하러 가자. 그 뒤 네게 금지된 술법을 알려주고 법보도 하사하겠다. 이제 너는 이 천운자의 진정한 제자이니라!”
“예, 스승님.”
한제는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금지된 술법은 천운자의 진정한 제자가 되어 조령을 참배한 뒤에나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천운자가 선술로부터 모방하여 만들어낸 그것은 수많은 수련자가 배우고 싶어하는 술법이기도 했다.
천운자가 소매를 휘두르자 일곱 빛깔 구름이 허공에서 나타나 한제를 태우더니 하늘 끄트머리를 향해 움직였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오는 넓고 푸른 하늘이었다.
일곱 빛깔 구름에 싸인 한제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산과 강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잠시 후, 일곱 빛깔 구름은 천운종의 각 분종을 지나 본부가 있는 산에 이르렀다.
눈앞에 드러난 것은 선계보다도 몇 배는 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구름을 뚫을 듯 높은 세 개의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이 커다란 산봉우리 중 가운데 있는 것은 전체가 눈으로 덮여 희었는데 햇빛이 반사되어 수만 갈래의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 산봉우리 위 군데군데는 청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 산에는 길조차 없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 눈은 보통 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워 일반인이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온몸이 얼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한제는 일곱 빛깔 구름에 감싸여 있는데도 그 산에서 피어오르는 한기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양옆의 나머지 두 산봉우리는 반대로 검은색이라, 가운데의 설산과 대비되어 더욱 장렬해보였다. 그 두 산봉우리 위에 느릿하게 쌓이고 있는 검은 눈꽃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꼭 그림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천운종 본부를 한참 바라보던 한제는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아갔다.
“도착했구나.”
천운자가 소매를 휘두르자 두 사람을 태운 일곱 빛깔 구름은 순간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서늘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한제는 체내의 선력을 이용하여 몸을 한 층의 하얀 빛으로 뒤덮였다. 그러자 더 이상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세 개의 산봉우리를 바라보던 천운자가 물었다.
“어떠냐?”
한제는 잠시 침묵하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매우 춥습니다. 음산하고 서늘한 속성의 공법을 익히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겠습니다.”
천운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것뿐이냐?”
한제는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그 외의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천운자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보통 금지된 술법은 내가 정해서 알려주었으나, 네가 이곳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관례를 깨고 네가 원하는 술법을 알려주마. 어떠냐? 이러면 좀 마음이 동하느냐?”
한제는 고개를 들어 천운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는데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제는 오른손으로 좌측의 검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산봉우리와 그 위에 내리는 눈은 검은색입니다. 하지만 저 검은 눈은 중앙 산봉우리의 하얀 눈과 달리 아무런 한기도 가지고 있지 않아 더욱 특이하지요.”
천운자는 여전히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계속해 보거라.”
한제는 우측의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산은 더욱 기이하군요. 저 산봉우리에서 약간의 생기가 느껴집니다. 세상 만물 어느 것이나 생기를 가지고 있으나 저 산봉우리에서 느껴지는 생기는 난생 처음 느끼는 것입니다.”
천운자는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것뿐이냐? 그걸로는 네가 원하는 술법을 택할 수 없다.”
한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씀드려, 저 두 개의 산봉우리는 가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