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05
돌아보지 않는 단호한 기세에 힘입어 한제는 손운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 강력한 기세에 힘입어 한제의 경지는 마침내 실질화 과정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 들어섰다. 이는 뛰어난 위력을 가진 것도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문정기로 향하는 길을 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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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를 육체에 융합했군!”
지켜보던 천운자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1백 년 안에 문정기에 이를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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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걸음!”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한계임을 알고 있었다.
사실 스물다섯 번째 걸음에서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지를 육체에 융합시킴으로서 두 걸음을 더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제 단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는다면 원신이 흩어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정상의 보탑에서 일곱 빛깔 광채가 뿜어져 나오더니 일곱 개의 빛 고리가 온 산봉우리를 뒤덮었다. 그러자 산에서 피어오르던 모든 한기는 순간 씻은 듯 사라졌다.
일곱 빛깔 무지개가 얼음층을 뒤덮으며 한제의 앞까지 뻗어 나왔다.
“올라오너라!”
천운자의 위엄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제는 천천히 숨을 고른 뒤 그 무지개를 밟고 섰다. 그리고 한 걸음, 두 걸음을 옮기자마자 남아 있던 70여 보를 곧장 뛰어넘어 산꼭대기의 보탑 아래에 이르게 됐다.
가까이서 보니 외형은 평범한 보탑이었다. 한데 그 보탑 아래 일곱 빛깔 광채가 응집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천운자가 나타났다.
“우리 천운종 선조의 영혼은 수련자가 아니라 하늘의 운명이니라. 난 일생 동안 그 천운을 따랐지. 모든 운명은 하늘에 의해 정해져 있고 사람에 의해 실행된다. 세상만사와 만물 중 천운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천운자는 한제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주작성을 방문하여 우연히 너를 만났을 때도 천도의 본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당시 나는 너를 보고 제자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운명이 닿아 있다면 너와 내가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을 거라 생각했지. 그러니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내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여기까지 말한 천운자는 잠시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았다.
한제는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스물일곱 걸음이라니,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구나!”
천운자는 시선을 거둔 뒤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꽈르릉!
하늘을 뒤흔들 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둘로 나뉘며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균열로부터 일곱 빛깔 광채가 쏟아져 내려 세 개의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천운종 본부를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일곱 계열이 자리한 곳에서 각기 다른 색의 빛 고리가 번득였다. 심지어 반으로 갈린 천운성의 하늘까지도 일곱 빛깔에 물들었다.
이 빛의 원천인 거대한 균열 아래에 선 천운자는 온몸을 일곱 빛깔로 번득이며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난 일곱 빛깔을 가장 좋아하지. 이 산봉우리의 흑백까지 더한 아홉 가지 빛깔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할 수 있다.”
말을 마친 천운자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 순간, 그에게서는 평소의 부드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막대한 위엄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그는 위엄 어린 목소리로 한제에게 외쳤다.
“이한제, 엎드려서 절을 하거라!”
한제는 두 말 않고 곧장 바닥에 꿇어앉았다.
금지된 술법
천운자는 오른손을 한제 쪽으로 뻗으며 외쳤다.
“오늘, 이 천운자는 아홉 가지 빛깔 아래 이한제를 자계의 일곱 번째 제자로 삼겠다. 이한제, 너는 나의 제자가 되어 종파의 규칙을 엄수하고 종파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으며, 전심전력을 다해 수련하여 대도를 이루겠느냐?”
한제의 눈빛이 단호하게 변했다.
“스승님께서 저를 배반하지 않는 이상 제가 스승님을 배반할 일은 없을 것이며, 천운이 저를 저버리지 않는 한 제가 천운을 저버리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 이한제의 약속입니다.”
천운자는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하늘의 균열 쪽으로 향한 손을 움켜쥐었고 그러자 하늘이 살짝 진동했다. 균열로부터 일곱 빛깔의 거대한 제단 하나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 제단이 내려온 순간, 뭔가 묵직한 것이 내려앉는 듯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단 위에는 무수히 많은 일곱 가지 색깔의 나무패가 꽂혀 있었다. 천운자가 손을 휘두르자 그중 하나가 그의 손에 떨어졌다.
천운자는 손가락 끝을 마치 조각칼처럼 이용해 그 나무패에 한 줄의 글을 남겼다.
천운성 연무 1년, 자계의 일곱째 제자로 이한제를 받아들이다
조각을 마친 천운자는 나무패를 휙 내던졌다. 그러자 나무패는 타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한 줄기 보라색 빛을 남기며 제단으로 돌아갔다.
“이제 금지된 술법을 가르쳐 주마. 어떤 종류의 술법을 원하느냐?”
한제는 고민에 빠졌다.
금지된 술법은 모두 선술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그 강력함도 저마다 달랐다.
예를 들어 중급 선술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것 중에는 진정한 하급 선술과도 그 위력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상급 선술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금지된 술법은 대부분 하급 선술에 결코 뒤처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더 강한 위력을 가지기도 했다.
즉, 금지된 술법의 힘은 어떤 등급의 선술을 모방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한제는 공격 유형의 금지된 술법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사도환이 가르쳐준 세 개의 필살기나 첫 번째 봉인을 벗겨낸 사신차 등이었다. 게다가 선검과 굽은 칼도 있었다. 특히 굽은 칼은 그의 가장 강력한 법보 중 하나였다.
금지된 술법을 통한 나이법이 있었으므로 회피 유형의 신통력 역시 부족하지는 않을 듯했다. 이 술법을 사용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긴 해도 그 위력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성라반이 있으니 수련성 밖으로 나갈 경우는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이다.
천운자는 고심하는 한제를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성급해하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이는 한제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천운자는 한제가 대체 어떤 종류의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잠시 후, 한제는 고개를 들어 천운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승님, 제가 선택하고 싶은 것은 생존술입니다.”
“생존술?”
천운자는 한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째서 생존술을 원하느냐?”
한제는 천운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나지막이 답했다.
“한 줌의 생기만 가지고도 끝까지 살아남아 대도(大道)를 구하려 합니다.”
천운자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나 내게 그런 종류의 신통술은 없다.”
한제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실망한 기색은 아니었다.
천운자는 그런 한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것은 네 운명인 게지. 네게 3천 6백 가지의 금지된 술법들을 열어줄 테니 네 스스로 골라보도록 해라!”
말을 마친 천운자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 끝에서 일곱 빛깔 광채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번득였다. 그 손가락은 한제를 향해 있었다.
한제는 눈앞에 하나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일곱 빛깔로 번득이는 그 문 쪽으로 끌려갔고 이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제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일곱 빛깔 색채의 세상이었다.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진 그곳에는 3천 6백 명의 천운자가 있었다. 가부좌를 튼 자 좌선을 하는 자 수련이나 전투를 하는 자 등 다양했다.
이 3천 6백 명의 천운자가 수련하고 있는 신통술은 각기 달랐다.
한제는 그 자리에 서서 사방에 가득한 각각의 천운자를 얌전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운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만히 서서 두 손으로 수많은 결인들을 그려냈는데 그러자 여러 줄기의 강력한 금선력이 두 손으로부터 미친 듯이 쏘아져 나갔다.
그렇게 쏘아진 금선력은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었다. 그 회오리는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결국에는 아주 가볍게 아홉 바퀴를 돌았다.
그 순간, 깜짝 놀랄 만한 힘이 그 회오리 안에서 흘러나왔다. 너무도 강한 힘이었다.
“구전연선결(九轉煉仙訣)⋯⋯.”
한제는 그것을 힐끔 보다가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3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천운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두 눈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번득였고 몸에서는 검은 기운이 끊임없이 퍼져 나와 정수리에 응집되었다.
응집되는 검은 기운이 늘어가더니 결국 그의 머리 위에 거대한 검은 구름 한 덩어리가 형성됐다. 그리고 순간 그 검은 구름은 미친 듯이 용솟음치더니 단숨에 아래로 내려와 천운자의 몸을 감쌌다. 그 안에서 이따금씩 지직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 시커먼 구름은 흩어져 사라졌다.
“금지된 술법, 선마체(仙魔體)!”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지만 한제는 조급하지 않고 3천 6백 개의 금지된 술법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저 멀리서 하얀 옷을 입은 천운자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일곱 빛깔 광채가 번득였고 그의 눈동자 안에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번득이던 일곱 빛깔 광채 중 보라색 빛이 쉭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쏘아졌다.
묵묵히 그 광경을 보던 한제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3천 6백 개의 금지된 술법 중 절반 정도를 본 상태였지만 그중 방금 본 술법이 가장 놀라웠다. 정말이지 강력한 술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술법이 일곱 빛깔 광채를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천운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일곱 빛깔 광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신통술의 위력은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
한제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더 이상은 볼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