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1
그 도안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와 작은 사람의 이마에 찍혔다.
작은 사람은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내건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등가성의 사람을 죽인 사람은 나 등화원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
숲 속의 폐허
나무 구멍 안, 네 개의 구슬을 앞에 띄워놓은 한제는 등력의 몸에 몇 개의 법결을 적용했다. 수정처럼 맑은 빛 하나하나가 등력의 몸에서 떠올랐다. 그중 3분의 1 정도는 흩어져 버렸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그 빛들이 사람들이 말하는 영기의 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토해낸 영기로 그 빛들을 감쌌다. 안개 형태로 토해진 영기는 빠르게 그 영기의 뿌리들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그 빛들은 곧장 강렬하게 반발했다. 영기의 뿌리가 감싸지는 과정에서 또 3분의 1 정도가 소실되었고 결국 안개 형태의 영기가 감싸 안은 영기의 뿌리는 남은 3분의 1뿐이었다.
바로 이때, 한제의 이마가 밝아지는가 싶더니 보라색 마름모 모양의 도안이 나타났다.
한제는 뭔가를 느낀 듯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표정이 좋지 못했다.
사도환은 순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런! 원영기에 이른 고수가 적지 않은 수명을 대가로 만들어낸 저주에 걸린 모양이다. 그 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저주 중 가장 강한 저주를 썼구나.
네가 그 자의 범위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그 자는 네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뭐, 사실 넌 순간이동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할 건 없지만 말이다.”
한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늘진 얼굴로 말했다.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사도환은 잠시 침묵하다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좌는 이런 저주에 대해 연구해본 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육신이 없어 이 저주를 풀지는 못하지만 네게 그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어. 그 자와 가까운 곳에 접근하지만 않으면 난 널 숨길 수 있다. 그 자는 무슨 수를 쓰든 널 발견할 수 없으니 걱정할 것 없어.”
그러더니 또 사도환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참 기가 막히게도 내가 이전에 우연히 저주를 통해 저주를 건 상대에게 반격을 하는 고대의 비법을 손에 넣은 적이 있단다.
그 방법을 행하려면 결단기 수준에 이르러야 하고 몇 가지 재료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허허, 운도 좋은 녀석.”
한제는 손을 들어 등력의 영기 뿌리와 안개 형태로 토해낸 영력을 섞었다. 순간 안개 형태의 영기가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이상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피 구슬이 갑자기 튀어나와 그 안개 형태의 영기 속으로 들어간 뒤 빠르게 녹아들었다. 그러더니 안개 형태의 영기가 서서히 수축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살 구슬과 뼈 구슬도 차례대로 그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안개 형태로 존재하던 영기의 모습은 이제 고리 형태로 변해 부드러운 빛을 내뿜으며 허공에 떠올랐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탈기법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셈이었다. 정신을 집중한 그는 영혼의 구슬을 통제해 천천히 빛의 고리 안에 섞여들게 했다.
한참 뒤, 빛의 고리에서 순간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제는 번득이는 눈으로 혀끝을 깨물어 피를 뱉어냈다. 피는 빛의 고리에 닿자마자 지지직 소리를 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빛의 고리는 피와 닿자마자 덜덜거리며 맹렬하게 진동하더니 위압적인 힘을 내뿜었다. 그 빛의 고리를 중심으로 반경 1백 리 안의 생물들은 모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덩어리의 강력한 힘이 숲 쪽에서 나와 한제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한제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빛의 고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들어 한제의 가슴팍으로 들어왔다. 충만한 영력이 순간 한제의 몸 곳곳을 채웠고 한제의 얼굴은 곧장 불그스름해졌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한 번 움직여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나무 구멍 밖으로 튀어나갔고 몇 번 번쩍이더니 숲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오래지 않아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숲에서 거대한 머리를 드러내 냄새를 몇 번 맡고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방향을 틀어 기어갔다.
이어서 키가 10척에 달하는 원숭이 한 마리가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그곳에 도착했다. 원숭이는 나무 구멍을 한 번 뒤지더니 이내 찝찝한 표정으로 떠나갔다.
이처럼 강력하고 이상한 마수들이 몇 마리 더 이곳에 이르렀지만 한 마리 예외도 없이 모두 의심스럽다는 기색만 내비칠 뿐 이내 떠나갔다.
한제는 숲을 마구 달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진한 영기가 맴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부의 모든 땀구멍에서 악취를 풍기는 검은색 물질이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우뚝 멈춘 한제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더니 눈빛을 번득이며 인력술로 땅을 갈랐다. 그러자 오래지 않아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한제는 훌쩍 뛰어 그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고 이어서 사방의 진흙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얼마 후,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이상도 없는 것 같았다.
땅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한제는 정신을 집중하여 체내의 영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사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지하에 자리를 잡은 한제는 속세와 단절된 세 번째 수련에 돌입했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 흘렀다.
한제가 스스로를 속세와 격리시켰던 그 땅 위에는 두터운 낙엽들이 쌓였고 각종 독을 품은 벌레들이 그 위를 기어 다녔다.
갑자기 땅이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벌레들은 빠르게 그 마른 가지와 낙엽에서 비켜났다. 곧이어 진흙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더니, 한제가 튀어나왔다.
“탈기법, 정말 신기하네. 마침내 축기에 이르렀어.”
한제의 눈빛은 번개처럼 번득였고 온몸에서는 강력한 영력의 기운이 풍겼다. 그가 녹색 빛을 토해내자 녹색의 작은 비검이 반짝이며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한제가 시선을 옮기며 오른손을 흔들자 지난 3년 동안 거의 정복에 성공한 칼집이 천천히 떠올랐다.
칼집과 비검을 다시 회수한 한제는 그 자리에 한동안 서서 가슴팍의 석주를 쓰다듬었다. 사도환은 3년 전 원영의 정화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특히 한제가 속세와 단절한 채 수련하는 동안, 저주를 덮어 감출 수 있는 법술을 부리느라 정화의 소모가 더 커져 숙면에 들어갔다. 그렇게 잠든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언제 깨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히 황천승규결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음(陰)의 땅을 찾아 황천승규결을 수련하는 거야.’
마음을 정한 한제는 깊은 숨을 내쉬며 신식으로 사방을 훑더니 빠르게 북쪽으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앉아 숲 사이의 개울에 도착한 그는 온몸을 깨끗이 씻었다. 그러자 다시 태어난 듯 상쾌했다.
강변의 바위 위에 앉은 그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새삼스러운 감정에 젖었다. 그는 장호의 생사도 알지 못했다. 무사히 도망쳐 살아남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가 한손으로 결인을 하니, 한 줄기 하얀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은 곧장 회색으로 바뀌더니 빠르게 서쪽으로 날아갔다.
한제의 표정이 멍해졌다. 흰색 빛을 불러오는 이 법결은 사도환이 알려준 것으로 음(陰)의 땅을 찾을 때 사용하는 법술이었다. 색이 짙을수록 목적지와 가깝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 빛이 검은색이 되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한제는 그 빛을 쫓아갔다. 이미 완연한 회색이 된 빛을 따라 숲 속을 이리저리 헤쳐가다 보니, 회색이었던 빛의 색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러다가 빛이 완전한 검은색으로 변한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은 사라졌다.
걸음을 멈춘 한제는 멀지 않은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적지 않은 충격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폐허였다. 그 끝이 어딘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집은 이미 붕괴되어 있었으며, 수많은 덩굴 식물들이 그 폐허를 뒤덮고 있었다. 이 폐허는 단조로운 회색과 식물들이 뒤섞여 아주 절망적인 느낌을 풍겼다.
그 넓은 곳에 잡초가 가득 자라 있었고 야생 짐승의 배설물도 곳곳에 널려 있었다. 크기가 작은 짐승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이따금씩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땅에는 균열이 하나 있었고 그 균열은 마치 커다랗게 벌어진 입처럼 수시로 생명들을 삼켜대고 있었다.
한제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폐허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높이 솟은 잔해 꼭대기에서 밝은 하얀색 빛기둥이 내려왔다.
한제는 놀란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그때 피로 범벅이 된 작은 짐승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며 그 빛기둥 아래로 비틀비틀 기어갔다. 녀석의 오른쪽 다리에는 뼈까지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가 나 있었고 기어간 자리에는 짙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그 작은 짐승은 빛기둥 아래에 이렀고 그 순간 녀석의 다리에 있던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해, 단 몇 초만에 완벽히 아물었다. 작은 짐승은 기쁜 듯 몸을 바르르 떨더니 빛기둥에서 나와 저 먼 곳으로 뛰어갔다. 빛기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한제는 놀란 마음으로 그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곧 빛기둥이 은색 점으로 바뀌더니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한제는 한참 동안 그곳에 서서 관찰했다. 반 시진 뒤, 빛기둥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 방식으로 빛기둥은 몇 차례나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꼬박 하루 동안 관찰한 한제는 마침내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한제가 보기에 이 빛기둥의 출현은 태양과 관련이 있었다. 이곳은 완벽한 폐허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법기(法器)와 같은 물품들은 그 효력을 잃지 않았다.
그런 법기가 햇빛을 흡수한 뒤 이런 신기한 광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빛기둥에 치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짐승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현상은 꽤나 오래 이어져 온 듯했다.
하늘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번이 오늘의 마지막 빛기둥일 것이라 생각한 한제는 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빛기둥 안에 집어넣었다. 따뜻하고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기류는 영력이 아니어서 한제에게는 생소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폐허 안 곳곳을 살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빛기둥을 만들어내는 높은 잔해에 이르렀다. 그것은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돌 잔해였다. 거대한 검을 쥔 두 개의 조각이 수십 장 높이의 탑에 붙어 있었다.
잔해를 바라보던 한제의 뇌리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솟은 거대한 탑이 갑작스러운 재난에 중간부터 부서져 서서히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빛기둥을 만들어내는 빛은 탑 꼭대기에 있는 돌로 된 구슬에서 발산되는 것이었다.
그 구슬을 바라보던 한제는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아쉽게도 구슬은 너무 커서 들고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것을 강제로 떼어낸다면 치유 효과가 사라져버릴지도 몰랐다.
곰곰이 생각하던 한제는 이 폐허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게 여러 곳을 관찰하고 살펴보던 그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폐허 안에는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집이 있었다. 그 집 안에는 완벽한 자기들이 놓여 있었고 그마저도 깨끗하게 유지된 상태였다.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자 한제는 빠르게 숲으로 돌아왔다. 하늘이 어둠으로 완전히 뒤덮이는 순간 폐허 밖으로 빠져나온 한제는 그 가장자리에 서서 폐허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황천 한단(寒丹)
“폐허의 규모로 봤을 때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겠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이라면 천(天), 지(地), 현(玄), 황(黃) 중 가장 훌륭한 황음(黃陰)의 땅일 거야.”
사도환은 일찍이 한제에게 음(陰)의 땅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한 적이 있었다. 음(陰)의 땅은 각각 천음(天陰), 지음(地陰), 현음(玄陰), 황음(黃陰)으로 나뉜다. 그중 황음의 땅은 대량의 생명이 죽은 곳으로 망자(亡者)가 많을수록 황음의 땅은 더욱 그 힘이 강해졌다.
현음의 땅은 만들어지는 데 좀 까다로워서, 대부분은 매우 추운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지음의 땅은 더욱 드문 존재로 그런 곳을 발견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지음은 지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천음의 땅은 기본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것이었다. 천음의 땅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地), 현(玄), 황(黃)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의 땅의 품질이 높을수록 수련자가 받을 수 있는 도움도 커졌다.
한제는 곧장 오른손으로 결인을 하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붉은색 빛이 그의 앞에 모여 들더니 공 모양을 이루었다.
이것은 음의 땅의 품질을 확인하는 법술이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공이 보라색을 내면 천음, 남색을 내면 지음, 은색을 내면 현음, 그리고 붉은색을 내면 황음인 것이다.
또한 사도환은 천, 지, 현, 황의 음의 땅은 각각 일반, 우수, 천음(淺陰), 심음(深陰) 네 개의 급으로 나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각각의 급은 다시 열 개의 품(品)으로 나뉘었다.
보통 일반 3품 이상의 땅에서는 황천심규결을 수련할 수 있었고 일반 8품 이상의 땅에서는 그 수련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빛의 공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강렬한 붉은색을 띠더니 연속으로 다섯 번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