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11
“두 달 전, 제 동문들이 이곳에서 요금과를 발견했습니다.”
일행의 시선이 여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두 개의 산맥이 교차된 산골짜기는 고요했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면에 쌓인 썩어가는 나뭇잎들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눈길 닿는 대로 살펴본 산골짜기 안에서 한 줄기 금빛이 번득였다. 허나 입구가 나뭇가지들로 가려져 있어 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천령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난 뒤 입을 꾹 다물고 서 있었다.
대나검종의 키 큰 노인이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짙은 선력이 응집되더니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산골짜기 안으로 불어닥쳤다.
선력이 깃든 바람이 산골짜기 입구를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재로 만들어 흩어버렸고 바닥에 쌓인 썩은 나뭇잎들까지 말끔히 날려버렸다. 그러자 그 아래 묻혀 있던 지면이 드러나면서 곧게 뻗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의 끄트머리는 산골짜기로 이어져 있었다. 산골짜기 안으로는 잡초가 가득했다. 허나 사람들의 시선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산골짜기 서쪽의 난잡한 풀숲 속 활짝 피어 있는 금색 꽃이었다.
이 금색 꽃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열 송이가 넘는 활짝 핀 꽃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각각 하나씩 엄지손톱만 한 타원형 열매가 달려 있었다. 어두운 금색의 열매에는 낟알 형태의 반점이 많이 나 있어 언뜻 보면 작은 포도 같았다.
“요금과다. 진짜 요금과야!”
대나검종 두 장로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산골짜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부를 자세히 살피던 그들의 시선이 마침내 요금과로부터 10척 정도 떨어진 곳의 잡초에 이르렀다.
그 잡초들의 곳곳은 누렇게 시들어 말라 있었다. 산골짜기 안에는 말라 죽은 잡초가 가득했으니 언뜻 보면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었다.
그때, 어딘가에서 미풍이 불어왔다.
솨아~
미풍이 산골짜기 안을 휩쓸며 풀과 함께 마른 잡초들을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산골짜기 밖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찬 숨을 들이마셨다.
바람에 날려 마른 풀들 너머가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그 풀에 무수히 많은 붉은 점들이 마치 풀에 난 반점처럼 가득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여충(九黎蟲)⋯⋯.”
어두워진 얼굴로 중얼거린 석방이 키 작은 장로를 돌아보았다.
“1백 개의 요금과가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지. 한데 저 벌레들에 대적하려면 두 개의 미끼가 필요해!”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천령과 그의 곁에 붙어 있는 하얀 옷의 청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허나 이들 일행 중 후방 1만 척 떨어진 곳에 흉측한 무언가의 등에 올라탄 한 남자가 자신들을 냉랭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음을 눈치챈 자는 없었다.
“저건 금영근인데 왜 요금과라고 부르는 거지? 저들은 저것의 진정한 용법을 모르는 모양이군. 뿌리인 금영근에 비하면 열매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을…”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요금과라는 단어는 낯설었지만 고대 신 서사의 기억에는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 기억에 의하면 뿌리인 금영근을 취해야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복용자의 육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유아 상태인 고대 신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양강장제였다.
고심하던 한제가 고개를 숙여 흡혈 마수를 바라보았다. 몸에서 유백색의 빛을 미미하게 번득이고 있는 흡혈 마수의 눈은 저 멀리 산골짜기 안의 요금과을 바라보며 강렬한 열망으로 타올랐다.
한제가 오른손으로 살짝 두드리자 흡혈 마수를 고개를 돌려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들뜬 모습이었다. 이제 그 눈빛에는 반드시 요금과를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묻어났다.
“혹시 저것이 흡혈 마수한데 모종의 특수한 작용을 하는 것인가.”
한제가 눈을 살짝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석방과 키 작은 노인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순간, 키 작은 노인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컥!”
천령의 곁에 있던 하얀 옷의 사내가 짧게 비명을 지르더니 무형의 힘에 사로잡혀 산골짜기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 순간, 골짜기 안의 마른 풀들에서 눈 깜짝할 사이 엄청난 수의 붉은 점들이 날아오르더니 한데 응집했다. 산골짜기 안에 있던 거의 모든 붉은 점이 응집한 모습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사형!”
천령은 덜덜 떨리는 몸으로 맹렬히 몸을 돌려 대나검종 사람들에게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선배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때 하늘을 뒤덮을 듯 빽빽하게 모여들었던 붉은 점들이 한 덩어리의 붉은 구름처럼 움직이며 격렬한 웅웅 소리를 내더니 하얀 옷의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붉은 구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청년의 전신을 뒤덮었고 수많은 붉은 점들이 곧장 그의 옷을 꿰뚫고 피부를 통해 체내로 침투했다. 그리고 셋을 세기도 전에 청년의 흰옷은 붉은 피로 물들어버렸다.
“크악! 사… 살려줘!”
처량하면서도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격렬한 통증에 그는 두 손으로 전신의 피부를 박박 긁었는데 어찌나 세게 긁었는지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파였다.
“끄아악!”
격렬하게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치는 청년의 두 눈은 원한과 고통으로 가득했다.
“사… 사형⋯⋯.”
천령은 몸을 덜덜 떨면서 눈물을 흘렸다.
청년의 두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비명도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충격적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
곽형일은 손에 한껏 힘을 주어 보검을 바르쥔 채 천령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한 줄기 살기가 언뜻 스쳐갔다.
‘오늘의 일은 나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천령의 사형이 죽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리된 이상 나와 천령 사이는 되돌릴 수 없다. 차라리 지금⋯⋯.’
곽형일을 대사형이라고 불렀던 소녀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몸을 덜덜 떨기까지 했다.
허나 곽형일에게 알랑거렸던 남색 옷의 남자는 전혀 불편한 기색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는 그 끔찍한 광경에 약간 도취된 듯했다.
석방은 빙그레 웃으며 곁에 있는 키 작은 노인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 두 사람이 불필요한 살인을 또 한 차례 일으킬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저 한 녀석만으로 이미 대부분의 구여충이 배를 불리고 있어.”
키 작은 노인은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
“석 형의 금지된 술법은 과연 훌륭하군. 얼른 저 요금과를 가져다가 검종에 보고하세! 크흐흐.”
말이 끝나자 석방은 말없이 저물대에서 붉은 옥패를 하나 꺼내 문질렀다.
“검봉(劍封)의 금술(禁術)!”
그 외침에 옥패는 웅웅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한 줄기 붉은 빛이 되어 곧장 산골짜기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옥패는 더욱 크게 웅웅거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붉은색의 얇은 실 한 가닥을 피워 올렸다. 이어 잠시 멈칫하던 옥패는 기이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점점 빨리 진동하다가 녹아내리듯 수많은 붉은색의 얇은 실로 변했다. 그 붉은 실들은 순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 실들은 빠른 속도로 하얀 옷의 청년 앞에 이르더니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이어져 붉은 그물 하나를 이루었다. 이 그물은 하얀 옷의 청년을 포함한 반경 수십 척 안을 전부 포위했다.
그때, 석방이 두 눈을 밝게 빛내며 크게 외쳤다.
“봉인!”
그러자 그물이 눈부신 붉은 빛을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 그물 위에 무수히 많은 붉은색 문양이 빽빽하게 나타나 그물과 결합되어 튼튼하고 견고한 봉인을 이루었다.
석봉의 작업이 끝나자 키 작은 노인이 먼저 산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골짜기 안 지면의 마른 풀들에서는 쉭 소리와 함께 붉은 점들이 튀어나왔으나, 그 수는 많지 않았다.
키 작은 노인은 한 손을 들어 올려 다섯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손가락 하나를 튕길 때마다 한 줄기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어 붉은 점들을 흩어버렸다.
만약 구여충의 수가 조금 더 많았다면 노인은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남은 구여충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었다.
전투 (1)
뒤를 이어 석방이 산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키 작은 노인과 함께 봉인된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구여충들을 순식간에 박멸했다.
세 번째로 산골짜기 안에 발을 들인 것은 곽형일의 사숙이었다. 화신기 수준인 그 노인의 뒤를 따라 나머지 인원도 골짜기 안으로 진입했다.
그 무렵, 천령에게서는 더 이상 분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놀라우리만치 침착했다.
키 작은 노인은 검기를 날려 마지막 남은 구여충들을 처리한 뒤 눈을 번득이며 수십 척 밖에 있는 금색 꽃을 바라보았다.
“여송의, 이리 와서 요금과를 따도록!”
장로의 부름을 받은 화신기 수준의 노인, 여송의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요금과를 따려 했다.
한데 그때, 갑자기 맑은 바람 한 줄기가 산골짜기 밖에서 불어왔다. 허나 그것은 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아니!”
기이한 힘이 담긴 바람이 자신들에게 불어오자 대나검종의 두 장로는 깜짝 놀랐다.
맹렬히 고개를 든 석방은 번득이는 두 눈으로 산골짜기 밖을 주시했다. 키 작은 노인 역시 긴장한 얼굴로 오른손을 저물대 위에 얹은 채 같은 곳을 쏘아보았다.
산골짜기 안은 삽시간에 짙은 살기로 가득 찼다.
요금과를 따려던 여송의도 걸음을 멈춘 채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천령만이 침착한 눈으로 저 멀리 죽어 있는 하얀 옷의 사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주변의 그 어느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장난은 치지 말게. 나는 대나검종의 장로 석방이네. 도우와 대화를 하고 싶네만…”
석방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소리쳤다.
방금 바람이 불어온 순간 그는 지마북계에 들어온 이래 줄곧 떨쳐버릴 수 없었던 느낌이 순간 몇 배로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먼 곳에 있던 흉측한 마수가 순간적으로 코앞까지 당도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석방과 키 작은 노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덩어리의 짙은 회색 기운이 산골짜기 밖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기운은 둥둥 뜬 채 산골짜기 밖에서 멈추었다.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기운이었다.
그 순간, 석방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누구냐?”
키 작은 노인은 앙칼지게 질문을 던지더니 상대의 답이 나오기도 전에 저물대에서 구리거울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그러자 거울은 높이 솟아오르며 커지기 시작하더니 30척으로 불어났고 그 거울에서 발산된 푸른 빛이 곧장 회색 기운을 뒤덮었다.
그가 구리 거울을 꺼낸 순간, 곧장 그 의중을 알아차린 석방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리고 등에 매여 있던 검을 재빨리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검에서는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검의 허상이 나타났다.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