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18
이 기둥은 하늘을 떠받들 듯 우뚝 솟아올랐다. 얼마나 높은지 그 끝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신식을 통해서만 겨우 살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솟아오르면서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위압감이 확산됐다.
그 약간의 위압감만으로도 한제는 커다란 산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엄청나군!”
허나 한제의 눈에서는 불굴의 의지가 번득였다. 그의 미간에서 피어오른 한 줄기 회색 기운이 번득이며 어떤 문양을 이루더니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온몸을 짓누르던 위압감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수련자가 그와 같았던 것은 아니다. 수준이 떨어지는 수련자들은 하얗게 질려 뒤로 물러났다. 선배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무너져 내렸을 자들도 있었다.
바로 그때, 결코 잊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푸른 기둥이 순간 무너져 내리더니 수많은 붉은 빛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번득이며 발산된 것이다.
사방으로 미친 듯이 퍼져나가던 붉은 빛은 수련자들의 몸을 지나 우주 멀리 뻗어나갔다.
푸른 기둥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고 그럴수록 더 많은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만약 멀리서 본다면 천운성 동쪽의 3대 금지(禁地) 중 하나인 이곳은 지금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푸른 빛은 점점 흩어져 사라졌고 그 자리를 붉은색이 채워갔다. 핏빛보다는 고고한 태양과 같은 붉은색이었다.
이 붉은 빛은 햇살처럼 동해 요령의 문을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끝없는 붉은 섬광들을 쏘아 보냈다.
이 붉은 빛이 얼마나 멀리까지 나아가는지 정확하게 아는 자는 없었다. 천운성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 모를 황폐한 별들도 이 붉은 빛으로 뒤덮였고 심지어 주작성 또한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이 붉은 빛은 극한에 달한 순간,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이미 확산된 붉은 빛으로 덮여 있던 모든 곳에서 놀랄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우주, 별, 허공 속의 모든 법보, 옥패, 영석, 선옥, 유해, 검, 보물, 선결, 상고 시대의 유물 등, 완전한 상태이건 불완전한 상태이건 주인이 없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멈추었던 붉은 빛들은 갑자기 다시 격렬하게 번득이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확산됐던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되돌아왔다. 밀물처럼 막을 수 없는 기세로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한 힘이 빠르게 천운성 동해로 돌아왔다.
되돌아오는 것은 붉은 빛만이 아니었다. 그 빛에는 끝없는 법보와 영석, 옥패, 선옥 등의 주인 없는 보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기이한 마수나 우주의 강대한 영물(靈物)들도 섞여 있었다.
이 순간, 붉은 빛들은 공간을 우주를 일체의 수련성들을 관통했다. 모든 장애물을 무시한 붉은 빛들은 한 시진 만에 모두 동해 근처에 이르렀다.
요령의 문 바깥쪽에 모인 수련자들은 천군만마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는 이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 기세는 원형을 이루어 동해를 향해 밀려들었다.
동해 요령
사방에서 밀려들고 있는 붉은 기운을 바라보던 한제는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사실 이 광경을 처음 본 모든 수련자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도심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는 중에도 하늘에서 밀려든 붉은 빛들은 수련자들을 관통하여 미끄러지듯 동해로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온갖 보물과 마수 등도 그 붉은 빛에 감싸인 채 빠른 속도로 사방의 수련자들 사이를 관통해 지나갔다.
기이한 힘이 깃든 붉은 빛에 감싸인 탓인지 그것들은 실체를 잃은 듯 수련자들을 관통하고 지나가면서도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 눈앞의 모든 것들이 허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한제는 뿔이 달린, 문정기 수준에 상당하는 거대한 마수를 볼 수 있었다. 온몸이 검은 번개로 뒤덮인 그 거대한 마수는 한제가 피할 새도 없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관통하여 지나갔다.
그것이 자신을 관통하는 순간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얼른 몸을 틀어 붉은 빛 속의 법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천금토(天金土)⋯⋯ 경화액(瓊和液)⋯⋯ 수묵석(水墨石)⋯⋯ 영서각(靈犀角)⋯⋯.”
한제의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다. 힐긋 살핀 것만으로도 서사의 기억에 남은 훌륭한 연기(煉器) 재료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것은⋯⋯?”
좀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는 한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멀리 붉은 빛 안에서 커다란 검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하나의 문짝처럼 생긴 검에서는 금빛이 번쩍거렸지만 녹이 슨 흔적과 약간 부서진 곳도 있었다.
그 검은 번쩍 하고 붉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 무렵, 주위의 다른 수련자들 역시 눈에 불을 켜고 붉은 빛에 감싸인 각종 법보들을 살피고 있었다.
붉은 빛의 물결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 하늘 저 끄트머리에서 한 줄기 붉은 빛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어 눈 깜짝할 사이 코앞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그때까지 무덤덤했던 천운자와 능천후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맹렬히 몸을 돌려 그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때, 수련자들 틈에서 몇몇 노인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이들은 천운성에서 이름난 수련자들로 본래는 제자들에게 이곳을 보여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허나 방금 나타난 한 줄기 기운과 그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느끼자마자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 기운은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수련자를 관통하며 동해 쪽으로 향했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그 안을 볼 수도 신식을 통해 탐색할 수도 없다는 점이 더욱 신비로웠다. 심지어 신통술도 먹히지 않았기에 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은 천운자와 능천후를 비롯한 수준 높은 수련자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제는 신식을 그 붉은 빛에 접근시켰을 때 신식이 곧장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고는 곧바로 탐색을 포기했다. 만약 계속해서 탐색을 이어갔다면 내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주위에는 한제와 달리 탐색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거나 심한 경우 피를 토하기도 했다.
좀 전에 앞으로 나섰던 노인 중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식으로 살피지 마라! 너희 같은 수준 낮은 놈들이 넘볼 물건이 아니다!”
그 무렵, 그 붉은 빛은 동해로 돌아가 사라지려 했다. 그때 한제는 뭔가를 결심한 듯 눈을 번득였고 그러자 그의 미간에서 세 갈래의 회색 기운이 나타났다. 이 기운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복잡한 세 개의 문양을 이루어 한제의 이마에서 빠르게 번쩍이다가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하나의 고리가 되어 한제의 눈을 뒤덮었다.
고리가 형성된 순간, 한제의 두 눈은 밝은 달과 같은 빛을 번득였다.
그는 곧장 사라지기 직전인 붉은 빛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한제의 눈앞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기이한 힘 한 자락이 한제의 눈을 통해 끊임없이 침입하더니 체내로 들어오며 통증을 일으켰다. 이내 한제의 두 눈은 빨갛게 물들었고 피눈물이 줄줄 흘렀다.
‘포기하지 않는다!’
한제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그의 눈을 뒤덮은 고리에서 짙은 회색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기운은 실과 같은 형태가 되어 곧장 한제의 동공으로 들어갔고 붉어졌던 두 눈은 순식간에 짙은 회색으로 돌아왔다.
붉은 빛 안에 존재하는 겹겹의 제한에 한제의 눈은 계속해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한제는 포기하지 않고 전진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한제가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안력을 돋운 순간…
펑!
뭔가가 터져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한제는 모든 붉은 빛들을 뚫고 그 안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영패였다. 문양 하나가 새겨진 금빛의 영패…
“크윽!”
그 영패를 본 순간, 격렬한 통증과 함께 한제의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한제는 얼른 힘을 거두고 두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붉은 빛은 요령의 문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핏발이 가득 선 한제의 두 눈에는 기이하게도 회색 선들이 줄기줄기 번득였다.
그때, 요석설은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한제를 발견했다. 한데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저 눈빛⋯⋯ 이제야 왜 아버지께서 저자를 주의하라 하셨는지 알 것 같군.”
능천후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동해 쪽으로 뻗었다. 순간 그의 등 뒤에 있던 허상의 검들이 네 개의 예리한 빛이 되어 그쪽으로 향했다.
쾅! 쾅! 쾅! 쾅!
네 번의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능천후가 쏘아 보낸 네 개의 검광은 동해 요령의 문 상공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네 개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러자 부유물들 사이에 불규칙하게 일렁이는 입구가 하나 생겨났다. 입구 안팎은 파란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우우우~.”
입구 안에서부터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드러났다.
“동해 요령의 문이 열렸다. 진입자는 어서 들어가도록!”
능천후의 짧고도 서늘한 말이 떨어지자 그의 뒤에 서 있던 검초십이자가 곧장 날아오르더니 열두 개의 날카로운 검광이 되어 빠른 속도로 그 입구를 향해 날아갔다.
능천후는 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갈래의 검기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튀어나가 이제 막 요령의 문 입구로 들어서는 검초십이자 중 마지막 제자에게로 향했다.
“이 검기를 가지고 가거라. 너희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
그 검기를 받아 든 마지막 제자는 능천후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예를 갖춘 뒤 요령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능천후의 뒤에 숨어 있던 탐랑은 좀 전의 그 검기에 섞여 이미 요령의 문 안에 들어선 상태였다.
눈을 번득이던 천운자는 의미심장하게 능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천운종의 제자들이여, 들어가도록!”
천운자의 목소리가 울리자 한제를 포함한 열 명의 천운종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한 뒤 순식간에 요령의 문으로 향했다. 한제는 속도를 약간 늦춰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섰다.
대나검종과 천운종 제자들이 모두 들어서자 연이어 다른 종파의 제자들이 분분히 긴 빛을 그리며 입구로 날아들었다.
한편, 요석설은 뭔가를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이를 악물고는 피처럼 붉은 빛줄기로 변해 곧장 입구로 돌진했다.
이번에 요령의 문으로 진입한 수련자들은 수백 명에 달했다. 개중에는 이름난 수련자들의 제자들도 적지 않았다.
반 시진 후, 모든 진입자가 들어서자 능천후는 오른손을 들어 휘둘렀다. 그러자 네 개의 회오리가 회전을 멈추더니 다시 검광이 되어 빠르게 능천후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끊임없이 번득이는 네 개의 검의 허상으로 변해 그의 등에 매였다.
네 개의 검광이 사라지자 요령의 문 안쪽에 생겨났던 입구에서는 푸른색과 붉은색이 끓어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 입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아 있던 수련자들은 이미 거의 자리를 떴고 잠시 후, 동해 바깥에는 단 몇몇의 수련자들만이 남게 됐다. 모두 이름난 수련자들로 수준이 통천기에 이르렀고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떠나지 않고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가장 마지막으로 돌아온 그 붉은색 기운 안에 들어 있던 영패 때문이었다. 그것은 천운성의 엄청난 비밀과 관련된 물건이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주위는 침묵에 휩싸였다.
이윽고 능천후가 굳은 눈으로 저 멀리 있는 천운자에게 소리쳤다.
“천운자 마지막으로 돌아온 붉은 빛 안에 영패가 들어 있더군.”
천운자는 덤덤하게 능천후를 마주본 후 이어서 주위의 수련자들을 하나씩 살피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 영패였지. 게다가 세 번째 조각이었어. 그것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이미 동해에 흡수됐으니 급하게 굴지 말도록 하세.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2백 년 후, 다시 이곳에 모여 다시 저곳으로 들어가 보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네들도 알고 있을 테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 내 생각에 2백 년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네만…”
천운자는 그 말을 끝으로 포권을 하더니 소매를 휘두르며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한 차례 파문이 일더니 그의 모습은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가볍게 코웃음을 치던 능천후 역시 고개를 돌려 동해 요령의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떠나자 남은 수련자들도 심각한 얼굴로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떠났다.
모든 수련자가 떠난 동해 요령의 문 밖은 이제 다시 안정을 찾았고 여전히 수많은 부유물이 천천히 요동을 치며 기이한 기운을 발산했다. 또한 푸른색과 붉은색이 끊임없이 번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