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28
연혼종 안에는 연혼(煉魂), 추백(抽魄), 쇄신(鎖神) 세 가지 술법이 있었다. 그중 쇄신은 십억존혼번의 준비를 위한 것이자 그 통제방법으로 역대 직계 제자들만이 수련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 연혼과 추백은 연혼종의 근본과도 같은 술법이었다. 이 두 가지 술법과 자신의 혼번을 만드는 것이 입문 제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즉, 자신의 혼번을 만들어야만 진정한 연혼종의 제자가 되는 셈이었다.
그중 연혼은 고유의 혼을 정제하는 것이고 추백은 살아 있는 다른 사람에게서 혼백을 빼내는 일이었다.
연혼과 혼백에 필요한 주문을 옥패에 기록한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혼번의 제작 방법도 간단하게 남겼다. 이 방법대로 만든 혼번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생기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혼자만 알고 있을 생각이었다. 더구나 이 방법대로 만들면 혼백을 직접 통제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애초에 혼번의 완벽한 제작 방법을 남들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옥패에 기록을 마친 한제는 신식으로 온 산골짜기를 훑어 모든 원주민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곳의 부족원들은 모두 자질이 훌륭해 당시의 자신보다 몇 배는 뛰어났다. 이는 그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이곳에 영력은 없지만 대신 요력이 있었으니 요력을 통해 혼번술을 익히게 한다면 괜찮은 수확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한제는 신식으로 구양화를 찾아 몇 가지를 당부한 후 신식을 거두었다.
얼마 후, 구양화가 달려왔다. 그의 태도는 한없이 공손했다.
한제는 말없이 그에게 두 개의 옥패를 건넸다.
“어르신, 이⋯⋯ 이것은… 요간(妖簡)입니까?”
구양화는 멍한 얼굴로 옥패를 자세히 살피더니 감격한 듯 물었다.
한제는 나운의 기억에서 이 요령의 땅에는 요간이라는 것이 있음을 떠올렸다.
“비슷한 것이다.”
한참이나 옥패를 살피던 구양화는 다소 머쓱하게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저는 이것이 기록을 남기는 용도로 쓰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용법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옥패라 부르는 것이다. 미간에 대고 그 옥패에 정신을 집중해라. 의지만 충분하다면 그 안의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양화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제의 말대로 옥패를 미간에 대고 정신을 집중했다. 허나 끝내 그 안의 내용을 살피지 못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한제는 눈을 감고 있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구양화를 살피는 중이었다.
구양화가 이 산골짜기의 장로가 된 것은 어렸을 때 고요성에서 공부한 끝에 1성급의 요력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었다. 비록 고요성에 머물러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산골짜기로 돌아왔을 때 그는 상당히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제는 구양화의 체내를 또렷하게 살폈다. 얇은 실과 같은 기운 한 줄기가 그의 단전에서 천천히 피어올랐다. 하지만 경맥 중 막힌 것이 너무 많아 기운의 회전은 느렸다.
허나 이 기운의 움직임은 산골짜기를 덮은 진 덕분에 조금이나마 촉진됐다. 구양화는 이 진을 통제할 수 있었으므로 진으로부터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일전에 진 밖으로 허상을 드러낸 것도 그 덕분이었다.
한 시진이 지나자 구양화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구양화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끌려갔고 한제는 왼손의 두 손가락을 겹쳐 그의 배를 쿡 찔렀다.
“끄윽!”
한제의 손짓에 구양화는 신음했다. 배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마에서 솟은 콩알만 한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극심한 통증에도 구양화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한제가 자신을 해하려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을 돕기 위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나이에 이번 생에서 1성급 이상으로 올라가기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구양화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이 고통을 견뎌내면 윗 단계로 올라갈 단서가 생길 수도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한제의 손은 구양화의 배에서 천천히 위로 이동했다. 그의 손가락이 반 마디 이동할 때마다 구양화의 고통은 커졌다. 어느덧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은 비처럼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몸을 격렬하게 떨고 있는 그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다.
한제는 시종일관 변함없는 표정으로 구양화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참아라.”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으로 구양화의 미간을 두드렸다.
“크아아아악!”
참혹한 비명이 산골짜기 가득 울려 퍼졌다.
구양화는 두 눈을 까뒤집은 채 바닥에 풀썩 쓰러져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허나 한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부좌를 튼 채 좌선을 계속했다.
원주민들은 모두 구양화의 비명을 들었지만 누구 하나 감히 와보지 못했다. 그곳은 진입이 금지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야 구양화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한데 눈을 뜬 순간, 그는 흠칫 놀랐다. 온 세상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꽃은 여전히 꽃이고 풀은 여전히 풀이었으며 사방의 절벽도 그대로였지만 그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구양화는 벅차오르는 마음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 살피지 않아도 자신이 2성급 요력을 가지게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제 앞에 공손하게 꿇어앉아 땅에 머리를 세 번 찧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짧았지만 진심이 충분히 느껴지는 말이었다.
“다시 한 번 요간을 살펴보아라.”
한제의 말에 구양화는 얼른 옥패를 들고 미간에 대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순간, 그 안에 기록된 주문이 낙인처럼 강렬하게 그의 머릿속에 나타났다.
구양화는 몸을 덜덜 떨며 벅차오르는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이 후배의 눈에 보입니다.”
그는 어느새 스스로의 호칭까지 바꾸어 버렸다.
한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막힌 경맥을 강제로 뚫는 방법은 후유증이 남기 쉬웠지만 수준을 올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했다.
“이 주문의 이름은 연혼이다. 한 번만 설명해줄 테니 잘 듣고 깨우치거라.”
한제의 덤덤한 말에 구양화는 전율로 몸을 떨었다.
수준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감격이었는데 놀라운 주문이 담긴 옥패를 받았고 이제 그 주문을 자신에게 가르쳐 주겠다니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그러니까 이 술법을 제게 가르쳐주신다는 겁니까?”
구양화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뿐만 아니라 이곳의 모든 부족원들에게 가르칠 것이다.”
구양화는 몸을 벌벌 떨며 허리를 깊이 숙인 뒤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구양화, 죽을 때까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폐부를 찢듯 강렬한 목소리였다.
이 요령의 땅에서 술법을 부릴 수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구양화 같은 이들은 평생 술법 하나를 익히는 것도 불가능했고 산골짜기 안의 다른 부족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제는 연혼술을 수련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을 일러주었고 구양화는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들었다.
한제가 설명을 마치자 구양화는 스승 앞의 제자처럼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었다. 이에 한제는 흠칫 놀랐으나, 이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에게 술법을 가르쳤으니 스승의 예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 ★
시간은 계속 흘러 눈 깜짝할 사이 세 달이 지났다.
구양화는 매우 성실해 대부분의 시간을 연혼술을 익히는 데 몰두했다. 때문에 다른 부족을 공격하는 일은 일단 보류된 상태였다.
그는 본래 자질이 뛰어난 데다가 매우 성실했고 연혼종 술법의 초반은 익히기 쉬웠기 때문에 세 달 만에 상당한 성취를 거둘 수 있었다.
산골짜기 안의 장정들도 구양화의 지도 아래 수련을 진행했는데 그들의 성취도는 각기 달랐다.
지난 세 달 동안 한제는 온종일 좌선하며 호흡했고 전심을 다해 요력의 결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나운에게서 얻은 요력의 결정과 자신의 요력의 결정을 하나로 합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 요력의 결정에는 흘러넘치는 듯한 요력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표면에서는 짙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수많은 촉수가 기이하게 꿈틀거렸다.
“요력의 결정 3갑⋯⋯.”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요력의 결정을 삼켰다. 결정은 그의 체내로 들어간 뒤 단전에 자리를 잡고 요력을 발산했다. 발산된 요력은 한제의 경맥을 따라 체내를 맴돌았다.
하루가 지나자 한제의 기운은 완전히 바뀌어, 지금 그에게서는 선인과 같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요력으로 인한 요기(妖氣)만 잔뜩 피어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마저 기이하게 변했는데 특히 그 두 눈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덜컥할 정도였다.
기이한 눈이었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세로로 갈라진 동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심장이 덜컥했다.
“온몸에 요력이 충만하군. 허나 부족해. 기껏해야 축기기 수련자의 수준에 불과하니⋯⋯.”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체내의 경맥에서 돌고 있는 요력을 결정 안으로 회수했다. 그러자 선력이 경맥을 채우며 돌았고 한제에게서는 탈속적인 선인의 기운이 풍기기 시작했다.
“이 요력이라는 것, 정말 재미있군!”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지난 세 달 동안 한제가 이곳에서 나간 것은 총 세 차례로 산골짜기의 부족원들에게 연혼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나간 것뿐이었다.
이전까지 한제에게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나 반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끝없는 감사와 존경만이 남은 부족원들은 그가 나타날 때마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들 중 가장 진도가 빠른 이는 구양화였지만 한제의 시선을 끄는 이는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한제가 처음 발견하고 이곳까지 따라 들어오게 만든 바로 그 청년으로 이곳에서는 ‘십삼’이라 불렀다.
십삼은 불과 세 달 만에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세 번째 단계란 자신의 혼번을 제작할 준비를 하는 단계였다.
십삼
혼번의 제작 방법은 이미 구양화에게 알려두었으나 이 요령의 땅에는 재료가 부족해 혼번을 만드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이를 감안한 한제는 시간을 내 자세히 연구한 끝에 이곳 특유의 강수목(罡樹木)에 야수의 가죽을 더한 뒤 요력으로 응결시키면 억지로나마 혼번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만 이렇게 만든 혼번으로는 열 개 남짓한 혼백을 가두는 게 한계였다. 말하자면 십혼번이 한계인 셈이었으나, 열 개를 동시에 가동하면 백혼번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효력은 낼 수 있었다.
이 대체 혼번에도 한제는 자신만 알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남겨두었다.
새로운 혼번 제작 방법을 옥패에 적은 한제는 신식으로 주변을 훑어 구양화와 십삼을 불러들였다.
십삼의 수련 속도는 매우 빨라, 만약 둔천이 살아서 그를 봤다면 직계 제자로 삼으려 했을지도 몰랐다.
십삼은 조용히 한제 앞에 섰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한제에게 벅차오르는 존경심과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 두려움은 연혼술을 수련할수록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