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30
이번 전투에서 누구보다 가장 큰 두각을 드러낸 것은 역시 십삼이었다. 그는 구양화와 함께 상대 부족의 진을 빙 둘러 내부로 침투한 뒤 상대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공격을 퍼부었다.
상대 부족의 장로는 십삼이 소환한 사자 혼백에 한입에 삼켜졌다. 십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장로의 혼백을 혼번에 봉인하기까지 했다.
구양화 역시 연혼술로 상대 부족원들의 혼백을 제련하고 봉인했다.
이 광경에 상대 부족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긴 대열이 산골짜기 안에 들어서자 산골짜기 부족의 부녀자들은 얼른 각자의 집에서 나무통들을 끌고 나왔다. 통에는 녹색 액체가 들어 있었는데 그 안에서는 기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역한 냄새를 풍겼다.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은 강제로 그 녹색 액체를 몇 모금 마시게 됐고 그러자 그들의 두 눈은 빛을 잃고 아득해졌다.
혼백을 방목하여 기르다
한참 뒤, 산골짜기 부족원들은 그 포로들을 데리고 가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한제는 신식을 통해 그 광경을 모두 살폈지만 어떤 이상함도 느끼지는 않았다. 나운의 기억에 의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부족들이 새로운 부족원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단 하나, 이요탕(離妖湯)을 마시게 하는 것뿐이었다.
이요탕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것을 먹인 뒤 귓가에 대고 새로운 이름과 부족의 사항들에 대해 알려주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다시 깨어났을 때는 새로운 부족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다시 태어나게 됐다.
허나 한제는 이 이요탕을 그리 놀랍게 여기지 않았다. 미혼술(迷魂術) 등의 신통력에 비하면 놀라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요탕은 수련자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산골짜기에 도착한 구양화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곧장 한제를 찾아왔다. 그는 한제가 머무는 공간 앞에서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을 뵈옵니다.”
한제가 한 손을 들어 대답하자 구양화는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한제를 볼 수 있었다.
한제 앞으로 다가온 구양화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어르신, 이것은 상대 부락 안에서 찾은 요력의 결정입니다. 어르신께 바치기 위해 특별히 찾아온 것이지요!”
한제가 고개를 돌리자 그것은 훌쩍 날아와 그의 손에 떨어졌다. 작은 검은색 돌과 같이 겉면이 거친 결정이었다.
한제가 움켜쥐자 그것은 쩌적 하고 갈라지더니 그 안에 있는 엄지손톱 크기의 결정이 나타났다.
“2갑짜리 결정이군!”
한제는 그 결정을 잠시 살피다가 덥석 집어 삼켰다.
구양화는 여전히 공손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한제의 단전 안에서 새로운 결정과 기존의 결정이 합쳐졌다. 이제 5갑의 결정이 된 것이다.
한제는 구양화를 바라보다가 저물대에서 옥패를 하나 꺼내 건네며 말했다.
“지금 너희가 가진 것은 연혼술의 첫 3단계 주문뿐이다. 전공을 세우고 결정까지 바쳤으니 네 번째 단계의 주문을 알려주지. 열심히 수련해라. 또한 연혼술이 밖으로 새나간다면 모든 것을 회수할 테니 명심하도록!”
구양화는 기쁜 마음을 애써 참아내며 옥패를 받아 든 뒤 연거푸 허리를 숙여 답하고는 얼른 물러났다.
혼자 남은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여기로 온 것은 잘한 일인 것 같군. 이 부족이 점점 강대해지며 사방의 세력을 흡수하면 내가 얻을 요력의 결정도 점점 늘어나겠지. 또한 이 부족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연혼술을 수련하는 자도 많아질 테니 십억존혼번을 회수할 날도 가까워질 것이다.”
한제는 말하자면 혼백들을 방목하여 기르고 있는 셈이었다.
그가 원한다면 연혼술을 수련한 자들이 봉인한 모든 혼백은 언제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언젠가 때가 무르익으면 한제는 그 모든 혼백들을 거두어 십억존혼번을 회복시킬 생각이었다.
산골짜기의 부족원은 단숨에 몇 배로 불어났다. 장정의 수는 50명을 넘었다. 다른 부족에서 온 여인들은 남자들에게 분배됐는데 공적을 세우는데 혈안이 된 구양화는 그중 자태가 고운 몇몇을 한제에게 끌어가기도 했다. 허나 구양화가 얻은 것은 문전박대뿐이었다.
새로 들어온 부족원들도 연혼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산골짜기 안 곳곳에서는 항상 수련이 진행됐다. 밖에 나가 사냥을 하는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들은 수련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몇몇 여인들도 연혼술을 익혔다. 구양화는 여인들의 수련을 반대했지만 한제의 꾸짖음에 어쩔 수 없이 여인들의 수련을 돕기 시작했다.
★ ★ ★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산골짜기 안의 사람들은 혼번을 제작하고 야수들을 죽여 그들의 혼백을 거두기 위해 틈틈이 밖으로 나섰다. 그 사이 십삼 외에도 네 명이 세 번째 단계에 진입하여 혼번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공적만 세우면 다음 단계에 필요한 주문을 얻을 수 있다는 한제의 규칙은 이미 산골짜기 안의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는데 공적을 세우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방법은 요력의 결정을 바치는 것이었고 두 번째 방법은 외부자의 종적을 찾아내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스스로의 힘으로 혼백을 가득 채운 혼번 열 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열 개의 혼번 중 최소한 네 개에는 주요 혼백이 있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구양화만 그 조건을 달성하여 네 번째 단계로 진입하는 주문을 얻은 상태였다. 주요 혼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워, 심지어 십삼조차 일곱 개의 혼번과 두 개의 주요 혼백을 갖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두 번째 주요 혼백은 반년 전 지하 동굴 부족에 쳐들어갔을 때 처리한 장로의 혼백이었다.
이에 더욱 강한 주문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다른 부족을 쳐들어가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래야만 요력의 결정과 주요 혼백을 얻을 수 있고 보통의 혼백도 대량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5천 년에 한 번 씩 외부자가 나타나면 요령의 땅에 피바람이 분다던 구양화의 말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이 산골짜기 안의 조용했던 삶은 이제 침략과 살생의 욕구로 가득한 거친 삶으로 변해 버렸다.
다른 부족을 침략하자는 요구가 갈수록 커지자 반년 만에 새로운 출정이 시작됐다.
이번 출정에는 여자들도 섞여 있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산골짜기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세 개 조로 나뉘어 동시에 세 개의 부족을 공격하기로 했다. 하나의 부족에서 얻을 수 있는 요력의 결정과 주요 혼백은 성에 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요령의 땅 한구석,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한 황폐한 부족에게서부터 강력한 힘이 꿈틀대며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 개의 조 중 두 개는 각각 구양화와 십삼이 이끌었고 나머지 하나는 연혼술 3단계에 이른 자가 몇 명 포함되어 있었다.
보름 뒤, 십삼의 조를 제외한 나머지 두 조는 돌아왔다. 사상자가 있긴 했지만 결과는 풍족했다. 허나 십삼의 조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마음이 무거웠다.
허나 한제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다시 사흘이 지난 이른 아침, 산골짜기 밖 하늘 끄트머리에서 한 줄기 검은 안개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있는 날개 달린 사자가 한 마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자의 몸에 상처는 없었지만 매우 피곤해 보였고 몸에서 발산하는 검은 안개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흐려졌다가 응집되기를 반복했다.
녀석의 등에는 한 사람이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는데 온몸에 핏자국이 가득했으며, 한 줄기 붉은 실이 그의 몸 안팎을 드나들고 있었다. 마치 그 몸에 기생하고 있는 것처럼 기이한 모습이었다.
사자 혼백은 빠르게 산골짜기 안으로 날아들기도 전에 몇몇 사람이 나와 혼번에서 혼백들을 방출해 사자 주요 혼백 안에 섞여들게 했다. 그러자 상태가 조금이나마 나아진 사자 혼백은 이내 산골짜기로 들어섰다. 녀석은 도착하자마자 낑낑거렸고 그 몸은 검은 빛이 되어가는 붕괴 직전이었다.
바로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산골짜기 안에 울려 퍼졌다.
“응결!”
그 한 마디에 검은 빛으로 흩어지려던 사자 혼백이 눈을 번득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 원상태로 회복됐다.
부족원들이 공손히 물러나 낸 길로 한제는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걸어왔다.
사자 주요 혼백은 한제를 보자 억울하다는 듯 끙끙거렸다. 이에 한제는 손을 뻗어 허공을 두드렸고 그러자 사자 주요 혼백은 기쁜 듯 그 손가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가 검은색의 사자 인장이 되어 그의 손가락 안쪽에 찍혔다.
부족원들은 한제가 그 어떤 혼백이든 절대적으로 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한제는 십삼을 내려다보더니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붉은색 실 한 가닥이 몸 안팎을 드나들고 있는 십삼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숨조차 쉬지 않고 있었다.
한제는 쪼그려 앉아 오른손으로 십삼의 가슴을 살짝 두드렸다.
“키야아아!”
날카로운 비명이 십삼의 체내에서 터져 나왔고 손가락이 닿은 곳에서 한 줄기 붉은 실이 튀어나와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무형의 힘 한 줄기가 그의 체내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와 붉은 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마치 철판에 부딪히듯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붉은 실은 그대로 튕겨나갔다.
한제는 재빨리 손을 뻗어 붉은 실을 잡아챘다. 날카로운 비명이 급박하게 울려 퍼지더니, 그 붉은 실은 십삼의 체내에서 완전히 뽑혀 나왔다.
길이가 약 10척에 달하는 붉은 실은 뽑혀 뱀처럼 꿈틀거렸고 그 한쪽 끝은 재빨리 한제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도 가로막히고 말았다.
한제는 더욱 서늘해진 눈으로 붉은 실을 쥔 손에 선력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붉은 실은 곧장 튕겨나갔고 숨 한 번 들이마실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붉은 실이 뽑혀 나온 후로 십삼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왔다. 깨어나지는 않았으나, 목숨을 걱정할 상태는 아니었다.
허나 한제의 표정은 전보다도 더 어두워졌다. 그는 한눈에 십삼이 불구가 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십삼은 연혼술을 수련하면서 3성급에 이를 정도의 요력을 가지게 됐지만 지금은 요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십삼 체내의 모든 경맥은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파괴되었으며, 혼번도 온데간데없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빼앗긴 듯했다.
이토록 잔혹한 상태로 죽이지 않고 십삼을 돌려보낸 의미는 명확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검 모양으로 만든 뒤 십삼의 미간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체내에서 요력의 결정이 진동하며 한 줄기 요력을 뿜어냈고 이 요력은 경맥을 따라 한제의 손가락을 통해 십삼의 이마로 흘러들었다.
십삼은 몸을 부르르 떨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한제를 보고는 일어서려 했지만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이 겪은 일이 떠오른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눈치채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스승님⋯⋯.”
십삼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한제는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큰 부족을 맞닥뜨렸습니다. 빙 둘러 오려 했으나 그들의 공격을 받게 됐지요. 그중 흰 옷을 입은 노인이 제 혼번을 가져가고 제 몸에 이상한 것을 심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혼번을 되찾고 싶다면 스승님이 직접 오라고 전하라 했습니다.”
한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오른손의 두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십삼은 다시 잠이 들었다.
“데리고 가 쉬게 하라.”
한제는 그 말을 남긴 뒤 발을 굴렀고 한 줄기 푸른 연기가 되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산골짜기 밖으로 나간 한제는 마치 번개처럼 질주했다. 그의 두 눈은 서늘하게 번득였다.
부족원들이 다른 부족에게 패하더라도 한제는 돕지 않을 생각이었다.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사윤회의 도를 수련하는 동안 그 사실을 관철했기 때문이다.
허나 십삼은 포로들을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부족의 선제공격을 받은 것이었고 상대는 그의 몸에 이상한 존재를 심었다. 게다가 분명 자신을 겨냥한 말을 전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명백한 도발이었으며 선전포고요, 십삼은 그 서신이었다. 게다가 한제는 그들이 자신을 도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만약 상대가 자신보다 수준이 높다면 돌아가서 십삼을 치료한 뒤 곧장 그 부족에서 떠날 생각이었으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십삼의 상태를 통해 보건데 상대의 수준은 화신기 정도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