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31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속도를 더욱 높여 마치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하늘을 갈랐다.
존혼번
천수 부족은 요령의 땅 서북쪽 평원에 있었다. 사방이 텅 비어 있어 살아가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이곳에는 원고 시대의 진이 존재했다.
진은 매우 강력해 반경 10리 안을 보호했고 요령의 밤에도 안전했다.
요령의 땅에서 한 부족이 살아남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은 보호 진을 찾을 수 있느냐 여부였다. 요령의 땅에 이런 진은 비교적 흔했지만 그 효력이 반경 10리에 이르는 것은 많지 않았다.
보호 범위가 넓을수록 강한 진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머무는 부족이 커나갈 공간도 더욱 넓어졌다.
그 천수 부족 안의 어느 간소한 방에 두 노인이 앉아 있었다. 각각 회색과 하얀 옷을 입고 마주앉은 둘 사이에는 보라색 다기가 한 벌 놓여 있었다.
하얀 옷의 노인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 외부자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것들 중 유독 이 찻잔이 마음에 들더이다.”
회색 옷의 노인도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답했다.
“언제 돌아갑니까?”
하얀 옷의 노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일입니다. 고요성을 오랫동안 떠나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에 가족을 만나러 온 것인데 벌써 한 달을 머물렀군요. 이제 좌익 장군 쪽에 보고도 해야 하니 이만 가봐야지요.”
회색 옷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빼앗은 깃발을 가진 자의 스승이라는 자가 찾아오면 어찌합니까?”
하얀 옷의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어찌할 게 무어 있습니까? 진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 아니오? 하하하!”
회색 옷의 노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이 1성급 요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이한 신통력을 부렸지요. 특히 그들을 이끌던 자는 몇 개의 깃발로 혼백들을 소환하여 공격해왔고요. 그들은 우리를 피해 가려 했으나 귀하가 깃발을 뺏겠다고 그자를 헤친 것 아닙니까? 게다가 그 배후에 있는 자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지요. 지나친 처사였습니다!”
원망하는 듯한 말에 하얀 옷의 노인은 재미있다는 듯 히죽댔다.
“나는 고요성 좌익 장군 휘하의 집사입니다. 야만인 몇 명 죽였다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게다가 그 배후에 있다는 자는 그리 강한 자가 아닐 거요. 강력한 자였다면 그런 작은 부족의 배후가 됐겠소? 그자를 도발한 것은 이 깃발의 진정한 용도를 알기 위해서요. 그자가 오지 않으면 그 청년 몸에 남겨둔 흔적을 따라 직접 찾아갈 생각이지요.”
“그 청년의 머릿속에 있던 주문이 거짓이란 말이오?”
회색 옷의 노인이 물었다.
“거짓은 아니나 완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그 뒤에 이어질 것들이 있을 거요!”
하얀 옷의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음산하게 웃었다.
회색 옷의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내심 부족을 떠나 고요성에서 지위를 얻은 상대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참 뒤, 그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온 대지가 한바탕 진동했다.
콰르릉!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 하얀 옷의 노인은 긴장한 얼굴로 방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 한 사람이 떠 있었다. 그 청년의 옷과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보고 있노라면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청년, 한제의 체내에서는 선력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그가 허공에서 발을 구르자 천지가 진동하는 듯했다.
꽝!
그 한 번의 발놀림에 반경 10리의 대지가 움푹하게 무너져 내렸고 여기저기서 부족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나 대지가 무너져 내리려던 순간, 한 줄기 푸른 파문이 순간 반경 10 리를 덮었고 그와 동시에 대지는 원상태로 복구됐다. 뿐만 아니라 푸른색 파문에서 강한 저항력이 뿜어져 나와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싸늘하게 웃더니 오른손 엄지를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눌렀다. 그 손짓 한 번에 적멸의 기운이 나타나더니 주위를 가득 채웠다. 주위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공간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적멸의 기운과 푸른빛의 파문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 순간, 수많은 파문은 흐르는 강이 거대한 바위에 갈라지듯 한제의 엄지 양옆으로 갈라졌다.
한제는 덤덤한 목소리로 가볍게 외쳤다.
“파괴!”
그 한 마디에 한제의 엄지에서 검은 빛이 번쩍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주위의 파문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여전히 허공에 뜬 채 냉랭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반경 10리 안은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한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제에게 굳이 그들을 죽일 마음은 없었다. 그가 관심을 둔 것은 두 노인뿐이었다.
회색 옷의 노인은 절망감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얀 옷의 노인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음을 직감했다.
하얀 옷의 노인도 간담이 서늘해진 상태였다. 한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 황량한 땅에 어찌 저토록 강한 자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장군 휘하에 있는 장로와 비슷할 정도야! 내가 대적할 수 없는 상대다.’
한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내게 초대장을 보낸 자가 누구냐?”
그의 목소리는 덤덤했으나 마치 천둥처럼 강한 힘을 품은 채 반경 10리 안에 울려 퍼졌다. 회색 옷의 노인은 그 기세에 얼굴이 피를 뿜어내며 창백해진 채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
반면 하얀 옷의 노인은 가까스로 버티고 서 있긴 했지만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상태였다. 이를 악문 그가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넌 누구냐? 난 고요성 좌익 장군 휘하 집사다!”
한제의 냉랭한 눈빛이 노인에게 닿았다.
“네놈에게서 혼번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하얀 옷의 노인은 순간 심장이 저 아래로 쿵 떨어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외쳤다.
“그래, 내가 그 깃발들을 빼앗았다! 할 수 있다면 어디 이 진을 뚫고 들어와 봐라!”
한제는 차게 웃었다.
“초대인가? 그렇다면 응해야겠지.”
한제는 조용히 저물대를 문질렀고 그러자 검은 번개가 번쩍이더니 거대한 도끼가 나타났다.
콰르릉!
그 순간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많은 번개 공이 조용히 떠올라 주위를 맴돌았다.
그때, 회색 옷의 노인이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외… 외부자다!”
한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도끼를 쥐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휘둘렀다. 그러자 1백 척 길이의 섬광 한 줄기와 여러 개의 번개 공이 곧장 하늘을 가르며 진 위로 떨어져 내렸다.
쾅!
한제는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진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하얀 옷의 노인은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탐욕이 이토록 엄청난 상대를 끌어들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상대는 하나같이 엄청난 신통력을 가진 외부자였고 그들에게는 자비란 없었다.
허나 도끼의 섬광이 떨어져 내릴 때마다 반경 10리 안의 지면에서 푸른 빛이 일어나 공격을 막아냈다. 심지어 도끼의 섬광이 가진 힘을 흡수하여 방어에 사용하기까지 하면서, 이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잔뜩 긴장했던 하얀 옷의 노인은 마침내 한시름 내려놓았고 심지어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무렵, 회색 옷의 노인도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그가 보기에 상대는 이 진을 파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상상보다 강력한 진의 위력에 한제는 다소 놀랐으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눈을 번득이며 진을 살폈다.
‘짧은 시간에 파괴하기는 힘들겠군. 금제를 이용하려 해도 오랜 시간 연구해야 할 거야.’
한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하얀 옷의 노인은 하하 웃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네가 얼마나 강한 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진은 결코 깰 수 없다! 그러니 부끄러운 행태는 그만 보이고 지금 썩 물러가라!”
노인의 비웃음에도 한제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방금 전에는 내게 들어오라 하지 않았던가?”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도끼를 내던졌다. 이번에 그의 목표는 진이 아니라 진에 둘러싸인 반경 10리 범위의 가장자리였다.
콰르릉!
진의 보호를 받고 있지 않은 가장자리에 도끼가 떨어지자 그곳은 마치 두부처럼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지면에는 깊은 고랑이 생겨났다.
한제는 손을 들어 지면 쪽을 가리키면서 둥근 원을 하나 허공에 그려냈다.
이번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콰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끼는 한제의 통제에 따라 땅 속에 박힌 채 그곳에서 미친 듯이 움직였고 눈 깜짝할 사이 진으로 뒤덮인 범위를 빙 둘러가며 하나의 커다란 원을 그렸다.
하얀 옷의 노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멀거니 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체 상대가 뭘 하고 있는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일어나라!”
그 외침에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뒤덮인 듯 진으로 보호되고 있던 반경 10리 범위가 곧장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일어나!”
한제는 다시 외치며 정맥이 울툭불툭 튀어나온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콰르릉!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소리에는 전에 없이 강력한 기세가 깃들어 있었다. 이어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진으로 뒤덮여 있던 범위는 마치 무형의 손에 쥐어진 듯 지면으로부터 뽑혀 그대로 수백 척 높이까지 떠올랐다. 도끼로 반경 10리 범위의 땅 아래를 완벽하게 파낸 후, 대지와 분리된 땅을 신통력으로 들어 올린 것이다.
이 땅의 부족원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회색 옷의 노인 또한 다리가 풀린 듯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이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