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33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있다 보니 산골짜기는 너무 좁았다. 이에 한제는 직접 새로운 진을 하나 배치했다. 금제를 기반으로 한 진은 산골짜기를 보호하던 진과 반경 10리를 뒤덮은 보호 진과 함께 합쳐졌다.
이 진이 보호하는 땅의 범위는 반경 20리에 달했다. 덕분에 이제 더 이상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새로이 만들어진 부족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구양화는 한제에게 부족의 이름에 대해 여러 번 물었고 한제는 연혼(煉魂)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반경 20리에 달하는 연혼 부족은 이전의 산골짜기를 중심으로 했다. 또한 산골짜기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밖으로 이주했고 한제 외에는 누구도 그의 허락 없이 산골짜기에 출입할 수 없었다.
이 산골짜기는 연혼 부족의 정신과 권력을 상징하는 장소였고 한제는 모든 부족원들이 숭상하고 공경하는 존재였다.
이후로도 한제의 규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음 단계의 주문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었다.
온 연혼 부족 사람들은 모든 시간을 수련하는 데 들였다. 순찰 임무를 맡은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각자의 집에서 수련하기에 바빴다. 연혼 부족은 이미 요령의 땅에 존재하는 어떤 부족들과도 다른, 일종의 새로운 수련 문파라 할 수 있었다.
한제는 오랫동안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산골짜기 안에 홀로 머물렀다. 그의 신통력에 의해 이전까지 산골짜기 안에 존재했던 모든 집과 건물들은 사라졌고 이제는 선계처럼 꽃이 만개하고 새가 지저귀는 공간으로 변한 상태였다.
이 아름다운 환경에 한제는 직접 나무집 하나를 지었다. 무척 간결한 집이었지만 그 간결함 속에는 큰 뜻이 담겨 있었다. 나무집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토막 하나하나의 크기는 서로 달라도 그 무게만큼은 일정했다.
이 나무집은 한제가 머무는 공간으로 그는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조용히 호흡했다. 그가 호흡하고 있는 것은 선력이 아니라 요력이었다.
★ ★ ★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요령의 땅도 겨울은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하얀 눈꽃이 하늘에서 내려 눈 닿는 곳마다 은빛 이불을 덮은 듯했다.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고는 나무집 밖으로 나갔다. 그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 속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한참 뒤에야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2년이 됐군.”
요령의 땅에 들어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참이었다. 겨울만 지나면 꼭 2년을 채우게 된다.
손을 들자 눈꽃 하나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눈은 녹았고 그와 동시에 한 줄기의 경미한 요력이 손바닥을 타고 체내로 진입했다.
“요령의 땅에서는 모든 것이 요력을 품고 있지.”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천천히 내린 눈이 점점 쌓였고 몇 시진 뒤 그는 눈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꼼짝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눈 속의 요력을 호흡했다. 지난 2년 동안 요력의 결정은 5갑에서 어느덧 34갑으로 늘어 있었다.
허나 갈수록 요력을 늘리기가 힘들어졌다. 3갑의 요력은 축기에 해당했고 그 열 배에 해당하는 지금의 요력은 결단기 수준에 상당했다. 요력이 지금의 열 배는 더 되어야 결단기 위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확대
한제가 요력을 응결하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요력이 선력과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요력을 늘려가는 것은 선력을 늘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영변기 후기에 이를 생각이었다. 현재 그가 가진 선옥은 1백 년 전 저장해둔 그대로였지만 문정기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선옥의 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수준을 높일 또 다른 지름길을 찾아야했고 요력을 모아 그것을 선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그가 생각한 지름길 중 하나였다. 즉, 그의 입장에서 요력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선옥이었다.
이 방법은 다른 사람도 생각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지금 누가 가장 많은 요력을 모았는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한편, 2년 동안 연혼 부족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다음 단계의 구결을 받은 이가 점점 많아졌다. 심지어 밖으로 나가 외부에서 수련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졌고 거의 매달 다른 부족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한 차례의 공격을 마치고 나면 대량의 포로와 동시에 요력의 결정도 얻을 수 있었다.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외부 사람들의 침입을 막는 진은 요령의 밤을 견뎌내기 위한 것일 뿐, 다른 부족 사람들의 침입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어느덧 연혼 부족의 인구는 점점 많아져 반경 20리도 더 이상 충분치 않았다.
이에 한제는 사흘 동안 연구한 끝에 진의 범위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반경 40리의 땅을 갖게 된 연혼 부족은 근방 수만 리 안에서 가장 강한 부족 중 하나로 거듭났다.
연혼술을 익히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다.
한제는 혼백이 여러 차례 제련을 거쳐야만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련 방법을 부족원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존혼번을 제련하여 신통술을 발휘했다. 존혼번은 검은 안개가 되어 반경 40리의 하늘을 뒤덮었다.
검은 안개의 등장에 연혼 부족 사람들은 깜짝 놀라 집에서 나왔고 몇몇은 혼번으로 자신을 감쌌다. 검은 안개 안으로 들어가 살피기 위해서였다.
“혼백을 방출하여 검은 안개에 진입시켜라. 매일 일정한 횟수로 반복하면 혼백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한제의 목소리가 산골짜기 안에서 조용히 흘러나와 반경 40리까지 퍼져 나갔다.
그 순간, 모든 부족원이 한제가 머물고 있는 산골짜기 안쪽을 향해 꿇어앉았다. 그들에게 한제는 사실상 신과 같은 존재였다.
검은 안개는 온종일 하늘에 떠 있었고 그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마수들의 혼백이 우우 하는 소리를 냈다.
연혼 부족 사람들은 매일 자신의 혼백을 검은 안개로 들여보내는 일에 습관이 되어갔다. 또한, 검은 안개는 곧 연혼 부족의 독특한 상징이 됐다.
연혼 부족의 구성원 모두가 연혼술을 수련하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근본적으로 수련을 할 수가 없어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하며 부족원들의 식량을 책임졌다.
십삼 역시 그중 하나였다.
요력을 잃은 후 그는 벙어리라도 된 듯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는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마치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깊은 밤만 되면 그는 몇 번이고 호흡을 시도했다. 그럴 때에만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부족원 중 네 번째 단계에 진입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힘들어했다. 혼번을 열 개 이상 만든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십삼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했고 구양화의 지시에 따라 부족의 최강자로 성장해나갔다.
이 모든 상황이 그의 마음을 후벼 팠다.
이제 그는 사냥을 나갈 때에도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곁에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는 벌써 죽어도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그를 보살피는 동료 중에는 십삼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변해가는 십삼의 모습에 마음 아파했다.
어느 날, 한제는 산골짜기 안에서 손에 든 나무토막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검은 나무토막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나무토막은 한 연혼족이 다른 부족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 부족 사람들이 절을 올리던 곳에 있었다고 했다.
그것을 살피던 한제는 돌연 고개를 돌려 산골짜기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산골짜기 밖에서 구양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조 어르신을 뵙고자 합니다!”
이 ‘선조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다른 부족원들에게도 퍼져 나갔지만 한제는 이를 묵인했다.
“들어와!”
한제는 손에 든 나무토막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양화의 품에는 한 사람이 안겨 있었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창백한 사람이었다.
빠르게 달려온 구양화는 바닥에 꿇어앉아 품에 안은 사람을 한쪽에 내려놓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조 어르신, 십삼이 사냥을 하다가 요화(妖化)된 어느 야수를 맞닥뜨렸답니다. 그 사실을 감지하고 곧장 달려가 봤지만 이미⋯⋯.”
이 땅의 생명들은 체내에 요력이 쌓이다 보면 요화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힘은 몇 배나 강해졌다.
한제는 나무토막을 곁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십삼을 바라보았다.
십삼은 1년 전보다 훨씬 늙어 심지어 노인처럼 보일 정도였다.
“넌 물러가거라!”
한제가 말했다.
구양화는 공손히 예를 갖춘 뒤 물러났다.
산골짜기 밖으로 나온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산골짜기 안을 바라보았다.
‘십삼, 행운을 빈다.’
한제가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십삼의 몸이 날아올라 그의 앞으로 날아왔다. 한제는 두 손가락을 십삼의 미간에 얹고 그의 체내로 요력을 빠르게 불어넣었다.
“허?”
한제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1년 전, 그는 십삼의 경맥이 마디마디 끊어져서 더 이상 요력을 호흡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 다시 살핀 십삼의 몸에는 아주 기이한 변화가 있었다. 경맥은 여전히 끊어져 있었고 심지어 대부분 오그라들어 있었지만 그의 체내에는 어찌된 일인지 꽤 많은 양의 요력이 축적되어 있었다.
그 요력들은 경맥이 아니라 살과 피, 뼈에 들어 있었는데 만약 이런 상태가 오랜 시간 유지된다면 십삼은 신체를 단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듯했다. 허나 신체 단련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많은 요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상하군. 어째서 2성급에 가까울 정도로 요력을 갖게 된 거지?”
3성은 1갑에 상당했고 3갑은 축기기 수련자의 수준에 상당했다.
한제는 손을 들어 올린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한참 뒤 그의 두 눈에서 한 덩어리의 어스름한 빛이 폭발하듯 쏘아져 나왔고 그의 원신이 정수리를 통해 나왔다. 곧장 한 줄기 보라색 빛이 된 한제의 원신은 십삼의 미간을 뚫고 들어갔다.
한제의 원신은 십삼의 머릿속에서 지난 1년 동안 십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살필 수 있었다. 십삼은 그 1년 동안 일반인으로서는 견딜 수 없을 고통을 매일 느껴왔다. 온몸의 경맥이 마디마디 끊어져 더는 요력을 저장할 수 없게 된 고통, 요력을 흡수하기 힘들어진 고통, 그리고 피와 살에서 느껴지는, 작은 벌레들이 온몸을 뒤덮고 살점을 뜯어먹는 듯한 고통까지…
이러한 고통들을 1년 넘게 매일 이어졌다.
십삼은 강해지고 싶어 했고 한제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향하기를 원했다.
한제는 원신을 거두었다. 그는 감동에 젖은 듯한 눈으로 십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십삼의 의지에 호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십삼이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고신결뿐이었으나, 그것은 남에게 쉽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참 고민하던 한제는 오른손을 십삼의 가슴팍에 얹고 요력을 불어넣었다. 십삼의 몸이 살짝 떨렸고 입이 조금 벌어졌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단약 하나를 꺼내 십삼의 입에 집어넣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했다.
십삼의 몸도 천천히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땅에 뉘어졌다.
…
십삼이 몸을 살짝 떨더니 격렬하게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한 움큼의 시커먼 피를 울컥 토해냈고 그 순간,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산골짜기 깊은 곳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 십삼은 얼른 몸을 돌려 뒤에 있던 한제를 보고는 감격하여 그 자리에 꿇어앉았다.
“선조 어르신을 뵙습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십삼을 힐긋 보다가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체내의 요력은 어찌된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