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37
‘신념의 신통함이라… 내가 사용한 법술은 그저 표면만 있을 뿐 신념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한제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바라보다가 돌연 그것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 순간, 온 세상은 검은 안개에 뒤덮인 듯 어두워졌다. 또한 마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한제 체내의 선력은 그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조용히 마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제의 외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자라나 무릎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고 미간에서는 여섯 갈래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마문(魔紋)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그는 어느덧 피에 굶주린 자처럼 보였다.
한제 주위의 마기가 순간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이내 한제를 중심으로 1백 척 안은 마기로 가득 찼다.
어느 정도 짙어진 마기는 녹색 불꽃이 되어서 원형으로 지면에 뿌려졌다.
몸 안팎이 마기로 가득 채워진 한제는 순간 고개를 번쩍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포악하고 거칠며, 미친 듯한 살기로 가득 찬 휘파람 소리였다.
그 순간, 반쯤 남아 있는 살육의 문양이 미친 듯 자라나더니 하나의 완전한 생의 낙인이 되어 순식간에 한제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한제는 궁전 위의 좌익 요장을 향해 차분히 한 걸음씩 내딛었다.
“흥미롭구나! 나의 공격을 받는 와중 깨달음을 얻은 자는 네가 처음이다. 자 어디 다섯 번째 위력도 막아낼 수 있는지 보자!”
좌익 요장은 밝은 눈빛을 번득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장의 목소리가 떨어진 순간, 허공에서 다섯 번째 위력이 엄습해왔다. 그러자 반경 1만 척 안에서는 천둥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요성 안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소리였다.
한제는 다섯 번째 위력이 사방에서 끓어오르듯 달려들던 순간 오른손 검지를 들어 매섭게 앞으로 뻗었다. 그의 전신에서 마기가 튀어나와 손가락에 응집되더니 순간 한 줄기 마염(魔焰)이 됐다.
“화마지.”
이는 한제가 처음으로 사용하는 진정한 위력의 화마지였다.
손가락 끝에 나타난 마염은 순간적으로 끝없이 확대됐고 그의 사방에 마염으로 이루어진 불바다가 만들어졌다.
다섯 번째 위력은 마염 앞에서 움찔 멈추었고 한제는 손가락을 휘둘러 이를 완전히 뚫고 나왔다. 그러더니 두 발을 굴러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제 그와 요장 사이에 남은 거리는 이제 1백 척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곧바로 여섯 번째 위력이 나타났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닌 여섯 번째 위력이 나타나자 한제와 요장 사이의 공간이 무너져 내리면서 군데군데 균열이 나타났다.
한제는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두 눈에 담긴 살육의 빛은 전보다 더욱 짙어진 상태였다. 그는 검지를 거두지 않은 채 몸을 앞으로 날렸다. 동시에 여섯 번째 위력이 빛의 원처럼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 한제를 덮쳐왔다.
허나 한제는 침착하게 그 여섯 번째 위력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가볍게 외쳤다.
“화마!”
화르륵!
한제의 검지에서 곧장 짙은 검은색의 빛이 발산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팔을 타고 올라 전신을 뒤덮었다. 그러더니 여섯 번째 위력이 담긴 그 형태 없는 빛에 닿았을 때, 한제의 온몸은 마치 그림자처럼 끝없는 검은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한제는 앞으로 한 발 내딛으며 그대로 여섯 번째 위력을 관통했고 그러자 여섯 번째 위력은 곧장 무너져 내렸다.
좌익 요장은 밝은 눈빛을 격렬하게 번득이며 크게 외쳤다.
“크하하! 훌륭하다! 내가 너를 얕잡아봤구나. 이제 네 개가 남았다!”
“요장께서 쏘아 보낸 열 개의 위력에 단순히 수준만으로 상대해서는 이길 수 없지요. 중요한 것은 수준이 아니라 신념이었습니다! 저는 그 위력을 파괴하기 위해 화마지에 신념을 담았습니다. 이 화마지는 이제 신통력을 부여받은 영혼과 같아졌지요. 이제 이 싸움은 수준이 아니라 신념의 싸움이 됐습니다!”
한제는 덤덤하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서 일곱 번째 위력으로 달려들었다.
“비켜!”
그 한 마디에 일곱 번째 위력은 곧장 형태를 잃고 무너져 내렸다. 그는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이었지만 그 한 마디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이 거대한 신념이 들어 있었다.
그 신념은 살육도 아니고 필승도 아닌, 마념(魔念)이었다!
주어진 수명을 어기고 도법을 파괴하고 멋대로 구는 것이 곧 마(魔)였다. 그러니 마념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그 무렵, 좌익 요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한제가 세 번째 위력에 저항했을 때까지 상대에게는 별 관심도 없었다. 허나 네 번째 위력을 파괴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더구나 이 네 번째 위력을 뚫고 나온 이후 한제가 깨달음을 얻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깨달음을 얻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섯 번째 위력을 막아내는 정도에서 그치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한제가 일곱 번째 위력마저 무력화시킨 지금, 그는 더 이상 침착할 수가 없었다. 한제를 얕잡아본 것은 큰 실수였다. 지난 수천 년간 그를 이토록 감명시킨 사람은 한제가 처음이었다.
머리가 흩날리는 한제의 모습은 마치 마신 같았다.
그가 냉랭한 얼굴로 일곱 번째 위력을 파괴했을 때, 그와 요장 사이의 거리는 50척밖에 되지 않았다.
좌익 요장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이때, 여덟 번째 위력이 허공에서 나타나더니 거대한 홍수처럼 한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마기로 전신이 휩싸인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그 여덟 번째 위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몸과 여덟 번째 위력이 닿은 순간, 한제의 몸을 뒤덮은 마염(魔焰)이 마기로 변하며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솟아올랐다.
한데 여덟 번째 위력이 채 무너져 내리기도 전에 아홉 번째 위력이 돌연 나타났다.
‘좋지 않군.’
한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념을 가지게 된 상태라고는 해도 그의 도심에는 흔들림에 없었고 마념의 영향도 전혀 받지 않았으나,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었다. 마도에 몸을 담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한제는 잘 알고 있었다.
총령
여덟 번째 위력과 아홉 번째 위력이 동시에 달려들었을 때, 한제는 결정을 내렸다.
요장과의 거리는 30척 밖에 되지 않았다. 한제는 물러나지 않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번개처럼 움직여 그 자리에서 사라진 한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로부터 1만 척 떨어진 곳이었다.
좌익 요장은 흠칫 놀란 얼굴로 눈을 번득이며 크게 웃었다.
“밀고 들어올 때를 알더니, 뒤로 물러나야 할 때도 아는구나! 좋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허공에서 콰르릉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열 개의 위력은 곧장 흩어져 사라졌고 모든 것은 원상태로 회복됐다.
“나의 위력 열 개를 모두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 실력이라면 총통의 자리에 앉기는 충분하겠다. 이 좌익 요장 운려해는 너를 1만 요병을 통솔하는 고요성의 총통으로 임명한다!”
좌익 요장이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움켜쥐자 그의 손에 청동색 영패가 나타났다. 요장은 그것을 한제에게 던졌다.
한제는 평온한 얼굴로 그 영패를 받아 든 뒤 포권을 했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일단 성으로 들어가 쉬도록 해라. 7일 뒤, 너를 안내할 사람이 찾아갈 것이다!”
운려해는 감탄한 듯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더니 몸을 훌쩍 날려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때, 요석설이 다가와 뭔가 말하려 했지만 한제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몸을 돌려 먼 곳으로 떠나갔다.
요석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코웃음을 치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한제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먼 곳까지 나아갔다. 그의 마념은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가 향한 곳은 고요성의 정중앙이었다.
…
반 시진 뒤, 한제의 눈앞에 시끌벅적한 시가지와 누각들이 나타났다.
한제는 어느 객잔에 방을 잡고는 가부좌를 튼 채 조용히 호흡하며 나흘 밤낮을 보냈다. 신식을 통해 한제의 부름을 받은 십삼과 후포는 하루 전부터 한제의 옆방에 머물렀다.
한제의 머리카락은 점점 짧아져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됐다.
마념을 깨친 뒤에는 발휘할 수 있는 신통력이 배가되어 강력해지지만 부작용 역시 매우 컸다.
한제의 도는 마도가 아니었다. 때문에 마념을 깨쳐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은 본디 한제의 도심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그의 도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자칫하면 자신이 완전히 마도 수련자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도심이 부적합한 관계로 심신도 마념에 영향을 받아 정신과 지능을 완전히 잃은 마혼이 될 수도 있다.
한제는 절대 그런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 마념을 깨친 상태로 싸웠을 때 그는 줄곧 그 상태가 유지된 시간을 계산했다. 마념을 깨친 상태의 위력을 발휘하면서도 굳건한 도심을 유지하려면 유지 시간을 잘 알아야만 했다.
여덟 번째 위력과 아홉 번째 위력이 동시에 달려들었을 때 과감하게 물러난 것 역시 그 두 위력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칫 도심이 마념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제가 마념을 깨달은 입마(入魔) 상태가 된 것은 신념을 알아차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직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실력을 검증했으니 그쯤에서 물러나더라도 좌익 요장이 자신에게 장로 자리를 맡기지는 않을 것임을 확신하기도 했다.
만약 자신의 예측이 틀려 끝내 장로 자리를 맡기려 한다면 한제는 과감히 고요성을 떠날 생각이었다. 황량한 땅에 있는 연혼 부족을 발전시켜 언젠가 고요성을 정복하는 게 나을 것이었다.
객잔에서 나흘 밤낮을 머무르던 한제는 마침내 체내의 마념을 완벽하게 압축해 체내에 봉인했다. 마념을 몰아낼 수는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잘만 쓴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닷새째 되는 날, 한제는 객잔 밖으로 나갔다. 십삼과 후포는 얼른 따라붙었다.
고요성 시가지에서 한제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곳의 모든 것은 수련계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달랐다. 건물의 모양이나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이 동해 요령의 땅은 또 다른 세상이구나. 너무나도 기묘해. 대체 어떻게 형성된 곳인지 알 수가 없군. 설마 정말 전설처럼 선계가 부서지기 전, 어느 강력한 선제(仙帝)의 별채로 만들어둔 곳인 걸까?’
허나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선제의 수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터였다. 그저 별채로 이렇게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놓다니 말이다.
‘만약 소문대로라면 그 선제는 자신의 별채에 왜 이렇게 많은 원주민을 둔 것일까?’
한제는 시가지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순간, 한제의 표정이 변했다.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에서 울타리를 친 땅에 가축들을 기르던 이웃들이 생각 난 것이다.
한제는 눈앞의 세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마치 울타리 친 땅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렇다면 이곳의 원주민들은 가축인 것일까?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쓰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여겼지만 그 생각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한제 뒤에 붙어 따라오는 십삼의 표정은 싸늘했고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주위를 살폈다. 의심스러운 자가 있다면 곧장 공격이라도 할 태세였다.
반면 후포는 즐거운 듯 곳곳에 즐비한 누각들과 좌판 등을 구경했다.
두 시진 정도 돌아다니던 한제는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술집 하나를 보게 됐다.
수련의 길에 오른 이래 일반인들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욕구를 잃은 지 오래였다. 벽곡의 단계에 이른 뒤부터는 하루 종일 호흡만 해도 식욕뿐만 아니라 성욕까지 충족시킬 수 있었다.
술집 밖에는 거대한 술동이가 하나 있었다. 너비가 30척에 높이는 20척이었고 사방에는 몇 개의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술집 점원들은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국자로 술동이 안의 술을 퍼 담았다.
그 술동이를 본 한제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술집 이름을 살폈다.
죽청루(竹青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