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48
“네가 지금의 위기를 넘긴다면 아까 그 사내와 너는 이 안으로 들어갈 자격을 얻을 것이다.”
요석설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체내의 선력을 이용해 금빛에 대항했다. 허나 그녀는 그 상황에 온전히 몸과 마음을 집중하느라 서늘한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가 체내의 선력으로 금빛에 대항하고 있는 이 중요한 순간, 한 줄기 잔영이 빠른 속도로 대(臺) 아래쪽 우주에서 유성처럼 날아들었다.
밀짚모자를 쓴 그 잔영은 번개처럼 빠르게 대(臺) 위에 이르렀다. 동시에 인영은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어 요석설의 저물대를 낚아챘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미간을 눌렀다.
순간 요석설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상대의 손가락이 자신의 미간을 누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파멸적인 힘이 미간을 타고 그녀의 체내로 흘러들더니 파죽지세로 경맥을 타고 흘러들어 닿는 곳마다 경맥을 가닥가닥 끊어버렸다. 동시에 그녀 체내의 선력 또한 그 파멸적인 힘에 의해 곧장 흩어졌다. 여기에 금빛의 위력까지 더해지자 요석설은 또 한 차례 피를 토해냈다.
30척 정도 밀려난 요석설이 바닥에 쓰러졌을 때, 한 줄기 회색 기운이 미간에서 번쩍이며 생의 낙인으로 그녀의 전신을 뒤덮었다.
요석설의 입에서는 피와 함께 원한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이한제!”
잔영에서 밀짚모자를 벗은 한제의 모습이 나타났다.
요석설의 눈에는 분노와 원한, 경악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한제가 죽지는 않았더라도 엄청난 중상을 입었을 것이라 여겼다. 게다가 신식으로도 그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살아 있더라도 이곳에 나타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요석설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였다. 이곳이 목적지임을 확인하고 세운 계획이었다.
다시 마기를 발산하는 위험을 무릅쓴 것은 전력을 다한 것처럼 보여 요석설을 완전히 방심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어서 금빛이 체내로 뚫고 들어오려는 순간, 일전에 체내에 응집시켰던 선력의 결정을 파괴했다.
선력의 결정이 깨지면서 대량의 선력이 용솟음쳤다. 보통 그렇게 많은 선력이 용솟음치면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통해 선력이 체내의 경맥을 해치지 않도록 안정시켜야 한다. 허나 체내에 들어온 금색 빛과 그 짙은 선력을 상쇄시킴으로써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은 것이다.
이후로는 계획대로 운작의 밀짚모자를 쓰고 몰래 대(臺) 위로 돌아왔다.
밀짚모자에는 문정기 중기 수준인 운작이 만들어낸 대량의 금제가 포함되어 있으니 요석설이 신식으로 훑는다 해도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이다.
“요 도우, 또 만났군.”
한제는 요석설의 저물대를 쥔 채 두 눈으로는 돌문 앞의 남자를 살피며 말했다.
“이 비겁한 자식!”
요석설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한제는 빙그레 웃었다. 그를 욕한 사람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승자는 선이 되고 패자는 악이 되는 것이 수련계의 법칙이었다.
“내게 가짜 약을 주고 또 나를 속여 이 위험한 곳에 끌고 들어오기까지 한 요 도우가 내게 비겁하다니 재미있군.”
“아버지가 이 일을 아시게 되면 너는 죽는다. 네가 천운자의 제자라 해도 소용없어! 게다가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혈혼단을 복용했다.”
요석설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내가 어떻게 혈혼단으로 부활할 수 있는 도우를 죽일 수 있겠나. 허나 혈혼단은 육신이 죽어야 효과를 발휘하지. 나는 신통력으로 도우의 온몸을 봉인했고 도우 체내에는 남은 선력이 없어. 어디 죽을 수 있다면 죽어보시게.”
한제는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소름끼치도록 음산했다.
요석설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녀의 전신에는 전혀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한제의 말대로 선력도 없었고 경맥도 마디마디 끊겼다. 그녀는 지금 죽기 직전의 상태였으나, 미간으로부터 확산된 생의 낙인에 의해 말하자면 삶과 죽음의 딱 중간에 놓인 셈이었다.
“난 너를 봉인해둔 채 수천 년 동안 고립시켜둘 수 있어. 삶과 죽음 사이를 끊임없이 배회하면서도 죽을 수는 없겠지. 혀를 깨물어 자진하려고 해도 미간에 찍힌 생의 낙인 때문에 그럴 수 없을 거야. 자 이 상태에서 혈혼단의 효력을 어떻게 발휘한다는 거지?”
한제는 덤덤하게, 그러나 요석설에게는 끔찍하게 들릴 법한 목소리로 내뱉더니 성큼성큼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요석설이 가지고 있던 세 개의 저물대를 거머쥐었다.
요석설은 한층 더 짙은 살기를 담아 한제를 노려보았다.
“거래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네만…”
요석설은 한제만 노려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도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봉인해둘 생각이지만 이 요령의 땅에서는 5백 년의 기한이 있어. 내 질문에 답을 해준다면 50년을 제해주지. 어떤가?”
요석설은 한참 동안 한제를 노려보다가 냉랭하게 말했다.
“네 말을 어떻게 믿지?”
한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나야 도우가 응하지 않아도 상관없지.”
말을 마친 한제는 웃음을 뚝 그치더니 요석설을 내려다보았다.
“지금부터 질문을 몇 개 하겠어. 거짓말을 해도 좋아. 허나 거짓임이 밝혀진다면 봉인을 풀어주지 않는다 해도 날 원망하지는 마. 자 첫 번째 질문이야. 왜 그토록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지?”
요석설은 미간을 찌푸리며 돌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들어가고 싶었을 뿐, 이유는 없었어!”
“원하던 대답이 아니군. 네가 자초한 일이니 원망하지 마라.”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여러 갈래의 금제를 만들어냈다. 금제는 땅에 떨어져 둥그런 원을 그렸고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금제의 원은 검은 빛을 번득였다.
작업을 마친 한제는 요석설을 끌어다 그 금제의 원에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가볍게 외쳤다.
“봉인!”
그의 한 마디에 금제의 원은 곧장 축소되더니 하나의 구슬이 되었다.
한제는 그 구슬을 저물대에 챙겨 넣더니 몸을 돌려 돌문 아래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제게도 들어갈 자격이 있습니까?”
중년 남자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이 함께 세 번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당연히 둘 다 들어갈 자격이 있다. 허나 이 안의 모든 것은 주인님이 떠나시기 전에 봉인해 두었으니 이를 풀지 못한다면 들어가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이곳은 누구의 별채입니까?”
한제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주인님의 별채다.”
“주인님이 누구죠?”
“주인님이 주인님이지 누구겠느냐!”
한제는 잠시 중년 사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전의 11개 대(臺)에 있던 금색 문양들은 뭡니까?”
“보호막이다. 허나 주인님께서 봉인하신 뒤로는 통제와 신통력을 모두 잃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너희 둘은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제는 다시 물었다.
“마약 다른 누군가가 선배님의 세 차례 공격을 막아낸다면 그자도 들여보내실 겁니까?”
“네가 저 안에 들어가 봉인을 풀어낸다면 저 별채의 권한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별채는 자동으로 닫히고 네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혹시 저보다 전에 이 안에 들어갔던 자가 있습니까?”
한제의 물음에 남자는 단조롭기까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있었다. 허나 모두 죽었다.”
“저는 어떻게 이곳에서 떠날 수 있습니까?”
“봉인을 풀면 된다.”
한제는 질문을 멈췄다. 이제 더 묻는다 해도 알아낼 만한 게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돌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으로는 일반인 세상의 황궁과 같은 각종 누각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가 서 있는 곳은 그 황궁 같은 건물의 대문이었다.
옅은 선력이 사방에서 퍼져 나왔다. 한제는 그것을 깊게 들이마시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 순간, 한제의 표정이 변하더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땅에는 푸른 돌이 깔려 있었다. 쪼그려 앉아 바닥을 만져보던 한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서… 선옥⋯⋯.”
한제는 신식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사방의 거의 모든 곳에서 금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신식을 거두었다.
“모든 건물이 선옥으로 이루어져 있군.”
한제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허나 안타깝게도 강력한 금제로 봉인되어 있군.”
한제는 선옥으로 이루어진 길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1천 척 앞에는 거대한 단로가 하나 있었는데 뚜껑의 팔뚝만 한 구멍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라 천천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수천 척 앞으로는 3층짜리 누각이 있었다.
한제는 단로 옆에 서서 구멍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바닥에는 약간의 물이 있었는데 하얀 연기는 그 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 단로 안에는 단약이 있었겠지. 나보다 앞서 들어온 자가 가져간 모양이군. 금제가 파괴된 것을 보면 틀림없겠지.”
한제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찬 후, 단로를 지나 누각 앞에 이르렀다. 누각도 봉인이 되어 있었는데 심지어는 각 계단마다 하나씩 봉인이 걸려 있었다.
“이건 완전한 봉인이로군. 일단 금제를 건드리면 즉시 누각 안팎의 모든 것이 금제가 되겠지. 상고 시대의 금제 중에도 매우 드문 수법인데… 선계의 방법에 의한 금제, 즉 선금(仙禁)이로군.”
한제는 이전에 본 서적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모든 곳에 선금이 걸려 있군. 정말 어느 선인이 만들어둔 곳일까?”
누각에 걸린 봉인은 일찍이 다른 사람 손에 파괴된 상태였지만 한제는 신중하게 한참을 살핀 뒤에야 내디뎠다.
정자(亭子)
누각의 3층까지 자세히 살피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한제는 이 누각의 금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다.
누각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탁자와 의자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만약 바닥에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한제는 탁자와 의자를 누군가가 가져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터였다.
“선인의 별채에 있던 탁자와 의자라면 결코 범상치 않은 것들이었겠지.”
누각 안의 금제도 다른 사람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는데 한 사람이 파괴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수법으로 파괴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