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51
“누구든 이 전송진을 통해 들어왔다가는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한제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신식으로 나침반을 훑었다. 순간 나침반 안의 진이 활성화되면서 붉은 빛이 튀어나와 한제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후, 붉은 빛과 함께 한제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고산에서 붉은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눈부신 햇살 너머 1천 리 밖의 고요성을 바라보았다. 떠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훌쩍 날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영에 도착했다.
한데 그 순간, 군영에서부터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멈춰라!”
군영 안에서 살기 짙은 호령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한 줄기 검은 빛이 1백 리 정도 되는 군영 외벽에서부터 퍼져 검은 안개가 되어 방어막을 형성했다.
군영 안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요병이 일제히 군영 중앙에 도열했고 선두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가 뒷짐을 지고 서서 냉랭한 눈으로 군영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사내 곁에 사마염이 서 있었는데 표정이나 공손한 자세로 보아 그 사내에게 상당한 경외심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들 뒤로 선 세 총령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빠른 속도로 다가갔고 검은 안개 보호막 근처에 이르자 차게 코웃음을 치며 선력을 외부로 발출했다. 그러자 검은 안개는 그대로 녹아내려 길이 생겨났다. 한제는 여유롭게 그 길을 통해 군영으로 들어섰다.
“군영에 난입한 자는 죽어 마땅하지.”
선두의 사내는 냉랭하게 내뱉으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총령이 몸을 날렸다.
쉬익!
그들은 세 개의 검은 빛이 되어 달려들었다. 그 무렵, 한제를 알아본 사마염은 흠칫했으나, 그 또한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달려왔다.
네 사람의 요력이 들끓었고 그들 뒤에는 요력으로 만들어진 마수의 허상이 하나씩 떠올라 기세를 더욱 드높이고 있었다. 세 총령의 수준은 영변기 초기, 사마염은 중기 정도의 수준이었다.
한제가 선인의 별채에 들어가기 전이었다면 비록 지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나, 지금 그는 이미 영변기 후기, 그것도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한제는 따분함에 가까운 표정으로 네 사람을 보고 있다가 돌연 외쳤다.
“물러나라!”
그 목소리는 덤덤했다. 허나 그 안에는 영변기 후기 절정 수련자의 선력이 응집되어 있어서 다른 자들에게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크윽!”
사마염은 표정이 약간 변했어도 그 기세를 막아냈지만 나머지 셋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무심한 얼굴로 걸어왔다. 여유작작한 걸음이었지만 그 한 걸음에 총령들은 감히 막아서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섰다.
사마염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심지어 한제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한제의 힘이 이 정도인 것을 알았다면 당시에도 절대로 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곧 그는 두려움이 치솟았다. 한제가 곧 십삼과 후포를 만날 것이라 생각하자 후회가 막심했다.
일찍이 한제를 알아본 1만 명의 요병들은 일제히 양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 한제가 있었을 당시 보여준 놀라운 모습과 지금 보여주는 기개에 그들의 마음에는 다시금 경외심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신입이라 한제를 알아보지 못한 이들도 있었으나, 지금 보이는 위압감이나 총령들이 감히 나서지 못하고 비켜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순식간에 한제와 검은 갑옷을 입고 뒷짐을 진 사내를 잇는 긴 길이 만들어졌다. 사내의 서늘한 눈에는 묵직한 기운이 가득했다.
한제는 한 걸음씩, 천천히 그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다가올수록 검은 갑옷의 사내가 내뿜던 묵직한 기운이 짙어졌다.
“하앗!”
낮은 기합을 넣으며 사내가 한 걸음 내딛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내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 형태 없는 기운에 요병들은 뒤로 물러났다.
반면 한제는 여전히 냉랭한 표정으로 걸음조차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피어올랐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에는 살얼음이 생겨났다.
검은 갑옷의 사내가 풍기는 기운은 한제에게 닿았다가 곧장 흩어져 사라졌다. 사내의 요력은 영변기 후기에 상당했지만 아직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내는 곧장 열세에 처했고 머지않아 질식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아냈다.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기세를 완전히 잃고 상대에게 휘둘리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물러나지 않으면 점점 강해지는 압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친 듯이 몰려드는 무형의 압박감은 요장을 맞닥뜨렸을 때에나 느끼던 힘이었다.
결국 한제와 그 사내의 거리가 20보도 남지 않았을 때,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맺힌 사내가 외쳤다.
“이 총령! 왜 이러는 것이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로군. 내 군영에서 무얼 하는 것이냐?”
한제는 차게 내뱉는 동안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사내는 엄청난 기세에 마치 형태 없는 거대한 산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외쳤다.
“1년도 넘게 종적을 감춘 것은 네가 아니더냐? 요장께서는 이미 네 총령 직위를 박탈하셨다!”
“1년이라⋯⋯. 그래, 1년 밖에 지나지 않았군.”
한제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그의 기세는 더욱 짙어졌다.
“나의 수행원들은 어디 있지?”
수행원들이란 물론 십삼과 후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군영에 진입하자마자 신식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그 두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그와 사내의 거리는 열 걸음 정도에 불과했다.
총령으로서 다른 총령의 기세에 눌린다면 체면이 상할 뿐만 아니라 지위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기에 사내는 자신이 당해낼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허나 한제는 비릿하게 미소를 짓더니 단숨에 일곱 보를 걸었다. 그러자 사내는 순식간에 강해지는 기세에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이런!’
한 걸음뿐이었지만 이제 그의 기세는 완전히 꺾여 한제에게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한제의 기세는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사내의 얼굴이 변했고 그 순간 한제의 서늘한 눈빛이 쏟아지며 영변기 후기 절정의 수준이 그 진가를 내보였다.
“크윽!”
검은 갑옷의 사내는 물러나는 와중에 두 주먹을 앞으로 날렸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파문이 퍼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사내의 체내에서 요력이 발산되더니 뒤에서 몸집이 1천 척에 달하는 현무가 나타났다.
등과 꼬리까지 예리한 가시가 빼곡한 현무가 허공을 가르며 달려들었고 허공에 검은 파문이 생겨났다.
“귀여운 짐승이로군.”
한제는 피식 웃으며 발을 굴러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엄지를 치켜 올렸다. 영변기 후기 절정에 이르렀으니 적멸지의 위력도 몇 배는 강해졌을 것이다. 실제로 그 위력은 엄청나서, 요병들이 일찍이 저 멀리 흩어졌음에도 그들 체내의 요력 일부가 적멸지에 흡수되기도 했다. 개중 일부는 주위의 동료들이 재빨리 끌어당기지 않았다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하늘과 땅의 기세가 변했고 군영은 순식간에 어둠에 빠져들었고 사내의 주먹질로 생겨났던 파문도 곧장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엄지를 아래로 내리눌렀다. 그러자 반경 1백 리 안의 모든 것이 그의 엄지에 응집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엄지 앞에서 사내는 마치 하늘을 마주한 것과 같았다.
“지지 않는다!”
사내는 이를 악물고 몸을 뒤로 물려 현무 안으로 녹아들어갔다. 그 순간, 현무의 두 눈에서 요사스러운 빛이 번득였고 한제는 처음으로 요령의 땅 원주민이 발휘하는 신통력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었다.
“크오오오!”
현무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뒤이어 녀석의 꼬리가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그 꼬리를 바라보며 엄지를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현무는 꼬리부터 시작해 부지불식간에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너무도 허무한 결말이었다.
영변기 절정의 수준과 영변기 후기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한제는 본디 강한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지금 그의 적멸지는 문정기 수준 수련자가 발휘하는 위력과도 맞먹었다.
무너져 내린 현무 안에서 사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부서진 갑옷을 입은 채 한 움큼 선혈을 토해낸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으려 애썼으나,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요력을 이용한 신통력도 훌륭하군!”
한제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련자였다면 좀 전의 공격에서 살아남더라도 수준이 떨어졌을 터인데 눈앞의 사내는 비록 부상은 심해 보였으나 근본까지 상하지는 않은 듯했다.
한제는 한 손을 들더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사마염이 끌려와 목덜미가 움켜쥐어졌다.
“내 수행원들, 어디 있어?”
한제의 목소리는 겨울바람처럼 매섭게 사마염의 귀를 파고들었다.
사마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총령님이 떠난 지 반년쯤 되었을 때 그 두 사람도 사라졌습니다. 저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한제는 냉랭하게 사마염을 힐끗 보더니 왼손 검지와 중지로 그의 미간을 누른 후 수혼술(搜魂術)을 발휘했다.
“크… 크아악!”
사마염은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키면서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특히 두 눈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 불룩 튀어나왔다.
한제는 신식으로 사마염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헤집었다. 지난 1년의 기억이 낱낱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한제가 떠난 지 반년쯤 되었을 때 십삼과 후포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후포는 더 이상 한제를 기다리지 않고 군영을 떠나 부족에게 돌아가려 했다. 반면 십삼은 이곳에 남아 한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을 주장했다.
결국 후포는 떠나려 했지만 사마염의 손에 잡혔다. 사마염은 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후포의 수준을 망가뜨린 후 음산하고 깜깜한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3개월 후, 후포는 돌연 사라졌다.
감옥의 경계는 매우 삼엄했기 때문에 사마염은 후포가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한편 십삼은 후포가 사로잡힐 때 그를 도우려다가 결국 사마염에게 대적하지 못하고 온몸의 근육이 잘리고 뼈가 부러졌다. 본래 그도 감옥에 갇힐 예정이었으나 도총이 데리고 가버렸다.
이 장면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한제의 표정은 덤덤했다. 허나 그 눈빛만큼은 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서늘해졌다. 그는 그 상태에서 살육 선결을 발휘했고 그러자 사마염의 몸은 빠른 속도로 비쩍 말라갔다.
펑!
머지않아 사마염의 몸이 터져나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터져나간 살점에서는 짙은 회색 기운이 피어올라 한제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한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검은 갑옷의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마염의 기억 속에서 본, 죽기 직전의 십삼을 데려간 사람이 바로 그였다.
십삼을 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