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54
외침과 동시에 요장의 7척 정도 옆 허공에 요력으로 이루어진 막 하나가 나타나 회색 기운들을 막아냈다.
“방금의 문양은 정말로 훌륭한 신통력이로군. 이한제, 내가 지금껏 너를 얕본 듯하다. 어디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해보아라. 기꺼이 대적해주겠다.”
요장은 눈을 번득이며 껄껄 웃더니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십삼은 어디에 있습니까?”
한제가 냉랭하게 물었다.
“알고 싶은가? 전투를 마치고 나면 말해주지! 크하하!”
요장이 크게 웃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한제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제 마지막 필살기를 사용한다면 살아남으실 수 없을 겁니다.”
“허! 정말 그러한지 꼭 확인해봐야겠군.”
요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두 손을 휘둘렀고 그러자 40개의 파도가 출렁거리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이 일격을 막아낼 수 있는지 보자!”
한제는 결심을 굳힌 듯 1천 척 높이로 솟아올라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요장은 40개의 파도를 거두어들여 자신의 몸 주위를 맴돌게 했다. 파도에 둘러싸인 그의 모습은 마치 해신(海神)과도 같은 위엄이 넘쳤다.
확실히 요장의 힘은 한제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열 번의 주먹질이 아니라 이 요해의 파도야 말로 그의 진정한 무기인 듯했다. 이보다 더 강한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수준으로만 보면 요장은 영변기 후기 절정에 상당했으니 한제와 비슷한 정도였다. 허나 그는 훨씬 많은 술법과 신통력을 익히고 있었다. 그 차이 때문에 법보를 이용해도 요장에게 이길 것이라 확신할 수 없었다. 사실 승패만이 아니라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상대의 구역이었다.
허나 한제는 결코 죽을 마음도 십삼을 두고 도망칠 마음도 없었다. 교활한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살아남아야만 했다.
한제는 파괴된 선계에 갔던 당시 거대한 손자국을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그 손자국 곁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토대로 홍접과의 일전에서 공격을 해보았지만 이는 외향만 갖췄을 뿐 어떠한 공격력도 담지 못했다. 허나 당시 그 점을 알아차린 자는 없었다. 그것이 나타났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기세를 뿜어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그 거대한 손자국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완전히 실체화된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에서 기묘한 빛이 번득였다.
한제의 눈빛을 목격한 요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저⋯⋯ 저 눈빛… 요제에게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던 내가 고요 대전(大殿) 안에서 고요상(古妖像)을 처음 보았을 때 받은 느낌이 아닌가!”
요장은 몸을 덜덜 떨었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파도는 통제를 잃고 빠르게 회전했다.
한제는 오른손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강하게 눌렀다. 그 손짓에 하늘이 어두워지는 듯하더니 각종 기이한 기운이 사방에서 응집되어 거대한 손이 되었다.
돌아온 선조
“으… 이런…”
요장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가 만들어낸 파도는 그의 불안한 마음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시야는 온통 거대한 손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손바닥은 하늘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왔다. 마치 세상 모든 생명을 앗으러 온 것처럼 극복할 수도 저항할 수도 심지어 숨을 수도 없었다.
“크아아!”
요장은 몸부림치며 분노로 포효했다. 그러더니 자신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손바닥을 전의가 번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내 가죽을 찢고 근육을 바르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 해도 나의 전의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요장은 불굴의 의지가 담긴 포효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주위를 맴돌던 파도들이 용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손바닥이 떨어져 내렸을 때 요장의 전의는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허나 손바닥이 그의 몸을 훑고 간 순간, 미풍만 살짝 불어왔을 뿐 그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다.
요장의 표정이 멍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미 승부는 났다.”
요장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착지하는 한제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이건 무슨 신통력이지?”
한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이 술법에는 따로 이름이 없다.”
요장은 한참이나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곁을 맴돌던 파도는 어느새 그의 체내로 회수되어 사라졌다.
요장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완전히 익히지 못한 술법인가보군.”
그 말에 한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직접 확인해보던가.”
한제의 도발에 요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방금 그 손바닥이 그저 허상일 뿐 공격력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다시 그 손바닥을 떠올리자 부르르 떨려오기까지 했다.
“그게 네 필살기였군.”
요장의 말에 한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할수록 허점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제의 계획대로 요장은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여전히 한제의 말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지만 그런 의심만으로 목숨을 걸 수는 없었다.
“십삼은 어디 있나!”
한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난 법보를 만들고 있다. 신체가 건장한 자 18명이 재료로 필요한 법보이지. 그 수행원은 13번째 재료였고 아직은 제련되지 않았다. 직접 찾아보아라. 총령이었던 네 요청이니 돌려주마. 허나 너는 나의 요병 수만을 죽였고 나의 처소 인근을 훼손했다. 이 일은 절대 쉬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요장의 협박과도 같은 말에도 한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쩔 셈이지?”
“난 세 달 뒤 천요군의 수도인 천요성에 갈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각지의 요장들끼리 경쟁이 붙곤 하지. 네가 날 돕겠다고 약속한다면 오늘의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죄를 묻지 않겠다. 허나 그러지 않을 경우 네가 천요군 안에서 발붙이고 살아가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사실상 요장은 지금 한제를 자신과 동등한 지위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허상으로 만들어낸 손바닥 술법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주먹질이 만들어낸 위력과 요해의 파도를 막아낸 점만으로도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저자의 수준은 나와 비슷하다. 신통술로 따지면 내게 대적할 수는 없겠지만… 아니, 꼭 그렇지도 않다. 그 손바닥과 비교하면 오히려 신통력이 나보다⋯⋯ 요제 정도나 되어야 그 신통력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요장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동안 고민에 빠져 있던 한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좋다, 오늘부터 너는 이 좌익 요장 운려해의 제 1 부장(副將)이다.”
요장은 껄껄 웃고는 오늘의 일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날려버렸다.
“만약 내가 이번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요장이 된다면 요제께 너를 합당한 자리에 앉혀 달라 청하겠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허공에 검은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회오리 안에서는 별빛이 반짝였다.
요장이 손을 휘두르자 그중 하나의 별빛이 소멸되었고 십삼이 그 회오리 안쪽에서 나와 한제 앞에 나타났다.
얼마 뒤에 있을 요장끼리의 전투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요장은 지금 최대한 한제의 비위를 맞추는 중이었다. 동시에 깔끔하게 십삼을 내놓음으로써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이 모든 것은 한제의 실력을 특히 그 손바닥의 위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세 달 뒤 돌아오겠다.”
십삼은 그저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뿐, 체내에 어떤 상처도 없었다.
한제는 십삼을 데리고 허공으로 나아가더니 하늘 끄트머리로 사라졌다.
요장은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무렵, 영변기 후기 수준에 상당한 노인 몇몇이 얼른 다가왔다. 좀 전의 흉험한 전투에 감히 끼어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그들은 한제가 떠나자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요장님, 저자의 손바닥은 분명 허상이었습니다. 만약 공격을 하셨다면 반드시 저자를 사로잡을 수 있으셨을 겁니다.”
다섯 노인 중 하나가 말했다.
“나 또한 저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9할 정도 확신한다. 허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지. 그것이 허상이었다면 오히려 허상으로도 나를 망설이게 할 정도의 총명함까지 갖췄다는 것이니 얕잡아볼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1년 전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어. 요 총령과 함께 사라졌다가 혼자서 돌아왔으니 분명 그녀와 관련해 비밀이 있겠지. 물론 그 일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
요장이 한 말은 다섯 노인을 향한 말이기도 했으나 혼잣말이기도 했다.
다섯 노인 역시 말없이 한제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한편, 한제는 몸을 날려 감옥 앞에 이르렀다.
고요성 지하의 감옥은 진으로 봉인되어 있었으나, 깊은 곳의 진을 제외하면 한제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후포의 신분상 깊은 곳에 갇혀 있을 리는 없었다.
허나 아무리 신식으로 살펴도 후포의 종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제는 거침없이 내달렸고 머지않아 연혼 부족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연혼 부족은 지난 1년 동안 외부적으로 더 번성하지는 않았으나, 부족원들의 수준은 끊임없이 성장했다. 이제 그들의 세력은 반경 10리까지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범위의 상공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 깔려 있었고 그 안에서는 곡성을 내며 떠도는 혼백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부족원은 열심히 수련 중이었다. 그들 앞에는 혼번이 떠올라 있었고 혼백들이 그 혼번에서 날아올라 하늘에 드리운 검은 안개 속으로 섞여들었다. 반대로 검은 안개에서 빠져나와 혼번으로 들어가는 혼백도 있었다.
한제는 부락 쪽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내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수십 리 밖에서부터 군데군데 경계하는 자들이 있었다. 대부분 한제에게 낯익은 이들이었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보니 1백 리 안에서 그런 순찰 및 경계 업무를 맡은 자가 수백 명은 족히 됐다.
앞에서 기이한 바람이 불어 닥치는 것을 느낀 한제는 연혼 부족에서 1천척쯤 떨어진 곳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 기이한 바람은 침입자에 대비해 달려들던 부족원들로 그들 또한 한제를 알아보고는 멈추어 섰다.
“선조 어르신!”
“선조 어르신이 돌아오셨다!”
여기저기서 기쁨으로 가득한 외침이 들려왔고 훈련을 하던 부족원들 모두 달려 나왔다. 그리고 어느새 부락 안에서 튀어나온 구양화는 한제로부터 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서더니 감격어린 얼굴로 공손하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요, 선조 어르신.”
그와 동시에 모든 부족원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서 오십시요, 선조 어르신!”
연혼 부족 부락의 중심이자 한제의 땅이기도 한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감격한 표정의 십삼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제가 연혼 부족에 돌아온 지 사흘 째였다. 십삼은 이미 한제의 법술로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한제는 십삼의 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후포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포는 감옥 안에서 실종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