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57
그러자 곧장 젊은 요병 하나가 달려왔다. 영리하고 약삭빨라 보이는 청년 요병은 얼른 열의 뒤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대장님, 이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응, 좋다. 딱 적당해.”
열이 웃으며 답했다.
“대장님, 이 전송진은 한 달에 한 번도 활성화되지 않는데 요즘은 어찌 이리 붐빌까요?”
열은 이개가 오랫동안 궁금해하고 있던 것을 이번에 물었음을 눈치채고는 피식 웃었다.
“좋아, 오늘 내가 기분이 아주 좋으니 알려주지!”
대장의 말에 주위의 요병들이 얼른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궁금했던 모양이다.
“너희는 신병들이니 모를 만도 하지. 요장님들은 3백 년마다 한 번씩 전투를 벌인다. 그 전투는 요제께서 직접 관람하시고 상을 하사하거나 새로운 공법을 전수해주고 때로는 보물을 주시기도 하지. 한데 2백 년 전 화요군(火妖郡)에서의 전쟁으로 두 명의 부수(副帥)가 목숨을 잃었어. 그러니 이번 전투를 통해 두 명의 부수를 충원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말에 사방의 요병들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장과 부수는 겨우 반 등급 차이에 불과했지만 그 반 등급의 간극은 거의 뛰어넘기 힘들 정도였다.
부수는 정수(正帥)의 후임으로 정수가 죽으면 부수가 곧장 승급된다. 한데 천요군의 정수는 단 여덟 명뿐인 반면 요장은 수백 명에 달했다. 이처럼 부수가 되어야만 정수나 요수(妖帥)가 될 자격이 생긴다.
부하들의 놀란 모습에 꽤나 흡족했는지 의기양양해진 열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토록 많은 요장님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분들도 이번에는 헐레벌떡 달려올 수밖에 없는 거야!”
그의 어깨를 주무르던 이개가 다소 경박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장님, 대장님께서는 이번 전투에서 어느 요장님이 승리하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려운 질문이군. 요장님들의 신통력은 모두 엄청나니까. 그래도 엄연히 위아래는 있지. 내가 보기에는 화요군의 묵비님이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 것 같구나! 그리고 고요성의 운려해님의 수준도 요장님들 중 손에 꼽히지.”
여기까지 말을 하던 열이 갑자기 긴장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부랴부랴 투구를 쓰고 손을 뻗어 무기까지 들었다. 마치 연습이라도 해둔 것처럼 빠르고 능숙한 몸놀림이었다.
곁에 있던 요병들도 뭔가를 눈치채고는 얼른 자세를 곧추세운 뒤 곁눈질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전송진에서 수많은 빛의 고리가 떠오르면서 흘러넘칠 듯한 요력이 발산되었다. 이어 두 개의 인영이 천천히 전송진 안에서 나타났다.
운려해는 눈앞의 수도를 둘러보며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곁에 선 한제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동생, 내가 수도에 돌아온 것은 꼭 30년 만이라네.”
한제의 예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어쨌든 이곳은 천요군의 수도가 있는 곳이었다.
“운 요장님을 뵙습니다.”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전송진 밖에서 수많은 요병들이 외쳤다.
운려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가세!”
한제는 운려해의 뒤를 따라 제도(帝都) 서문을 향해 갔다.
두 사람이 떠나자 열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했다. 곁에 있던 요병이 그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대장님, 운 요장님 곁에 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지난 며칠 동안 누군가를 대동한 요장님들을 더러 보기는 했습니다만…”
대장은 질문한 요병을 바라보며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보조를 대동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요장님들이 이번 전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지. 어쨌든 운 요장님 눈에 들었다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람일 테니 가볍게 행동하지 말도록!”
그는 이내 한제와 운려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더구나 방금 둘의 대화를 보면 운려해도 그자에게 예의를 차렸다. 보통 사람은 아닐 터.’
★ ★ ★
천요성 서문에 운려해가 도착하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요병들은 공손한 태도로 문을 열었다.
“동생, 이 천요성은 여러 세력이 혼잡하게 얽혀 있다네. 수도 외부에는 요장들이, 수도에 내부에는 대신들이 있지. 자네는 밖에 있고 싶은가 아니면 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가?”
운려해는 제법 진지하게 물었다.
천요성 서문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성으로 이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현성(玄城)이었고 다른 하나는 홍성(洪城)이었다.
“천요성에는 여덟 개의 외성(外城)이 있고 그중 천성(天城), 지성(地城), 현성(玄城), 황성(黃城)은 내환, 우성(宇城), 주성(宙城), 홍성(洪城), 황성(荒城)은 외환으로 구분되네. 내환에는 무신들이, 외환에는 무장들이 있지.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곳으로 배정되는데 나의 처소는 홍성에 있다네.”
운려해의 설명에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운려해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1천 척 앞에는 갈림길이 있었는데 두 개의 넓은 길 중 왼쪽 길은 현성, 오른쪽 길은 홍성으로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은 홍성 쪽으로 향했다.
홍성은 매우 번화했고 상점마다 사람이 가득했다. 길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허나 이 사람들은 넓은 양쪽으로만 다니고 있어서 길의 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이 가운데 길은 군도(軍道)라서 일반인들은 이 길로 다닐 수가 없다네.”
그때, 군도 저 앞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검은 말들이 달려왔다. 신식으로 살펴본 결과 총 19마리였고 검은 갑옷을 입은 군사들이 올라타고 있었다. 그 군사들의 수준은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에 맞먹었으며, 그들의 몸에서 피어오른 요력은 기이한 방식으로 융합되어 있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와중에도 허공에 요기가 맴돌아 거대한 허상을 이루었다.
이들은 한제와 운려해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운려해의 표정은 다소 진지했으나,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군사들은 일제히 멈추어 말에서 내리더니 몇 걸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장주(將主)님을 뵙습니다.”
운려해는 그제야 활짝 웃었다.
“다들 일어나라. 이쪽은 나의 친구 이한제다. 앞으로 이 친구를 볼 때에는 나를 보듯 대하도록!”
군사들은 일제히 한제를 향해 외쳤다.
“이 대장님을 뵙습니다!”
한제는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주위에서는 행인들이 이들의 눈치를 보며 슬슬 자리를 피했다.
“동생, 내 집으로 가지. 사람을 시켜 술을 준비해두었으니 한잔하자고!”
운려해가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좋은 술입니까?”
한제 역시 말에 올라타며 농담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히 좋은 술이지!”
운려해는 한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 나갔고 뒤에서는 열아홉 명의 군사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한데 머지않아 앞에서도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운려해의 표정이 다소 딱딱해졌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기는커녕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때, 한제의 눈빛이 번득였다. 앞에서 달려오는 자들 중 낯익은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앞에서 열 명이 조금 넘는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푸른 갑옷을 입고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고 있는 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준수했다. 다만 그의 오른쪽 얼굴에는 심한 상처가 있어 다소 흉물스러워 보였다.
그의 곁에서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비쩍 말랐고 낯빛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한제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양쪽 모두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해 질주했다. 마치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두 마리 마수 같은 형세였다.
그 와중에 얼굴에 상처가 난 남자는 오로지 운려해만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수도
두두두!
말발굽 소리에 대지가 진동했다. 양측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고 마침내 충돌 직전까지 왔다.
“크하하!”
돌연 운려해가 대소하며 말에 탄 채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힘이 허공을 붕괴시킬 듯이 달려들어 얼굴에 상처가 난 사내에게 돌진했다.
허나 사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앞을 두드렸고 이어 중지로도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빠른 속도로 나머지 손가락으로도 허공을 두드린 순간, 그는 다섯 손가락을 뿔처럼 모은 뒤 앞으로 뻗었다.
쿵!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한 줄기 파문이 두 사람 사이에서 확산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문은 30척 정도 퍼져나간 뒤 군도 밖에서 사라졌고 덕분에 바깥의 건물에는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힘을 잘 파악하고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얼굴에 상처가 난 사내가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그의 말은 괴로운 듯 신음했고 녀석의 네 다리가 부러지더니 이내 온몸이 터져나갔다. 사내는 그 기세에 뒤로 세 걸음 정도 밀려났는데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진동했다.
“십붕권의(十崩拳意)인가?”
그는 운려해를 노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한편, 운려해 역시 몸을 살짝 떨면서 말과 함께 몇 걸음 밀려났다. 그때, 한제가 오른손을 들어 운려해를 가리켰다. 덕분에 운려해는 더 이상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운려해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안정시켰다. 그가 타고 있는 말이 무사한 것으로 미루어 그가 상대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육지요검(六指妖劍)! 겨우 이 정도였나?”
운려해가 웃으며 말했다.
운려해에게 꽂혀 있던 사내의 냉랭한 눈이 한제에게로 옮겨갔다.
“외부자 네 이름은 뭐지?”
사내의 물음에 한제는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사내가 막 다시 입을 열려 할 때, 곁에 있던 비쩍 마른 사내가 조용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