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68
그때까지 얼어붙어 있던 말양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고 자신과 같은 영변기 후기 절정의 수련자에게 압도되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
“용서? 자비? 허! 아주 기고만장하구나! 허나 네 신통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나의 검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말양은 다시 이를 갈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등 뒤의 보검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콰르릉!
하늘을 가르며 한 줄기 벼락이 나타났고 동시에 검이 짙은 검기를 발했다. 그러자 주위는 온통 검광으로 뒤덮였다.
검에는 기이한 도안이 하나 새겨져 있었는데 거대한 보라색 양의 허상이 그 도안으로부터 나타났다. 이어 양으로부터 거칠고 포악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양은 검에 녹아들었고 순간 검은 더욱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말양검참(末羊劍斬)!”
말양은 낮게 외치며 온몸의 선력을 발휘하더니 오른손을 한제 쪽으로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커다란 검이 그 손짓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기운을 풍기며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운려해는 안색이 크게 변해 뒤로 물러났고 그의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재빨리 수천 척 밖으로 물러났다.
콰르릉! 쾅!
검이 내리친 순간,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나 한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을 뿐, 전혀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거대한 검의 위력은 분명 대단했고 거대한 양의 허상과 융합된 뒤 더욱 놀라운 위력을 보였다. 허나 말양은 그 양의 허상이 가진 위력을 전부 발휘하지는 못했다.
“좋은 검을 낭비하고 있군.”
한제는 혀를 차며 한 손을 들었고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검을 움켜쥐었다.
말양의 얼굴에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악했다. 그가 상황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한제의 오른손에서 생의 낙인이 격렬하게 번득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 1천 개가 넘는 낙인으로 뒤덮였다.
“크아아!”
검에서 포효가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양의 혼백이 나타나 거친 눈빛을 번득이며 발버둥을 쳤다. 한제의 손아귀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애쓰는 모양이었다. 허나 한제의 손에 고대 신의 힘이라도 깃든 것처럼 거대한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양의 혼백은 하늘을 뒤덮을 듯 요란하게 포효했다. 두 눈에서 불굴의 의지가 번득이더니, 양의 혼백은 마치 상고 시대의 마수처럼 한 입에 한제를 집어 삼킬 듯 달려들었다.
“짐승 주제에 어딜 감히!”
한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코웃음을 쳤다. 순간, 그의 두 눈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살육의 기운이 쏘아져 나와 양의 혼백을 파고들었다.
“캬오오!”
양의 혼백은 비명을 내지르며 무너져 내려 빛으로 변하더니 검으로 돌아갔다. 이제 비검은 생명을 잃은 듯 발버둥과 저항을 멈추었다.
한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 모습은 과거 손짓 한 번으로 사신차 안에 깃든 혼수를 무너뜨린 천운자의 행동과 비슷했다.
운려해는 복잡한 눈빛으로 한제를 살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겨우 세 달 동안 이렇게 강해지다니⋯⋯. 부수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오늘은 심지어 저토록 끔찍한 검혼까지 가볍게 처리했다. 이제 그는 나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강자가 되었다.’
한편, 말양은 창백한 얼굴로 휘청거리며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자신과 영혼으로 연결된 검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 심신에 손상을 입은 것이다.
한제가 이렇게 강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는 이를 악물더니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리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눈에 결연한 빛이 어렸다. 그의 마지막 필살기는 스승인 능천후가 수여한 한 줄기 검기였다.
이 검기는 총 열두 갈래로 검초십이자가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영혼으로 연결된 궁극의 신통술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가벼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말양은 지금 이 순간 그 신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 자리를 무사히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한데 그때…
“가라.”
한제가 말양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용히 내뱉었다.
말양은 흠칫 놀랐다.
“네가 먼저 공격했기에 상대한 것일 뿐, 나와 대나검종 사이에는 묵은 원한이 없다. 가서 너희 검초십이자에게 전해라. 난 이 요령의 땅 안에서 너희와 적이 될 마음은 없다.”
한제는 말을 마친 뒤 말양의 검을 휙 던져 건네주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말양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은 궁극의 필살기를 사용해야 할 위기까지 몰렸다. 한데 결투를 끝내자니, 말양은 한제의 의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검을 들어 신식으로 살폈다. 상대가 검에 어떤 수작도 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그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다.
“좋다. 네 말을 꼭 전하겠다!”
말을 마친 말양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운려해의 저택을 빠져나갔다.
요장 전투 (1)
말양은 1만 척 정도 날아간 후에야 속도를 조금 늦췄으나, 여전히 신식으로 주위를 잔뜩 경계했다. 허나 한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한제,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되갚아주겠다. 다음번에 나의 동문들과 함께한다면 네가 그때도 여유를 부릴 수 있겠느냐! 탐랑 선배가 화요군에 가시지 않았다면 그래서 오늘 함께하셨다면 넌 벌써 죽은 목숨이었다!”
말양은 살기가 번득이는 눈으로 냉랭하게 운려해의 저택을 노려본 뒤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운려해의 저택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편해졌지만 좀 전의 결투를 떠올릴 때마다 두려움과 분노가 밀려들었다.
“이한제 그 녀석은 분명 매우 강하다. 허나 내가 그 검기를 사용했다면 그자를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말양은 냉소하며 중얼거렸다.
한데 바로 그때, 갑자기 등 뒤의 거대한 검에서 회색 기운이 줄기줄기 기척 없이 피어오르더니 각각이 살아 있는 뱀처럼 그의 머리를 겨냥했다.
“헛!”
말양이 위기감에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회색 기운들은 번개처럼 그의 머리 안으로 침투한 후였다.
“끄악!”
회색 기운들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고 말양의 몸은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데 그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몸이 말라갔다.
회색 기운이 체내에 들어온 순간 낙인이 되어 그의 원신과 육신의 관계를 끊어놓았기 때문에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동시에 회색 기운은 빠른 속도로 말양의 피와 살을 비롯한 정수는 물론 선력을 흡수하면서 점차 강력해졌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말양은 한 구의 목내이가 되어 버렸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단 하나, 검이었다. 그는 그 회색 기운이 자신의 검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허공이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그 안에서 한제가 걸어 나왔다. 그는 오른손으로 목내이를 여러 번 두드리더니 어깨에 짊어진 채 발을 굴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제는 운려해의 저택에 있는 처소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는 말양의 비쩍 마른 시체를 바닥에 툭 던져놓고는 저물대에서 금번을 꺼내 들었다. 그가 금번을 흔들자 한 줄기 검은 안개가 방을 채웠다. 수많은 금제들이 그 안개 속에서 번득였다.
작업을 마친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참을 호흡하다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형형한 그의 눈빛은 말양의 마른 시체를 자세히 살피다 이내 그의 미간에 닿았다.
한제는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주문을 외웠다. 그의 손에서 한 줄기 어스름한 불이 나타났다.
한제는 계속해서 결인을 그려내다가 앞으로 손을 뻗으며 가볍게 외쳤다.
“제련!”
어스름한 불은 말양의 시체를 뒤덮었다. 그러자 말양의 시체는 빠르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체가 타는 냄새가 방에 가득 들어찼는데도 한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제련되고 있는 시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양과의 전투를 되새겼다.
전투의 마지막, 말양이 미간을 두드렸을 때 한제는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살육 선결을 익힌 뒤로는 처음 느끼는 위기감이었다. 심지어 문정기 중기 수준의 수련자와 맞닥뜨렸을 때조차도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 위기감은 3천 개가 넘는 생의 낙인으로 뒤덮인 몸과 원신을 뚫고 심신으로 전해졌고 이에 한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허나 이는 말양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사용하는 궁극의 필살기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한제는 그를 그냥 보내주는 것처럼 행동해 말양이 방심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육신이 타들어가면서 어스름한 불 속에서 말양의 원신이 나타났다. 원신은 줄기줄기 회색 기운이 찍어놓은 낙인으로 뒤덮인 채 이따금씩 기이한 빛을 번득였고 두 눈을 감은 채 어스름한 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제의 굳은 눈빛이 그 원신의 미간에 닿았다. 그곳에는 아주 옅은 남색의 얇은 실이 번득이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처럼 얇고 작게 축소된 검이었다.
그 검을 본 순간, 한제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마치 검존 능천후를 코앞에서 맞닥뜨린 듯한 압박감이었다.
“능천후!”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한층 더 신중하게 그 검을 살폈다.
“그래, 대나검종 제자들이 동해 요령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 능천후가 한 줄기 검기를 부여하며 제자들의 목숨을 구해줄 신통력이라고 말한 바 있지. 이 얇은 실이 바로 그 검기야! 그토록 강한 위기감을 느낀 것도 당연하겠군. 이 정도라면 나의 생의 낙인을 꿰뚫을 수도 있으니⋯⋯.”
그 말을 끝으로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이내 결심한 듯 눈을 번득였다.
“이 검기는 이제 나의 것이다!”
한제가 두 눈을 감고 양손을 무릎 위에 얹자 정수리에서 밝은 빛이 사방으로 쏘아지더니 원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원신은 갑옷을 두른 듯 생의 낙인들로 거의 완전히 뒤덮인 상태였다.
한제의 원신은 말양의 원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번득이며 입으로 불을 내뿜었다. 그 불은 어스름한 불에 합쳐졌고 순간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말양의 원신이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구겼다. 허나 몸을 뒤덮은 생의 낙인으로 완벽하게 속박된 상태라 발버둥조차 치지 못했다.
한제의 원신은 신중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불길을 조절했다. 검기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말양의 원신을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며칠이나 지속됐다. 꽤나 힘든 과정이라 한제의 원신은 약간 어두워졌고 표정에서도 피곤한 기색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밝게 빛났다.
그러던 중, 말양의 원신이 마침내 빛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부서진 빛들 속에 숨겨져 있던 한 줄기의 미세한 남색 실은 허공에 뜬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제의 원신은 숨을 들이마셔 빛으로 부서진 말양의 원신을 흡수했다. 그러자 제련 작업으로 지쳤던 원신의 기운이 보충됐다.
작업을 마친 한제의 원신은 남색의 얇은 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드디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 그 남색 실을 삼켜버렸다.
그 순간, 한제의 원신이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원신과 육신 사이의 관계가 빠르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허나 미리 이런 상황에 대해 대비하고 있었던 덕에 둘이 완전히 분리되기 직전에 원신을 육체로 되돌릴 수 있었다.
“위험했군.”
한제는 다시 생각에 잠긴 채 사흘을 보냈고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서는 침착하면서도 눈부신 빛이 번득였고 검 모양의 예리한 그림자 하나가 동공을 언뜻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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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려해가 한제의 처소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지도 벌써 사흘 째였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지난 사흘 동안 그는 몇 차례나 한제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강력한 금제 때문에 반 발짝도 들이지 못했다.
요장 전투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만큼 운려해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한제가 빽빽한 금제로 둘러진 곳에 앉아 있는 것은 중요한 수련을 위해서임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허나 한제가 오늘도 나오지 않는다면 운려해는 내일 있을 전투에 나갈 자격마저 잃게 되기에 결국 이를 악물고 일어나 한제의 처소로 향했다.
“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