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70
“첫 번째 전투부터 저런 강자가 나오다니, 이번 요장 전투 재미있겠군!”
“누가 저자에게 도전하려나?”
군중이 수군대는 사이 금색 갑옷의 남자가 우렁차게 외쳤다.
“열을 셀 때까지ㅏ 도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지명하겠다!”
모운은 태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다섯쯤 셌을 때, 요장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요장을 본 순간, 모운의 두 눈에서 예리한 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반면 관람석에서는 분분히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석소!”
“석소! 저자의 수준은 3갑에 달하는데 왜 벌써 나온 거지?”
“나는 석소가 운려해와 싸우려 할 줄 알았는데… 3백 년 전 운려해가 얼굴에 남긴 흉터는 석소에게 최대의 모욕이 되었으니까!”
석소는 천천히 걸어 나와 모운 3백 척 앞에 선 뒤 덤덤하게 말했다.
“모운, 넌 내 적수가 아니다. 물러나라.”
모운은 미소를 지었다. 허나 마치 시체가 웃는 듯 음산한 느낌이었다.
“석소!”
모운이 한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녹색 기운들이 줄기줄기 다섯 손가락에서 짙게 피어올랐다. 파직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 녹색 기운들은 다섯 마리의 뱀처럼 손가락 사이사이를 맴돌았다.
“생사의 요기 다섯 갈래라… 구사구생결(九死九生訣)의 일곱 번째 단계를 돌파한 모양이군.”
석소는 모운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나 그 정도로는 턱도 없지!”
“그건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나?”
모운이 냉소하며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손가락에서 피어오른 다섯 갈래의 녹색 기운이 꿈틀거리며 석소를 향해 돌진했다.
쉬익!
다섯 갈래의 녹색 기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자 짙은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풍겼다.
전투를 지켜보던 요장들의 눈빛이 변했고 몇몇은 매우 놀란 모습이었다.
허나 석소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선 채 한손을 뻗어 검지로 앞을 두드렸고 이어서 중지, 약지로 두드리더니 결국 다섯 손가락을 전부 펼쳐 손바닥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마름모 형태의 빛이 그 손바닥 앞에서 생겨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더니 다섯 갈래의 녹색 기운과 충돌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지면에서 모래바람이 일며 다섯 갈래의 녹색 기운은 순식간에 부서져내려 녹색 빛으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름모 형태의 빛은 더욱 격렬하게 번득이면서 불가사의할 정도의 속도로 달려들더니 모운의 바로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붕괴가 일으킨 엄청난 기운에 모운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뒤로 수십 척 밀려난 후에야 안정을 찾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석소를 바라보았다.
“말했잖아, 턱도 없다고… 이제 대체자를 불러라!”
석소가 손을 거두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 순간, 대지가 진동하더니 요장들 틈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엄청난 체구에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낸 자가 걸을 때마다 땅이 쿵쿵 울렸다.
그는 단 세 걸음 만에 석소 앞에 이르더니 잔혹하게 웃음을 지었다.
“이 거령문(巨靈門)의 거구가 모운 요장의 대체자일세!”
거령문은 천운성의 제법 큰 문파로 거마족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힘이 그들의 특징이었다.
거구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체내의 선력이 모공을 통해 흘러나왔고 곧 그는 선력의 안개에 휩싸인 채 굉장한 속도로 석소를 향해 달려들면서 낮게 주문을 외웠다.
콰드드!
천군만마가 내달리듯 대지가 진동했다.
거구의 주문에 반경 1천 척이 기이한 힘에 뒤덮이면서 속박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요장들 중 거구만큼이나 체구가 큰 사내가 굳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나의 검혼과 비슷한 모습이군.”
한편, 석소는 다가오는 거구를 보면서도 차갑게 코웃음을 칠 뿐, 여전히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다섯 손가락으로 연이어 허공을 두드리더니 뒤이어 손가락을 모아 뿔 형태를 만든 뒤 찌르듯 앞으로 뻗었다.
콰아아!
엄청난 요력이 석소의 체내에서 발산되더니 뿔 형태의 다섯 손가락에 녹아들었다. 그 순간, 석소의 손가락은 선력의 안개를 뚫고 들어가 곧장 거구의 미간을 찔렀다.
“크아아!”
거구는 포효하며 뒤로 밀려났다.
펑! 펑! 펑!
거구는 온몸에서 피 안개를 내뿜으며 세 걸음 만에 수십 척을 밀려났고 그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지면에는 균열이 일었다. 마지막 걸음을 디뎠을 때 그의 몸이 부르르 진동하더니 무너져 내리며 핏덩이와 살점들로 변해 광장 바닥에 흩어졌다.
허나 석소는 그 장면에 관심도 두지 않고 손을 거두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운려해를 노려보았다.
“운려해, 내게 도전하겠느냐?”
그 말에 구경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허나 운려해는 피식 웃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소식이 늦군. 난 묵비에게 패해 이번 요장 전투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석소는 흠칫 놀라도니 살기 어린 눈으로 운려해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의 곁에 있는 한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면 너라도 나오거라.”
석소의 싸늘한 목소리에도 한제는 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죽음이 없는 전투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 말에 석소는 차게 코웃음을 쳤다. 그때, 금색 갑옷의 사내가 냉랭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장 석소, 물러나라. 이번 전투는 너의 승리다. 규칙에 따라 너는 다음 전투에 임할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
석소는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다가 물러났고 한제를 스쳐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운려해가 전투에 나오지 못한다면 너라도 죽여 나의 한을 풀 것이다!”
허나 한제는 석소를 본 척도 하지 않았고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때, 금색 갑옷의 사내가 한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앞으로!”
한제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느긋하게 나가 광장에 섰다.
“열을 셀 때까지 도전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지명하겠다!”
금색 갑옷의 사내는 말을 마친 뒤 열을 세기 시작했다.
요장 전투 (3)
바람이 불며 수많은 사람들의 옷소매가 펄럭였고 한제의 옷과 긴 머리도 흩날렸다.
한제는 나그네처럼 느긋하게 눈앞에 스쳐가는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생소한 인물인 한제의 등장에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며 현부수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곁에는 남색 갑옷을 입은 평범한 외모의 중년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상당한 위엄이 느껴지는 자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현부수를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현부수, 저자를 아는가?”
현부수는 가라앉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모르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3위 안에 들 걸세. 어쩌면 최종 승자가 될지도 모르고…”
중년 남자는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광장에 선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정도로 수준이 높아 보이지는 않네만?”
그 말에 현부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내기를 할까? 저자가 최종 승자가 되지 못한다면 부천조기(副天兆旗)를 황부수(黃副帥) 자네에게 주지. 대신 저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면 자네는 내게 현현단(玄玄丹)을 주겠나?”
중년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저자에게 과연 어떤 재주가 있기에 현부수 자네가 이리 확신하는지 잘 봐야겠군!”
황부수의 말에 현부수는 속으로 냉소했다.
‘너도 저자에게 중상을 입었다면 확신하게 됐겠지.’
그들의 대화가 멈췄을 때, 요장들 중 누군가가 앞으로 나왔다. 황토색 갑옷을 입은 그는 곧장 걸어와 한제로부터 1천 척 떨어진 곳에 섰다.
“다들 나를 배려해준 덕분에 내가 이번 시합을 거저먹게 됐군. 하하하!”
사내는 득의양양하게 내뱉더니 껄껄 웃었다. 그 웃음에는 엄청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요장 오적이다! 이번 전투에 저자가 나올 것이라고 내가 말했지!”
“저자는 요장들 중 중간 정도지만 이번에 좋은 기회를 선점했군.”
“운려해는 출전할 수 없으니 저 대체자만 이겨도 1승을 추가하는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