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75
요장과 대체자들이 모두 들어서자 문은 콰르릉 소리를 내며 닫혔다. 총관은 곁에 있는 거대한 북을 가리키며 냉랭하게 말했다.
“요제 폐하의 명에 따라 두 번째 단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두 번째 단계는 전투가 아니라 이 전고(戰鼓)를 울리는 것이다!”
그 말에 요장들의 표정이 변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눈은 강렬하게 번득였다. 운려해도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요고! 저건 우리 천요군에서 용담에 버금가는 성물 아닌가. 부수가 정수(요수)로 진급할 때에만 울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북인데…”
“이전까지 요장 전투에서 이런 변화는 없었는데⋯⋯ 공석이 된 두 명의 부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인가?”
“소문에 의하면 저 북은 울리기가 그렇게도 힘들다더군. 여태까지도 천수(天帥)님만 겨우 15번 울려봤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제가 오적에게 중상을 입혔을 때보다도 더 큰 웅성거림이었다.
그때, 총관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광장이 고요해졌다. 그 역시 요제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북은 우리 천요군의 1대 요제 폐하께서 남기신 것으로 고요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여 혈기가 부족한 자는 이 북을 울리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만다. 북을 세 번 울릴 경우 강자로 칭해지고 여섯 번 울릴 경우 위대한 자로 칭해진다! 이번 단계에서는 요장과 그 대체자가 울린 횟수를 합산하여 북을 많이 울린 상위 열 명을 추려내겠다!”
말을 마친 총관은 주위 사람들에게 웅성거릴 틈도 주지 않고 오른손으로 요장 중 한 사람을 가리켰다.
“요장 우삼, 앞으로!”
요장들 사이에서 냉랭한 눈빛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갑옷이 철컥철컥 소리를 냈다. 사내는 몇 걸음 만에 북 앞에 이르렀다.
북을 바라보던 그의 눈에서 짙은 전의가 타올랐다. 그는 그저 그 앞에 가만히 서더니 두 눈을 감았다.
총관은 그런 우삼을 힐끗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삼이라면 최대 네 번은 울릴 수 있을 터! 허나 억지로 다섯 번 이상 울리려고 했다가는 혈기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삼에게로 쏠렸다.
내기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삼에게로 쏠렸다.
우삼은 침착한 얼굴로 체내의 기운을 조절하며 주위에 신경을 끊고 두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점차 그의 몸에서 짙은 요기가 피어오르더니 허공에서 끊임없이 요동쳤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육의 도는 수련하기 매우 어려운 공법이지. 우삼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그 위력은 분명 굉장할 거야!”
“그건 그렇지만 저 북은 고요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말로 저 북을 울린다 해도 반동에 부상을 입을 텐데…”
한편, 관람대 위의 여덟 요수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우삼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의견을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힐끗 보기만 해도 결과를 8할 이상은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섯 부수 역시 어느 정도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예측이 맞을 것인지를 궁금해하며 우삼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현부수의 눈빛만은 우삼이 아닌 요장 무리 가운데 섞여 있는 한제에게 향해 있었다.
‘이한제, 과연 네놈이 북을 몇 번이나 울릴 수 있을까.’
그때, 옆에서 황부수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현부수, 우리 내기는 아무래도 내 승리로 끝날 듯하군. 다른 요장들은 요장과 대체자가 울린 횟수를 합산할 수 있지만 그자는 운려해가 참가하지 못하니 혼자서 어찌 당해내겠는가?”
그러나 현부수는 냉소했다.
“글쎄, 그건 지켜보면 알겠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광장 위에 서 있던 우삼이 돌연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눈에서 밝은 달 같은 빛이 번득였다.
“크아아!”
낮게 포효하던 우삼은 두 발로 땅을 굴렀고 동시에 예리한 검처럼 허공을 가르며 북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공에 떠오른 그는 칼처럼 세운 오른손 검지와 중지 끝에 온몸의 기운을 집중시킨 뒤 엄청난 기세로 북을 두드렸다.
천요고의 시커먼 북 가죽이 움푹 들어갔지만 그 폭은 아주 작았다. 또한 가죽은 움푹 들어간 순간 빠르게 튕겨나왔다.
둥-!
낮은 북소리가 제도 전체를 뒤덮으며 천요성의 반 정도까지 퍼져 나갔다.
북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우삼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이 천요고로부터 체내로 뚫고 들어오는 충격을 느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으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렸다. 그러더니 물러나기는커녕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서면서 오른손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한 번 천요고를 때렸다.
둥-!
또다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삼의 체내에서 흘러나온 요기로 이루어진 사람 얼굴 형상들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지더니 사라졌다. 그러나 곧바로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서혼살육(噬魂殺戮) 제 1식!”
깊은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우삼의 외침에 따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은 출구를 찾은 듯 그의 오른손으로 빠르게 모여들었다. 이내 우삼의 오른손은 눈부신 남색 빛으로 번득였다.
“하앗!”
우삼은 고함을 내지르며 오른손을 펼쳐 천요고를 향해 휘둘렀다.
둥!
그의 손바닥이 닿기도 전에 세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경꾼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장풍으로 북을 울리다니, 교활한 수단이었지만 서혼살육이 강하다는 점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장풍에 이어 우삼의 오른손이 천요고에 닿았다.
둥-!
세 번째 북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네 번째 북소리가 뒤를 이었다. 두 소리는 하나로 합쳐지듯 거세게 울려 퍼졌다.
우삼은 오른손을 빠르게 거둔 뒤 1천 척 이상 물러난 뒤에야 멈추고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울컥 솟아오르는 선혈을 억지로 삼켜낸 그의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붉어진 상태였다. 감각을 잃은 오른손이 경미하게 떨렸다. 전체 요력의 8할 이상을 동원하여 서혼살육 제 1식을 발휘한 결과였다.
“네 번! 요장 우삼의 대체자 앞으로!”
총관이 덤덤하게 말했다.
“제게는 대체자가 없습니다!”
우삼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총관은 우삼을 힐끗 보고는 이내 다음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요장 무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일단 한제를 보았다가 속으로 냉소한 뒤 묵비를 호명하며 외쳤다.
“요장 묵비, 앞으로!”
순간, 구경꾼들의 웅성임이 사라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묵비에게로 집중됐다.
얼굴을 가린 흉측한 투구 사이로 검은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며, 묵비가 걸어 나왔다. 그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심장이 한 번 쿵쾅거릴 때마다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요장 묵비! 3백 년 전 전투에서 1등을 차지한 요장이다! 평소에는 변방에 상주한다지?”
“화요군 사람들이 말하길, 그는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대!”
“무슨 공법을 수련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어. 여태까지 모든 전투에서 그가 발휘했던 것은 첫 번째 신통력뿐이야. 묵비라면 천요고를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울릴 수 있을 거야!”
여덟 요수 중 지수(地帥)가 묵비를 보며 미소를 흘렸다.
“저자가 만약 다시 한 번 용담에서 수련했다면 부수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될 터!”
그러자 곁에 앉은 보라색 옷차림에 우아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허허, 지수 자네도 훌륭한 인재를 퍽 아끼는 모양이군!”
그 말에 지수는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천요고를 여섯 번 이상 울린다면 부수로 선발되지 않는다 해도 내가 추천할 걸세!”
한편, 묵비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천요고에 다가섰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천요고로부터 1백 척 정도에 이른 묵비는 가만히 멈춰 서서 북을 바라보았다. 허나 그는 우삼처럼 호흡을 조절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곧장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둥-!
낮고 장중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묵비의 전신을 두른 갑옷이 격렬하게 탁, 탁 소리를 냈고 머리카락 역시 미친 듯이 흩날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못이라도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투구 너머의 눈빛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군.”
묵비는 코웃음을 치더니 10척 정도 나아가 다시 오른손을 휘둘렀다.
둥-!
묵비는 멈추지 않고 다시 10척 앞으로 나아가 주먹으로 허공을 때렸다.
둥-!
세 번의 북소리가 천요성의 상공을 뒤덮었다. 메아리까지 끊임없이 울려 퍼져 구경꾼들 중 요력이 부족한 이들은 내상을 입기도 했다.
묵비는 잠시 멈추었다. 거대한 파도 같은 기운이 북에서 튀어나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발을 구르고는 태산처럼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재미있군!”
발을 구른 그는 또 앞으로 10척 정도 나아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둥-!
이어서 한 번 더.
둥-!
묵비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와 천요고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거리가 줄어들 때마다 북이 울렸다.
둥-!
여섯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구경꾼들은 격렬하게 환호했다. 천수(天帥)를 비롯한 요수들의 눈빛도 변했다.
환호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천요고를 여섯 번 울릴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자였다. 게다가 묵비는 내상도 전혀 입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요장들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