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76
총관도 대견한 제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번에서 끝낼 묵비가 아니지.”
그 말을 증명하듯이 묵비는 눈빛을 번득이며 훌쩍 날아오르더니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다.
둥-!
이전의 북소리들과 달리 일곱 번째 북소리에는 필사의 기운이 어려 있었다. 이에 따라 지금껏 여유로웠던 묵비의 눈빛도 변했고 곧장 몸을 뒤로 물렸다.
펑! 펑!
갑옷이 가루로 부서져 흩날렸다. 약간 창백해진 묵비는 이를 악물더니 다시 앞으로 튀어나가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하얀 빛줄기들이 손에서 흘러나오면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결정체가 되더니 그의 몸을 맴돌았다.
그 상태에서 묵비는 손가락을 튕겼다.
둥-!
여덟 번째 북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폭발적인 반발력이 묵비의 몸을 두른 결정체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위력이 절반 정도 줄었고 묵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로 1천 척 밀려난 후에야 그 힘을 견뎌낼 수 있었다.
이번 충격으로 투구가 심하게 갈라지면서 묵비의 준수한 얼굴이 드러났다.
한데 묵비의 얼굴을 본 순간 한제의 표정이 변했다.
“저 얼굴은⋯⋯?”
그 얼굴은 홍뢰 깊은 곳에서 보았던 검은 머리의 사내와 똑같았다.
그때, 묵비는 울컥 치솟는 선혈을 애써 삼키더니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돌려 제자리로 돌아갔다.
순간 광장에서는 격렬한 환호성이 일었다.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강력하고 커다란 환호성이었다.
“와아아! 묵비!”
“묵비! 최고의 요장이다!”
“여덟 번이나 울리다니, 요수와 부수 다음으로 강한 자일 거야!”
여덟 요수 중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의 천수를 제외한 일곱 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덟 번이나 울리다니, 위대한 자 중의 위대한 자로군. 훌륭해!”
“게다가 저자는 아직 온 힘을 다하지도 않았어. 가진 힘을 다 쏟아부었다면 아홉 번째 북소리도 들을 수 있었을 거야!”
“어린 나이에 저런 힘을 보이는 자는 결코 많지 않지!”
부수들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황부수는 현부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이보게,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겠나?”
현부수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묵비는 강하지. 저 나이였을 때의 나보다도 강해. 용담에서 수련을 한다면 더욱 강해질 테지. 허나 운려해의 대체자에 비할 바는 아니야!”
본래 이번 내기에 별로 개의치 않던 황부수였으나, 자신과 백중세인 현부수가 한제를 언급할 때 심지어 두려움까지 느껴지는 듯하자 의아해졌다.
“좋아, 그럼 저자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잘 봐야겠군!”
황부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현부수는 말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멀리 있는 한제를 바라보았다.
‘묵비는 강하지. 허나 그뿐이다. 반면 이한제 저자는… 두려운 존재다!’
총관은 묵비가 요장 무리로 돌아가는 것을 흡족한 눈빛으로 보다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요장 묵비의 대체자 앞으로!”
무리 가운데 푸른 옷을 입은 수련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등에 커다란 검을 멘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푸른 연기가 되어서는 곧장 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북에 가까워진 순간, 결인을 그리더니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는 손바닥을 펼치며 복잡한 주문을 외더니 앞쪽을 가볍게 때렸다. 그 손짓에 북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수련자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으나 뒤로 물러나는 대신 등에서 보검을 뽑아 내리쳤다.
콰오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든 검기가 북에 닿았다
둥-!
세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련자는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튕겨 나갔다. 한 번의 북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버텨내야 하는 반동은 배가 되었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수련자는 쓰게 웃으며 물러나 요장 무리로 돌아갔다.
열한 번!
묵비와 그의 대체자가 울린 북소리는 총 열한 번이었다. 이번 단계의 1위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남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운려해의 역시 씁쓸한 표정으로 천요고와 한제를 번갈아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제에게만 오롯이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그도 이미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다.
남아일언중천금
한편, 석소는 깊은 물처럼 가라앉은 눈으로 천요고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진도 자네 몇 번이나 울릴 수 있겠나?”
진도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답했다.
“부상 전이었다면 열 번?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네. 지금이라면⋯⋯ 잘해야 일곱 번 정도겠군. 묵비보다 많이 울리지는 못할 거야! 묵비 저 자 강하군. 수련계 사람이었다면 문정기 아래에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자가 됐겠어. 문정기 수련자라 해도 중기에 이르지 못했다면 저자와 맞붙기를 꺼리겠지!”
석소는 멀리서 눈을 감고 좌선하고 있는 묵비를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다가 차게 콧방귀를 뀌었다.
다른 요장들 역시 속으로 자신이 몇 번이나 북을 울릴 수 있을지, 과연 10위 안에 들 수 있을지 계산하느라 바빴다.
총관은 냉랭한 눈으로 그들을 훑어보다가 이내 한제를 가리켰다.
“너, 앞으로!”
지목된 한제는 천천히 광장 위에 올라 총관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저는 ‘너’가 아니라 이한제입니다.”
총관은 눈빛에서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한제, 나와 내기 하나 하겠나?”
“말해보십시오!”
한제가 말했다.
“난 네가 다섯 번도 못 친다는 데에 걸지! 만약 네가 이긴다면 내가 직접 너를 요제 폐하께 추천하여 네가 요장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 허나 네가 진다면 너는 요장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당장 천요성을 떠나라! 이곳은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구경꾼들이 웅성거렸다.
“네 번이나 울릴 수 있을까? 저자가 쉽게 오적을 처리하긴 했지만 그건 석소나 묵비, 우삼도 가능한 일이었어. 한데 우삼이 네 번에 그쳤으니, 저자가 다섯 번이나 울리는 건 어려울 걸?”
“외부자와 내기를 하다니, 총관도 재미있는 사람이군.”
한편, 황부수는 현부수를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
“이거 재미있게 됐군. 어쩌면 아예 천요성을 떠나게 될 수도 있겠는데?”
현부수는 황부수를 돌아보지도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총관도 깜짝 놀라게 될 거다.”
그때, 한제가 살짝 미소를 지었고 현부수는 한기를 느꼈다.
‘나를 공격하기 전에도 저렇게 웃었지!’
현부수가 이를 악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를 폐하께 추천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에 총관은 경멸하듯 말했다.
“내기하지 않겠다는 거냐?”
“아닙니다. 내기는 해야지요. 추천 대신 총관님의 손 하나를 건다면…”
한제의 싸늘한 목소리에 구경꾼들은 흠칫 놀랐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한편, 총관은 살기 어린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내 손을 원하느냐? 네가 만약 북을 다섯 번 넘게 울린다면 내 한 손을 주마. 열 번 이상 울린다면 두 손을 다 주지!”
구경꾼들은 더욱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한제와 총관을 번갈아보았다.
한제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천요고를 향해 나아갔다. 몇 걸음 만에 천요고 앞에 이른 그는 북의 반격에 대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북에 바짝 붙더니 허공으로 떠올랐다.
북에서 풍기는 은은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이 북은 거울처럼 평평하거나 매끈하지 않았다. 미세하게 파인 자국들과 어렴풋한 맥을 통해 어느 마수의 가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요의 가죽⋯⋯.”
한제는 그 거대한 북을 쓰다듬었다. 북에 손이 닿자 약간의 반동이 손바닥을 통해 체내로 들어왔다.
한제의 온몸은 생의 낙인으로 뒤덮여 있었다. 3천 개가 넘는 생의 낙인은 3천 개 이상의 보호막이 되어 그를 완벽하게 감싼 상태였다.
“다섯 번도 못 울릴 거라고 생각하다니⋯⋯.”
한제는 왼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려 술이 가득 찬 술주전자를 꺼내 들었다. 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웃었다.
“총관님, 잘 보십시오!”
한제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쥔 뒤 가볍게 북을 향해 휘둘렀다.
둥-!